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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1970년대 이청준의 《당신들의 천국》이 있었다면, 2020년대에는 심너울의 《갈아 만든 천국》이 있다. 이제 일방적으로 강요된 개발 독재의 천국은 아니지만, 모든 것을 개인의 능력과 노력 탓으로만 돌리며 합리화된 착취로 풍요가 유지되는 현대 사회를 날카롭게 반영한다. 풍자와 해학의 미를 젊은 감각으로 구사하며 《땡스 갓, 잇츠 프라이데이》 《나는 절대 저렇게 추하게 늙지 말아야지》 등을 통해 MZ세대의 대표 소설가 중 한 명으로 자리 잡은 심너울의 특장이 고스란히 담겼다.
소설은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21세기 한국을 배경으로 하지만 이곳에는 마법이 존재한다. 기본적으로는 혈통에 따라 소수에게 마력이 대물림되는 원리지만, 개인이 타고나는 힘의 세기는 운에 따라 부모에 비해 높거나 낮을 수도 있다. 태어나면서부터 자신의 마력을 마음껏 부리며 살아온 마법 능력자들에게 힘의 근원인 척추뼈 속 보랏빛 ‘역장’은 삶의 근간이자 존엄 그 자체이지만, 절박한 사정에 몰린 가난한 사람들은 부유한 이들에게는 푼돈에 불과한 수준을 손에 쥐고 자신의 역장을 내어놓고자 수술대를 오른다. 돈을 지불하고 역장을 얻은 이들은 자신의 마력을 증강하여 기득권을 유지하고 정당화한다.
평범한 사람들은 도시에서 생존하고 꿈을 이루고자 영혼까지 끌어서 자신을 갈아 넣어야 한다는 강박에 시달리지만 약속된 ‘더 나은 미래’는 영원히 이들에게 주어지지 않는다. 약하고 가난한 사람들의 피와 땀으로 이루었지만 정작 이들은 초대받지 못한 ‘당신들의 천국’은 지금 여기 한국 사회를 똑 닮아 있다. 늘 피로하고 매 순간 감시되며 부와 기회가 교묘하게 세습되는 현대의 계급사회를 가장 리얼한 방식의 판타지로 풀어낸 소설이 바로 심너울의 신작 《갈아 만든 천국》이다.
목차
허무한 매혈기
내게 주어져 마땅한 힘
더 나은 세상을 위해서라면
가족을 찾아서
핏빛 귀환
작가의 말
저자 및 역자소개
심너울 (지은이)
2018년 서교예술실험센터 ‘같이, 가치’ 프로젝트에서 단편소설 〈정적〉을 발표하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소설집 《땡스 갓, 잇츠 프라이데이》 《나는 절대 저렇게 추하게 늙지 말아야지》 《꿈만 꾸는 게 더 나았어요》, 중편소설 《이런, 우리 엄마가 우주선을 유괴했어요》, 장편소설 《우리가 오르지 못할 방주》, 산문집 《오늘은 또 무슨 헛소리를 써볼까》가 있다.
〈세상을 끝내는 데 필요한 점프의 횟수〉로 2019년 SF어워드 중단편 부문 대상과 부산국제영화제 아시안 필름 마켓 토리코믹스어워드를 수상했다.
출판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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