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혹(不惑) / 성선경
흔들리지 않아서
그 무엇에도 흔들리지 않아서
한그루 소나무 옆의 바위처럼 조용히 누울와(臥)
개울가에서 발 담그면 고요히 흐를유(流)
수풀 사이에 몸 숨기면 들꽃 옆의 나비접(蝶)
새벽 강가에 서면 곱게 가라앉은 물안개 같아서
……불혹(不惑)……
들녘에 선 한 촌로나
촌로의 낫 아래 베어진 벼 밑동 같아서
그저 그리하여서
한 점 미혹됨이 없는 시(詩)여야겠는데
낙락장송 옆에서도 이미 학이 떠난 빈둥지같이 빌공(空)
개울가에서는 피래미나 송사리같이 깜짝 놀라 달아날주(走)
수풀 사이에선 또 이미 볼품없이 시든 꽃 추할추(醜)
새벽 강가에선 머저리같이 흔들리는 갈대처럼 꺾어질좌(挫)
저 들녘에선 흔들리는 허수아비
장바닥을 뒹구는 널부러진 호미
혹은 괭이자루
밑창 떨어진 헌 짚신짝
배추뿌리나 무우꼬랑지 같은
시인(詩人)이여.
- 성선경 시집 <몽유도원을 사다> 2006
첫댓글 불혹(不惑)이 되면 흔들리지 않는다고 했는데
불혹(不惑)을 넘어 반 배를 넘었는데도
내 마음은 이리도 흔들린다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