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바 사태 발발 원인된 피그스灣 사건
미국은 설탕을 비롯한 쿠바에서 생산되는 농산물을 수입하는 등 쿠바와 밀접한 관계를 맺었다. 하지만 1959년 피델 카스트로가 지휘하는 좌익정권이 들어서자 급격히 멀어졌다. 카스트로가 소련에 손을 내밀었고 국유화 방침 등 親공산∙사회주의 정책을 시행했기 때문이다.
당시 카스트로에 반발하던 70만 명의 쿠바 주민들은 미국 플로리다로 망명을 떠났으며 그곳에서 투쟁세력을 키웠다. 1961년 4월 망명자들을 필두로 한 反혁명 세력 1400여 명은 카스트로를 제거하기 위해 쿠바 남부 피그스만(Bay of Pigs)에 상륙했으나 정보전의 실패로 상륙하자마자 1200명이 체포되고 100여 명이 숨졌다. 擴戰(확전)을 우려한 당시 존 F 케네디 정부는 미국의 직접적인 개입을 부정했다. 하지만 드와이트 아이젠하워 대통령 당시부터 이들 쿠바 투쟁세력은 미국 중앙정보국(CIA)이 훈련시켰으며 케네디 대통령 취임 후(1961년 2월) 이들에 대한 상륙 결정이 내려졌다.
이 사건은 소련과 쿠바가 더욱 가까워지는 계기가 됐다. 니키타 흐루시초프(흐루쇼프) 당시 소련 공산당 서기장은 미국과 근접한 쿠바를 핵무장하고 미국과의 핵 균형을 이루려고 했다. 이러한 사실을 미국 정보 당국은 1962년 여름 처음 파악했으며 10월에는 항공사진(U-2)으로 직접 미사일 배치 상황을 확인했다. 90마일 떨어진 국가에 (敵) 미사일이 배치된 것은 미국으로서는 예상치 못한 위협이었다. 10월 14일 촬영된 항공사진이 케네디 대통령 집무실 책상에 올려진 것은 이틀 뒤인 16일이었다. 다음은 1962년 10월16일부터 28일까지, 쿠바 사태 13일간의 기록이다.
首腦部, 공습∙지상군 투입∙해상 봉쇄 놓고 舌戰
<10월 16일(火) - 1일차>
이날 오전 9시 25분부터 오후까지 백악관에서는 케네디 대통령과 국가 안보 관계자들간의 비공개 회담이 이어졌다. 항공사진 등으로 파악된 쿠바의 미사일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였다. 이날 백악관에서는 세 가지 방안이 논의됐다.
미사일 기지를 중점적으로 타격하는 공습안, 소규모 지상군 투입안, 해상 봉쇄안 등이었다. 미국 국민들의 동요를 줄이기 위해 대통령은 기존에 계획된 외부 일정을 계획대로 진행하기도 했다.
<10월17일(水) - 2일차>
미군 고위 당국자들은 기존에 알려진 것 외의 추가 미사일 기지가 정찰기에 잡히자 미 남동부 사령부에 모여 회의를 진행한다. 이날까지 확인된 쿠바 내 미사일은 16~32개였다. 케네디 대통령은 이날도 평상시와 마찬가지로 리비아의 하산 왕자와 오찬 회동을 한 뒤 코네티컷州로 떠나 민주당 하원의원 지지 연설을 한다.
<10월18일(木) - 3일차>
케네디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안드레이 그로미코 소련 외무장관과 회동했다. 그로미코 장관은 쿠바에 대한 소련의 지원은 “순전히 방어적인 측면이며 미국에게는 어떠한 위협도 가하지 않는다”고 케네디 대통령에게 말했다. 케네디 대통령은 항공사진으로 알게 된 쿠바에 배치된 소련제 미사일에 대해 모른 척한 채 “쿠바에 소련의 공격적인 무기가 들어올 시 중대한 상황에 처할 것”이라고 답했다.
한편 국방부와 국무부, 백악관 관계자들은 이날 모임을 갖고 대응 방안을 논의하기 시작했다. 이날 회의에서는 군사 작전을 벌인다면 어느 정도 규모로 할지, 흐루시초프에게 사전 통보를 할지 등이 다뤄졌다.
회의 기록에 따르면 딘 러스크 국무부장관과 케네디 대통령의 자문으로 활동하던 딘 애치슨 前 국무부장관은 미사일 기지를 주요 타깃으로 하는 한정적 공습안에 찬성했다. 맥나마라 국방부장관과 테일러 합참의장은 전면적인 공습을 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찰스 볼랜 국무부 소련 담당자 등 외교관 등을 중심으로 해상 봉쇄 방안이 제기됐다.
