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s://story.kakao.com/yiiwon/eV10Tdl5iaA
사북舍北의 꿈
아픔이 켜켜이 쌓여 검은 물로 흘러도
범바윗골 초록 잎엔 막장도 벗어놓아
사북엔 어린 날 꿈이 화석으로 새겨지니
슬픔이 거웃 자라 하얀 눈 내리고
하늘 숲길 화절령花折嶺 진달래꽃 필 때마다
이팝꽃 흐드러지고 흘러 닿아 스몄다.
2023. 5. 10
자작나무숲 이이원 마음모음
#시조 #연시조 #사북 #舍北 #범바위골 #화절령 #자작나무숲 #이이원 #자작나무숲이이원 #주탄종유 #사북중학교
[마음길]
강원도 정선 사북을 기억하는 방법은 ‘강원랜드’와 ‘동원탄좌’로 나뉜다고 생각한다. 국내 유일의 내국인 카지노는 어쩌면 인생의 나락으로 몰아넣는 합법적인 타락의 공간이고, 동원탄좌는 ‘주탄종유(主炭從油)’시대의 검은빛을 기억하는 사람들의 공간이다. 무언가에 중독되지 않는 마음의 힘이 있다 자부하지만, 때론 어린 날 사북의 풍경은 중독의 장면처럼 선명하다. 특히 1980년대 4월 이른바 ‘사북사태’라고 일컫는 시대의 아픔을 직접 목격하고 떨었던 기억은 고스란히 5월 광주로 이어져 사북과 광주, 두 공간을 경험한 아픈 시절이었다.
석탄산업이 한창이던 7, 80년대의 사북의 하천은 온통 검은 물이다. 석탄의 영향인지는 한참 뒤에 알았다. 그 시절엔 그 물에도 목욕하고, 겨울엔 외발 스케이트를 타던 링크장이었다. 그래도 봄이면 어김없이 초록잎 움이 텄지만, 그리 오래가진 못했다. 어쩌다 줍게 되는 고사리, 고비, 삼엽충 화석들처럼 우리의 어린 날도 그렇게 화석이 되었는지 모르겠다. 사북의 색깔을 바꾸는 가장 강력한 무기는 눈이었다. 물론 오래가지는 못했지만, 눈 내린 며칠 뒤 질척거리는 시내를 다니기가 여간 불편한 게 아니었지만, 순간이라도 검은빛의 석탄과 풍경을 덮는 건 눈만 한 게 없었다. 그 시절을 함께 기억하는 사람, 동창생을 만나는 일은 여간한 행복이 아니다. 게다가 먼곳에서 찾아주기까지 했으니 말이다.
그곳에서 중학교를 졸업했으니, 그 시절의 동창은 50대 후반의 멋진 나이를 먹은 아름다운 아저씨 아줌마가 되어있다. 그곳에서 인연한, 어쩌면 전혀(?) 기억이 없을지라도 기억의 올을 풀다 보면 고스란히 펼쳐지는 기막힌 풍경이다. 특히 내가 괴롭혔다던가, 아니면 짝사랑했던 소녀라면 더욱 설레게 된다. 동창생, 그것도 여자 동창이 남편과 함께 내가 있는 익산 함라까지 찾아왔다.
오랜, 어쩌면 기억이 가물거릴지라도 마치 어제 만난 것처럼 세월의 간극은 순식간에 메워지고 남녀의 어색함은 찰나에 벗겨진다. 동창인 우리에겐 사북이라는 공통분모가 돌이켜보면 슬픔이었는지 아픔이었는지 모르지만, 생각해보면 아름다운 순간이었고 행복한 날의 집합 같은 그런 날이었음을 반백을 지나 깨닫는다. 각자 처한 곳에서 꽃보다 어여쁜, 별빛보다 찬란한 삶의 이야기를 써 내려가다 우연처럼 만나는 오늘이 온통 넘치는 축복이다.
첫댓글 고맙게 잘 감상했습니다.
1980년 저도 사북에 있었던 사람입니다.
화절령 소리만 들어도 새롭습니다.
동원탄좌에 근무를 하다가 막바로 80년에 군에 입대를 했으니 말입니다.
도사골에는 맑은 물이 흘렀었지요.
사북, 고한이 눈에 선합니다.
좋은 저녁시간 되시구요...^^*
아..그러시군요..저는 그 시절 10대였으니..
도사골은 어쩌면 석탄이 침범하지 못했던 지역이 아니었을까요..ㅎㅎㅎ
하여간 더더욱 반갑습니다.. 동원탄좌...아버님도 거길 다니셨지요..
쫄닥구댕이 인생이라고 막장 인생을 그곳에서 견디셨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