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화 시대에 걸맞게 선의 바람이 사이버상에서도 불고 있다. 모사이트 불교 관련 카페에서 '참선'으로 검색되는 카페수가 50여 개가 넘은 점은 그 좋은 예이다. 그런데 아쉬운 것은 대부분 선수행 관련 홈페이지들이 수행을 진작시키려는 목적보다 수행단체 홍보 및 친목위주로 운영되고 있다는 점이다. 이러한 와중에도 내실 있는 수행정진을 위해 온라인으로 다음카페 '한주선원(http://cafe.daum.net/dnstn)'을, 오프라인으로 선원을 마련하여 실참구시하고 있는 한주선원(閒主禪院)을 찾아갔다.
한주선원 수행정진 도량
대전에서 자동차로 1시간이 못 되어, 인삼으로 유명한 충남 금산군 진산면 묵산리 한적한 시골마을에 위치한 한주선원에 도착했다. 도착하자마자 한주와 진묵이로 불리는 진돗개 녀석들이 요란하게 손님이 찾아왔음을 알린 덕택에 선방에서 정진하고 계시던 혜덕 스님이 황급히 나와 기자를 맞아주셨다. 법당에 삼 배를 올리고 난 후 해인사 동당수좌로 주석하고 계시는 도견(道堅) 스님을 은사로 출가하여 제방선원에서 20하안거를 성만하신 혜덕(慧德) 스님과의 훈훈한 차담을 나눴다. 한주선원은 조계종 종지인 간화선 수행정진을 하고 있다. 이러한 사실은 굳이 한주선원을 방문하지 않아도 사이버공간인 한주선원 카페에서 수행지침, 참선이론, 선문답모음, 조사어록 등이 체계적으로 정리되어 있는 것을 보아도 간파할 수 있다. 첫대면에서부터 조사어록 정리에 관심을 갖는 기자에게 혜덕 스님은 "마음공부를 하는 것이 중요한 것이지, 조사어록의 기록문제가 중요한 것이 아닙니다."라고 그 자리에서 의리선에 떨어짐을 경계하신다. "어느날 해인사에서 정진 중에 기도하러 오신 노보살님을 모시고 차를 대접한 적이 있습니다. 그런데 30여 년을 절에 다니셨는데도 불교에 대해서 제대로 모르고 계셨습니다. 복을 빌러 오셨다더군요. 기복적 불교에 벗어나지 못했음을 여실히 느끼는 순간이었습니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컴맹이었지만 이제 회원 1300여 명의 어엿한 사이버운영자이신 혜덕 스님은 그래서 실참(實參)을 하는 중에 의문 나는 점을 문답하는 법거량 코너에 제일 무게를 두신다. 법거량에서는 깨달음을 점검하는 서릿발 같은 문답이 아니라 불교용어, 기초교리에서부터 수행정진 중 의문 나는 점 등 재가불자들이 불교에 대해 궁금한 것이면 무엇이든지 묻고 답하는 문답이 이루어지고 있다. 이렇게 4년 동안 불자들과 비교적 개방적으로 법연을 맺는 와중에도 어떤 한계를 느낀다고 한다. 그것은 다름 아닌 대부분 불자들이 세속에서의 인습을 배제시키지 못한다는 점이다. 일주문을 통과하는 데에도 세속의 번뇌를 불법의 청량수로 말끔히 씻고 일심으로 진리의 세계로 향하라는 가르침이 담겨 있듯이, 수행하는 데 있어서는 일체 인습을 놓아버리고 용맹정진해야 하거늘 대부분 쉽고 편한 것을 좇아 마음의 평화를 얻으려 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하여 선방의 대중곁을 떠나와 좀더 뜻있는 수행정진을 계속하기 위해 2년 전에 카페 한주선원에서 재방의 산사를 전전하며 봉행하던 철야참선정진에서 만난 뜻있는 법우님들의 발원으로 한주선원이라는 근본도량을 마련하게 되었다. 현재 한주선원은 늘 선방을 개방하고 있으며 주말에는 법우 한 분이라도 참여하신다면 철야정진을 한다. 철야정진은 해인사 수행가풍에 따라 이루어지고 있다. 저녁예불(백팔대참회)을 올리고 카페 게시판에 올려진 참선수행의 기초자료를 근거로 강의 후, 40분 좌선 10분 방선이 새벽 3시 아침예불을 올릴 때까지 진행된다. 새벽 4시부터는 새벽 숲길 산책, 좌선, 기도 등 자율정진이 이루어진다. 아침공양 후 차담시간을 갖고 각자의 수행을 점검한 후 회향한다. 일부 선원에서는 여전히 기복적 신앙을 떨치지 못하는 모습들이 비춰지고 있는 것이 한국불교의 현실이다. 한주선원은 "부처님 정법 수호는 참나를 찾는 데 있음"을 늘 새기고 있다. 그런 이유에서 이곳에서는 특별히 나서서 신도를 접수하고 정기적인 법회를 올리고 있지 않다. 경제적 여건이 허락지 않는 상황이라도 실참정진 수행도량으로 자리매김하기 위해서이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시길 과거심 미래심 불가득이라 하셨습니다. 과거를 기억은 할지언정 연연해 하거나 붙잡고 늘어질 것은 없고, 미래를 위한 계획은 할지언정 연연해 하거나 집착할 것은 없는 것입니다. 과거나 미래에 마음이 걸리게 되는 것 그것이 바로 집착입니다. 부처님 가르침과 그 실천을 따로 따로 공부하고 따로 따로 실천하고 그 수없는 방편을 다 수행하려고 애쓴다면, 그것부터가 분별의 시작이고 번뇌의 시작이 아닐까요. 하나를 잡고 늘어지면 그 하나에서 전체를 보게 됩니다. 무집착 하십시오. 지금 이 순간에 충실하십시오." 수행방법에 대해 왈가왈부하는 기자에게 혹시 자기 편한 위주의 수행을 찾는 건 아닌지 경계하시면서 혜덕 스님이 일러 주신 말씀이다. 그러고 보면 마조 스님의 "평상심시도(平常心是道)"나 조주스님의 "임운수연 불섭언로(任運隨緣 不涉言路)" 등의 말씀도 이미 진리는 현재에 충실하는 데 있음을 자상하게 일러 주셨음에도 불구 아직까지 우리 중생들은 눈뜬 장님이다. 한가할 한(閒)에 주인 주(主), 이름에서부터 쉬는 데 주인이 되자고 말하고 있는 한주선원. 이곳의 법연으로 일념으로 닦고 닦아 지금 이 순간 쉬어서 무집착할 수 있는 불자님들 많이 있으시길 기대해 본다.
첫댓글 무집착 한 가정의 가장으로 꼭 해야 될 가장 어려운 재가 불자의 한계입니다, 부처님께 귀의한지 7년 그 한생각 한마음 내 안에 있지만 이리 시간이 갈수록 알수록 모르겠다는 맘, 무집착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