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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애덤 스미스부터 21세기 자본주의까지, 250년간의 경제사상사『E. K. 헌트의 경제사상사』. 3판은 삭제된 내용 없이, 수치와 데이터를 업데이트했고 2008년 세계 금융위기 이후로 더욱 복잡해진 현실을 반영한 새로운 이론들을 소개한다. 수많은 경제학자의 저작을 모두 섭렵하기 힘든 상황에서 이 책은, 각 경제학자의 사상과 이론이 제기된 배경부터 그 구체적인 내용과 가치, 후대에 미친 영향, 그리고 관련된 논쟁 등을 일목요연하고 체계적으로 정리했다.
저자소개
저자 : E.K. 헌트
EMERY KAY HUNT는 1937년 미국 유타에서 태어났다. 유타 대학교에서 박사 학위를 받은 뒤 1969년부터 1978년까지 캘리포니아 대학교 리버사이드에서 강의했다. 그 뒤로 현재까지 유타 대학교 명예교수로 있으면서 다섯 개 대학에서 강의하며 후학을 양성해왔다. 급진적 정치경제학을 위한 연합(UNION FOR RADICAL POLITICAL ECONOMY, URPE)의 창립자의 한 명으로 주로 경제사상사, 마르크스주의 경제학 이론, 후생경제학 이론을 연구했다. 강의와 연구로 수많은 상을 받았으며, 다수의 학술 논문과 책을 썼다.
지은 책으로 하워드 J. 셔먼과 함께 쓴 《경제학: 전통적 관점과 급진적 관점 입문》 외에도 《자본주의에 불만 있는 이들을 위한 경제사 강의》, 《소유의 역사》, 《자본주의 전개와 이데올로기》, 《가격과 빈곤》 등이 있다.
저자 : 마크 라우첸하이
MARK LAUTZENHEISER는 얼햄 대학 경제학과 부교수이다. 주로 경제사상사 연구에 관심을 두고 마르크스와 케인스, 경기 이론, 경제학 등을 강의한다. 《래디칼 이코노믹스 리뷰》의 편집위원으로도 활약하고 있다.
역자 : 홍기빈
서울대학교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 외교학과를 거쳐 캐나다 요크 대학교에서 정치학과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글로벌 정치경제연구소 소장과 칼 폴라니 사회경제연구소 연구위원장을 맡고 있다. 지은 책으로 《비그포로스, 복지 국가와 잠정적 유토피아》, 《자본주의》, 《아리스토텔레스, 경제를 말하다》, 《살림/살이 경제학을 위하여》 등이 있고, 옮긴 책으로 칼 폴라니의 《칼 폴라니, 새로운 문명을 말하다》, 《거대한 전환》과 《다호메이 왕국과 노예무역》, 소스타인 베블런의 《자본의 본성에 관하여 외》, 제프리 잉햄의 《돈의 본성》 등이 있다.
목차
옮긴이의 말 - 《E.K. 헌트의 경제사상사》에 대하여
3판에 부치는 서문
서문
감사의 말
1 서론
자본주의의 정의
자본주의 이전의 유럽 경제
원거리 교역의 증대
선대제와 자본주의적 공업의 탄생
장원 시스템의 쇠퇴
노동계급의 창출
자본주의로의 이행을 가져온 다른 힘들
중상주의
2 애덤 스미스 이전의 경제사상
가치와 이윤에 대한 초기 중상주의 저작
후기 중상주의 저작과 개인주의 철학
프로테스탄트주의와 개인주의 윤리
개인주의의 경제정책
가격과 이윤에 대한 고전파 이론의 시작
사회 개혁가로서의 중농주의자
케네의 경제사상
결론
3 애덤 스미스
스미스 사상의 역사적 맥락
스미스의 역사 이론과 사회 이론
스미스의 가치론
스미스의 경제적 후생 이론
계급 갈등과 사회적 조화
4 토머스 로버트 맬서스
맬서스 시대의 계급 갈등
인구론
교환과 계급 갈등의 경제학
공급과잉 이론
5 데이비드 리카도
지대론 그리고 이윤에 대한 최초의 접근
자본가와 지주 간 갈등의 경제적 기초
노동가치론
자본구성이 상이한 경우의 가격 결정
가격 결정의 수치 예
소득분배와 노동가치론
공급과잉은 일어날 수 없다
