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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퇴유곡(進退維谷)
앞으로도 뒤로도 나아가거나 물러서지 못하다라는 뜻으로, 궁지에 빠진 상태를 이르는 말이다.
進 : 나아갈 진(辶/8)
退 : 물러날 퇴(辶/6)
維 : 벼리 유(糸/8)
谷 : 골 곡(谷/0)
(유의어)
낭패불감(狼狽不堪)
사면초가(四面楚歌)
진퇴무로(進退無路)
진퇴양난(進退兩難)
출전 : 시경(詩經)
앞으로 전진을 하는데 장애를 만나 아무리 탈피를 하려해도 해도 꼼짝 못할 경우에 쓰는 말이다.
나아가는 앞에도, 물러나려는 뒤(進退)에도 오직 골짜기(維谷)뿐이다. 진퇴양난(進退兩難)이다.
이럴 때 좌절하여 주저앉는 사람이 대부분이다. 하지만 하늘이 무너져도 솟아날 구멍을 찾아내는 의지를 보이는 사람도 있다.
必死卽生 必生卽死.
필사즉생 필생즉사.
반드시 죽기를 각오하면 살 것이요. 반드시 살기를 꾀하면 죽을 것()이란 명언을 남긴 성웅 이순신(李舜臣) 장군이 그에 해당한다.
事窮勢蹙之人 當原其初心.
사궁세축지인 당원기초심.
일이 궁하고 곤란에 빠진 사람은 일을 시작했을 때의 마음을 돌아봐야 한다고 명(明)나라 홍자성(洪自誠)의 채근담(菜根譚)에서 가르친다.
이 말은 춘추시대(春秋時代) 이전부터 불리던 노래를 공자(孔子)가 305편으로 정리했다는 시경(詩經)에 나온다.
이 중 국풍(國風)은 15국의 백성들이 부르던 노래를 모은 것이고, 소아(小雅)는 쇠퇴한 왕실의 당시 현실을 비판한 것이 많은 반면, 대아(大雅)편은 지배층이 조회에서 사용하던 것으로 축복과 훈계의 뜻을 담은 것이 많다고 한다.
대아 상유(桑柔)에 이 성어가 실려 있다. 충신 예양부(芮良父)나 소공(召公)이 강을 막으면 둑이 터진다고 간했지만 듣지 않았다.
백성들은 눈짓으로 의견을 교환하고 민요를 지어 여왕을 풍자했다.
瞻彼中林, 甡甡其鹿;
朋友已譖, 不胥以穀;
人亦有言, 進退維谷.
저 숲속을 보니 사슴 잘도 뛰노는데, 여러 신하들 서로 속이고 잘 지내지 않으니, 사람들 사이 떠도는 말 나아가도 물러서도 골짜기라네.
결국 여왕은 3년 만에 백성들에 쫓겨났다.
⏹ 진퇴유곡(進退維谷)
나아갈 수도 물러날 수도 없이 골짜기에 매어 있는 상황을 말한다. 궁지(窮地)에 몰렸을 때를 일컫는다. 시경(詩經) 대아(大雅) 상유편(桑柔篇)에서 유래한다.
주나라 10대 여왕(勵王)과 12대 유왕(幽王) 때 실정(失政)으로 백성이 도탄에 빠졌다. 왕은 정사를 돌보지 않고 신하들은 서로 파당을 지어 책임을 돌렸다. 이 때 백성들이 한탄하며 풍자한 구절이 시경에 채록된 것으로 보인다.
백성들은 '숲 속 사슴들도 떼 지어 정답거늘 군신들은 서로 믿지 않네. 옛 사람들이 이르기를, 나아가지도 물러나지도 못하는 골짜기에 빠진 형국이라네(人亦有言 進退維谷).'
생각 없는 동물들도 서로 어울려 잘 사는데 하물며 권력을 가진 인간들이 왜 백성을 편하게 해주지 못하는가를 진퇴유곡에 비유해 지적한 것이다.
진퇴유곡과 비슷한 말로 자주 쓰이는 사자성어가 진퇴양난(進退兩難)이다. 의미는 진퇴유곡과 같다.
그러나 엄밀히 따지면 진퇴유곡은 정치의 실정이나 사회현상의 퇴보 등으로 백성의 삶이 어려워진 상황을, 진퇴양난은 주로 전쟁이나 전투 등에서 상대와 대결할 때 전진도 후퇴도 할 수 없는 상황을 지칭할 때 쓰인다. 궁지에 몰린 형세를 의미하는 것은 같다.
