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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영화의 스토리,개연성(흐름), 영화를 본 후 생각할 수 있는바를 중요하게 여기는 여시야.
그래서 생각할 거리가 많은 영화를 좋아해 ㅎㅎㅎ
그리고 그냥 넘어갈 수 있는 부분도 의미를 되짚어보는 것도 좋아해서 ㅎㅎㅎ
지금 리뷰를 읽을때 여시들이, '읭? 이런 것까지?'하고 생각할 지도 모르겠당.
여튼 어제 남한산성을 봤어! 처음엔 평점 7.x에 지레 겁먹고 보지 말까하다가, 김훈(여혐 여혐) 작가의 남한산성 원작을 정말 잘살렸다는 평을 읽고 보기로 했어.
나는 남한산성 책의 담담하게 서술한 삭막함과 눈보라가 꽤 인상 깊었거든.
영화보고 난 느낌은, '원작을 잘 살렸구나!'야.
중간중간 복선이나 상징적인 요소들을 잘 넣었고, 무엇보다 이미 사람들이 알고 있는 역사적 사건들을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시 집중하게 만들었고,
또 한국사 시간에서 재미없게 외웠던 인물들, 특히 최명길을 입체적으로 잘 살려냈다는 생각이 들었어. (이건 스포가 될 수 있으니 하단에서 더 설명을 덧붙일게.)
연출도 나름 신선했는데 보니까 <도가니> 감독이넹 ㅎㅎ
그리고 같이 영화를 본 남친은 음악에 돈을 많이 쓴 것 같다고 하더라. 음악이 정말 잘 어울렸어.
영화는 크게 보면 수묵화 같은 느낌인데 음악이 색채를 더한듯해.
이제 세부적으로 짚어보면! (스포스포^^7- 스포 피할 여시들은 8번으로 쭉 내려가주세요.)
1. 화친은 역적인가.
흔히들 아는 병자호란에서 화친을 주장했던 최명길(이병헌)과 척화파/북진파였던 김상헌(김윤석)의 논리를 정말 잘 풀어냈어.
나는 그중에서도 최명길 역을 새롭게 재조명했다고 생각했어.
뭔가 나는 예전에 한국사 배울때(심지어 공시 준비할 때도) 화친을 주장하는 신하는 나라를 팔아먹는 매국노급이라고 생각을 했거든... ㅎㅎㅎ 싸우기 싫어서 몸사리는, 기회주의자 정도로 여겼어.
그런데 영화를 보니, 왜 '말의 길'을 그토록 중시했는 지를 알 수 있겠더라.
민초들이 주춤주춤하며 죽지 않으려고 어쩔 수 없이 나아갈 때 홍의포(대포) 날라오고, 윗 사람의 섣부른 판단에 쉽게 죽어나가는 걸 보며 전쟁이란 게, 엄청 무서운 거라는 걸 새삼 느꼈어.
그렇게 보면 '화친'은 최소한의 희생으로, 더 많은 삶을 구할 수 있는 길이 될 수 있겠구나 싶더라. 최명길도 그런 걸 원했던 거겠지. 물론 픽션이니 각색된 것도 어느정도 있겠지만 말야.
극중에서도 인조가 최명길에게 말하지. '이제 그대는 역적이 될 거라고.'
그렇게 최명길은 더 많은 목숨을 살리려고 화친을 주장했지만, 안타깝게도 나같이 역사를 잘 모르는 후손에게 매국노급으로 매도당하게 됐지….
2. 삶을 위한 죽음, 죽음을 위한 삶.
삶과 죽음이란 어떤 걸까? 누군가는 개똥밭에서 굴러도 이승이 낫다고 하고, 누군가는 치욕스런 삶을 살아갈 바에는 명예로운 죽음을 택한다고 하기도 하지.
그런데, 난 이게 참… 뭐랄까. 지극히도 지배층의 생각이구나 싶었어.
병자호란 당시는 조선의 피지배계층으로 살아가기에는 팍팍한 실정이었고, 성책 위에 동상으로 고생하는 군사들의 식량이나 옷가지에 대한 걱정보다도 사대부는 자신들의 군율과 지위를 중요하게 여겼지.
