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d Book 이야기
레드북이란 무엇인가?
오늘은 레드북에 대한 이야기를 해 보려고 한다
레드북은 내가 오래 근무했던 릴리사의 행동지침에 대한 책이다
대략 50페이지 정도 되는데, 예전에는 조금 더 얇았었다
그리고 앞뒤로 모두 자주빛이 도는 빨간색이었다
경고의 의미를 담았다고 생각했었다
마지막으로 나온 것이 2011년 판인데 빨간색이 좀 바뀌었다
더 밝은 빨간색으로 변했고, 릴리 로고와 같은 색이다
표지도 온통 새빨갛지는 않다
내용은 비슷비슷한데 중간중간 회사 중역들이
맡고있는 부서별로 한 폐이지씩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내가 아래에 올리는 거 말고도 여섯 명의 메시지가 더 들어 있다
내용을 요약하면 이러이러한 일이 생겼을 때
이렇게 저렇게 행동하라는 행동지침서라고 볼 수 있다
온갖 민감한 사안 들에 대해 릴리사의 확실한 방침을 밝혀 놓았다
예를 들자면 동업자 들이 모인 회의에서 혹시라도
부정한 담합행위나 그런 논의를 시작한다면
지체없이 그 자리를 박차고 나와야 한다
또 비지니스와 연관되는 회사의 주식에 투자하지 않는다 등이다
일체의 불법행위나 부도덕한 행위에 가담하지 말라는 것이다
사내의 사원 들 간에도 이러저러한 경우에 이렇게 저렇게 해라 등
구체적이고 세밀한 일종의 행동지침서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매년 초 전 직원은 아니지만 중요한 직책을 맡고있는
거의 전 임직원에게 이 소책자가 우송된다
그리고 한 장의 회장으로부터의 메시지가 따로 들어 있다
더불어 이 책자를 잘 읽었고 내용을 숙지했다는
그리고 이를 위반할 시에는 어떠한 처분도 달게 받겠다는
이 책자를 받은 직원의 서명이 들어가는 서약서가 들어 있다
그리고 그 서약서는 서명 후 회장에게 직접 보내도록 되어 있다
나도 매년 이 레드북을 받았고 읽었고 그리고 서약서를 보냈었다
Conflict of Interest는 어떻게 번역해야 하나?
요즘 매스컴에서 자주 듣는 단어 중의 하나가 "이해충돌"이란 단어다
이 레드북에도 나오는 단어다. Conflict of Interest 를 직역한 것이다
그런데 이걸 직역하면 본래의 의미가 많이 퇴색된다
동서양의 단어에 대한 의미가 조금 다르기 때문이다
80년대 초반 미국에서 언론계에 오래 종사했던 안재훈이란 양반이
조선일보에 "안재훈의 미디어영어"라는 제목으로
미국 매스컴에서 자주 쓰이는 의미가 애매모호한 단어 들을
매일 한 차례씩 풀어서 연재한 적이 있다
미국식 사고방식을 이해하는데 많은 도움을 받았다
그 때 매일 게재되는 내용을 스크랩해서 지금도 보관하고 있다
거기에 보면 Conflict of Interest를 공과 사의 구분이라고 했다
나는 안재훈씨의 이 의역이 훨씬 더 낫다고 생각한다
이 칼럼이 쓰여진 싯점이 80년대 초반이다. 40년 전 일이다
이해충돌이 아니라
공과 사를 구분하지 못하고
공적인 권력과 자리를 이용하여
사리사욕을 채운다는 말이 더 적합한 표현이라고 본다
작금에 우리나라에서 벌어지고 있는 모든 "이해충돌"에 관한 논쟁은
영어식 직역이 아니라 안재훈의 미디어영어에서 소개한
"공과 사의 구분"을 못하는 사리사욕으로 해석해야 한다고 본다
레드북에서 배워야 할 점
말하자면 릴리의 레드북에 담긴 내용은
이러한 공과 사의 구분 내지는 사리사욕을 억제하라는 내용이다
그리고 매일매일 근무하며 지켜야 할 행동지침 등을 담은 책자다
릴리 사이트에 들어가 보니 2011년 판이 최신판이다
당시 회장이었던 사람이 맨 앞에 메시지를 넣었고
맨 마지막에 임직원 들의 도덕성 등을 다루는 여성 수석 부사장이
단호한 어조로 레드북의 지침을 잘 따를 것을 강조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레드북과 비슷한
사리사욕 방지규범 등의 책자를 발행하여
이를 준수하겠다는 서약서를 받으면 어떨까?
