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백꽃이 벌써 피었나요?
어릴적에 늘 집주변에 피어있던 꽃이라서
그리 이쁘다는 생각은 못하고 지내지요.
모두들 동백이 마치 눈물을 흘리는 여인처럼 묘사를 하는데..
늘 그꽃을 보면서 "펑퍼짐한 아즘마"를 연상합니다.
어릴적에도 그랬고 지금도 그렇고..
늘 즐겨불렀던 송창식의 선운사라는 노래가 있는데..
물론 미당의 시라고 해야되겠지만
그 노래를 부르면서도 도저히 연결이 안되지요..
후후후
못떠나긴 멀 못떠나나
거기 가면 오히려 헤어질까 말까 고민하다가두 헤어지기로 결심할것 같다는 생각을 많이 했습니다.
가!!
너 만나두 되는일이 하나구 없어!!
(낙엽 집어 던진다!!)
이런 광고가 생각 나네요.
저는 꽃보다는 오히려 쬐그맣게 피어나는 파란잎이 더 이쁘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라서
작은 잎이 뽀족 날 때쯤 계룡산을 가볼까 합니다.
아주 멋진글 감사합니다. 근데 산수유 꽃도 이쁘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었군요..놀랍습니다. 누르스름하고 향기도 야리꾸리한 그 꽃을 보고 저렇게 멋진 글을 쓸 수 있다니..헤헤헤
: 돌산도 항일암 앞바다의 동백꽃은 바닷바람에 수런거린다. 동백꽃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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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해안선을 가득 메우고도 군집으로서의 현란한 힘을 이루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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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백은 한 송이의 개별자로서 제각기 피어나고, 제각기 떨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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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백은 떨어져 죽을 때 주접스런 꼴을 보이지 않는다. 절정에 도달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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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 꽃은, 마치 백제가 무너지듯이, 절정에서 문득 추락해버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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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눈물처럼 후드득' 떨어져 버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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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돌산도 율림리 정미자 씨 집 마당에 매화가 피었다. 1월 중순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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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눈속에서 봉우리가 맺혔고, 이제 활짝 피웠다. 매화는 잎이 없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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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른 가지로 꽃을 피운다. 나무가 몸 속의 꽃을 밖으로 밀어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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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꽃은 품어져 나오듯이 피어난다. 매화는 피어서 군집을 이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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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꽃핀 매화숲은 구름처럼 보인다. 이 꽃구름은 그 경계선이 흔들리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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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봄의 대기 속에서 풀어져 있다. 그래서 매화의 구름은 혼곤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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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몽롱하다. 이것은 낱낱이 바람에 날려 산화(散華)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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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매화는 바람에 불려가서 소멸하는 시간의 모습으로 꽃보라가 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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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라진다. 가지에서 떨어져서 땅에 닿는 동안, 바람에 흩날리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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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 잠시 동안이 매화의 절정이고, 매화의 죽음은 풍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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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배꽃과 복사꽃과 벗꽃이 다 이와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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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선암사 뒷산에는 산수유가 피었다. 산수유는 다만 어른거리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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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꽃의 그림자로서 피어난다. 그러나 이 그림자 속에는 빛이 가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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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빛은 이 그림자 속에 오글오글 모여서 들끓는다. 산수유는 존재로서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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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량감이 전혀 없다. 꽃송이는 보이지 않고, 꽃의 어렴풋한 기운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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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파스텔처럼 산야에 번져 있다. 산수유가 언제 지는 것인지는 눈치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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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렵다. 그 그림자 같은 꽃은 다른 모든 꽃들이 피어나기 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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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을이 스러지듯이 문득 종적을 감춘다. 그 꽃이 스러지는 모습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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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무가 지우개로 저 자신을 지우는 것과 같다. 그래서 산수유는 꽃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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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니라 나무가 꾸는 꿈처럼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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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산수유가 지면 목련이 핀다. 목련은 등불을 켜듯이 피어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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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꽃잎을 아직 오므리고 있을 때가 목련의 절정이다. 목련은 자의식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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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득 차 있다. 그 꽃은 존재의 중량감을 과시하면서 한사코 하늘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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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향해 봉우리를 치켜 올린다. 꽃이 질 때, 목련은 세상의 꽃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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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장 남루하고 가장 참혹하다. 누렇게 말라 비틀어진 꽃잎은 누더기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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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되어 나뭇가지에서 너덜거리다가 바람에 날려 땅바닥에 떨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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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목련꽃은 냉큼 죽지 않고 한꺼번에 통째로 툭 떨어지지도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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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뭇가지에 매달린 채, 꽃잎 조각들은 저마다의 생로병사를 끝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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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치러낸다. 목련 꽃의 죽음은 느리고도 무겁다. 천천히 진행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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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말기 암 환자처럼, 그 꽃은 죽음이 요구하는 모든 고통을 다 바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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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서야 떨어진다. 펄썩, 소리를 내면서 무겁게 떨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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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 무거운 소리로 목련은 살아 있는 동안의 중량감을 마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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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봄의 꽃들은 바람이 데려가거나 흙이 데려간다. 가벼운 꽃은 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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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거운 꽃은 무겁게 죽는데, 목련이 지고 나면 봄은 다 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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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항일암 앞바다의 동백꽃은 사람을 쳐다보지 않고, 봄빛 부서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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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먼 바다를 쳐다본다. 바닷가에 핀 매화 꽃잎은 바람에 날려서 눈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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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바다로 떨어져 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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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매화 꽃 떨어지는 봄 바다에는, 나고 또 죽는 시간의 가루들이 수억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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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개의 물비늘로 반짝이며 명멸을 거듭했다. 사람의 생명 속을 흐르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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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간의 풍경도 저러할 것인지는 알 수 없었으나, 봄 바다 위의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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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순결한 시간의 빛들은 사람의 손가락 사이를 다 빠져나가서 사람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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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것을 움켜쥘 수 없을 듯 싶었고, 그 손댈 수 없는 시간의 바다 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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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꽃잎은 막무가내로 쏟아져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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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봄은 숨어 있던 운명의 모습들을 가차없이 드러내 보이고, 거기에 마음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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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대끼는 사람들은 봄빛 속에서 몸이 파리하게 마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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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봄에 몸이 마르는 슬픔이 춘수(春瘦)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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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 훈님의 에세이 '자전거 여행'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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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제... 봄인 듯 하여 글 하나 옮겨 보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