흐루시초프에게 사전 통보를 해야 할지에 대해서도 의견이 엇갈렸다. 해상 봉쇄나 전면적 침략을 가할 시에는 사전 통보를 해야 한다는 의견에 전원 참석했다. 하지만 공습만을 가할 시 통보해야 한다고 주장한 사람은 볼랜 정도뿐이었다. 맥나마라와 테일러, 애치슨은 모두 사전 통보를 할 필요가 없다고 설명했다.
러스크 국무부장관은 사전 통보 없이 한정적 공습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의 이러한 의견에는 모두 반대했다. 볼랜을 비롯한 외교관들은 정치적으로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했으며 맥나마라와 테일러, 맥콘 CIA 국장 등은 공습이 시작될 시 한정적으로 끝날지 미지수라며 사전 통보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날 참석자들은 국방부에게 공습 계획 등의 성공 가능성과 작전 계획 등을 정리하라고 지시한 뒤 회의를 마쳤다.
<10월19일(金) - 4일차>
케네디 대통령은 기존 계획된 일정을 수행하기 위해 오하이오와 일리노이주로 떠났으며 안보 관계자들은 워싱턴에 남아 쿠바 사태를 논의했다.
맥나마라, “공습으로는 미사일 100% 제거 못해”
<10월20일(토) - 5일차>
일리노이주 시카고에서 민주당 후보 유세 지원에 나섰던 케네디 대통령은 급하게 워싱턴으로 복귀했다. 복귀한 지 5시간 만에 케네디 대통령은 해상 봉쇄 결정을 내렸다. 케네디 대통령은 국민들의 동요를 우려, 주치의와 함께 감기 증세가 있다는 거짓말을 하고 워싱턴으로 이동했다.
이날 오후 2시30분부터 5시10분까지 백악관에서는 국가안보보장회의가 소집됐다. 이날 모임에는 케네디 대통령의 동생인 로버트 케네디 법무장관, 존 맥콘 CIA 국장, 국방부의 로버트 맥나마라 장관∙로즈웰 길페트릭 차관∙폴 니츠 차관보, 멕스웰 테일러 합동참모본부의장, 국무부의 딘 러스크 장관, 백악관의 맥조지 번디 대통령 국가안보 특별보좌관 등이 동석했다.
이날 회의는 CIA의 레이 클라인이 쿠바 미사일 현황을 보고하는 것으로 시작했다. 그는 현재 사거리 1020해리(약 1889km)에 달하는 탄도 미사일(SS-4) 16개가 쿠바에서 작동중이라며 사격까지 걸리는 시간은 결정 후 18시간 이내라고 밝혔다. 또한 타격 범위가 넓어 미국 중부지역도 타격권에 들어선다고 했다.
이어 맥나마라 장관은 대통령에게 해상 봉쇄 작전에 대해 브리핑을 했다. 그는 우선적인 해상 봉쇄를 통해 소련제 미사일이 추가로 쿠바에 배치되는 것을 막아야 한다고 했다. 이어 해상 봉쇄 후 소련과 협상을 통해 현재 배치된 미사일을 철수시키는 방안을 논의해야 한다는 생각을 밝혔다. 이어 그는 해상 봉쇄의 장단점을 다음과 같이 요약했다.
(장점)
1. 동맹국들의 반발을 최소화할 수 있다.
2. 미국이 지켜온 傳統(전통)(注: 선제공격을 가하지 않는)과는 거리가 먼 쿠바로의 공습을 피할 수 있다.
3. 자유세계 지도자격의 국가로서 할 수 있는 유일한 군사 작전이다.
4. 우발적인 군사적 충돌을 막아 소련과의 전면전을 피할 수 있다.
(단점)
1. 쿠바에 이미 배치된 미사일을 제거하는 데는 시간이 오래 걸릴 수 있다.
2. 미국 내외에서 정치적인 분쟁에 휩싸일 수 있다.
3. 국제사회에서의 미국의 입지가 약해졌다는 인상을 심어줄 수 있다.
위와 같은 맥나마라의 보고를 받은 케네디는 해상 봉쇄 이후 더 많은 미사일이 배치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해 테일러 합참의장의 의견을 물었다. 케네디는 테일러에게 이틀 후인 월요일에 공습을 가한다면 쿠바 미사일 몇 대를 폭파할 수 있는지 물었다.
테일러 장군은 “공습 준비를 마치기 위해선 화요일까지 기다려야 한다”며 “맥나마라 장관은 우리가 핵무기를 쿠바에 사용하면 쿠바도 핵 공격을 가할 수 있다고 우려하지만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테일러 합참의장은 로버트 케네디 법무장관과 함께 해상 봉쇄든 공습이든 지금 시기를 놓치면 다시는 미사일을 제거할 수 없을 것이라고 대통령을 설득시키려 했다.
