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7. 1 – 7. 31 갤러리반포대로5, 3F (T.02-582-5553, 서초동)
정유미 개인전
글 : 정유미 작가노트
옻칠회화에 입문한 지 20년이 다 되어가지만, 아직도 실험적으로 하고 싶은 것들이 많이 있다. 아마도 옻칠이 가지고 있는 매력적인 따뜻한 성질 때문일 것이다. 다루기가 꽤나 까다로운 옻칠이지만 작업을 완성하고 난 후의 만족의 기쁨은 그 까다로운 성질을 잘 다루었다는 일종의 안도감인 것 같다.
으깨고 바르고 다듬고 칠장에 고이 고이 말리고....이 과정이 수십, 수백은 들어가야 겨우 한 작품이 끝이 난다. 산속에 들어 앉아 도를 닦기에도 이만한 재료가 없을 것 같다.
이 때문에 테니스엘보, 척추병 등에 시달린 적도 있어서 혼자 틈틈이 자가치료도 병행하고 있지만, 까다로운 재료인 만큼 창조주가 주신 칠 재료 중 가장 으뜸이라고 설명하고 싶다.
재료가 자연에서 주어졌으므로 작품 내용에도 자연을 담고 싶었다.
자연에서 찾고 싶은 순리를... 그래서 작품의 소재에 인공적인 것을 최대한 배제하고 역동적인 자연의 흐름을 나타내 보곤 한다.
보이지 않는 질서 속의 생명의 흐름을 이 재료와 어우러지게 담백하게 나타내는 것이 늘 고민이다.
공예에서 많이 쓰는 옻칠재료로 회화적 표현을 잘 할 수 있는 방법을 연구하는 일은 항상 주어지는 과제이다. 약 100년 전 베트남에서는 근대 회화표현을 최초로 시도하여 연구하고 있어서 유학했던 본인이 축적된 역사적 도움을 받았고, 훌륭하신 스승님께 한국의 전통 기법을 배웠던 점은 내 일생에 감사한 사건이 되었다. 게다가 아직도 옻칠은 표현할 수 있는, 아직 시도되지 않은 숨은 기법들이 상상 이상으로 많이 존재하고 있다. 작업할 때 복잡한 머릿속을 최대한 비우고 손 가는 대로 표현 가능한 것들을 다양하게 시도해 보곤 하는데, 머릿속은 비웠으나 그래도 작업 과정은 퍼즐을 하나씩 맞추어 가는 신중한 과정이 된다. 이렇게 표현하면서 어떻게 처리해 완성할지 먼저 갈아내야 할지...한꺼번에 갈아내야 할지.... 등등 겹겹이 순서에 따라서도 그 느낌이 순식간에 바뀐다.
보통 옻칠로 했던 기법들은 화려하고 인공적인 느낌이 나는 공예적 기법들이 많았다. 그래서 그런 표현법이 아닌 더 담백하게 회화적으로 다가가는 법이 무엇일까를 고민한다. 하지만, 옻칠이 가지고 있는 고유의 따뜻한 빛깔과 공예적 기법의 독특함을 잃지 않는 방법...그러면서 어둡다고 하는 옻칠의 특징에서 벗어나 자연스럽게 따뜻한 빛을 발하는 작품이 되어가게 하는 방법... 결국 과하지도 부족하지도 않게 균형을 맞춰 나가는 법은 쉽지 않은 과제인 것 같다. 우리네 인생사가 그러하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