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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과세수, 소비성 재원 아닌 ‘미래 재정의 종잣돈’으로
재정안전판 복원·AI·녹색전환·반도체 투자
국가 기간산업에 안정적·지속적 투자 필요
거시경제 성장과 국민 체감경기는 괴리…가계부채 OECD 38개국 중 7번째로 높아
한국은행이 최근 발표한 국제수지에 따르면 , 2026 년 6 월 경상수지는 497 억 달러 흑자를 기록했다. 이는 1980 년 관련 통계 작성 이후 처음으로 400 억 달러를 넘어선 것으로, 역대 최대 규모다 .
2026년 1 월부터 6 월까지 누적 경상수지 흑자는 1,910 억 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의 3 배 수준으로 확대되었다. 상반기만으로도 지난해 연간 경상수지 흑자 (1,230 억 달러 ) 를 넘어섰으며 , 정부가 '2026 년 하반기 경제성장전략 ' 에서 제시한 연간 전망치 (2,900 억 달러 ) 의 65% 를 달성했다 .
서비스수지에서는 여행수지가 크게 개선되었다. 여행수지는 지난 5 월 흑자로 전환한 데 이어 6 월에도 4.3 억 달러 흑자를 기록하며 흑자 폭을 더욱 확대했다. 이는 외국인 관광객 증가에 따른 여행수입 확대가 주요 요인으로 분석된다 . 지난 6 월 방한 외래관광객은 199 만 명으로 전년 동월 대비 23% 증가했으며, 상반기 누적 방한객도 1,070 만 명으로 처음으로 1,000 만 명을 돌파했다.
이처럼 세수 변동성이 확대되면서 초과세수를 단순한 일회성 재원으로 소비할 것이 아니라 미래 성장동력 확보와 재정위험에 대비하는 전략적 재원으로 활용해야 한다는 논의가 본격화되고 있다.
특히 반도체 호황을 기반으로 발생한 추가 세수를 AI·첨단산업 투자에 재투입하는 동시에, 그동안 세수결손을 보전하는 과정에서 약화된 각종 기금의 재정건전성을 회복하고 향후 경기침체와 인구구조 변화에 대비할 재정안전판을 복원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더불어민주당 안도걸 국회의원은 8월 27일 국회에서 ‘초과세수, 미래를 위한 전략적 재정배분과 활용방안’ 정책토론회를 개최하고 초과세수의 전략적 활용과 미래 대응 재정체계 구축 방안을 집중 논의했다.
최근 정부가 반도체 호황 등에 따른 추가 세수를 미래산업과 재정 대응에 활용하기 위한 미래대응기금 구상을 추진하는 가운데, 이번 토론회는 단순히 ‘얼마를 쓸 것인가’를 넘어 초과세수를 어떤 원칙과 제도 아래 관리할 것인가를 논의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 초과세수, 미래 성장과 재정위험 대응의 종잣돈으로
발제를 맡은 홍익대학교 박명호 교수는 반도체 호황으로 발생한 초과세수를 반도체 초격차 유지와 AI 경쟁력 확보, 미래 재정위험 대응에 활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세수가 늘어난 시기에 이를 당해연도 사업 확대에 모두 투입하기보다는 미래 성장기반을 유지할 수 있는 분야에 재투자하고, 고령화와 인구감소 등 구조적 재정압박에 선제적으로 대비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는 최근 우리나라 재정운용에서 반복되고 있는 ‘세수 호황과 세수결손의 급격한 교차’에 대한 문제의식과도 맞닿아 있다.
실제로 최근 몇 년 동안 대규모 초과세수와 세수결손이 반복되면서 정부 재정은 세입 전망의 불확실성이 커지는 상황을 경험했다. 따라서 초과세수가 발생했을 때 이를 어떻게 관리하느냐가 향후 재정건전성을 좌우할 핵심 변수가 되고 있다.
대구대학교 박승준 교수는 경제와 세수 기반의 구조적 변화에 맞춰 추가세수 산식을 정기적으로 점검하고, 미래투자와 재정충격에 대비해 사용할 재원의 배분 원칙을 명확히 설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세수결손으로 약화된 기금…“초과세수로 재정안전판 복원해야”
안 의원은 8월 26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경제부처 질의에서도 재정의 구조적 취약성을 집중적으로 점검했다.
핵심은 세수결손을 보전하는 과정에서 기금의 재정 기반이 약화됐다는 점이다.
안 의원은 정부가 최근 3년간 약 100조 원 규모의 세수결손을 보전하는 과정에서 일부 기금의 재원을 활용하면서 응급의료·국민건강증진·군인연금 등 일부 기금의 재정 여력이 약화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기금은 평상시에 재원을 축적해 경기침체나 사회적 위기, 특정 정책수요가 발생했을 때 활용하는 일종의 재정안전판이다.
따라서 세수 부족을 메우기 위해 기금의 여유재원을 반복적으로 사용하는 구조가 고착될 경우, 정작 재정위기가 발생했을 때 활용할 수 있는 완충장치가 약화될 수 있다는 것이다.
