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천여 직원 생계 불투명... 급여 지급도 어려운 상황
미-캐나다 무역갈등으로 투자 무산... 매출 30% 급감
캐나다 상징 기업 존폐 기로에... 경쟁사 시몬스는 확장 중
캐나다 역사상 가장 오래된 소매업체인 허드슨 베이(Hudson's Bay)가 파산 직전 상황에 몰려 채권자 보호를 신청했다.
허드슨 베이는 7일 온타리오 고등법원에 채권자 보호 신청서를 제출하고 본격적인 구조조정에 착수했다. 현재 상황이 개선되지 않으면 며칠 내에 9,364명 직원의 급여도 지급하지 못할 정도로 심각한 재정난에 처한 것으로 드러났다.
1670년 설립되어 353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이 백화점 체인은 소비 침체, 미국-캐나다 간 무역 갈등, 코로나19 이후 도심 상권 침체 등 복합적 요인으로 경영 상황이 악화됐다. 특히 미국이 캐나다에 관세 부과를 위협하면서 투자 유치가 무산된 것이 결정타가 됐다.
허드슨 베이는 현재 의류, 가정용품, 화장품, 가구 등을 판매하는 80개 소매 매장을 보유하고 있다. 라이선스 계약을 통해 운영 중인 캐나다 내 3개의 삭스 피프스 애비뉴(Saks Fifth Avenue) 매장과 13개의 삭스 오프 5번가(Saks Off 5th) 매장은 계속 운영된다.
법원에 제출된 문서에 따르면 허드슨 베이는 건물주, 서비스 제공업체, 공급업체에 대한 대금 지급에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몇 개월 동안 특정 지급을 연기해 온 것으로 확인됐다. 회사는 미국 투자관리회사 리스토어 캐피털로부터 1천600만 달러의 긴급 대출을 확보했지만, 전체 부채 규모에 비하면 부족한 수준이다.
허드슨 베이의 경영 악화는 수년간 진행돼 왔다. 여러 매장 폐쇄와 대규모 인력 감축이 반복됐고, 2021년부터 2022년까지 1억3천만 달러를 투입해 전자상거래 확장에 나섰지만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2023년에는 인력과 마케팅 예산을 줄여 1억 달러를 절감했음에도 매출은 전년 대비 30% 이상 감소했다.
토론토 퀸 스트리트 웨스트의 대표 매장은 최근 몇 개월간 관리 소홀로 에스컬레이터가 자주 고장 났고, 푸드 코트가 폐쇄된 자리에는 무질서하게 다른 상품들이 채워졌다. 고급 식품점 푸사테리스와 커피 브랜드 네스카페도 이 매장에서 철수했다.
리처드 베이커 씨가 이끄는 미국 부동산 기업 내셔널 리얼티 앤드 디벨롭먼트는 2008년 허드슨 베이를 11억 달러에 인수했다. 2012년 상장했다가 2020년 초 다시 비상장 회사로 전환했지만, 코로나19 대유행과 맞물려 회복 기회를 잡지 못했다.
허드슨 베이의 쇠락과 대조적으로, 캐나다 내 주요 경쟁업체인 시몬스는 7천500만 달러 규모의 확장 계획을 진행 중이다. 185년 역사의 이 백화점 체인은 토론토의 요크데일과 이튼 센터 쇼핑몰에 올해 말 새 매장을 열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