막말로 청쪽 역관이었던 사람(前 조선인)은, 지금 우리가 꿈꾸는 탈조선의 모습과 다를 바 없다고 생각해. 짐승만도 못했던 삶에서 그나마 사람다운 삶을 찾아 떠나간 건데 그걸 지탄해야하나, 라는 의문이 들더라.
그리고 나루터의 노인부터 성책의 군인에 이르기까지, 그 누구도 '청나라에 머리 숙일 바에는 자결하겠다', 고 하는 이가 없어.
어떻게든 살아가려고 한단 말야. 보살펴야할 손녀가 있고 결혼을 꿈꾸기도 해.
그런데 그들의 마음은 1도 고려치 않은채, 싸우자고 주장하는 사대부들은 그저 자신들의 대의명분만 따지며, '자신들의 '고귀한 삶'이 이어지지 않을 바에야 죽는게 낫다! 그러니 전쟁을 하자'고 주장하는 걸 보니 어이가 없더라. 하하하.
3. 옷 색깔
김상헌(김윤석)은 처음부터 끝까지 흰옷을 입고 나오고 최명길(이병헌)은 쭉 남색옷을 입어.
대개 흰색은 '이승',' 백의종군' 이런 걸 뜻하고 남색은 극중에서도 언급하길 '신하의 옷'이라고 하지.
백과 청은 어울릴 수 없는 색이고 둘은 서로 다른 것을 지향하지만 둘은 모두 충신이지.
4. 왕의 고단함
유생들의 상소나 신하들의 '아니되옵니다 전하~ 통촉하여주시옵소서'가 어마무시한 거더라...!
이래도 지랄, 저래도 지랄. 그래놓고 또 그럼 나더러 어쩌라고, 물어보면 그건 전하께서 정하시고 자신들은 그걸 따라갈거래..★
와 내가 왕이었으면 벌써 피의 숙청을 몇번이나 단행했을 거야.
영화보는 내내 그 신하라고 자리 채우고 있는 것들 입막아버리고 싶더라^^
5. 그들만을 위한 리그
인조가 남한산성을 나서지 않고 버틴 이유는 자신은 왕이고, 왕이 된 도리로서 치욕을 감당할 생각이 없기 때문이었어.
그리고 같은 맥락에서 인조가 남한산성을 나선 건 수없이 많은 백성들이 죽어나가서가 아니야.
'그냥 본인이 살고 싶었을 뿐.'
극중에서 보면 인조는 어찌됐던 따뜻한 밥과 국을 먹어. 그리고 따뜻한 화로가 곁에 있지.
그러나 정작 성책에서 그 산성을 지키는 이들은 적국에게 군사배치를 알려준다는 이유로 불도 못쬐고 먹을 것도 시원치않지.
그리고 어찌어찌 청군으로부터 죽을 고비를 넘은 대장장이는 신분이 천하다는 이유로 또다시 같은 조선군에게 죽을 위기에 놓여.
그는 몸을 사리는 높으신 분들 덕분에 첩자로 몰리게 되거든....ㅋ
(Tmi. 잔잔한 불빛을 내는 화로와 금방이라도 꺼질 듯한 숯불.)
6. 6조 (한국사 잘아는 여시는 패스)
이조판서 최명길. 예조판서 김윤석.
중간에 제일 먼저 숙청해주면 좋겠다, 어서 죽어줬으면 하는 인물인 영상(이름 정확히 모르겠당... 이분 연기 짱 잘함... 너무 잘해서 진짜 짜증났어..)에게서 전투에 관한 권한을 예판에게 넘길 때 되게 반발해. 그래서 찾아보니..
이조(吏曹)판서 : 오늘날의 행정자치부
예조(禮曹)판서 : 오늘날의 교육인적자원부와 문화관광부
이거더랔ㅋㅋㅋ
반발할 만하지. 그리고 국방부를 맡고 있는 건 병조(兵曹)판서 였엉★
7. 배우들에 대한 개인적 소견
1) 김윤석이나 이병헌이나 발음/딕션이 정확해서 논리싸움이 꽤 흥미로웠어.