현재 국정(國政) 돌아가는 걸 보면 진퇴유곡으로 설명할 수 있다. 대표적인 게 지소미아(GSOMIA)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 문제다.
현재 정부는 종료냐, 파기선언 번복이냐는 기로에 서있다. 한미동맹 차원에서 미국은 종료하지 말 것을 강하게 압박하고 있다. 그러나 문 정부는 한 번 잘못 내린 결정으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어정쩡한 처지다.
남북관계 역시 그렇다. 끊임없이 일방적 구애와 유화 정책을 폈지만 북한은 더 냉담해졌다. 남북관계도 이제 진퇴유곡에서 벗어날 때다.
▶️ 進(나아갈 진, 선사 신)은 ❶형성문자로 进(진)은 간자(簡字)이다. 뜻을 나타내는 책받침(辶=辵; 쉬엄쉬엄 가다)部와 음(音)을 나타내는 글자 隹(추; 꽁지 짧은 새, 진)의 뜻이 합(合)하여 나아가다를 뜻한다. ❷회의문자로 進자는 '나아가다'나 '오르다'라는 뜻을 가진 글자이다. 進자는 辶(쉬엄쉬엄 갈 착)자와 隹(새 추)자가 결합한 모습이다. 隹자는 작은 새를 그린 것이다. 그런데 進자의 갑골문을 보면 止(발 지)자와 隹자가 함께 그려져 있었다. 이것은 새가 날아가는 모습을 표현한 것이다. 금문에서는 여기에 彳(조금 걸을 척)자가 더해지면서 지금의 進자가 만들어지게 되었다. 進자는 새가 날아가는 모습을 그린 것이기 때문에 '나아가다'라는 뜻을 갖게 되었지만, 한편으로는 후퇴 없이 앞으로만 쭉 나아간다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왜냐하면, 새는 앞으로만 날 수 있기 때문이다. 밀고 나아간다는 뜻의 '추진(推進)'이라는 단어에 각각 隹자가 쓰인 것도 이 때문이다. 그래서 進(진, 신)은 ①나아가다 ②오르다 ③다가오다 ④힘쓰다 ⑤더하다, 그리고 ⓐ선사, 선물(膳物)(신) 따위의 뜻이 있다. 같은 뜻을 가진 한자는 나아갈 취(就), 나아갈 진(晉), 나아갈 적(迪), 반대 뜻을 가진 한자는 물러날 퇴(退)이다. 용례로는 앞으로 나아감 또는 일을 처리해 나감을 진행(進行), 일이 진행되어 발전함을 진전(進展), 더욱 발달함이나 차차 더 좋게 되어 나아감을 진보(進步), 내쳐 들어감이나 향하여 들어감을 진입(進入), 앞으로 나아감을 진출(進出), 나아감과 물러남을 진퇴(進退), 학문에 나아가 닦음 또는 상급 학교로 나아감을 진학(進學), 진보하여 차차 더 나은 것이 됨을 진화(進化), 앞으로 나아가는 길 또는 나아갈 길을 진로(進路), 앞으로 나아가 적을 치는 것을 진격(進擊), 일의 진행 속도나 진행된 정도를 진도(進度), 적극적으로 나아가서 일을 이룩함을 진취(進取), 등급이나 계급 또는 학급 따위가 올라감을 진급(進級), 군대가 남의 나라 영토에 진군하여 머물러 있는 일을 진주(進駐), 일을 차차 이루어 감을 진취(進就), 앞으로 나아감을 진거(進去), 밀고 나아감을 추진(推進), 재촉하여 빨리 나아가게 함을 촉진(促進), 벼슬이나 지위가 오름을 승진(昇進), 힘써 나아감이나 씩씩하게 나아감을 매진(邁進), 빠르게 진보함을 약진(躍進), 더하여 나아감 또는 나아가게 함을 증진(增進), 앞으로 나아감을 전진(前進), 여러 사람이 발맞춰 앞으로 걸어 나감을 행진(行進), 뒤지거나 뒤떨어짐 또는 그런 사람을 후진(後進), 급속히 이상을 실현하려는 일 또는 빨리 진행함을 급진(急進), 남이 시키지 않아도 스스로 나섬을 자진(自進), 순서대로 차차 나아감을 점진(漸進), 낡은 것을 고치어 진보를 꾀함을 개진(改進), 정력을 다해 