기계는 비자발적 실업의 원인
비교 우위론과 국제무역
사회적 조화와 계급 갈등
6 합리주의적 주관주의: 벤담, 세, 시니어의 경제학
효용가치론의 전제와 사회적 기원
효용에 대한 제러미 벤담의 사상
사회 개혁가로서의 벤담
효용, 생산, 소득분배에 대한 장바티스트 세의 견해
시장의 작동에 대한 세의 법칙
나소 시니어의 사회적 지향성
시니어의 이론적 방법론
시니어의 네 가지 명제
효용 극대화, 가격, 공급과잉에 대한 시니어의 견해
인구와 노동자 후생에 대한 시니어의 관점
자본축적과 절욕에 대한 시니어의 견해
지대 그리고 계급 간 소득분배에 대한 시니어의 견해
사회적 조화와 가난한 자의 정치경제학이 대결하다
7 가난한 자들의 정치경제학: 윌리엄 톰프슨과 토머스 호지스킨
공업화에 대한 노동자의 저항
톰프슨의 공리주의와 노동가치론
평등주의적 시장 사회주의에 대한 톰프슨의 주장
시장 사회주의에 대한 톰프슨의 비판
톰프슨의 공리주의에 대한 비판
이윤의 원천에 대한 토머스 호지스킨의 이론
호지스킨의 자본 개념
호지스킨의 공리주의
8 순수 공리주의 대 절충적 공리주의: 바스티아와 밀의 저작
사회주의 사상의 확산
바스티아의 공리주의 경제학의 기초와 범위
효용과 교환
사적 소유, 자본, 이윤, 지대에 대한 바스티아의 옹호
교환, 사회적 조화, 정부의 역할에 대한 바스티아의 관점
밀의 공리주의
밀의 가치론
임금에 대한 밀의 견해
이윤율의 저하 경향
사회주의에 대한 밀의 생각
밀의 정부 개입을 통한 개혁주의
밀의 개혁주의에 대한 비판
9 카를 마르크스
고전파 경제학에 대한 마르크스의 비판
상품, 가치, 사용가치, 교환가치
유용노동과 추상노동
상품 생산의 사회적 성격
단순 상품 유통과 자본주의적 유통
잉여가치, 교환, 유통영역
자본의 유통과 생산의 중요성
노동, 노동력, 자본주의의 정의
노동력의 가치
필요노동, 잉여노동, 잉여가치의 창출과 실현
불변자본, 가변자본, 잉여가치율
노동일의 길이
노동가치론과 전형 문제
사적 소유, 자본, 자본주의
본원적 축적
자본주의적 축적
경제적 집중
이윤율 저하의 경향
부문 간 불균형과 공황
프롤레타리아트의 소외와 비참함의 증대
10 공리주의의 승리: 제번스, 멩거, 발라의 경제학
제번스의 한계효용과 교환의 이론
한계효용, 가격, 소득분배에 대한 멩거의 이론
방법론에 대한 멩거의 주장
경제의 일반균형에 대한 발라의 이론
일반균형의 안정성
자본주의에 대한 발라의 이데올로기적 옹호
신고전파 한계주의의 지적 관점
부록
11 기업과 소득분배에 대한 신고전파의 이론: 마셜, 클라크, 뵘바베르크의 저작
효용 이론과 수요 이론에 대한 마셜의 기여
신고전파 가계 이론과 기업 이론의 대칭성
마셜의 기업 이론
단기에서의 기업의 생산 곡선과 비용 곡선
단기에서의 균형
장기와 경쟁의 문제
자본주의에 대한 마셜의 이데올로기적 옹호
클라크와 한계생산성 분배 이론
교환으로서의 경제학과 기업가의 역할
사적 소유에 대한 클라크의 옹호
클라크의 자본 개념
뵘바베르크의 자본 척도
신고전파 분배 이론에 있어서의 자본주의적 계급 관계
12 소스타인 베블런
베블런의 일반적 진화론의 사회철학
신고전파 경제학에 대한 베블런의 비판
자본주의의 적대적 두 요소
사적 소유, 계급으로 나뉜 사회, 여성의 복속
자본주의의 계급 구조와 산업에 대한 비즈니스의 지배
정부와 계급투쟁
자본주의적 제국주의
금전적 문화의 사회적 관습
베블런 사상에 대한 평가
13 제국주의에 대한 여러 이론: 홉슨, 룩셈부르크, 레닌의 저작
자본주의적 제국주의에 대한 홉슨의 이론
룩셈부르크의 자본주의적 제국주의 이론
레닌의 자본주의적 제국주의 이론
홉슨, 룩셈부르크, 레닌의 이론을 비교한다
14 보이지 않는 손의 완성, 신성화, 그리고 파괴: 신고전파 후생경제학
효용 극대화와 이윤 극대화
지복직관과 천상의 영원 복락
미시경제학 이론, 신고전파 경제학, 후생경제학
후생경제학의 쾌락주의적 기초