어제 42년 전 약혼사진을 포스팅하며 이런저런 얘기 중에
내가 근무했던 릴리에 관한 이야기가 여러번 언급되었다
2022년 세계적인 제약기업의 기업가치 순위도 새롭게 알게됐다
릴리의 기업가치가 3천억 달러를 훌쩍 넘어섰고
글로벌 제약회사 들 중에서 세계2위라는 사실도 알게 됐다
2022년 말 릴리사의 기업가치는 3471억 달러에 달한다. 이는 전 세계 기업가치 순위 19위라고 한다.
꾸준히 그리고 열심히 성실하게 우수성을 추구하며
인간에 대한 존중을 기치로 내걸고 의약품 개발에 매진한 결과
그런 훌륭한 성과를 만들어 낼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좋은 성과는 결코 우연하게 얻어지는 것이 아니라고 본다
우리나라도 작금의 혼란스러운 상황을 극복하고
부디 투명하고 깨끗한 사회가 되기를 빌어 마지 않는다
릴리가 추구하는 기업의 행동규범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해 놓은
레드북 이야기를 하는 이유이다
2011년 판 레드북 표지
모두 50페이지로 구성된 직원 행동강령이다
이미 몇 해 전에 은퇴한 회장 죤 씨 레흐라이터 박사의 메시지다
설립자 일라이 릴리의 후손인 J. K. Lilly Sr의 1946년 메시지다. 릴리 가문은 경영에는 전혀 관여하지 않는다
릴리의 도덕에 관한 사항을 맡고 있는 수석부회장의 메시지가 마지막에 붙어 있다
부드럽지만 단호한 어조로 이를 준수할 것을 요청하고 있다
레드북의 뒷표지. 우리회사의 가치는 성실함(정직)/우수성/인간에 대한 존중
[사족]
릴리가 주로 병원용 전문의약품을 생산, 판매하기 때문에
일반 소비자 들에게는 다소 생소한 회사일 수 있지만
우수한 의약품 들을 개발, 보급한 세계적인 다국적 제약전문기업이다
1876년 5월10일, 미국 남북전쟁에 참전했던 북군출신 의무장교
Eli Lilly가 인디애나폴리스 시내의 조그만 사무실에서 창업하였다
1923년 세계최초로 돼지 췌장에서 추출한 인슐린제제를 개발하였다
이로 인해 당뇨병으로 죽어가던 환자들의 생명을 구할 수 있게 되었다
1940년대에는 페니실린 제제를 상업화하였다 : V-Cillin K
1947년 돌로핀이라는 제품명으로 강력마약성진통제 메사돈 발매
1950년대 소아마비 백신 개발 보급
한때 자살용 약으로 많이 사용됐던 수면제 세코날도 릴리제품이다
1970년대에는 다수의 세팔로스포린 계열 3세대 항생제를 개발 보급하였다
시클러, 케플렉스, 세프타지딤, 기타 등등
1980년대에는 최첨단 인슐린제제를 개발 보급 : 휴물린,
현재도 새로운 당뇨병 치료제를 지속적으로 개발 보급하고 있음
덴마크 제약회사 노보노디스크와 인슐린 제제 시장을 양분하고 있음
1986년 SSRI 항우울제 프로작(플루옥시틴 성분) 개발 보급
이후 정신분열증 치료제 자이프렉사, 아동주의산만치료제 스트라테라 발매
그 밖에도 유수한 정신과 약제 들을 새롭게 개발 보급 중
