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5일 (자) 재의 수요일
제1독서
<너희는 옷이 아니라 너희 마음을 찢어라.>
▥ 요엘 예언서의 말씀입니다. 2,12-18
12 주님의 말씀이다. 이제라도 너희는 단식하고 울고 슬퍼하면서 마음을 다하여 나에게 돌아오너라. 13 옷이 아니라 너희 마음을 찢어라. 주 너희 하느님에게 돌아오너라. 그는 너그럽고 자비로운 이, 분노에 더디고 자애가 큰 이, 재앙을 내리다가도 후회하는 이다. 14 그가 다시 후회하여 그 뒤에 복을 남겨 줄지 주 너희 하느님에게 바칠 곡식 제물과 제주를 남겨 줄지 누가 아느냐?
15 너희는 시온에서 뿔 나팔을 불어 단식을 선포하고 거룩한 집회를 소집하여라. 16 백성을 모으고 회중을 거룩하게 하여라. 원로들을 불러 모으고 아이들과 젖먹이들까지 모아라. 신랑은 신방에서 나오고 신부도 그 방에서 나오게 하여라.
17 주님을 섬기는 사제들은 성전 현관과 제단 사이에서 울며 아뢰어라. “주님, 당신 백성에게 동정을 베풀어 주십시오. 당신의 소유를 우셋거리로, 민족들에게 이야깃거리로 넘기지 마십시오. 민족들이 서로 ‘저들의 하느님이 어디 있느냐?’ 하고 말해서야 어찌 되겠습니까?”
18 주님께서는 당신 땅에 열정을 품으시고 당신 백성을 불쌍히 여기셨다.
주님의 말씀입니다. ◎ 하느님, 감사합니다.
제2독서
<하느님과 화해하십시오. 지금이 바로 매우 은혜로운 때입니다.>
▥ 사도 바오로의 코린토 2서 말씀입니다. 5,20─6,2
형제 여러분, 20 우리는 그리스도의 사절입니다. 하느님께서 우리를 통하여 권고하십니다. 우리는 그리스도를 대신하여 여러분에게 빕니다. 하느님과 화해하십시오. 21 하느님께서는 죄를 모르시는 그리스도를 우리를 위하여 죄로 만드시어, 우리가 그리스도 안에서 하느님의 의로움이 되게 하셨습니다. 6,1 우리는 하느님과 함께 일하는 사람으로서 권고합니다.
하느님의 은총을 헛되이 받는 일이 없게 하십시오. 2 하느님께서 말씀하십니다. “은혜로운 때에 내가 너의 말을 듣고, 구원의 날에 내가 너를 도와주었다.” 지금이 바로 매우 은혜로운 때입니다. 지금이 바로 구원의 날입니다.
주님의 말씀입니다. ◎ 하느님, 감사합니다.
복음
<숨은 일도 보시는 네 아버지께서 너에게 갚아 주실 것이다.>
+ 마태오가 전한 거룩한 복음입니다. 6,1-6.16-18
그때에 예수님께서 제자들에게 말씀하셨다.
1 “너희는 사람들에게 보이려고 그들 앞에서 의로운 일을 하지 않도록 조심하여라. 그러지 않으면 하늘에 계신 너희 아버지에게서 상을 받지 못한다.
2 그러므로 네가 자선을 베풀 때에는, 위선자들이 사람들에게 칭찬을 받으려고 회당과 거리에서 하듯이, 스스로 나팔을 불지 마라. 내가 진실로 너희에게 말한다. 그들은 자기들이 받을 상을 이미 받았다. 3 네가 자선을 베풀 때에는 오른손이 하는 일을 왼손이 모르게 하여라. 4 그렇게 하여 네 자선을 숨겨 두어라. 그러면 숨은 일도 보시는 네 아버지께서 너에게 갚아 주실 것이다.
5 너희는 기도할 때에 위선자들처럼 해서는 안 된다. 그들은 사람들에게 드러내 보이려고 회당과 한길 모퉁이에 서서 기도하기를 좋아한다. 내가 진실로 너희에게 말한다. 그들은 자기들이 받을 상을 이미 받았다. 6 너는 기도할 때 골방에 들어가 문을 닫은 다음, 숨어 계신 네 아버지께 기도하여라. 그러면 숨은 일도 보시는 네 아버지께서 너에게 갚아 주실 것이다.