만약 딕션 엉망이고 대사 씹어먹는 배우였다면... 워.... (절레절레) 그리고 연기 진짜 짱.. 워후! 눈빛이 인상적이었어.
2) 박해일 진짜 무능하고 유약한 바지사장 인조역할 짱이었어.
그럼에도 '나는 왕이다!' 이런 느낌이 있어서 다른 신하들을 맡은 배우들에게 밀리는 느낌은 없었어.
3) 고수. 잘생김 ㅇ.ㅇ 근데 너무 뻔한 역할.. 남탕 사극에서 한명쯤 나올법한 인물..
'내 가족/형제를 위해서라면! 무엇이든 하겠소'하는 cj가 좋아하는 배역이었당..
4) 그리고 결정적인 여자배우.. ㅎ...
ㄱ. 나루 데리고 왔을 때 일하는 상궁(심지어 얼굴도 잘 안나옴)
ㄴ. 나루(여자 꼬맹이)- 애기가 연기 잘하더라 귀여웠엉
ㄷ. 전투 후 시신들에 애도하며 다가가는 행인... ㅋ 대사없고 뒷모습 흐릿하게 잡혀. (Aka 배경)
ㄹ. 평화가 찾아온 남한산성에서 일하는 여성. 역시 대사없고 그냥 배경이야 배경.
김훈 작가가 워낙 여혐작가로 말이 많으니.... 뭐.... 그런 작가의 작품을 영화화했으니... 심지어 그것도 '작품을 잘살린' 영화라.... 그래도 씁쓸하긴 했어.
8. 주의사항
1장부터 마지막장까지 같은 호흡으로 진행되서 뭐랄까 좀 지루한 감은 없잖아 있어.
그러니 영화보다는 책의 글자들을 영상으로 옮겨놓았다/구현해놓았다-고 생각하고 보는 게 좋을 듯해.
음 굳이 말하면, 영상참고자료 정도?ㅎㅎ
잔인한 거 못보는 여시들 주의하세여.. 목 자른 거 세번 정도 나옵니다...
심지어 줌인해서도 한두번 나옵니다... 죽겠어요...
전투장면 앵글을 가까이에서 잡아요..ㅠㅠㅠ 눈가리고 소리만 들었슴돠.
그리고 은근 화장실 가고 싶어... 답답한 마음에 목이 타서 계속 마셔서 그런 지는 몰라도 ㅎㅎㅎ 그니까 음료 조금만 드세여...ㅎㅎㅎ
9. 글을 마치며
음, 영화를 본 후에 지금의 빨갱이/종북 논쟁이 예전의 역적 논쟁의 연장선에 있다는 생각이 들었어. (레드준표.. 찰랑둥이... 후...)
그리고 예나 지금이나 정치인들이 제대로 일을 못하면 나라꼴이 엉망으로 돌아간다는 것도!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고 했지. 생각할 요소가 많은 잘 만든 영화였어.
나 대형게시판 처음이야... 혹시 고칠 거 있으면 살살 말해주세여.. ㅎㅎ
+ 김윤식 오타 죄송합니당.. 배우이름 '김윤석'이예요
첫댓글 크으.... 정독해땨여샤
나도 영화보고 토론하는거 좋아하는데
존나4번 개공감ㅋㅋㅋㅋㅋ
뭐시발 어쩌라고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소설에서도 그렇고 영화에서도 그렇고 김윤석, 이병헌
둘이 대사치는게 진짜 명대사 ㅜㅜ 명장면 ㅜㅜ
잘읽었다 여샤!!!
지루하다는 평 엄청많이보고 갔는데 나도 좋았어.. 역사라는게 결과를 알고있으니까 편파적으로 생각할 수 밖에없는데 김윤석이랑 이병헌 연기 오져벌여서 그 상황에 완전몰입할 수 있어서 좋았어!!! 여시글 읽으니까 더 느껴짐 그 살떨리는 추위와 전쟁
나도 간만에 생각할 거리가 많은 영화를 봐서 여시처럼 남한산성 추천함!!!
