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에 여덟 달 동안 인질로 억류돼 있다가 극적으로 구출된 노아 아르가마니의 어머니 리오라가 61세로 세상과 작별했다고 영국 BBC가 2일(현지시간) 전했다. 딸이 이스라엘 군의 구출 작전으로 돌아온 지 3주 만의 일이다. 중국에서 태어난 리오라 아르가마니는 뇌암을 앓아 왔다고 방송은 전했다.
리오라는 1994년 이스라엘 유학 중 남편 야코프를 만나 가정을 이뤘다. 이스라엘 정부는 하마스 지원 의사를 거듭 밝혀온 중국 정부에 노아 아르가마니 석방에 나서달라고 요구했지만 긍정적인 답변을 얻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리오라는 지난해 12월 딸을 풀어주라고 호소하는 동영상을 통해 "내가 얼마나 오래 (딸과) 떨어져 있어야 하는지 알지 못한다. 난 집에서 우리 노아를 볼 기회가 있길 바란다"고 말했다.
노아는 가자지구 누세이랏 난민촌 안에 억류돼 있던 아파트를 이스라엘 특수부대원들이 급습한 지난달 8일 구출됐다. 동시에 근처 아파트에 억류돼 있던 다른 세 명의 인질도 함께 구출됐다.
지난해 10월 7일 하마스가 이스라엘을 기습 공격했을 때 끌려간 이들의 가족이 결성한 인질및실종가족포럼은 리오라의 별세 소식에 "머리를 숙여" 조의를 표한다고 밝혔다.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는 부인과 함께 "리오라 아르가마니의 별세를 우리 가슴 저깊이에서 추모하며 가족의 슬픔을 공유한다"고 애도했다.
딸 노아는 지난달 29일 텔아비브에서 나머지 인질들을 하루 빨리 석방할 것을 촉구하는 집회에서 상영된 동영상 메시지를 통해 구출 이후 처음 공식적인 발언을 내놓았다. 그녀는 "우리 부모의 하나뿐인 자녀로서 인질로 있을 때 가장 큰 걱정이 부모들이었다. 엄마는 말기 질환으로 고통받고 있다"면서 "하마스 인질로 246일을 지낸 뒤 여기 돌아와 8개월의 불확실성을 끝내고 엄마 옆에 있어서 대단한 자부심을 느낀다"고 말했다.
노아는 하마스의 무장 대원들이 이스라엘 음악축제 현장과 키부츠(집단농장)를 급습했을 때 대원들의 오토바이 뒤에 태워져 끌려가면서 공포에 질려 비명을 지르는 모습의 동영상으로 세계인의 눈길을 붙잡았다. 당시 전례없는 기습 공격 와중에 1200여명이 목숨을 잃고 이스라엘인과 외국인 등 251명이 인질로 억류됐다.
그 뒤 이스라엘과 하마스는 지금껏 전쟁을 벌이고 있다. 가자지구에서의 이스라엘군 작전으로 적어도 3만 7900명이 살해됐다고 하마스가 운영하는 가자지구 보건부는 주장한다.
하마스를 비롯한 무장세력 연합들은 노아의 남자친구 아비나탄 오르를 비롯해 여전히 116명의 인질을 붙들고 있다. 이스라엘 당국은 이들 가운데 42명이 목숨을 잃은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다른 시기에 억류된 인질들도 풀려나거나 구출되거나 주검으로 돌아왔다. 2014년과 이듬해 사이에 4명의 이스라엘 인질이 억류됐는데 그 중 둘은 이미 숨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