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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속하는 기억
추운 날 점퍼의 지퍼를 턱밑까지 올리고 우물같이 깊은 신발을 신고 유년의 길을 걷는다 꽁꽁 여민 옷을 뚫고 온몸에서 노래하듯 말이 튀어나온다 발끝으로 미끄러지던 옛날이 말을 하고 손에는 눈 뭉치 굴러가는 소리를 낸다 몸에는 꿩의 깃털이 날리고 마음은 연을 따라 올라갈 모양이다 새총을 타고 날아가는 기억과 용수철을 타고 튀어 오르는 이야기들 기억하는 이야기들이 전혀 움츠러들지 않을 때 온종일 쏟아낸 말들이 그림을 그린다 수다쟁이 앞에 드디어 하늘이 입을 열었다 소통을 위하여 쏟아내는 눈발 지금 우리가 기억하는 것들은 어쩌면 점소묘화처럼 점점이 떠 있는 회색의 풍경일지도 몰라.
梁該憬 2016.1.16. 인제에서 눈이 내리던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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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곳에 약속이 있는 날이다
그러나 약속을 깨고
방동약숫길을 거쳐 방태산 휴양림을 걷기로 했다.
쇳내음이 나는 방동약숫물이 좋아서도 아니고
지난 여름에 들렀던 방태산 휴양림을 걷고 싶은 것도 아니다
현리를 지나 운두령 고개를 멀미를 하며 넘었던 유년이 눈물나게 그리운 것도 아니다
꿈속에 왔던 것처럼 아련한 기억속의 현리를 매년 찾아들고
나의 마음은 뜬금없이 반응을 하고 있다.
현리 어느 언저리를 걷고나면 밥은 현리에서 먹을 것이라는
그런 짐작을 해보기도 했다
가끔은 그곳에 가보고 싶다
아는 사람은 없어도
유년시절에 넓었던 시냇물이 지금은 실개천처럼 작아졌어도
나의 큰 우주였던 그곳에서
유년의 신을 만나고 싶을때가 있다
오가네 민박-방동약수-방태산 휴양림-제1야영장-이단폭포-제2야영장-구룡덕봉방면 약 1km지점에서 turn-관리사무소
am10시출발-pm3시(식사시간포함 아주 널널하게 5시간)
하산점:강원 인제군 기린면 방동리 산 282-1 (관리사무소)
새벽잠을 깨우고 출발한탓~
출발버스에 오르자마자 공식처럼 잠에 든다
잠을 비우지 못한채 내린 곳은
인제의 기린면 오가네 민박앞~
재밌는 목장승이 이방인을 반긴다
인제군 기린면 현리를 지나 방동리
또다시 방태산길과 약수로 갈림길...
오늘의 하이라이트인 방동약수로 가는 길인 약수로길로 접어든다.
전시용으로 만든듯한 디딜방아
이방인들의 호기심을 자아내게하는 디딜방아에서
재미삼아 방아를 밟아보지만....
쉽지는 않는 모양이다.
약수터까지는 이렇게 아스팔트길이다
겨울이라서 덥지는 않고 차량이 많이 지나다니지는 않지만
시골의 오솔길을 그리워하는 도시인에게는 걷기 싫은 길이기도 하다.
길옆으로 오미자밭이다
새밥처럼 달려있는 가을오미자..
겨울볕에 아직은 붉은기운은 잃지 않고 잇다.
방동마을의 소공원
방동리는 1914년 행정구역 개편에 따라 방동(芳東)과 동리(東里)를 병합하여 방동리가 됐다.
산골마을의 풍경
화학비료가 판치는 시대에
두엄(왼쪽무덤)이 쌓여 있어서 찍어보았다
방동리 오지의 마을
강원도는 산으로 둘러싸여있는 오지가 많다보니
이길을 걷노라면 자연인으로 걷는다는 느낌이 들기도 하겠다.
약수터로 접어드는 갈림길에서 강원도 자연인 광고판을 만나다.
올해는 이상기후현상으로 영상의 기온이 유지 되었지만
강원도의 산골은 영하의 기온이다
살얼음 아래로 올챙이 기어가듯 흘러내리는 물살이 재밌어서
잠시 들여다보기로 했다.
몇겹으로 얼은건지
첩첩층을 이루는 산골개울물
꽁꽁 얼어붙은 산골
그래도 길을 간다는 신난마음에는 겨울이 없다.