해상 봉쇄에 대한 논의가 한창이던 중 백악관 직속 안보보좌관인 번디는 케네디 대통령에게 공습의 필요성을 주장했다. 당시 공습 계획은 테일러 합참의장과 맥콘 CIA 국장 등이 지지했다.
맥나마라 장관은 공습으로는 배치된 미사일의 3분의 2 정도만 파괴할 수 있을 뿐이고 폭격을 피한 미사일이 미국 본토를 공격할 수 있다며 부정적인 입장을 밝혔다. 테일러가 확전을 막기 위해 24시간 전에 사전 통보를 하자고 주장하자 케네디가 직접 나서 7시간 이상의 통첩은 정치적으로 별 효과가 없다고 일축했다.
긴 회의 후 당시 관계자들은 1차적으로는 해상 봉쇄를, 해상 봉쇄 후에도 미사일 전개가 계속 될 시에는 공습을 가하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결정했다.
맥나마라 장관은 이날 회의에서 해상 봉쇄만으로는 소련이 쿠바에 배치된 미사일을 철수하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터키와 이탈리아에 배치된 미군 미사일 철수나 관타나모 기지 반환 등 미국 측 거래 조건들이 사전에 논의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를 듣고 케네디 대통령은 소련이 요구할 시 터키와 이탈리아 미사일을 철수할 수는 있다고 답했다. 하지만 관타나모 기지는 거래 조건이 될 수 없다고 했다.
케네디는 최악의 경우를 대비해 3일 후인 23일까지는 공습 준비를 해놓으라고 지시했다.
<10월 21일(日) - 6일차>
케네디 내외는 이날 오전 미사를 드렸고 대통령은 이후 전술공군사령부의 월터 스위니 장군과 만났다. 스위니 장군은 대통령에게 공습이 성공하더라도 쿠바 내 미사일 100%를 제거할 수 없다고 보고했다. 이날도 오후 2시30분부터 4시50분까지 국가안보보장회의가 소집됐다. 이날 의제는 대통령의 쿠바 사태 관련 대국민 담화문 내용이었다.
맥나마라 국방부장관은 쿠바 내의 미사일 개수와 지역을 비공개로 하는 방안이 좋겠다고 건의했고 케네디는 이를 받아들였다. 또 하나의 문제는 소련의 군사적 행위를 전면적으로 언급하느냐였다. 소련의 미사일 전개를 비난할 시 이탈리아의 미군 미사일을 트집 잡을 수 있다는 케네디의 우려에 러스크 국무부장관은 유럽에 전개된 미사일은 미국의 미사일이 아니라 NATO의 미사일이며 소련이 먼저 서유럽을 겨냥하는 미사일을 설치했기 때문에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답했다.
다음은 해상 봉쇄에 있어 ‘quarantine’(停船 검문)이라는 단어를 사용할지 ‘blockade’(봉쇄)라는 단어를 사용할지 여부였다. 러스크 국무부장관은 소련이 강제적으로 실시한 베를린 봉쇄(Berlin Blockade)와 차별을 둬야 한다고 설명하며 ‘quarantine’을 사용해야 한다고 했다. 케네디 대통령도 이 같은 의견에 동의했다.
최악의 경우 전면전으로 확산됐을 상황도 논의됐다. 맥나마라 장관은 두 가지 방안을 내놨다. 하나는 공습을 먼저 실시한 후 7일 안에 상륙작전을 진행하는 것이었다. 첫날에 2만5000명이 상륙한 뒤 18일째 되는 날에는 9만 명 가량이 쿠바에 도착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전략이었다. 두 번째 전략은 23일 안에 군인 9만 명을 준비해 상륙시키는 작전이었다. 케네디는 시간을 최소화하는 방안으로 추진하라고 명령했다.
美, 쿠바 해상 봉쇄 선포
<10월 22일(月) - 7일차>
케네디 대통령은 후버∙트루먼∙아이젠하워 前 대통령에게 유선으로 쿠바 상황을 알렸다. 이어 국가안전보장회의 비상대책위(Excomm)를 구성해 상시 대기하게끔 했으며 내각과 의회 지도자들에게도 현 사안을 보고했다. 또한 해럴드 맥밀란 영국 총리와도 전화통화를 갖고 현 사태를 논의했다. 비상대책위는 부통령∙국무부장관∙국방부장관∙재무부장관∙법무장관∙합참의장∙CIA 국장∙국무부차관∙국방부차관∙특사∙특별자문관∙백악관 안보 보좌관으로 구성됐으며 폴 니츠∙돈 윌슨∙케네스 오도넬 등이 고문 자격으로 회의에 참석했다.
케네디 대통령은 이날 소련의 흐루시초프 서기장에게 서면으로 입장을 밝혔다. 다음은 편지의 전문이다.