나아감 또는 아주 열심히 노력함을 정진(精進), 다투어 서로 앞으로 나아감을 경진(競進), 배나 비행기를 타고 나아감을 항진(航進), 방향을 바꾸지 않고 곧게 나아감을 직진(直進), 뛰어난 공로에 의하여 특별히 진급함을 특진(特進), 앞으로도 뒤로도 나아가거나 물러서지 못하다라는 뜻으로 궁지에 빠진 상태를 일컫는 말을 진퇴유곡(進退維谷), 나아갈 수도 물러설 수도 없는 궁지에 빠짐을 일컫는 말을 진퇴양난(進退兩難), 나아가면 그 세력이 강성해 당해 낼 수가 없음을 이르는 말을 진불가당(進不可當), 나아간 것은 적고 물러선 것은 많다는 뜻으로 소득은 적고 손실은 많음을 이르는 말을 진촌퇴척(進寸退尺), 더디고 더뎌서 잘 진척하지 않음을 일컫는 말을 지지부진(遲遲不進), 한 길로 곧장 거침없이 나아감을 일컫는 말을 일로매진(一路邁進), 배우는 일에 정성을 다해 몰두함을 일컫는 말을 학업정진(學業精進), 거리낌 없이 힘차고 용감하게 나아감을 일컫는 말을 용왕매진(勇往邁進), 아무 사고가 없이 나올 자리에 나오지 아니함을 이르는 말을 무고부진(無故不進), 싸움을 질질 끌지 않고 빨리 쳐들어가서 이기고 짐을 빨리 결정함을 일컫는 말을 속진속결(速進速決) 등에 쓰인다.
▶️ 退(물러날 퇴)는 ❶회의문자로 저무는 해(艮; 日+뒤져올치(夂; 머뭇거림, 뒤져 옴)部)가 천천히(책받침(辶=辵; 쉬엄쉬엄 가다)部) 서쪽으로 물러난다는 뜻이 합(合)하여 물러나다를 뜻한다. ❷회의문자로 退자는 ‘물러나다’나 ‘물리치다’라는 뜻을 가진 글자이다. 退자는 辶(쉬엄쉬엄 갈 착)자와 艮(어긋날 간)자가 결합한 모습이다. 艮자는 머리를 조아리고 있는 사람을 그린 것이다. 그런데 退자의 금문을 보면 辶자와 日(해 일)자, 夂(뒤쳐서 올 치)자가 결합한 형태였다. 여기서 日자는 ‘시간’을 의미한다. 그리고 그 아래로는 발을 서로 엇갈리게 그려 왔던 길을 다시 되돌아간다는 뜻을 표현했었다. 그래서 금문에서의 退자는 시간이 다 되어 되돌아간다는 뜻이었다. 하지만 해서에서는 글자가 바뀌면서 본래의 의미를 유추하기 어렵게 되었다. 그래서 退(퇴)는 (1)물림간 (2)툇마루 (3)툇간(退間) (4)물리거나 물리침, 등의 뜻으로 ①물러나다 ②물리치다 ③바래다, 변하다 ④겸양(謙讓)하다, 사양(辭讓)하다 ⑤떨어뜨리다 ⑥쇠하다 ⑦움츠리다 ⑧줄어들다 ⑨닿다, 따위의 뜻이 있다. 같은 뜻을 가진 한자는 물리칠 각(却), 반대 뜻을 가진 한자는 갈 왕(往)이다. 용례로는 공공의 지위나 사회적 지위에서 물러남을 퇴진(退陣), 현직에서 물러남을 퇴직(退職), 장내나 무대 등에서 물러남 또는 경기 중 반칙 등으로 인하여 물러남을 퇴장(退場), 물러나서 나감을 퇴출(退出), 직장에서 근무를 마치고 물러 나옴을 퇴근(退勤), 관직에서 물러남을 퇴임(退任), 싸움터에서 군사를 물림을 퇴군(退軍), 뒤로 물러감으로 재지나 힘이 전만 못하게 됨을 퇴보(退步), 물리쳐서 아주 없애버림을 퇴치(退治), 빛이 바람으로 무엇이 낡거나 그 존재가 희미해지거나 볼품없이 됨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을 퇴색(退色), 진보 이전의 상태로 되돌아 감을 퇴화(退化), 학생이 졸업 전에 다니던 학교를 그만 둠 또는 그만두게 함을 퇴학(退學), 후퇴할 길을 퇴로(退路), 현역으로 부터 물러남을 퇴역(退役), 입원했던 환자가 병원에서 물러 나옴을 퇴원(退院), 패하여 뒤로 물러 나감을 퇴각(退却), 사원이 퇴근함을 퇴사(退社), 물러나서 휴식함을 퇴식(退息), 어떤 일에서 스스로 물러감을 자퇴(自退), 일정한 일을 