안 의원은 향후 발생하는 초과세수 가운데 일부를 활용해 취약해진 기금을 보강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이는 초과세수를 단순히 새로운 사업에 배분하기보다는 과거 세수결손 과정에서 소진된 재정 여력을 먼저 복원한 뒤 미래투자에 활용해야 한다는 접근으로 해석된다.
■ 정책펀드도 ‘부처별 쪼개기’에서 범정부 통합관리로
정책펀드 운용체계도 도마에 올랐다.
안 의원은 정책펀드가 민간투자를 유도하는 마중물이라는 정책적 필요성은 인정하면서도, 부처별로 유사한 펀드가 지나치게 분화되면서 한정된 재원이 여러 곳으로 분산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첨단산업처럼 대규모 장기투자가 필요한 분야에서는 펀드가 지나치게 세분화될 경우 충분한 투자 규모를 확보하지 못해 규모의 경제를 달성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또한 운용기관과 성과평가 체계가 분절되면서 개별 펀드 간 비교는 물론 정책펀드 전체의 성과를 종합적으로 평가하기도 어렵다는 지적이다.
이에 따라 유사 정책펀드를 통합하고 투자 방향과 성과를 범정부 차원에서 관리하는 정책펀드 통합관리체계를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 안 의원의 주장이다.
정부 역시 정책펀드에 대한 종합적인 관리 필요성에 공감하고 대책 마련에 나서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 거시경제 성장과 국민 체감경기는 달라…AI·녹색전환 투자 확대해야
토론에서는 초과세수의 활용 범위를 첨단산업에만 한정해서는 안 된다는 의견도 제시됐다.
나라살림연구소 이상민 수석연구위원은 거시경제 지표상 성장세와 국민이 실제 체감하는 경제 사이에 괴리가 있다고 지적하면서, 초과세수를 AI 전환과 녹색전환을 위한 인프라 투자와 소득불균형 완화 등에 활용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충남대학교 정세은 교수 역시 미래투자의 범위를 산업 경쟁력에만 국한하지 않고 사회적 투자까지 확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AI 전환 과정에서 산업구조가 빠르게 변화할 경우 노동자 전환 지원을 비롯해 공공병원·복지시설·공공임대주택 등 사회 인프라에 대한 투자가 함께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다.
반면 한국조세재정연구원 오종현 본부장은 초과세수 활용의 우선순위를 세수 변동성 완화 이후 미래 성장동력 투자로 설정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특히 초과세수로 기금을 조성할 경우 향후 기금 지출 시점에 재정수지 악화가 집중될 가능성이 있는 만큼 새로운 재정수지 지표 개발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결국 전문가들의 논의는 초과세수를 둘러싼 핵심 쟁점이 ‘산업투자냐 복지냐’라는 단순한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재정안전성·성장투자·사회적 투자 사이의 우선순위를 어떻게 제도화할 것인가에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 국가 기간산업도 안정적·지속적 투자 필요…용수관리 등 기반시설 선제 대응
미래산업의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기업에 대한 직접적인 재정지원뿐 아니라 전력·용수·부지·교통 등 국가 기간산업 및 핵심 기반시설에 대한 안정적이고 지속적인 투자가 뒷받침돼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특히 반도체와 AI 등 첨단산업은 막대한 전력과 용수를 안정적으로 공급받을 수 있는 기반시설이 산업 입지와 직결된다.
따라서 특정 시점의 산업투자에만 재정을 집중하기보다는 장기간에 걸쳐 필요한 기반시설을 확충하고 유지·관리할 수 있는 재정운용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다.
안 의원도 전남·광주 반도체 클러스터와 관련해 부지와 용수 확보 등 지역 현안을 집중 점검하고, 2029년 완공 목표를 차질 없이 추진할 수 있도록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을 주문했다.
특히 개발제한구역 해제 총량과 산업용지 확보 문제, 동복댐 증고에 따른 지역 주민의 우려 등 사업 추진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지역 현안을 선제적으로 해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는 첨단산업 육성이 단순히 기업의 투자만으로 완성되는 것이 아니라 산업용지·전력·용수 등 국가 기반시설을 얼마나 안정적으로 공급하느냐에 따라 성패가 좌우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 가계부채 171.1%…비율은 낮아졌지만 구조적 위험 여전
재정정책과 함께 우리 경제의 또 다른 구조적 위험요인으로 지목되는 것이 가계부채다.
나라살림연구소가 한국은행 자금순환표와 국민계정을 바탕으로 산출한 분석에 따르면, 2025년 우리나라의 가처분소득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171.1%**로 나타났다. 2021년 정점인 193.4%와 비교하면 22.3%포인트 낮아졌다.
표면적으로는 가계부채 부담이 개선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부채의 절대액과 소득 증가율을 함께 보면 상황은 달라진다.
나라살림연구소 분석에 따르면 2022년 이후 가계부채 잔액이 실제로 감소한 해는 2023년 한 차례에 그쳤다. 나머지 기간에는 부채 자체가 계속 증가했다.
즉 최근 가계부채 비율 하락은 가계가 빚을 적극적으로 상환한 결과라기보다 소득이 부채보다 빠르게 증가하면서 분모가 커져 비율이 낮아진 ‘수동적 하락’에 가깝다는 분석이다.