<백악관
제가 電送(전송)하는 성명은 소련이 쿠바에 배치한 미사일에 대한 미국의 입장이며 워싱턴 주재 소련 대사에게 전달한 것의 복사본입니다. 제가 앞으로 다룰 내용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미국의 입장을 빠르고 정확하게 인지하기를 바랍니다.
베를린을 비롯한 국제사회 여러 현안에 대해 우리가 논의를 할 때마다 제가 항상 우려한 것은 소련이 미국의 결단력과 의지를 잘 이해하지 못한다는 겁니다. 지금과 같은 核 시대에서 당신을 비롯한 제정신을 가진 누구든 전쟁을 통해서는 전쟁 가해자를 비롯한 모두가 심각한 상황에 처하고 누구도 승리하지 못할 것을 알 것이라고 확신합니다.
오스트리아 빈에서 회담할 당시 저는 미국이 소련과의 관계를 평화적으로 개선하는 방안을 찾겠다는 의지를 밝힌 바 있습니다. 또 미국은 현재의 세계정세를 흔들려는 어떠한 행위도 용납하지 않을 것이란 입장도 확실히 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저는 베를린에서의 미국의 입장을 유지해 나가겠다고 한 것입니다.
이러한 이유로 저는 쿠바에 어떠한 일이 생겨 미국이나 동맹국의 안보에 위협이 될 경우 모든 방법을 동원하리라는 것을 미리 밝혀 소련과 쿠바가 오해가 없게 하려고 합니다.
또한 미 의회도 이 같은 방안을 지지하는 결의안을 채택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쿠바에는 탄도미사일 기지와 다른 무기들이 급증하고 있습니다. 저는 이 지역에서 일어나는 안보 위협이 없어져야 한다는 미국의 견고한 입장을 전달해야겠습니다. 이렇게 작은 수준의 대응으로 끝날 것이란 오해가 없길 바랍니다.
저는 소련이 이미 심각해진 이 문제를 더욱 키우지 말길 바라며 우리가 다시 평화의 대화를 이어가는 길을 만드는데 동참하기를 바랍니다.>
이날 오후 7시 케네디 대통령은 TV를 통해 對(대)국민 담화를 전했다. 대국민 담화에서 케네디는 소련의 미사일 제거를 강력하게 촉구하고 쿠바에 대한 미국의 해상 봉쇄 계획을 밝혔다. 담화 1시간 전 러스크 국무부장관은 아나톨리 도브리닌 駐美소련대사에게 대통령 담화 내용을 전달했다.
흐루시초프, 첫 번째 편지 전달
<10월 23일(火) - 8일차>
이날 애들레이 스티븐슨 미국의 UN 대사는 현 쿠바 사태를 유엔 안보리 의제로 신청했으며 국무부 측은 美洲기구(注:아메리카 대륙의 평화와 안전을 위해 설립된 기구)에 해상 봉쇄 협조를 부탁했다.
케네디 대통령은 이날 해상 봉쇄를 선포하는 선언문을 발표한다. 미 해군 해상 봉쇄 함대들이 쿠바 인근으로 이동했다. 소련 잠수함들은 해상 봉쇄에 반발하며 카리브 해로 이동했다. 소련제 군수품을 싣고 쿠바로 향하던 화물선들은 더이상 접근하지 못하고 제자리를 지켰다. 하지만 당시 유조선인 ‘부카레스트’ 호는 계속 쿠바로 접근했다.
흐루시초프 서기장은 이날 케네디 대통령에게 쿠바 미사일 사태와 관련해 첫 입장을 밝히는 편지를 電送(전송)한다. 편지 전문은 다음과 같다.
<대통령께,
22일 쿠바와 관련 당신의 담화문과 제게 전달한 편지를 잘 받았습니다.
안타깝게도 당신이 담화문에서 밝힌 내용은 여러 국가의 안보와 평화에 지대한 위협을 가한다고 말해야 할 것 같습니다. 미국은 국제사회의 규범과 유엔 헌장을 역행하고 항해의 자유를 침해하며 소련과 쿠바에 대한 위협을 가하고 있습니다.
미국 정부의 입장은 쿠바와 소련, 그리고 다른 국가에 대한 내정 간섭이라고 밖에 볼 수 없습니다. 유엔 헌장이나 국제사회 규범 어디도 한 국가에 쿠바로 들어가는 선박을 조사할 권한을 주지 않습니다.
또한 쿠바가 방어체계를 키우기 위해 군사력을 증가하는 것을 미국이 막을 권한이 있다는 점도 인정하지 않습니다.
어느 나라 무기인지 여부를 떠나서 쿠바의 군비 확충은 쿠바의 방어를 위해서라는 점을 단언합니다. 쿠바가 다른 침략자로부터 자신을 지킬 수 있게 하기 위한 군비 확충입니다.