16 너희는 단식할 때에 위선자들처럼 침통한 표정을 짓지 마라. 그들은 단식한다는 것을 사람들에게 드러내 보이려고 얼굴을 찌푸린다. 내가 진실로 너희에게 말한다. 그들은 자기들이 받을 상을 이미 받았다. 17 너는 단식할 때 머리에 기름을 바르고 얼굴을 씻어라. 18 그리하여 네가 단식한다는 것을 사람들에게 드러내 보이지 말고, 숨어 계신 네 아버지께 보여라. 그러면 숨은 일도 보시는 네 아버지께서 너에게 갚아 주실 것이다.”
주님의 말씀입니다. ◎ 그리스도님, 찬미합니다.
정인준 파트리치오 신부의 강론말씀
“흙에서 왔으니”
오늘은 사순절을 시작하는 재의 수요일입니다.
교회는 성지주일에 축성했던 나뭇가지를 다시 모아 태워서 재를 만들어
교우들 이마나 머리에 얹어서 회개이 표시를 하며 사순을 준비하게 합니다.
재라는 것은 주로 나무가 타서 남는 찌꺼기를 말합니다. 나무의 흔적은
그야말로 무(無)의 상태를 말하는 것입니다.
하느님으로 버림을 받고 자신에게 속한 재물, 심지어는 자식들까지 죽고 나서 자신의
비부병이 도진 몸을 질그릇 조각으로 긁으며 잿더미에 앉아있는 욥의 모습(욥 2,8)이
바로 모든 것을 읽어 무(無)의 상태를 말해 주고 있습니다. 또한 요나가 니느웨가
망한다고 예언했을 때 왕은 모든 신하들과 백성들까지 회개의 뜻으로 자루옷을 입고
잿더미에 앉습니다. (요나 3,6)
이런 구약의 배경에서 교회는 사순절을 시작하며 전례에서 재를 얹으며
‘사람은 흙에서 왔고 다시 흙으로 돌아간다.’(창세 3,19)는 말을 사제는
말을 하는 것입니다.
요엘 예언자는 이스라엘 백성이 회개의 표시로 잿더미에서 옷을 찢는 관습을 들어
다음과 같이 말씀을 선포합니다. “옷이 아니라 너희 마음을 찢어라.”(요엘 2,13) 외적인
관습보다는 내적인 회개가 더욱 필요하기에 예언자는 이렇게 선포했던 것입니다.
사도 바오로는 사람이 하느님의 뜻을 따르며 특히 하느님과 화해하도록 독려합니다.
그리고 이 일을 미룰 것이 아니라 바로 당장 오늘 할 수 있기에 사실 다행이지요.
남이 미래에 할 것이라면 내 권한 밖이지만 지금 내 자신이 할 수 있다는 것은
권한과 자유가 있다는 뜻이겠지요. 주님께서 해야 할 일이 어제도 그리고 내일도
아닌 바로 “오늘”임을 일깨워 주시네요.
마태오 복음사가는 진정한 ‘희사’, ‘기도’, ‘단식’에 대해서 주님의 가르침을
전하고 있습니다. 남들에게 드러내거나 생색을 내는 것이 아니라 바로 모든 것을
알고 계시는 하느님 앞에 조용히 하는 것입니다. 우리 천주교 신자들이 자랑스러운 것은
다른 종파에 비해서 사람마다 다르기는 해도 대부분 이 복음대로 한다는 것입니다.
이번 사순시기에 우리의 새로운 결심을 주님께 바쳐야 하겠습니다.
제일 먼저 성경을 통독하자는 것입니다. 성경읽기 표를 준비하고 있지만 각자가
주님의 말씀을 읽고 묵상하는 날들이기를 함께 노력하고요, 또 하나는 고쳐도고쳐도
힘든 나의 악습 하나를 고칠 수 있어야 하겠습니다.
이 두 가지만해도 사순절의 큰 과제라고 봅니다. 기도와 희생, 이웃을 위한 단식과
희사를 실천하면서 거룩한 재의 수요일을 맞아 재를 받읍시다.
이 세상은 사라지고 나의 욕망도 헛된 것으로 사라지겠지만
하느님의 사랑은 영원하심을 회개하는 이 가슴에 새기는 하루가 됩시다.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출처: 구름 흘러가는 원문보기 글쓴이: 말씀사랑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