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단인터뷰]
오늘 또 우리 제자 하나가 입단을 했다..
아이의 이름은 ‘김정현’.. 사연도 많았고 실망스런 모습도 많이 보였고 속도 많이 썩던 아이다..
허나 아무튼 해냈다.. 아니 해내 주었다..! ^^
중간에 너무 힘들었지만 난 끝까지 믿음의 끈을 놓지 않았다.. 정현이 또한 그래 주었다.. 오래 지나지 않은 어느 날에.. 이젠 나락이라고 생각했던 때에 1대1로 남자대 남자로 서로 어려운 약속을 했었다. 사범님을 실망시키지 않겠다고.. 그리고 난 반드시 너를 프로기사로 만들겠다고.. 그날 이후엔 그 어떤 모습에도 잔소리를 하지 않았다..그 과정 또한 너무나 험난했지만 어쨌든 정현이는 약속을 지켰고 그와 동시에 내 약속도 지킬 수 있게 해주었다..
장하다.. 나에게 무한 감동과 함께 앞으로 닥칠 고난도 얼마든지 헤쳐 나갈 수 있다는 자신감을 주었다..
오늘은 여러 가지 의미가 있는 날이다.. 무엇보다 제자 정현이가 입단을 한 것이 가장 크고 내 자신은 5년차 예비군 훈련을 무사히 마쳤고.. 소중한 인연인 이강욱군의 생일이기도 하다.. 굳이 하나 더 의미를 둔다면.. 만우절?^^;;
기분이 정말 좋다.. ‘옥득진’이라는 인간이 살아 있다는걸 느낀다..
나라는 사람이 다른 사람에게 좋은 영향을 끼칠 수도 있는 사람이구나.. 또 내 바둑 또한 제자들에게 좋은 영향을 줄 수 있구나.. 하는 사실에 스스로 전율한다... 그 사실에 나라는 사람이 살아있다는 것을 느낀다.. 늘 지켜봐주시고 응원해 주시는 모든 분들께 감사하다는 말씀 전하고 싶다..
- 4월 1일 제119회 연구생입단대회를 통해 김정현 군의 꿈이 이루어지는 날, 입단소식을 들은 옥득진 6단이 자신의 미니홈피에 짤막한 글을 남기며 제자에 대한 애틋한 사랑을 담아냈다.
김정현 군은 수줍음이 많은 친구였다. 내로라하는 프로들을 줄줄이 물리치며 비싸카드배 64강을 꿰찼을 땐 17세 소년의 열정만 떠올랐으나 막상 기자의 눈에 비친 그의 모습은 사나움이라곤 눈꼽만치 찾을 수 없는 순한 어린양이었다.
한국기원 연구생 생활을 9년 가까이 했던 김정현 군에게 이번 연구생 입단대회는 마지막 사활문제를 푸는 절박한 심정과도 같았다. 그도 그럴만한 게 연구생 나이제한에 걸려 이번에도 입단에 실패할 시 연구생 기한연장신청을 해야 되는 착잡한 현실과 마주쳐야했기 때문이다. 그런 현실 속에서 김정현 군의 위기극복 능력은 뛰어났다. 주위사람들의 애정 어린 격려들을 긍정적으로 흡수했고 연구생 신분으로 이뤄낸 비씨카드배 본선진출 쾌거는 결국 입단관문을 뚫게 한 기폭제로 작용한다.
4월 2일 한국기원에서 만난 김정현 군의 입단 소감을 팬들에게 전한다.
입단을 축하한다. 소감 한 마디 듣고 싶은데?아직 잘 모르겠어요. 기분이 좋다는 건 확실한데 아직 얼떨떨해서(웃음). 시간이 좀 지나봐야 제가 입단했다는 사실이 실감날 것 같아요.
바둑은 언제부터 배웠나? 아버님이 바둑을 워낙 좋아하시다보니 어렸을 때부터 자연스럽게 접했죠. 제가 재능이 조금 있었나 봐요. 초등학교 2학년 때 바둑교실에 나가다 어느 순간 임순택 사범님과 백대현 사범님, 장수영 사범님 등 여러 사범님들 도장에서 바둑을 배웠어요. 양천대일 도장에 오게 된 건 4년 정도 됐는데 프로가 되는 길이 제 길인 줄 알고 살다 여기까지 온 것 같네요.
입단대회는 지금까지 몇 번 출전했나?몇 번인지 정확히 모르겠어요. 경험삼아 꾸준히 출전했는데 적어도 10번 이상은 넘기겠죠?
입단 확정했을 때 부모님이 뭐라 하셨는가? 무척이나 좋아하셨을 것 같다. 그동안 수고 많이 했다 그러셨어요. 내심 좋으시면서 표현을 극히 아끼시더라고요. 입단에 실패할 때마다 부모님께 무척 죄송했는데 이제 그런 짐을 덜어드려 무척 기뻐요.
입단준비하면서 가장 힘들었던 때가 언제인가? 포기하고 싶었던 적은 없었는지?뭐 다를 게 있겠어요. 번번이 입단에 실패했을 때가 가장 힘들고 기억에 남죠. 그래도 가슴 한 편에는 언젠가 입단할 수 있단 자신감이 있었습니다. 단지 기간이 늦춰질 뿐이라 여겼어요.
비씨카드배 얘기를 빼놓을 수 없다. 쟁쟁한 프로들과 맞서 거뜬히 예선통과를 했는데 본선 64강 첫 판에서 이창호 9단과 만났다. 존경하는 기사가 이창호 9단이라 밝혔는데 직접 두어보니 느낌이 어땠는가? 초중반까지 잘 싸우다 마지막에 힘없이 무너진 걸로 안다. 무척 아쉬웠을 것 같다. 이창호 사범님에겐 이긴다는 생각보다 배운다는 생각으로 임했어요. 조금 더 끈끈하게 버틸 수 있었는데 막판 쉽게 무너져 버린 것이 조금 아쉽긴 하네요. 이창호 사범님도 제가 쉽게 무너져 많이 아쉬워하지 않았을까 해요(웃음).
한국기원 연구생 실력이 프로기사와 대등하단 사실은 난센스다. 한국기원 연구생 실력이 현 한국랭킹 몇 위정도 기사와 비슷한 것 같은가? 몇 위까지 비슷한지는 잘 몰라도 중요한 것은 현재 성적을 내고 있는 기사와 큰 차이가 없다는 겁니다. 1조 출신의 연구생들이 지금 당장 프로기사로 활동한다면 좋은 성적을 낼 기사들이 많을 거예요.
올해 목표는? 무엇보다 세계대회 본선에 올라가고 싶습니다. 세계대회 본선에 올라 세계적인 기사들과 꼭 한 번 붙어보고 싶어요.
(그중 가장 만나고 싶은 기사는 누구인가?) 이세돌 9단과 구리 9단입니다.
지면을 빌어 입단에 도움을 주신 분들에게 감사인사를 한다면? 먼저 부모님께 감사드리고 전담사범님이신 옥득진 사범님, 양천대일 김희용 원장님, 이분옥 사모님, 임순택 사범님, 박승문 사범님, 이용수 사범님께 감사드려요. 저의 스파링 파트너를 마다하지 않았던 강유택 2단도 고맙고요(웃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