미국이 세계 평화를 위해 지혜를 발휘하고 이 같은 방침을 철회하기를 바랍니다. 당신이 22일 발표한 입장에 대한 소련 정부의 입장은 駐蘇 미국 대사에게 전달될 것입니다.
흐루시초프,>
쿠바 미사일 배치를 부인하는 흐루시초프의 편지를 받은 케네디는 바로 답장을 보냈다. 다음은 답장의 全文(전문)이다.
<친애하는 서기장께
당신이 보낸 23일자 편지를 잘 받았습니다. 지금 같은 상황이 발생한 이유는 소련이 쿠바에 비밀리에 탄도미사일을 배치해서인 것을 당신이 잘 알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유엔 안보리와도 지금 문제를 논의하고 있습니다. 그동안 우리 모두 사태를 지금보다 악화시킬 행동을 하지 않는 등 조심스럽게 있기를 바랍니다.
이러한 것을 염두에 두고 쿠바로 떠난 당신 배들이 해상 봉쇄 작전을 하는 해군에 도전적인 행위를 하지 않도록 지시하길 바랍니다. 해상 봉쇄는 미주기구에 의해 합법적인 허가를 받았습니다.
친애하는,>
케네디 대통령은 미주기구의 허락을 받은 뒤 소련 선박이 해상 봉쇄 함대의 규정을 따르지 않아 사태가 악화되는 것을 우려했다고 한다.
흐루시초프, “海賊(해적) 행위 방관하지 않을 것”
<10월 24일(水) - 9일차>
24일 흐루시초프는 케네디 대통령에게 두 번째 편지를 보낸다. 편지의 전문을 소개한다.
<친애하는 대통령께:
당신이 23일 보낸 편지를 잘 받아 연구를 해봤으며 이렇게 답장을 보냅니다.
대통령님, 당신이 이렇게 (해상 봉쇄) 행동에 나선 것처럼 우리가 일종의 최후 통첩을 발표하면 어떻게 될지 상상을 해보시길 바랍니다. 어떻게 대응하시겠습니까? 제 생각에 당신은 우리 행동에 대해 상당히 분개할 것입니다. 그리고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대통령은 이러한 행동을 실시함으로써 우리에게 도전하고 있습니다. 누가 당신에게 이렇게 하라고 시켰습니까? 당신이 무슨 권한으로 이런 일을 합니까? 우리와 쿠바와의 관계는 그 국가가 어떠한 국가인지 여부를 떠나 모든 국가간의 관계와 같습니다. 당신이 편지에서 언급한 해상 봉쇄를 논하겠습니다. 해상 봉쇄라는 것은 당사국들 간의 합의에 의해서만 시행될 수 있지 제3국이 개입할 수 없는 문제입니다. 봉쇄라는 것이 농산품 등을 규제하기 위해 존재하기는 합니다. 하지만 지금의 경우는 일반적인 봉쇄가 아닌 매우 심각한 것입니다. 당신이 잘 알고 있을 겁니다.
대통령 당신은 해상 봉쇄를 선포한 게 아니라 최후 통첩을 선포한 것입니다. 우리가 당신의 조건을 따르지 않으면 무력을 사용할 수밖에 없다는 통첩 말입니다. 당신이 지금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 한 번 보십시오! 이러한 주장으로 나를 설득시키려고 하는 겁니까! 당신의 조건을 따른다는 건 무슨 뜻입니까? 이는 한 국가와 다른 국가간의 관계를 제대로 된 이유가 아닌 독단적인 명령에 따르게 하는 꼴입니다. 당신은 올바른 근거에 사고를 두지 않은 채 우리를 겁주려고만 하고 있습니다.
대통령님, 나는 이 같은 방안에 동의할 수 없으며 당신 스스로도 제가 옳다는 것을 알고 있다고 믿습니다. 당신이 제 입장이었으면 똑같이 행동했을 것이라고 확신합니다.
미주기구의 허락을 받았다는 것이 미국의 행동을 용납하게 하지는 않습니다. 미주기구는 당신이 편지에 쓴 것과 같은 결정을 내릴 권한도 근거도 없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이 결정을 인정하지 않습니다. 국제법과 전세계 공통적으로 통용되는 규범이란 게 있습니다. 우리는 국제 해역에서의 항해에 있어 국제법과 국제 규범을 철저하게 준수합니다. 우리는 이러한 규범을 철저히 따르며 모든 국가들에게 부여된 권리를 누리고 있습니다.