그만두고 물러섬 또는 작별을 고하고 물러감을 사퇴(辭退), 뒤로 물러남을 후퇴(後退), 나아감과 물러남을 진퇴(進退), 쇠하여 점차로 물러남을 쇠퇴(衰退), 직임에서 물러나거나 세속의 일에서 손을 떼고 한가히 삶을 은퇴(隱退), 관계를 끊고 물러남으로 일단 가입한 정당이나 단체 등에서 이탈함을 탈퇴(脫退), 줄어서 쇠퇴함을 감퇴(減退), 적군을 쳐서 물리침을 격퇴(擊退), 싸움에 패하여 물러남을 패퇴(敗退), 조금도 꺼리지 아니하고 용기 있게 물러 나감을 용퇴(勇退), 학업 따위를 끝내지 못하고 중도에서 그만둠을 중퇴(中退), 정한 시간 이전에 물러감을 조퇴(早退), 공을 이루었으면 몸은 후퇴한다는 뜻으로 성공을 이루고 그 공을 자랑하지 않음을 공성신퇴(功成身退), 성공한 사람은 물러날 때를 알아야 한다는 것을 이르는 말을 성공자퇴(成功者退), 쾌락이 오래 지속되어 도중에 그치지 않음을 쾌락불퇴(快樂不退), 앞으로 나아가기만 하고 뒤로 물러나지 않음을 유진무퇴(有進無退), 결심이 굳어 흔들리지 아니함을 일념불퇴(一念不退), 앞으로 한 치 나아가고 뒤로 한 자 물러선다는 뜻으로 얻은 것은 적고 잃은 것만 많음을 이르는 말을 촌진척퇴(寸進尺退), 나란히 나아가고 나란히 물러선다는 뜻으로 정견이나 절조가 없이 다만 남의 의견을 추종함을 이르는 말을 여진여퇴(旅進旅退) 등에 쓰인다.
▶️ 維(벼리 유)는 ❶형성문자로 维(유)는 간자(簡字)이다. 뜻을 나타내는 실 사(糸; 실타래)部와 음(音)을 나타내는 동시에 멈추게 하다의 뜻을 나타내는 글자 隹(추, 유)로 이루어졌다. 실로 잇다의 뜻으로, 전(轉)하여 밧줄의 뜻으로 쓰인다. ❷회의문자로 維자는 '밧줄'이나 '매다', '유지하다'라는 뜻을 가진 글자이다. 維자는 糸(가는 실 사)자와 隹(새 추)자가 결합한 모습이다. 隹자는 작은 새를 그린 것이다. 維자의 갑골문을 보면 새의 다리에 획이 하나 그어져 있었다. 이것은 새를 끈으로 묶었다는 뜻을 표현한 것이다. 금문에서는 획이 아닌 糸자가 쓰이게 되었지만, 의미는 같다. 維자는 이러한 모습에서 '밧줄'이나 '매다'를 뜻하게 되었지만, 새를 묶어두면 날아가는 데에 제한이 생긴다는 의미에서 '유지하다'라는 뜻으로도 쓰이고 있다. 그래서 維(유)는 ①벼리(그물 코를 꿴 굵은 줄 또는 일이나 글의 뼈대가 되는 줄거리) ②바(밧줄) ③구석 ④오직 ⑤발어사(發語辭) ⑥조사(助詞) ⑦생각하다 ⑧유지하다 ⑨매다 따위의 뜻이 있다. 같은 뜻을 가진 한자는 벼리 기(紀), 벼리 강(綱), 벼리 륜(綸)이다. 용례로는 지탱하여 감 또는 버티어 감을 유지(維持), 모든 것이 개혁되어 새롭게 됨을 유신(維新), 동이어 매거나 묶음을 유결(維結), 서로 연계하여 제어함을 유제(維制), 음력 4월을 달리 이르는 말을 유하(維夏), 실 모양으로 된 고분자 물질을 섬유(纖維), 간직하여 유지함을 보유(保維), 대지를 버티어 받든다고 하는 상상의 밧줄 또는 대지를 달리 이르는 말을 지유(地維), 하늘이 내려앉지 않도록 네 귀를 지탱한다는 밧줄 또는 하늘이 이루어지는 근본을 천유(天維), 자식이 병에 걸리지나 않을까 염려하는 부모의 걱정을 이르는 말을 유질지우(維疾之憂), 소와 말처럼 자유롭지 못하게 구속하고 억압함을 비유하여 이르는 말을 우유마칩(牛維馬縶), 앞으로도 뒤로도 나아가거나 물러서지 못하다라는 뜻으로 궁지에 빠진 상태를 일컫는 말을 진퇴유곡(進退維谷), 행실을 훌륭하게 하고 당당하게 행하면 어진 사람이 된다는 것을 이르는 말을 경행유현(景行維賢), 모든 사물이 바뀌어 새로워진 처음을 일컫는 말을 유신지초(維新之初) 등에 쓰인다.