OECD 주요국과 비교해도 한국의 가계부채 부담은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2025년 수치는 OECD 38개국 가운데 7번째로 높은 수준으로 분석됐다.
더욱 우려되는 것은 부채의 내부구조다.
2022~2025년 비율 하락 기간에도 주택 관련 대출은 2021년 말보다 약 185조 원 증가한 반면, 신용대출 등 기타대출은 약 88조 원 감소했다.
이에 따라 가계부채에서 주택 관련 대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2026년 1분기 기준 59.1%까지 높아진 것으로 분석됐다.
이는 가계부채가 단순히 감소한 것이 아니라 주택 관련 부채를 중심으로 구조가 재편되고 있다는 의미다.
■ 은행권 규제 강화에 비은행권으로 이동…‘풍선효과’ 경계해야
특히 은행권 주택담보대출 규제가 강화되면서 신협·상호금융·새마을금고 등 비은행예금취급기관으로 대출 수요가 이동하는 이른바 ‘풍선효과’가 나타나고 있다는 분석도 제기됐다.
나라살림연구소 분석에 따르면 2025년 6월 은행권 주담대 한도 규제가 강화된 이후 비은행권의 주택 관련 대출이 4분기 만에 약 26조 원 증가했다.
이는 가계부채 관리에서 은행권만 규제하는 방식으로는 전체 부채 총량을 효과적으로 관리하기 어렵다는 점을 보여준다.
은행권 규제를 강화하면 비은행권이 빈틈을 메우는 구조가 반복될 경우 금융시스템 전체의 위험은 감소하지 않고 규제 밖으로 이동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향후 가계부채 정책은 단순한 대출규제를 넘어 부동산시장 안정, 금융권별 동일기능·동일규제 원칙, 비은행권 감독체계 강화, 가계부채 총량 관리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 미국·영국과 다른 한국의 디레버리징…구조적 위험 관리가 관건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미국과 영국은 상당 기간 가계부채 자체를 줄이는 디레버리징 과정에 들어갔다.
반면 한국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에도 가계부채 증가세가 이어졌다. 2008년 말과 비교하면 2024년 말 한국의 가계부채 절대액은 약 179.7% 증가한 것으로 분석됐다.
따라서 현재의 가계부채 비율 하락을 미국·영국과 같은 본격적인 디레버리징으로 해석하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특히 한국은 고령화 속도가 빠르고 노후소득 보장 수준도 충분하지 않은 상황에서 주택 관련 부채 의존도가 높다는 점에서 가계부채가 소비와 성장, 금융안정뿐 아니라 향후 재정에도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크다.
■ 초과세수의 핵심은 ‘얼마를 쓰느냐’보다 ‘어떻게 관리하느냐’
안도걸 의원이 제기한 초과세수 논의와 가계부채 문제는 서로 다른 정책영역처럼 보이지만, 근본적으로는 국가의 재정·금융 안전판을 어떻게 구축할 것인가라는 하나의 문제로 연결된다.
경기가 좋을 때 발생한 초과세수를 모두 당해연도 지출로 소진할 경우 경기 하강기에 재정 대응 여력이 약해질 수 있다.
반대로 초과세수를 무조건 쌓아두기만 한다면 미래 성장과 사회적 투자에 필요한 적시성을 놓칠 수 있다.
결국 필요한 것은 초과세수의 발생 여부에 따라 정부가 임의적으로 지출 규모를 조정하는 방식이 아니라, 세수 호황기에 재정안전판을 축적하고, 취약해진 기금을 보강하며, 국가 경쟁력을 높이는 분야에 장기적으로 투자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다.
안 의원은 “급변하는 대내외 환경 속에서 재정을 어떻게 효율적으로 관리하고 미래를 대비하느냐는 우리 국가의 생존과 직결된 과제”라며 “세수 변동성이 커지고 미래투자 수요가 확대되는 상황에서 재정의 안정성을 지키면서 필요한 곳에 적시 투자할 수 있는 혁신적인 재정운용 장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어 “이번 토론회에서 논의된 내용을 바탕으로 국회에서 미래대응기금을 꼼꼼히 심사해 취지는 살리고 미비점을 보완하겠다”고 강조했다.
결국 앞으로의 재정정책에서 중요한 것은 초과세수를 단순히 ‘남는 돈’으로 바라보는 시각에서 벗어나는 것이다.
초과세수는 미래산업에 대한 투자재원이면서 동시에 세수결손과 경기충격에 대비하는 재정안전판이며, 약화된 기금의 재정건전성을 복원하는 자원이어야 한다.
여기에 가계부채처럼 민간부문에 누적된 금융위험까지 함께 관리해야 한다. 재정·산업·금융정책을 각각 따로 관리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미래 성장투자와 재정건전성, 국가 기간산업의 안정적 운영, 금융안정을 하나의 국가 재정전략 안에서 연계해 관리하는 정책 전환이 필요한 시점이다.
(환경경영신문 https://ionestop.kr// 정치외교학박사 장계순 전문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