얼음을 봐도
올챙이처럼 기어가는 물살을 봐도
말라가는 오미자열매를 봐도
산골에 왔다는 즐거움때문에 마음은 '플러스 인 O2'
얼마걷지 않아 방동약수이다
길손들이 쉬어가기 좋게 정자를 지었다
지금은 겨울이라 목이 마르지 않아서 물의 귀함을 느끼지 못하지만
여름날....만약 이 약수를 만난다면 참으로 귀한 보약이 되리라.
여러개의 물통을 채우는 저분 때문에
우린 물병에 채우는 일은 무리일것 같아
한바가지의 물을 돌아가며 물맛만 보고 이내 돌아섰다.
방동약수의 성분과 전설을 담은 표지판
오마자를 재배하며 살아가는 방동리 풍경
예전에는 옥수와 감자를 심던마을에 불고 이쁜 오미자가 찾아 들었다.
지금 이곳에서 살고 있는 아이들은
키큰 옥수수대신 오미자를 기억하겠다
철지난 오미자밭을 가까이서....
별게 다 좋아보이고
별게 다 풍경이다
무던히 스치면 별것 아니겠지만
가까이서 들여다보면 모두 아름다운 소소한 풍경들
세월을 지내다보니
소중한 것도 많아지고
아쉬운것도 많아지고....
오전 11시경
아직 서리가 녹지 않고 있다.
서리밭에 앉아서 ~
산골을 지키는 수호신처럼
하늘 높이 십자가 솟은 시골교회
몇 채 안되는 산골마을에 교회가 있다
아니 아니....이게 뭐야
무우밭이잖아
가을걷이를 못한 무우밭
실하고 단단해보이는 무우가 어찌하여 주인을 못찾았을까
어린잎에서 저 몸뚱아리가 될때까지 키우는동안
아마도 농부는 자식을 키우는 마음이었을텐데
출가...아니다 출전(出田)을 시키지 못한 농부의 마음은 겨울 날씨보다 더 얼어붙었겠다
지금쯤 농부의 마음은 어느해보다도 가장 추은 겨울이겠지만
두번은 만나지 못할것 같은 풍경앞에
철없는 나그네는 주저앉아 이리저리 셔터늘 누르고 있다.
하기사 철이없으니
주말만되면 가족을 두고 이리 밖을 헤매고 다니지...
참 많이도 찍었다
철없은 이방인....
밭주인 농부님 미안합니다.
이 밭주인 것은 아니지만
아직까지 내손으로 김장을 담그고 이웃에게도 나눠주며 살고 있답니다.
시골에는 이렇게 이쁜 것이 많다
내 집옆에 있지만
그냥 그들이 피고 지는대로 두고 살아간다
아래에 별같은 배꼽이 있는 걸보니 마가목인것 같다.
이 귀한것을 그냥두었네
돌이 없을것 같은 마을에
오미조밀 돌담을 쌓아둔 어느 펜션
이 산골에
산골과 동떨어진 펜션이름이 즐비하다
나도 이방인지만....펜션이름이 이방인 같다
약수터길을 모두 벗어나
이제는 방태산길을 따라 오른다
동절기에는 입장료가 없다.
내가 이렇다
별것 아닌 것에도
카메라를 들이대고...
아마도 카메라의 똥침 누루는 소리
즉 손맛의 재미때문에
별것 아닌것에 사진을 남긴다.
신작로를 따라
얼어붙은 계곡물
하지만...잠시 눈을 감고 귀를 열면
얼어붙은 산하가 아님을 이내 알게 된다
물흐르는 소리가.....들립니다.
물흐르는 소리를 듣기위해 가까이서 한컷~
봐요...보이죠?
시간바늘이 멈추지 않는 것처럼
세상은 이렇게 물과 함께 흘러가고 있어요
겨울감성
딱딱한 시멘트벽에
마른잎 한장 남기고....겨울을 나고 있는 담쟁이
저 마른 잎이 있어서 외롭게 하는 것이 아니라
외로운 발걸음을 멈추게 한다.
산속으로 깊이 들어 갈수록 깊어지는 겨울
겹겹이 나이테처럼 두꺼워지는 얼음
얼음왕국에 들어섰습니다.
앞에가는 저 길손이 얹은 돌탑
무엇을 빌었을까요
아무렇게나 놓여있던 돌하나에도
어떨땐 의미가 되기도 하지요
무심코 떠난 길 위에서
잊지 못할 순간을 만들기도 하지요
석회석 동굴의 석순같다
흘러내리다 멈추어버린 망부빙이라고 할까
인간의 손을 거치지 않고
자연의 환경이 만들어낸 풍경은
발길을 오랫동안 멈추게 한다.