나는 여시와는 다르게 늘 주전파가 잘못했다고 생각했거든. 명분보다는 실리가 중요하다고 생각했는데 영화보고 오히려 생각이 바꼈어
칸이 원하는대로 순순히 쉽게 세자를 청으로 보냈다면 전쟁보다 더 끔찍한 일이 있었을 것 같기도하고,
주전파가 진심으로 지키고자 했던 것이 무엇인지 영화로 느껴지더라구
목숨보다 나라의 안위를 먼저 생각했던 두 충신의 모습은 현재 우리의 모습에 많은 교훈을 준 거 같기도하고!
간만에 웰메이드 영화봐서 이것저것 많이 생각했당ㅋㅋ
나도 너무 좋았어 잔잔하게 잘풀어나간것같아 여운이 계속 남더라
여혐작가 원작이라고 해서 보기 망설여졌는데
최근 본 사극중에 꽤 괜찮았던 영화였음
특히 영상미랑 음악이 세련되서 인상적이었어 ㅎㅎㅎ
나는 청의 역관인 사람이 젤 맘에 들더라 ㅠㅠㅠㅠ
내가 탈조선이 꿈이라서 그런가..
하여튼 생각할 거리를 던져주는 영화같애
여시야 글을 너무 잘정리해줬다!!!!!!
나두 곱씹어볼수있고 생각할수있는 영화를
좋아하는데 남한산성 정말 좋게봤어ㅠㅠ
이글읽고 내생각도 정리되고 너무 좋다 ㅎㅎ
지금 한번 더 보러갈까 고민중이야
나도 가족끼리영화보러가는데 동생이 미성년자라 가족들이보는영화를 못봐서 동생이랑 나만 남한산성봣거든 보기전에는 냄져밖에없네~~존나재미없게생겻네~~하고들어갓는데 오랜만에 영화다운 영화를 본거같아 생각할것도많아지고 뭣보다 책을 그대로 영상으로 보는듯한 ..영화를 보는것보다 영화를 읽는듯한 느낌이었어. 영화가 우려내는 무게감도 너무 좋았구..
아 여자배우 없는 문제에대해서는 오히려 여자배우를 희화화하거나 낭비시키지않고 꼭 필요한 인물도 아니어서 배제되었다고생각해. 여혐가득한 영화에서 차라리 이영화에서는 여자배우가 없는게 여혐이 아니었던거같아. 나와봣자 조선에서 그냥 고수의 아내 이런역으로나 나와서 존나 남편을위해 지고지순 희생하는 역할이나 했을듯.
나도 잔잔하게 재밌게봄. 영화가 길고 담담하게 서술되서 지루하다는 의견도 충분히 공감가. 그래도 이병헌 김윤석 티키타카 하는거 진짜 재밌었음
와완전 내생각=여시생각
글 진짜 잘썼다!!'
여시 글보고 남한산성 보고싶어졌어 고마워!
죄다 공감. 별 생각없이 본 영화인데 진짜 생각할 거리 많은 영화더라.
조선이 유교국가고, 실제 상황보다는 명분, 이론 중시하는 모습 고스란히 담아져 있어서 진짜 속 터지더라
재미로는 비추라도 나는 한번쯤은 봐볼만한 영화같아.
여시.. 나 여시글에 감동 받음... 여시 글 정말 잘 쓴다... 여시 이건 개인적 질문인데 여시 평소에 어떤책 읽어~? 궁굼해... 여시 그리고 나 궁굼한게있는데 나 공시생인데 내가 배우는 한국사샘은 김상헌에 대해 평이 좋지는 않았는데 여시는 어떻게 생각해? 내가 배우는 샘은 김상헌이 끝까지 척화를 주장했던 건 자신의 정치세력을 유지하기 위해서라는데... 여시는 이부분에 대해 어떻게 생각해~?? 아무튼 여시 글 올려줘서 너무너무 고마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