파레토 최적이라는 규범의 본질적 성격
후생경제학의 근저에 있는 사회적 가치
후생경제학의 경험적, 분석적 가정
정책 수립의 길잡이로서의 신고전파 후생경제학
후생경제학과 외부성
파레토 분석에 대한 규범적 비판
15 신고전파 이데올로기와 자기 조정 시장의 신화: 존 메이너드 케인스의 저작
케인스 분석의 이론적 환경
한계생산성 분배 이론에 대한 케인스의 옹호
자본주의적 불황에 대한 케인스의 분석
케인스적 정책의 효력
군사 경제
부채 경제
케인스 사상의 이데올로기적 기초
부록
16 자본이 측정 가능한 생산성을 가진다는 신화의 폐기: 피에로 스라파의 저작
신고전파 분배 이론의 현재 상태
신고전파 이론에 대한 스라파의 비판
부록
17 오늘날의 경제학 I: 정통파 경제학의 양분
볼셰비키혁명과 소비에트 공업화
대공황
아서 루이스와 발전경제학의 기원
리버럴 신고전파 경제학과 보수적 신고전파 경제학
폴 새뮤얼슨 대 밀턴 프리드먼 및 보수적 신고전파
새뮤얼슨의 공리주의 옹호
오스트리아학파와 시카고학파
싸움은 계속된다
18 오늘날의 경제학 II: 제도주의와 포스트 케인스주의
클래런스 에이레스의 제도주의 경제학
포스트 케인스주의 경제학
스라파의 가격 이론
19 오늘날의 경제학 III: 비판적 정치경제학의 부활
노동가치론의 부활과 발전
자본주의 노동과정에서 일어난 변화
총체적 수준에서 본 자본주의의 양상
이단적 전통은 계속된다
이 책의 근저를 이루는 사회적 관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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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서평
애덤 스미스부터 21세기 자본주의까지, 250년간의 경제사상사
경제학의 아버지라 불리는 애덤 스미스에서 시작된 현대 경제학 연구는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21세기까지 250년간 이어져왔다. 그 과정에 여러 가설, 사상과 이론이 제기되고 여러 논쟁이 있었는데, 이는 모두 인간의 삶을 이루는 가장 기본적인 경제활동 그리고 쾌락과 효용, 노동과 생산의 과정을 설명하고 사회 근간을 이루는 경제문제를 해결하려는 노력들이었다. 이런 경제사상과 경제 이론을 다룬 책 중에서 《E.K. 헌트의 경제사상사》는 서구 특히 미국 진보 경제학 진영에서는 학설사의 교과서로서, 또 신고전파 주류 경제학에 대한 체계적이고 일관된 비판적 논고로서 현대 경제학 연구에 여러모로 지대한 영향을 미쳐왔다. 또 250년간의 경제사상과 경제 이론을 하나의 맥으로 꿰어 서술한, 흠잡을 데 없는 고전으로 꾸준히 읽혀왔다. 1980년대에 한국 대학생들은 자취방에 모여 이 책을 읽으며 토론으로 밤을 새웠고 1990년대 초에는 대학 신입생의 필독서로 자리 잡았다.
1982년에 처음으로 한국 독자에게 번역 소개되었지만(김성구, 김양화 옮김, 풀빛) 오랜 시간 절판된 상태여서 도서관이나 헌책방이 아니면 책을 구해 볼 수 없었다. 게다가 초판은 당시 정치 현실상 상당 부분이 삭제된 채 출간되었다. 이번에 새로 출간한 《E.K. 헌트의 경제사상사》 3판은 삭제된 내용 없이, 수치와 데이터를 업데이트했고 2008년 세계 금융위기 이후로 더욱 복잡해진 현실을 반영한 새로운 이론들을 소개한다. 경제학을 공부하거나 가르치는 사람들은 물론, 피케티의 《21세기 자본》, 디턴의 《위대한 탈출》 등 굵직한 책들이 번역 소개되면서 관련 공부를 해보고 싶었던 독자들에게도 반가운 소식일 것이다. 수많은 경제학자의 저작을 모두 섭렵하기 힘든 상황에서 이 책은, 각 경제학자의 사상과 이론이 제기된 배경부터 그 구체적인 내용과 가치, 후대에 미친 영향, 그리고 관련된 논쟁 등을 일목요연하고 체계적으로 정리하고 있기 때문이다.
