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일전 컴퓨터가 부팅이 안된다.
요즘 전자제품의 라이프 싸이클이 3개월에서 6개월이란다.
지금 내가 쓰고 있는 "후지쯔 라이프북" 노트북은 벌써 7년이나 됐으니 아마 최장수 노트북에 속하지 않을까..?
늙은 소가 쓰러지면서 내는 워낭소리처럼 나의 노트북도 덜거덕 덜거덕 쉬~잉~소리만 숨가쁘게 내고 있었다.
아무래도 바이러스에 감염이 되었던가..아니면 프로그램끼리 충돌이 일어났나보다.
그러나 문제는 하드디스크에 나에 관한 모든것이 들어있다는 것이다.
평소에 백업을 받아놨으면 문제가 없으련만 너무 게을렀던가 아니면 자만했나보다.
당장 거래하는 세군데 은행의 인터넷 뱅킹 비밀번호를 모르겠다.
평소 일일이 쳐넣기가 귀찮아서 바탕화면 메모장에 저장해놨다가 복사해서 봍여넣기만 했던 것이다.
그리고 그동안 미국생활의 흔적인 사진과 비즈니스 관련파일과 캐쉬 플로어 등등...
나는 잠시 고민을 했다.
포맷(Format)을 할 것인가 아니면 복구를 해 볼것인가...
끝까지 살려보려고 밤새 복구를 시도했지만 실패했다.
어쩔 수 없이 포맷을 하기로 했다.
포맷 디스크를 넣고 F12 key를 두드리면서 CMOS모드로 들어갔다.
마지막으로 사형수에게 할말 없냐고 묻는 것 처럼 "정말 포맷하시겠습니까?"라는메세지가 뜬다.
이제 이별을 할 시간이다.
잠시 망설이다 나는 Enter키를 눌렀다.
쉬쉬쉬~~슁 하면서 CD롬 돌아가는 소리가 난다.
나는 방문을 나섰다. 앞으로 40분후면 나의 노트북은 다시 어린아이처럼 새롭게 태어날 것이다.
이민 생활 3년.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시간이었다. 그동안 뒤도 안돌아보고 앞만 보고 달려갔다.
우리가 목표한 지점에 딱 절반에 서있다.
이제는 뒤로 돌아갈 수도 없다. 오직 앞으로만 나갈 뿐이다.
신년을 맞아 나의 노트북이 매너리즘에 빠지지말라는 경고인 듯 하다.
노트북처럼 나도 다시 새롭게 마음을 가다듬고 또 한해를 출발해야겠다.
사업계획도 다시 세워보고 나를 돌아보는 시간을 갖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