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집을 갖고 안정된 삶 속에서 꿈틀이는
노매드생활에 대한 로망
그 가장 쉬운 실현은 캠핑이 아닐지
실제 여행을 좋아하는 지인 중
차박을 할 수 있는 차종으로 바꾸어 꾸준히 그 생활을 즐기는 이도 있다
코로나로 여행이 자유롭지 않아 마련한 자구책이긴 하지만
그 대담한 실천력이 부럽다
요즘 캠핑문화에 합류한 사람들이 주변이 많이 보인다
여기까지는 낭만을 찾고 여유를 찾는 행위일 것이다
이 영화는
낭만과 멋, 재미를 쫓는 노매드는 아니라는 것
절박함에 내 몰린 생활일수도 있고
자유로운 영혼의 유희일 수도 있다
차가 내 집이다
생활반경은 다소 유치한 표현이지만 지구 끝까지다
다큐처럼 이어지는 그녀의 길엔
늘 사람들이 있었다
험한 일도 생길 법 한데 그런건 생략해줘서
난 맘 놓고 화면을 더 따뜻하게 바라볼 수 있었다
배드랜드 국립공원을 배경으로 한 장면이 많이 나오는데
(그 곳은 가보지 못했지만)
미국 서부여행에서 보았던 장관을 생각나게 해서
더 집중해서 봤다
그래 달려도 달려도 사막만 끝없이 펼쳐지던 그 날의 풍경과 닮았어 하면서
이 곳은
브라이스캐년을 연상시킨다
그랜드캐년보다 가까이 볼 수 있고
그 장대함과 색감에 반해버린 그 캐년
남편과 둘이서 꽤 높은 곳까지 걸어 올라가며
이 장관을 즐겼던 곳이다
저 바위틈으로 내려가 걸어볼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하면서
실제 이 장면에서 그녀가 일행들과 떨어져 길을 잃으면 어쩌나 하며
맘을 졸였었다
캠핑장에서 만나 도움을 받았던 스완키라는 노매드가 기억에 많이 남는다
그녀는 암이 재발해서 얼마 남지 않은 삶을 살아가는 여인이다
많은 곳을 여행하고 많은 것을 본 자신의 삶을 꽤 괜찮은 삶이라고 말한다
카약을 타고 강을 내려갈 때 보았던 수많은 제비떼가 물에 비치면
자신도 하늘을 나는 것 같았다고 회상한다
그리고 남은 생을 병원에서 낭비하지 않을 거라 다짐하며 자신의 꿈인 알래스카로 향한다.
한참 후 그녀 스완키가 보내온 영상 속엔
수많은 제비집과 그 집을 드나들며 재잘대는 제비떼가 들어있다
드디어 해 냈군
그 장면에서 난 박수를 치고 싶었다
말기암의 환자가 겪어냈을 고통을 다 뒤로하고
그 꿈을 이룬 그녀를 꼭 끌어안아주고 싶었다
클로이 자오 감독
그녀가 주인공 프란시스 맥도맨을 격려하며
그 긴 로드를 함께 했을 영화
따뜻한 캐미가 형성되지 않으면 안될만큼 어려운 여정이었을 게다
그녀에게 안긴 감독상과 작품상
그리고 주인공 프란시스 맥도맨의 여우주연상
주인공은 영화를 찍는 배우가 아닌
실제 노매드처럼 보였다
남자친구가 초대한 예쁜 집 편안한 침대에서 빠져나와
자신의 차 안으로 스며들듯 들어와서야 편안한 잠을 자는 그녀를 보며
그녀는 아마도 계속 노매드로 살아갈 것이다 예감한다
이렇게 달려가는 차의 뒷모습이 참 많이도 나온다
이 캠핑카(개조된)는
이 영화에서 더이상 사물이 아니었다
진정한 노매드는 나야
하는 몸짓이다
이미 이 영화의 주인공이 되어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