세상이라는 동굴속에서
수천년을 살아온 석순을 지나는 미생물처럼
내가 동굴속의 생물같이 느껴지는 순간이다.
방태산 이단폭포
방태산휴양림에 오는 사람들을 위한 최대의 선물이다.
꽁꽁얼어 있어서 지금은 위력을 못느끼겠지만...
여름에는 오장육부를 시원하게 적셔주는 곳이다.
지난해 7월 18일의 방태산 이단폭포 풍경
이곳엣 일박을 했었다.
걸어왔던 길을 습관적으로 뒤돌아본다.
여행을 떠난다는 것은 길을 만나기 위한것
뒤돌아보면 모두가 휘어진 길
그 휘휘돌아오는 동안 여유와 인내와 땀을 흘렸으리라
아마도 살아가는동안 수없는 땀을 흘리고
흔적을 남길것이고
그렇게 길을 떠다니는 동안
점점 마음은 가벼워질 것이고
말라갈 것이고
그렇게 무덤덤해지는 것이 인생이리라.
제2야영지로 올라가는 길목
시원하게 흘러내리는 계곡에서 사진을 찍으라고 설치한 데크같은데
없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길 아트
눈과 나무줄기의 조화
제2야영지옆 계곡
거침없이 눈에 들어는 이 풍경이 좋다
여기서 한반퀴 빙그르돌면서
겨울왕국의 주인공이 되고 싶다.
1시 20분...
제2 야영지에서 구룡덕봉 방향으로 한시간만 오르다가 내려올 생각으로
산길로 접어든다
아~ 비로서 언플러그~
나뭇잎 밟는 소리
산의 기운이 느껴지는 신선한 세상에 들어섰다.
산길에
낙엽이 덧칠해져 있고
눈이 덧칠해져 있고
두고 온 도시를 잊을 만큼 기분좋은 내마음이 덧칠해져 있고
어쩌면 돌아갈 것을 까마득히 잊고 무작정 걸어갈것 같다.
제2야영장에서 대략 1km쯤오르다 옆으로 난길로 다시 돌아나오는 길
그 길에서 시원하게 쭉쭉뻗은 낙엽송림을 만났다.
낙엽수림 사이로 욕심내지 않고
딱 한 걸음 폭으로 이어진 길
둘이 걸어도 좋겠지만
혼자 걸으면
숲의 소리이며
숲의 향기를 느낀다.
얼어붙은 산천이라 무슨 소리가 있고 냄새가 있으랴 마음을 닫아버리겠지만
길을 가다가 단 일분이라도 눈을 감아본다면
무색으로 전해지는 산의 기운이 있다.
기 기운을 폐부 깊숙히 담아 오면
일주일간은 보약처럼 든든하다.
이곳에 있노라면
나무를 닮아 갈 것 같은 기분
저 나무의 끝까지 마음이 자랄것 같은 기분
그래서 가끔 하늘을 본다
키큰 나무 숲에 있어도 하늘이 보이는 침엽수림
겨울숲에서 하늘을 보았다.
휙~아무나 뛰어서 건널수 있는 폭의 물길위에
누군가 돌 하나 놓았다
저 돌의 기준은
타인의 보폭까지 헤아려주는 따듯한 마음일거다
이렇게
산길처럼 꼬불꼬불한 내마음을 풀어놓다보니 방태산 관리소에 다다르고
산길에서 해결하지 못한 근심을 해우하고 나니...
온몸이 개운하다.
이제 집으로 간다.
길을 마감하고 나니
눈이 내린다.
바람이 일지 않는 산골에
소리없이 눈이 내린다
저 높은 곳을 향하여
노래하라
저 아름다운 순백을 향하여
가슴을 열라
뜻밖의 축복은
태양을 등지고도 찾아온다.
점소묘같은 풍경
복잡하게 움직이는 도시의 삶에 균열을 내고
방랑하듯 길을 떠난다.
