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차를 타고
박소란
한 사람을 입원실에 옮겨두고
저는 서울로 올라갑니다
별수 없다고 했습니다 아픈 사람의 입에서 짜부라져 나온 그 말
별수 없다, 별수 없어,
따라 중얼거리다 보니 제법 안심하게 됩니다
별수 없이, 또 살겠구나 그러겠구나
저는 서울로 갑니다
아야야 아파라, 하는 말 또한
저를 걷게 합니다
늦도록 문을 닫지 않았을 뚜레쥬르로 달려가
단팥빵을 두어개쯤 사야겠다는 결심
지금 이 시각이면 병도 잠이 들었을지
한움큼 약을 털어 넣고 알록달록한 꿈속을 거닐고 있을지
해마다 열리는 국화축제나 미더덕축제를 한번쯤 구경해 보자 한 적도 있었는데 퇴원을 하면
퇴원을 하면
또다시 입원을 하겠고
애를 써 보아도 눈은 감기지 않습니다
옆 사람이 켜둔 휴대폰 화면을 흘끔거리며 공연히 어떤 드라마를 상상하며
울고
이별하는 사람들이 등장하는 장면 같은 것
결국, 사랑하는 이야기일 테지요
네, 저도, 괜찮습니다
겹겹의 흉터로 덜컹이는 창을 도리 없이 바라보면
그 독하다는 어둠도 어쩌지 못하는
사람의 피
사람의 침, 가래, 오줌, 그리고
얼굴
저는 서울로 갑니다
제가 아는 가장 먼 곳으로
도망치듯
기차가 달려갑니다
깊은 잠에서 이제 막 깨어나, 꼭 그런 척
공들여 기지개를 켭니다
뻣뻣한 몸이 응급실처럼 환히 불 밝힌 역으로 천천히
아주 천천히 미끄러져 들어갈 때쯤
배가 고파질 것입니다
저는 곧 도착합니다
―시집 『수옥』 2024.6
-------
박소란 / 2009년 『문학수첩』으로 등단.
시집 『심장에 가까운 말』 『한 사람의 닫힌 문』 『있다』 『수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