현실에서 태어난 이론, 사회적, 역사적 과정 속에서의 경제학
이 책은 그야말로 다양하고 방대한 경제학의 주제를 그저 백화점식으로 잡다하게 모두 담아내기보다는 저자 나름의 시각에서 경제사상사 전체를 관통하는 하나의 이야기를 뽑아내어 풀어놓은 이야기보따리이다. 여러 주제를 불편부당하게 중립적, 객관적으로 설명하기보다는 하나의 이야기를 완성하는 데 유의미한 관련 인물들만, 각각의 인물에 대해서도 오직 관심 가질 부분만 다룬다.
이 때문에 이 책은 여느 경제사상사와 다른 서술 방식을 취한다. E.K. 헌트는 먼저, 이론을 현실과 연결되어 있는, 사회경제적 상황의 산물로 보았다. 그래서 필요할 때마다 당시의 사회사와 경제사를 살핀다. 물론 오늘날의 자본주의와 18세기 말의 자본주의는 엄연히 다르지만, 사회경제적 변화는 연속된 과정이므로 18세기 말과 19세기 경제학자들 사이의 다양한 관점의 차이가 오늘날 경제학자들의 저서에서도 똑같이 반복된다고 보았다. 그래서 여느 경제사상사에서 다루지 않는 톰프슨, 호지스킨, 바스티아 등을 논의하고, 오늘날 세계화의 함의를 둘러싸고 벌어지는 논쟁을 비판적으로 보기 위해 홉슨, 룩셈부르크, 레닌을 살펴본다. 마지막으로 헌트는 모든 경제학자들이 실천적, 사회적, 정치적, 도덕적 문제에 절대적으로 중대한 관심을 둔다고 믿기 때문에 경제학자의 이론을 연구할 때 그 이론이 함의하는 이데올로기와 그것에 기초해 내려지는 가치 평가에 대해서도 서술한다.
21세기 경제를 둘러싼 이론과 논쟁을 비판적으로 이해하기 위한 출발, 그 맥을 짚다
따라서 이 책은 이론가 하나하나를 그냥 따로따로 고립시켜 다루지 않는다. 그 대신 좀 더 일관성 있는 이야기를 구성하여 이 책 전체를 관통하는 주제를 정했다. 그것은 바로 자본주의라는 경제체제를 이해하는 것이다. 핵심적으로는 경제사상사에서 가장 빈번하게 되풀이되는 주제인 자본주의가 과연 조화를 향해 가는 시스템인가 아니면 갈등을 향해 가는 시스템인가 하는 것이다. 그리고 자본주의가 내적으로 안정성이 있는가 불안정성이 있는가에 대한 논쟁이다.
좀 더 압축하자면, 헌트는 ‘현대 경제학의 주류를 이루는 신고전파 경제 이론이 어떻게 나타났고 어떻게 형성되었으며, 또 어떻게 이론적으로 파산을 맞았는가’에 주목했다. 그러면서 경제 사상과 관점을 이분법으로 대립시킨다. 이는 곧 ‘사회적 생산이냐 개인들의 교환이냐’이다. 이처럼 경제 이론의 가장 근본적 토대인 가치 이론에 초점을 두고 서로 다른 두 경제 이론 체계의 형성과 발전을 대비시켜 250년 경제사상사를 하나로 엮어내고 있다. ‘외부성’의 현실을 감안해 파레토 최적을 비판하고, 완전고용이 달성된다는 필연성이 없음을 증명하고, 자본의 수량 자체를 결정하려면 소득 분배가 먼저여야 한다며 한계생산성 분배 이론을 근본적으로 허문다.
좀 더 많은 사람이 배경 지식 없이도 읽을 수 있도록 보강된 3판
경제 이론의 배경에 있는 수학은 최소한만 유지하면서 핵심 아이디어와 논리는 충분히 다루되, 기술적 난점이 있는 내용은 지적 자극을 기대할 연구자들을 위해 부록에 실었다. 예를 들면 10장 부록에 발라의 일반균형이론의 기술적 세부 사항이 포함되었고, 15장 부록에 자본주의에 불안정성이 잠재적으로 내재한다는 해러드와 도마의 중요한 아이디어가 제시되었다. 16장 부록에는 이 불안정성이 어떻게 솔로의 성장 모델에서 길들여지는지, 자본 논쟁이 자본이라는 개념 자체, 한계생산성 분배 이론의 문제, 신고전파 성장 이론 등에 대해 얼마나 광범위한 함의를 가지는지를 명확히 했다.