당신은 모든 국가들이 누리는 이 같은 자유를 우리에게서 뺏으려 하고 있습니다. 당신은 국제법을 새로이 제정하려 하며 국제 규범을 위반하고 있습니다. 당신은 이 같은 행위를 쿠바 주민과 정권에 대한 증오심뿐만 아니라 미국 내 선거 운동의 일환으로 행하고 있습니다. 어떠한 도덕적 가치와 법률이 미국 정부가 국제사회에 행하고 있는 일을 정당화할 수 있겠습니까? 어떠한 법률과 도덕적 가치도 찾을 수 없을 겁니다. 왜냐하면 미국이 쿠바에 가하고 있는 행위는 명백한 강도질(outright banditry)이자 퇴폐적 제국주의와 같은 어리석은 행동입니다. 안타깝게도 이러한 어리석은 행동이 모든 국가의 국민들을 고통스럽게 합니다. 또한 최근의 군비 확충 등 과거의 고립주의에서 벗어난 미국의 국민들 역시 피해를 볼 것입니다.
대통령님, 화내지 말고 차분하게 현재 상황을 검토해보신다면 소련이 미국의 독단적인 결정을 따르지 못한다는 것을 이해하게 될 겁니다. 정말로 이러한 행위를 할 계획이라면 입장을 바꿔놓고 미국이라면 어떻게 했을지 생각해보십시오. 미국도 이러한 시도를 누군가 한다면 당연히 거절할 것이라고 확신합니다. 그리고 우리의 대답도 ‘노(no)’입니다.
소련은 국제 해역과 국제 상공에서의 자유를 위협하는 행위를 세계 핵전쟁이라는 심연(深淵)에 빠뜨릴 수 있는 침략 행위로 규정합니다. 이러한 이유로 소련은 쿠바로 향하는 소련 군함과 화물선의 선장들에게 미 해군의 봉쇄 명령을 따르라고 지시할 수 없습니다. 소련 함대들에 내릴 지령은 국제 해역 항해에 관한 국제법과 국제사회 규범을 철저히 준수하라는 것입니다. 미국이 만약 이러한 규범을 위반할 시 어떠한 책임을 져야 할지 잘 알아야 합니다. 국제 해역에서 미군 함대가 행하는 해적 행위를 지켜보고만 있지는 않을 겁니다. 우리는 우리의 권리를 지키기 위한 모든 방법을 논의하고 동원할 것입니다. 우리는 이에 필요한 모든 것들을 갖추고 있기도 합니다.
흐루시초프>
케네디, “먼저 위협 가한 건 蘇聯이다”
<10월25일(목) - 10일차>
쿠바에 배치된 미사일 중 일부가 작동 중이라는 보고를 받은 케네디 대통령은 흐루시초프 서기장에게 보낼 편지를 직접 작성했다. 이날 쿠바로 향하던 대부분의 소련 화물선은 유럽으로 回航(회항)했다. 석유만을 싣고 있던 부카레스트호는 봉쇄의 대상이 되지 않아 검역을 받은 뒤 쿠바에 도착했다.
우 탄트 유엔 사무총장은 이날 미국과 소련 양국이 진정해야 한다는 성명을 발표했다. 또한 뉴욕 유엔본부에서 케네디와 흐루시초프 간의 회담을 주선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케네디는 여기서 물러설 시 쿠바에 미사일이 계속 남아있게 돼 회의적이었다. 이날 열린 비상대책회의에서도 우 단트 총장의 발언이 크게 다뤄졌다. 미국은 우선 흐루시초프의 답변을 기다리는 방향으로 진행하기로 했다. 또한 긴장 고조를 피하기 위해 1500명이 타고 있는 東獨 선박의 쿠바 영해 진입을 허락했다.
다음은 25일 케네디 대통령이 흐루시초프 서기장에게 전달한 편지 전문이다.
<친애하는 서기장께,
당신이 24일 보낸 편지를 잘 받았습니다. 당신이 아직도 우리가 왜 이러한 일을 하게 됐는지 이해하지 못하는 것 같아 유감입니다.
이번 사태는 매우 명확합니다. 지난 8월 소련이 쿠바로 군사물품과 기술진들을 보내고 있다는 보고를 받았습니다. 9월 초 저는 소련이 공격 무기를 쿠바로 전개하는 것을 매우 심각한 문제로 받아들인다는 의견을 밝힌 바 있습니다. 그 이후 소련 정부와 당국자들을 통해 공개적으로 또 비공개적으로 공격 무기를 쿠바에 배치하지 않고 있다는 확답을 받았습니다. 9월 타스 통신사를 통해 발표된 소련 당국의 성명을 검토해보면 소련이 어떤 식으로 확답을 줬는지 알 겁니다.
이러한 확언을 믿었기 때문에 저는 당시 미국 내에서 (이 문제에 대한) 조치가 필요하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을 진정시켰습니다. 그런 후 저는 의심의 여지 없이 소련이 공개적으로 장담한 내용이 사실과 다르며 당신네 군인들이 쿠바에 미사일 기지를 만들었다는 것을 알게 됐습니다. 서기장님, 당신이 이 사건을 제대로 보기를 요청합니다. 이번 사태에서 먼저 위협을 가한 것은 제가 아닙니다. 그리고 쿠바에서 일어나는 일련의 사건들에 있어 제가 발표한 대응이 필요했다는 것을 말입니다.
