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이 되면 햇살이 따가울까봐
일찌감치 산책길에 나섰다.
달짝지근한 철쭉과 아카시아 꽃이 시들고
꽃양귀비와 넝쿨장미가 붉게 타오르는 계절.
아침저녁으로 선선하여 늦게 모를 낸 논에서
아기 묘들이 햇살에 적응해가는 들녘에 이어진
밭에선 늙은 내외가 물을 대러 호스를 잡아당기고
연달아 피어나 오래도록 풀잎조차 어여쁘게 만드는
들꽃들이 언뜻 지저분해 보일 길가와 뚝방을 수놓으며
포근하고 정겨운 풍경을 연출하고 있었다.
오랜만에 보는 실개천의 깨끗한 바닥에 내려가서
발을 담가보고 싶어지는 오월의 마지막 금요일 아침을
느긋하게 즐기고 와 잠시 스마트폰을 만지작거리다가
일찌감치 점심을 먹고 그저께 널어 둔 빨래를 개켰다.
농협 콕뱅크도 깔아보고 영웅문S를 눌러보기도 하면서
자판에 비해 엄청 두터운 손가락이 스마트폰으로 작업을
하기에는 불편하다는 사실을 절감했다.
몇 가지 해보지도 못한 사이에 시간이 자꾸 흘러 어느덧
레오의 놀이를 보조래 줘야할 시간이 다가왔다.
이태원으로 부터 발발한 코로나가 엄청난 속도로 전파되며
공공시설과 일부 학교 등에서 시설을 잠정 폐쇄한다는 문자와
확진환자 발생 소식이 지속적으로 전파를 타고 찾아오는 오후...
유난히 맑은 하늘과 쾌적한 공기와 산과 들을 덮은 신록과 꽃,
그리고 갖가지 풀과 어울어져 싱싱하게 자라나는 채소를 보면서
코로나 때문에 깨어지는 인간사회 보다는 오히려 날이 갈수록
회복되는 자연의 생명력을 더욱 더 느끼게 되는 날이다.
이번 주말에는 나도 밭에 나가 흙을 만져보아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