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 동네 목욕탕 / 아폴론 》
제목만 봐도 알겠지만
오늘은 아프로디테의 이야기입니다
하지만 일반적으로 알려진 것과는 다른 내용이죠!
아프로디테가 미와 사랑의 여신이면서
우라노스의 고추가 잘린 물거품에서
탄생했다는 건 다 알고 있겠지
하지만 나는 조금 다른 이야기를 해보려고함
바로 전쟁신적인 모습임!
아프로디테는 수메르 신화의 인안나와 동일시되는
메소포타미아의 이슈타르에서 따온 신임
이슈타르는 사랑과 임신, 전쟁의 여신이었는데
임신에서 알 수 있듯 풍요를 담당하는 신이기도 했음
또한 세계의 운명을 결정짓는 7신 중 한 명이기도 해
이렇게 아프로디테는
강인한 권세를 가지고 있는 신이었는데
특히 전쟁광적 면모가 강한 편이었음
그래서 그리스 신화에 오면서는
주로 전쟁의 신인 아레스와 짝지어졌어
그러나 어느 순간부터
아테나가 전쟁을 주관하게 되면서
아프로디테의 속성은 점차 줄어들었음
그럼에도 제우스처럼 자유로운 아프로디테는
거칠 것 없는 여성상으로 묘사되었고
반대로 제우스의 적장녀로서 권능을 행하는
아테나는 순결하며 가부장제에 순응하는
그런 역할로 그려지게 됨...
아프로디테와 아테나 모두
이슈타르에서 유래되어 나온 신이지만
가부장제를 허무느냐/수호하냐에 따라
정반대의 성격을 띤다고 함
아무튼 올림포스의 타 신들과 달리
아프로디테는 우라노스와 혈연으로 묘사되는데
(비록 잘린고추로 맺어진 인연이지만,,)
우리는 이 이야기를 통해서
제우스 신앙이 자리 잡기 이전부터
아프로디테가 신으로서 존재했었으며
자연스럽게 제우스 신앙에 편입되었다고
추측해볼 수 있는 거ㅇㅇ
다른 해석이지만 아프로디테가
우라노스의 신격인 하늘신적 면모를
가지고 있었다고도 추측해 볼 수 있음
그리고 본래 에로스는 아프로디테의 아들이 아닌
프로토게노이라는 태초신 중 하나였지만
아프로디테가 태어나자
스스로 그의 양아들이 되었다는 전승이 있는데
사랑이 아닌 원초적인 욕망의 신인 에로스가
아프로디테의 아들이 되었다는 게
바로 그의 권위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라는 거야
아프로디테의 권력이 점차 줄어들었다는 건
아프로디테와 헤파이스토스와의
결혼으로 알아볼 수 있는데
미와 사랑은 아프로디테의 신격 그 자체이며
당연하게도 사랑과 욕망은
아프로디테의 본능일 수 밖에 없는데
애인이었던 아레스나 다른 미남신도 아니고
추남신인 헤파이스토스를
제우스가 강제로 남편으로 삼아버린 것이
아프로디테의 신성이 격하된 것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장면이라는 거임
(제우스 씹쌔꺄)
이렇게 아레스와 아프로디테가
헤파이스토스 몰래 사랑을 나누다가
그물에 걸려서 신들에게 들키는 장면 같은 거 말이야
이것도 사실 헤파이스토스의 성질을 보여주는 동시에
아프로디테와 아레스를 깎아내리기 위한
용도였을 가능성이 큼...
(현대에 남은 기록은 주로 아테네의 것인데
아테네와 스파르타는 라이벌 도시였고
스파르타의 수호자는 아레스니께)
그리고 아프로디테와 헤라의 시중을 드는
카리테스라는 우아한 미의 여신들이 있었는데
라틴어로는 그라티에라고 발음함
영어 단어 Grace가 바로 여기서 나왔어
카리테스는 아프로디테를 꾸며주는 삼미신으로
아름다움의 조건을 상징했는데
아글라이아는 생기를,
에우프로시네는 기쁨을,
탈리아는 풍요로움을 의미했음
가운데 붉은 천을 두르고 있는 게 아프로디테고
왼쪽에 있는 세 여신이 바로 카리테스임
또한 아프로디테는
항상 설득의 여신 페이토를 데리고 다녔는데
그 덕에 아프로디테를 거부할 수 있는
남신들은 거의 없었다고 해
이는
아름다움은 설득력을 수반한다
라는 의미임
여담인데 아레스는 아프로디테 앞에서는
자주 무장을 풀고 얌전해지는데
사랑 앞에서는 전쟁조차도 무력해진다
혹은 전쟁에서도 사랑은 피어난다
라고 해석할 수 있다고 함
또한 아프로디테와 아레스에겐 많은 자식들이 있는데
에로스, 안테로스, 히메로스, 포토스,
데이모스, 포보스, 하르모니아, 아드레스티아가
바로 그들임 (아휴 많아)
사랑과 전쟁이 결합해서 성애와 사랑의 복수,
성적 갈망과 애욕, 패배, 공포, 조화, 혁명이 생겨났다고
여기는 그리스인들의 시점이라고도 볼 수 있음
(비슷한 속성인 에로스랑 안테로스, 히메로스, 포토스는
주로 많이들 에로테스로 묶어서 얘기하더라)
내 주관도 많이 들어간 해석이라고 봐주십셔
아프로디테가 완벽한 신이라는 소리는 아니고
여자들의 자유성을 무서워한
XY들 때문에 많이 경시되었다는 것!
그래도 아프로디테 신화가 자리 잡은 소아시아 지방은
그리스 내에서 상대적으로 여권이 높은 편이었음
사실 헤라도 명색이 최고 여신인데도
질투하는 모습만 나오고 그렇잖아?
어쨌든 원래 전쟁의 여신이기도 했는데
그리스 사람들이 가지고 있던 여성상이 함께 구현되며
아프로디테는 매우 잔인하고 변덕스러운
성격을 가지게 되었던 거 같음
그래서 그런지
그로신 보면 아프로디테는 죽음보다는
비참한 저주를 많이 내림
평생 애정을 받을 수 없다거나
비극적인 사랑에 빠지게 된다거나 하는 식으로
아프로디테 : 마릴린 먼로
우라노스 : 알랭 들롱
에로스 : 비요른 안데르센
첫댓글 허거걱… 프시케랑 페르세포네도 알고싶어… 엉엉 ・ᴗ・̥̥̥ 넘 재밌다 글
헉 너무 재밌다!!! 그로신 환장하는 사람으로서 다방면으로 신화를 파고드는 게.너무 재밌고 매력있는 것 같아
아름다움은 설득력을 수반한다 이거 완전 요즘 말로 얼굴이 개연성이네 그로신 글은 항상 재밌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