다시 한 번 이번 사건으로 양국 관계가 악화된 것에 대해 유감을 표명합니다. 사태 전으로의 관계 회복을 위해 당신 정부가 필요한 조치를 하기를 기대합니다.
케네디>
蘇, ABC 記者에게 협상 제안하다
<10월 26일(金) - 11일차>
이날 미국 정보당국은 쿠바 공군기지에서 소련제 폭격기 IL-28을 발견했으며 미사일 기지 건축이 빠르게 진행되고 있는 것을 확인했다. 피델 카스트로는 흐루시초프에게 미국이 쿠바를 공격할 경우 소련이 선제 핵 공격을 가해달라는 내용의 편지를 전달했다. ABC 방송의 존 스칼리 기자는 소련 대사관의 알렉산더 포민이 자신에게 접촉해 협상안을 전달했다고 美 정보국에 보고했다. 이날 오후 흐루시초프 서기장은 케네디에게 포민이 밝힌 것과 비슷한 내용의 협상안을 전달했다. 미사일을 없애는 대신 해상 봉쇄를 철회하고 미국이 쿠바를 공격하지 않겠다는 약속을 하라는 내용이었다.
피델 카스트로의 편지와 존 스칼리 기자의 보고문, 흐루시초프의 편지 전문을 차례로 소개한다.
<친애하는 흐루시초프 동지에게:
현재 상황과 각종 보고들을 종합해본 결과 앞으로 24~72시간 내에 공격이 가해질 것 같습니다. 공격 방법은 두 가지로 추측됩니다. 가장 가능성 있는 방안은 그들(注 미사일)만을 집중적으로 타격하는 공습입니다. 가능성이 낮기는 하지만 시행 가능한 두 번째 방안은 모든 군을 동원한 전면적인 침략입니다. 이 같은 방안은 대규모의 병력을 필요로 하며 침략 중에서도 가장 불쾌한 형태의 침략일 겁니다. 그래서 아마 쉽게 시행하지는 못할 겁니다.
어떠한 상황에서도 우리는 투지를 갖고 저항할 것이란 점을 믿으셔도 됩니다. 쿠바 국민들의 사기는 매우 높고 적의 침략에 용감하게 맞설 것입니다.
제 개인적인 의견을 간단하게 전하려고 합니다.
만약 두 번째 공격 방안이 채택돼 제국주의자들이 쿠바를 손에 넣을 생각으로 침략을 가한다면 소련은 이를 가만히 놔둬서는 안 됩니다. 소련은 제국주의자들이 선제 핵 공격을 가하는 등의 행위를 용납해서는 안 됩니다.
당신에게 이런 말을 하는 이유는 제국주의자들의 공격성이 그들을 매우 위험하게 만든다고 믿기 때문입니다. 국제법을 위반하고 도덕적으로 문제가 있는 쿠바 침략을 감행한다면 쿠바는 정당한 자기방어를 통해 제국주의자로부터 비롯된 위험에 종지부를 찍을 것입니다. 어떠한 잔혹하고 끔찍한 결과가 나오게 되더라도 이를 피할 수는 없습니다.
이러한 제 주장은 그들의 위협적인 정책을 관찰한 것에서 나왔습니다. 제국주의자들은 국제사회의 여론, 그리고 각종 법과 규범을 무시한 채 해상을 봉쇄했습니다. 우리의 영공을 침범했으며 침략할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사건이 어떠한 심각한 결과로 이어질지 뻔히 알면서도 협상의 문을 굳게 닫고 있습니다.
당신은 언제나 그래 왔듯 평화의 수호자입니다. 그리고 이러한 사안들 때문에 당신의 초인적인 노력이 심각한 위협에 처하게 돼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으리라 믿습니다. 우리는 마지막까지 평화 수호를 위한 꿈을 저버리지 않을 것이며 이를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방안을 동원할 겁니다. 하지만 우리는 다가올 위협에 맞서 싸우기 위해 침착하게 준비할 것입니다.
쿠바 국민들의 소련 국민에 대한 무한한 감사와 존경심을 이렇게 편지로 전합니다. 소련은 항상 관대했고 동지애가 투철했습니다. 또한 제가 당신께 갖고 있는 개인적인 감사함과 존경심도 전합니다. 이와 같은 막대한 사안을 다뤄야 하고 엄중한 책임감을 느끼고 있을 당신의 건승을 빕니다.
형제
피델 카스트로>
다음은 존 스칼리 기자가 소련대사관의 고문으로 근무한 알렉산더 포민과 오찬을 한 뒤 美 정보조사국(BIR) 국장에게 제출한 보고서다.