그 밖에 효과좋은 항암제, 골다공증 치료제, 개발 보급
현재도 지속적으로 신제품이 개발되고 있음
코로나가 창궐한 이후 항체주사치료제 개발로 수많은 중증환자들의 생명을 구함
화이자, 모더나는 예방백신, 릴리는 중증환자 항체주사치료제 보급
일반인 들이 알만한 약으로는
남성발기부전치료제 씨알리스(2003년 발매)가 있음
전 세계 120개국에 의약품을 공급,
38.000명의 직원 중에 9,100명이 연구개발직에 종사하고 있음
신제품 하나를 개발하는데 평균 20억달러의 비용과 10년이라는 시간 소요
첫댓글 청솔님~
Red Book 첨 들어 보는 말이네요
레드북에 대해 조금 알고 갑니다
근데 저의 상식으론 이해가 잘 안되네요 ㅎ
임직원들에 대한 경고성 메시지라고 봅니다
위반 시에는 해고하겠다는 것입니다
매년 서약서를 내면서 찜찜했지요
후배가 하던 회사에 투자 제안을 받았는데
500만원 정도
물어 보니까 약간이라도 관련이 있으면
안 된다고 해서 못 했지요
했다면 지금 큰 돈이 됐을겁니다
이해에 도움이 되셨기를 바랍니다
로슈에는 이런 거 없었습니다
잘 읽고 갑니다.
기업은 이렇게 공정 룰을 만들어 지키는데
우리 현실은 이에서 너무 동떨어진 길을 가는 것 같습니다.
김영란법이 있다지만 국회의원이라는 게 사실 로비 집단입니다.
자기 지역 뭘 만들어준다 하고, 예산을 끌어오고, 그런 댓가로 표를 모으고
그 외에 자기들 친분이 있는 사람들에게 기회를 주고 선거자금을 받고...
이건 다스리기는 커녕 손도 못 대는 게 우리네 실정인 것 같습니다.
눈 가리고 야웅 하는 식이지요.
그러게 말입니다
바뀌어야 합니다
바뀌겠지요
꼭 바뀌기를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비전공분야라 잘모르지만 올려주신 글 잘봤습니다!
전공과 상관없이
전 직원에게 돌리는 지침서입니다
이러이러한 일 하면 짤린다
그런 경고성 메시지입니다
아주 세세하게 직원들의 행동을 규제합니다
오늘 또하나 배우고 갑니다....
그런것도 있군요.....ㅎ
네 이런 것도 있습니다
직원들의 행동규범을 정해 주고
위반하면 짜른다는 경고입니다
다른 조항들은 들러리구요
걍 덤으로 붙인 것입니다
정직하게 일할 것을 강조하지요
Integrity가 사전에는 성실이라고 나오지만
실상 근무해 보니 정직하게 일하라는 뜻입니다
거짓말하지 말고 곧이곧대로 하라는 말입니다
긴 글은 못 읽어요.
댓글로
레드북은 경고성 메세지임을 알고 갑니다.
네 알겠습니다
댓글 감사드립니다
레드북이라 해서 청소년 시절 빨간책이라는 음란웹튠인줄 알고 클릭했는데.....
직원들 지침과 경고성 메시지를 레드북이라고 하는군요.
무식하니 발상도 수준 이하입니다.ㅎㅎ
아 그러셨군요
실망시켜 드려 죄송합니다 ㅎㅎ
네 직원 들에게 지침과 경고를 주는 책자입니다
정직하게, 법에 따라서, 경우에 맞게,
회사의 명예를 실추시키지 말고
열심히 일 잘 하라는 행동지침서입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