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부
1
그러니까 상고시대로부터 지금에 이르기까지
우리나라 총인구수를
알고 싶다면
두부를 먹어본 사람 수를 헤아리면 되리라
2
여기 두부가 있다
무색무취에다 자의식이 없는 두부는
돼지비계와 붙고 김치에 붙고 쓸개와도 어울린다
어떤 맛도 주장하지 않는 두부는
모
든 맛과 거리를 두고 있어 어느 쪽으로도 기울지 않는다
두부는 그냥 두부일 뿐,
아마 중용이란 낱말에 혀를 대어보면
십중팔구 두부맛이 나리라
네모로 잘리든 형이 으깨져 동그랑 땡이 되든
말 그대로 무아 무상이다
반야심경을 푹 우려낸 물에
간수를 넣어 굳히다면 아마 두부가 되리라
3
두부쯤이야
단숨에 짓뭉개버릴 수도,
심장 깊숙이 칼을 꽂을 수도,
나는 두부 앞에서 당당하다
젓가락으로 모서리 한 점을 건드려 본다
기다렸다는 듯 두부는
스스로 제 살점을 뭉툭 떼어
젓가락 쪽으로 옮겨 앉는다
칼로 잘라본다
칼이 닿자마자 두부는 온몸으로 칼을 받아들여
칼의 길이 되어 버린다
큰 육모, 작은 육모, 조각 난 두부 어디에서도
칼의 흔적 칼의 상처를 느낄 수 없다
어느 칼잡이의 칼을 받아내는 솜씨가 이러할까
고수 중에 상고수다
4
온두부
연두부
연두부에다 순두부
두부는 연하고 순하다 따뜻하고 착하다
그래, 두부야, 그래서 두부야
그러니까 두부여, 무엇이라고 이 두부놈아
아이구 두부님 어이구 두부시여
나의 화두는 이제, 두부이다
- 김영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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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롱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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