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사람이 억울하다는 듯이 말을 한다. 말을 들은즉 길을 가다가 길가에 그리 길지도 않은 굵은 밧줄이 있기에 그것을 집어 왔더니 도둑 취급을 하더라는 것이다. 그래서 그 밧줄에는 아무 것도 달리지 않았더냐고 묻는 말에『소가 한 마리 붙어 있더라』는 것이다. 독자 여러분은 이 사람의 말을 듣고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사람은 자기의 잘못을 감추고 싶은 본능적인 마음이 있는 것이다. 그 마음은 자기 보호로 변명하고, 속이고, 과장하고, 울고, 웃고 하면서 살아간다. 천주10계의 7째 계명은 도둑질을 하지 말라는 것이다. 불의하게 남의 물건을 빼았거나 손해를 끼치는 것과 그런 일에 가담하거나 자기 재산을 낭비하는 따위를 금하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어떤 종류의 도둑질이라 하더라도 게명을 어기는 것이 되고, 어떤 모양으로든지 자기의 재산이나 남의 재산을 파손하거나 낭비하는 것까지도 옳은 일이 아니다. 하느님이 우리에게 만물을 주시고 그것을 사용하고 살라는 것은 우리에게 그것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필요 이상의 낭비는 잘못인 것이다. 사람은 누구나 자기의 소유를 간직할 권리를 가지고 그 권리를 침해하는 것은 죄가 된다. 이것 역시 질서의 파괴이기 때문에 금하는 것이다.
그러나 도둑질이라 하더라도 그 종류가 없는 것은 아니다. 만일 누가 공공 기물이나 공공 재산 국가의 재산 등을 도둑질하거나 파손하였다면 더 큰 잘못을 저지른 것이다.
개인의 물건이라 할지라도 부자의 것과 가난한 사람의 것을 훔쳤을 때 전자의 대한 잘못보다 후자에 대한 잘못이 더 큰 것이다. 그 이유는 하느님께서 우리에게 주실 때는 만인이 동등하게 사용하도록 주신 것이고 어느 특정인이 더 많이 가져야 할 권리는 주지 않았다.
다 같이 필요에 의해서 사용하라는 것이다. 그러나 정당하게 벌어서 더 많이 가지는 것은 능력의 차이기 때문에 무관하지만 불의하게 착취해서 부자가 되는 것도 일종의 도둑질이다. 예를 들어 일꾼의 임금을 정당히 지불하지 않는다거나 속임수로 상행위를 해서 벌은 것 등은 제7계정에 저촉이 된다.
/ 김영환 신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