비록 현재의 경제 상황에 대한 자세한 분석을 하고 있진 않지만 이 책은 일관되게 현실 자본주의를 이야기하고 있으므로 곳곳의 데이터가 업데이트되었다. 특히 케인스를 다룬 15장에서 군사 및 부채 경제를 논의하는 데이터를 업데이트했다. 마지막 세 장은 오늘날의 경제학과 다양한 학파를 소개할 목적으로 이전 장들과 다른 어조를 취하고 있다. 결국 경제사상사가 현재의 경제학을 이해하는 데 어떤 도움이 되는지를 보여주기 위함이다. 예를 들어 신고전파 경제학파가 두 파로 나뉜 것을 19세기 중반 밀과 바스티아의 의견 차이에서 역사적 뿌리를 찾는다. 이 차이는 최근 새뮤얼슨과 프리드먼의 저작 간 의견 대립으로 이어졌다. 주류 경제학 바깥에 있는 오늘날의 경제학 학파를 다룬 18장과 19장에는 포스트 케인스주의에 대한 새로운 내용과 급진파 전통에서 일고 있는 중요한 발전을 소개한다.
책속으로
1950년대 이후 보수적 신고전파 경제학자들 그리고 이들과 멀지 않은 이른바 ‘신고전파 종합’의 학자들이 자신들과 다른 조류의 학자들을 체계적으로 학계에서 제거하는 노력을 지속하면서 미국 경제학계는 비판적 (정치)경제학의 전통이 거의 끊어진 지적인 불모 상태에 이르게 된다. 그런데 1960년대의 미국 사회를 흔들어놓았던 반전 운동과 흑인 민권 운동의 흐름 속에서 젊은 세대의 경제학자들은 자본주의 사회의 전쟁과 불평등과 같은 여러 모순에 새롭게 눈뜨게 되며, 이들은 자기들의 힘으로 다시 급진적 (정치)경제학의 여러 이론을 습득하고 이에 근거한 다양한 현실 연구 조사의 영역과 방법론을 계발하면서 진보 경제학의 전통을 되살리기 시작한다. 스스로 그 젊은 세대 경제학자의 한 사람이었던 헌트의 이 책은 그러한 자생적인 진보 경제학의 운동이 경제학설사의 흐름을 어떻게 이해하는지 그리고 그 속에서 스스로를 어떻게 위치 정립하는지를 명료하게 정식화한 저작의 의미를 갖는다. 로빈 하넬이 쓴 서문에서 잘 드러나고 있듯이 미국, 나아가 세계의 진보적 (정치)경제학 진영에서 이 저서가 가지는 무게는 그런 점으로 가늠해 볼 수 있다. ---「옮긴이의 말」중에서
특히 이 책에서 이채를 띠는 것이 16장이라고 할 수 있다. 스라파의 저작은 물론 그 뒤를 이은 케임브리지 논쟁이 현대 경제학에 끼친 파장은 실로 근본적인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능금 한 알이 추락하였다. 지구는 부서질 정도만큼 상하였다. 최후. 이미 여하한 정신도 발아하지 아니한다.”라는 이상 김해경의 시가 적절한 비유가 될까. 자본의 개념이 무너지고 생산함수가 날아가게 되면 이런저런 몇 가지 이론이나 개념이 논박되는 정도가 아니라 주류 경제학의 체계가 사실상 근본부터 완전히 무너지는 것을 피할 도리가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여기에 대해 주류 경제학자들이 대응했던 ‘신기神技’가 있었다. 침묵과 무시였다. 이미 조앤 로빈슨 등이 오래전에 예견했던 대로 주류 경제학계는 이러한 논쟁이 마치 없었던 것처럼 함구하고 침묵을 지키는 방식으로 대응하였고, 그 결과 오늘날에는 경제학자라고 해도 특별히 관심을 두지 않는 한 이러한 논쟁의 존재 자체도 알지 못하는 경우가 더 많은 지경에 이르렀다. 그런데 몇천 년 전의 트로이 전쟁도 생생한 기록이 남아 있거늘, 바로 몇십 년 전에 이렇게 중차대한 내용을 놓고 기라성 같은 경제학자들이 두 패로 갈리어 벌였던 ‘별들의 전쟁’과 같은 이 싸움이 어떻게 이렇게 완전히 망각될 수가 있을까. 그 비밀의 하나는 이 논쟁이 지극히 높은 추상 수준에서 고도의 수학적 기법을 동원한 방식으로 진행되었기 때문에 이를 해설해놓은 저서들조차도 쉽게 접근하기가 어려울 지경이어서 극소수 전문가 이외에는 이해하기 힘들다는 데에 있었다. 그런데 이 책의 16장에서 헌트는 바로 이러한 문제에 정면으로 대응하고 있다. 이 장에서 그는 약간의 정성만 들인다면 누구나 이해할 수 있는 평이하면서도 명쾌한 방식으로 자본 논쟁을 설명하고 있다. 그뿐만 아니라 그 귀결로 도출되는 결론들이 얼마나 황당할 정도로 파괴적인 것인가에 대해서도 실로 극적으로 설명하고 있다. 이 16장이야말로 이 저서 전체의 장점과 논지를 모두 압축해놓은 압권이요 백미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실로 이 장이 널리 읽히기를 바라는 마음이 이 책의 번역을 떠맡기로 한 개인적 동기의 한 자락을 차지했던 것이 사실이다.