▶️ 谷(골 곡/곡식 곡, 나라 이름 욕, 벼슬 이름 록/녹)은 ❶회의문자로 榖(곡), 穀(곡)은 본자(本字), 糓(곡)은 동자(同字)이다. 口(구; 샘물이 나오는 구멍)와 윗부분(물이 절반쯤 보이는 모양)의 합자(合字)이다. 샘물이 솟아 나와 산간(山間)을 흐르는 수로(水路)의 뜻이다. ❷회의문자로 谷자는 '골짜기'를 뜻하는 글자이다. 谷자에 쓰인 八(여덟 팔)자는 위에서 물이 흘러내리고 있음을 표현한 것일 뿐 숫자 '여덟'과는 아무 관계가 없다. 그리고 하단에 있는 口(입 구)자 역시 물이 흘러나가는 출구를 표현한 것에 불과하다. 谷자는 계곡 사이로 물이 흐르는 모습을 표현한 것으로 다른 글자와 결합할 때는 '골짜기'와 관련된 뜻을 전달하게 된다. 그래서 谷(곡, 욕, 록)은 성(姓)의 하나로, ①골, 골짜기 ②깊은 굴 ③경혈(經穴: 경맥(經脈)에 속해 있는 혈(穴)을 이르는 말) ④곡식(穀食) ⑤곤궁(困窮) ⑥동풍(東風) ⑦키우다 ⑧성장시키다 ⑨곤궁(困窮)하다 ⑩막히다, 그리고 ⓐ나라의 이름(욕), 그리고 ⓑ벼슬의 이름(록) 따위의 뜻이 있다. 같은 뜻을 가진 한자는 골 학(壑)이다. 용례로는 산악 지방에서 낮에 산기슭이나 골짜기에서 불어오는 바람을 곡풍(谷風), 산골짜기에 흐르는 시내를 곡간(谷澗), 골짜기에서 흐르는 물을 곡수(谷水), 산과 산 사이에 움푹 패어 들어간 곳을 곡지(谷地), 골짜기 양쪽에 늘어선 벼랑을 곡벽(谷壁), 골짜기의 밑바닥을 곡저(谷底), 두 산 사이에 물이 흐르는 골짜기를 계곡(溪谷), 물이 없거나 말른 골짜기를 건곡(乾谷), 지하 수로에서 솟아 나오는 물이 바위를 깎고 녹여서 만들어진 골짜기를 맹곡(盲谷), 깊고도 긴 산골짜기를 장곡(長谷), 하천이 흐르는 골짜기를 하곡(河谷), 해가 처음 돋는 동쪽을 양곡(暘谷), 산의 동굴을 감곡(嵌谷), 깊은 골짜기를 심곡(深谷), 대륙붕의 비스듬한 면을 파고 들어간 골짜기를 양곡(洋谷), 한 줄기로 이어가는 골짜기를 통곡(通谷), 물결의 가장 낮은 위치를 파곡(波谷), 아주 외지고 으슥한 골짜기를 벽곡(僻谷), 험하고 좁은 골짜기를 협곡(峽谷), 앞으로도 뒤로도 나아가거나 물러서지 못하다라는 뜻으로 궁지에 빠진 상태를 일컫는 말을 진퇴유곡(進退維谷), 깊은 산속의 험한 골짜기를 일컫는 말을 심산궁곡(深山窮谷), 산은 높고 골짜기는 깊음을 일컫는 말을 산고곡심(山高谷深), 산이 울면 골이 응한다는 뜻으로 메아리가 산에서 골짜기까지 진동한다는 말을 산명곡응(山鳴谷應), 산골짜기에서 크게 소리치면 그대로 전함 즉 악한 일을 당하게 됨을 이르는 말을 공곡전성(空谷傳聲), 높은 언덕이 골짜기가 된다는 뜻으로 산하의 변천이나 세상의 변천을 비유해 이르는 말을 고안심곡(高岸深谷), 아무 것도 없는 골짜기에 울리는 사람의 발자국 소리라는 뜻으로 쓸쓸할 때 손님이나 기쁜 소식이 온다는 말을 공곡족음(空谷足音) 등에 쓰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