내가 가진 것이라곤
가끔은 이렇게 아무런 생각없이 떠날수 있다는 자유다
한번이라도 걸어봤던 길이라면
잊혀졌더라도
어느날 다시 찾아들었을때
습관처럼 몸은 반응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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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심코 했던 짐작이 맞았다
현리에서 밥을 먹는다
이름마져 고향집인 곳에서
유년을 밥상을 만난듯이 따듯한 두부전골로 몸을 녹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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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 호 : 고향집
대표번호 : 033-461-7391
핸드폰 : 010-9982-7391
주 소 : 강원도 인제군 기린면 현리 196
도로명주소 : 강원도 인제군 기린면 조침령로 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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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때부터 이곳저곳 옮겨다니며 살았던 사람은
딱히 고향이 없다
고향이 없다는 것은 마음둘 곳이 없고
마음둘 친구가 적다
이곳도 살던곳이니까 반갑고
저모퉁이 돌면 그곳도 반갑도
어쩌면 떠돌이 생활이 몸에 베어 사람을 곁에 두지 않는 습관때문에
고향같은 땅을 만나고 싶은지도 모르겠다.
.,점소묘처럼.... 회색의 세상으로 바뀐날
회색빛으로 멀어져간 그 옛날을 잠시나마 떠올리며
코흘리개시절의 웃음을 쏟아냈다.
어게인 현리!!
씨 유 넥스트 이어!!
2016.1.16. 인제군 현리에서
첫댓글 사라진 고향에 마음 둘곳 없어 방황하던 그러나 어디든 내 고향~~! ㅎㅎ
하모요~ 어디를 가나...고향산천같이 비슷한 비탈에 비슷한 골짜기에..
웃음소리또한 즐겁지요
포토 포엠이 대단하십니다. 특히, '새 총을 타고 날아가는 기억'이라는 표현이 맘에 듭니다... (나 같았으면 영화 '총알 탄 사나이'를 응용해서 '총알 탄 기억'이라고 표현했을텐데...^^)
어릴때부터 그냥 쓰는 걸 좋아해요
산골을 돌아다니며 혼자놀다보니...쓰고 읽고...
'새총을 타고 날아간 기억'이라고 해야지 맞을것도 같네요
유년은 과거분사의 형태로 쓰여져야 맞을 것 같아요
"총알 탄 사나이"화자에 따라 언어의 선택이 강약을 가져 올 수도 있겠네요
어느날 사나이가 되어서...총알이든 미사일이든 겁없이 타고 질주하는 화자가 되어보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날 추운데 시린손마다하시며 따뜻한 감성으로 유년의 고향을 담아주신 수경님!여유롭게 그야말로 진정 도보답게 강원도는 자연이다!를 실감한 날...저 산너머 어딘가에 있을 우리들의 유년을 찾아 나선길에서 오랜만에 만난 동무들처럼 목젓이 다보이도록 거침없이 웃을 수 있었던 행복한 동행이었습니다.
언제 우리가 이렇게 큰소리로 웃어보았던가요
일에 매달려
가정에 매달려
웃는 일이 어색하게 되었지요
그러나...일상을 벗어나...메가급산소탱크앞에
가슴은 탁트이고 마음은 최상급으로 업이 되는 순간....
그렇게 웃음을 크게 토해낼수 있는 시간들이 가장 행복한 시간이 었어요
웃는 일에 주저함이 없는 경환쌤님....함께여서 감사했습니다.
차분히 그날의 기억을 떠올리며 천천히 정독했습니다.
그냥 도심 탈출에 의미를 두자고 그렇게 떠나온 산행이었는데...
좋은 글 잔잔한 여운으로 미소 짓게 하네요
아무것도 아닌일에 이렇게 토를 다는 일이 습관처럼 되어버렸네요
너무나 시시한 언어이고
반복되는 언어이지만....독백하듯 써내려가본답니다.
@수경 시시한 언어가 절대 아닌 것 같습니다..
습관처럼 되어버린 언어라도 자주 오셔서 들려주세요.. 너무 멋집니다..ㅎ
@산타크루 용기를 주시니....비타민 열알 먹은것처럼 뿌듯합니다.
언젠가 산에서 뵙겠지요..
제가 이름치 얼굴치라...기억력이 제로랍니다.
서정이 물신 풍기는 한소절 한소절마다
내고향 풍경이 주마등처럼 스쳐감니다
소시적엔 그냥 스쳐가는 풍경이었는데
지금은 왜 그리 그리운지~~~
오랜만에 아름다운 글에서 제 고향
폽니다
우리들이 그리워하는 고향은 비슷한 산세와
비슷한 밭머리와 비슷한 개울물을 지닌 그런 모습일거에요
도시에 태어난 사람은 고향이라는 말을 잘 사용하지않으니까요
막상가보면 아무것도 건넬것이 없어도
무작정 그리운것이 고향이더군요
어찌보면 고향이 그리운것이 아니라
뒤돌아 갈 수 없는 옛시절이 몹시도 그립다 해야할것 같아요
답글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