---「옮긴이의 말」중에서
바라건대 이 경제사상사를 읽기 바란다. 그리하여 20세기의 가장 위대한 경제학자였던 존 메이너드 케인스의 삶과 업적을 조금이나마 이해하게 된다면, 이 깊은 경기 침체의 한복판에서 재정 긴축을 권고하는 19세기 경제학자들과 같은 실수를 범하게 되지는 않을 것이다. 바라건대 이 경제사상사를 읽기 바란다. 그리하여 미국의 가장 위대한 경제학자 소스타인 베블런으로부터 산업의 이해관계와 영리사업의 이해관계가 얼마나 서로 상충하는가를 조금이나마 배우게 된다면, 왜 금융 산업의 탈규제가 대형 사고를 불러들일 수밖에 없으며 또 아무 조건도 달지 않고 은행을 살려주는 것이 더 큰 재앙을 불러들이는 처방이라는 점도 이해할 것이다. 바라건대 이 경제사상사를 읽기 바란다. 그리하여 냉전 시대의 편견을 극복하고 이 책에 나오는 카를 마르크스의 이야기를 읽으면, 경제정책이 사회의 이익이 아니라 계급적 이익에 복무하도록 선택된다는 것을 분명히 이해할 것이다. 바라건대 이 경제사상사를 읽기 바란다. 그러면 자유 시장 근본주의자들이 내거는 시장의 미덕이라는 것은 결코 도전이 없었던 적도 없었으며, 또 우리가 알고 있는 가장 유명한 경제학자들 중 다수는 우리에게 새로운 종류의 ‘시장 실패’를 경고하고 새로운 형태의 사회적 개입이 필요하다는 경종을 울렸기 때문에 유명해졌다는 것을 이해하게 될 것이다. ---「3판에 부치는 서문」중에서
후생경제학의 최악의 치명적인 급소는 외부성의 문제이다. 신고전파 이론을 떠받치고 있는 모든 비현실적 가정 중에서도 이 외부성 문제를 다루는 데 기초가 되는 가정이 가장 억지가 심하다. 통상적인 신고전파 접근법에서는 생산과 소비의 과정이 생산이나 소비를 행하는 사람에게 ‘직접적’ 영향을 주는 것은 딱 한 명 또는 극소수의 사람들이라고 가정하고 있다. 그런데 한 소비자의 효용함수가 다른 소비자의 소비에 의해 영향을 받을 때, 한 기업의 생산함수가 다른 기업의 생산에 의해 영향을 받을 때,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경우로서 한 개인의 효용이 자신과 아무런 관련이 없는 생산과정에 의해 영향을 받을 때 발생하는 것이 바로 외부성이다. 전통적인 신고전파 접근법은 외부성이란 단 한 군데서만 발생하며 다른 모든 곳에서는 파레토 최적이 지배한다고 가정한다. 시장가격이 ‘완벽한 시장 합리성’을 반영하는 게 아닐 경우에는, 항상 외삽법과 보간법을 통해서 외부성의 영향을 제거할 수 있고, 이를 통해 올바른 합리적 시장가격이 어떠했을지 모의실험으로 알아낼 수 있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이를 흔히 비용-편익분석이라고 부른다). --- p.788 --- 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