<소련대사관 알렉산더 포민 고문이 점심 식사에서 미국이 쿠바 사태 해결을 위해 타협하는 것에 관심이 있는지 문의했습니다. 다음은 그가 제의한 내용입니다.
미국이 쿠바에 공격을 가하지 않겠다고 약속하면 미사일 기지는 유엔 감독 하에 철거될 것이며 카스트로는 앞으로 어떠한 공격 무기를 들이지 않겠다고 약속할 겁니다.
저는 잘은 모르겠지만 논의는 될 수 있을 거라고 답했습니다. 그는 스티븐슨 미국 유엔 대사가 이를 추진하면 소련의 조린 대사도 관심을 가질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저는 정부와 얘기한 뒤 그에게 답을 주기로 했습니다. 그는 필요하면 오늘 밤이라도 전화를 할 수 있게 집 전화번호를 제게 줬습니다.
포민은 유엔 안보리 회의에서 쿠바 측 대표들이 미국이 공격하지 않겠다고 약속하면 미사일 기지를 철거하겠다고 밝혔으나 어떠한 답변도 듣지 못했다고 주장했습니다. 저는 유엔 회의 내용을 꼼꼼히 들어봤으나 쿠바 측에서 이러한 제안을 했다는 것을 기억하지 못한다고 답했습니다.
포민은 중공군이 인도와의 대결을 멈추도록 설득하는 ‘일종의 양보’를 하게 됐다고도 했습니다. 어떤 양보를 했냐고 묻자 답을 하지는 않았습니다. 하지만 그는 소련이 중국에게 핵 무기나 재래식 무기를 지원한 적이 없다고 했습니다.
스칼리>
흐루시초프, “미사일만으로는 전쟁 못한다”
다음은 26일 흐루시초프가 케네디에게 보낸 電報(전보)다.
<친애하는 대통령께:
당신이 25일 보낸 편지를 잘 받았습니다. 당신의 편지에서 저는 당신이 현 상황에 대한 일종의 책임감을 느끼게 됐다는 점을 알게 됐습니다. 저는 이를 매우 가치 있게 생각합니다.
우리는 벌써 공개적으로 쿠바 사태에 대한 입장을 교환했으며 각자가 갖고 있는 생각을 나눴습니다. 저는 이렇게 거리를 두고 비밀 편지로 의견을 교환하는 것으로는 각자 이미 한 말을 반복하는 것 외에는 어떠한 것도 하지 못한다고 판단합니다.
저는 당신이 진심으로 세계의 안정에 대해 생각을 한다면 제 말을 이해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모든 사람이 평화를 필요로 합니다. 정신을 잃지 않은 자본주의자는 물론이고 개인에 대한 가치를 존중하고 나아가 인류의 생명을 그 무엇보다 중요시하는 공산주의자 모두 말입니다. 우리 공산주의자들은 국가 간의 어떠한 전쟁도 반대하며 세상에 등장한 뒤 평화를 지키기 위해 힘써왔습니다. 우리는 전쟁을 게임이나 일종의 목표를 위한 수단으로 생각하지도 않았으며 재앙으로 받아들였습니다. 우리의 목표는 확실합니다. 그리고 이 같은 목표를 위한 핵심은 노동입니다. 전쟁은 우리의 적이자 전 인류의 재앙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 소련 국민과 미국, 그리고 세상 사람들 모두 전쟁과 평화에 대해 제대로 이해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이를 사회주의 국가들의 국민들과 평화와 행복, 그리고 우정을 중요시하는 모든 진보주의자들에게 확실하게 말할 수 있습니다.
대통령님, 저는 당신이 전쟁으로 야기될 상황 등에 대해 전혀 無知(무지)하지는 않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전쟁을 통해 당신이 얻을 수 있는 게 무엇입니까? 당신은 우리를 전쟁으로 협박했습니다. 하지만 당신이 잘 알다시피 당신이 듣게 될 답변은 당신이 전달한 내용처럼 당신도 같은 상황에 처하게 될 것이란 겁니다. 그리고 이 같은 사실을 우리는 명확히 알아야 합니다. 우리는 이 나라나 다른 나라에서 선거가 치러진다는 것과는 상관없이 극도의 흥분과 하찮은 열정에 굴복해서는 안됩니다. 이 모든 것들은 일시적인 사안에 불과합니다. 하지만 전쟁이 발발한다면 멈추는 것은 우리 힘으로 할 수 없는 문제입니다. 그게 전쟁이기 때문입니다. 저는 두 번의 전쟁에 참가했으며 전쟁이라는 것은 모든 도시와 동네에 거쳐 죽음과 파괴가 번진 뒤에야 끝난다는 것을 잘 압니다.
소련 국민과 소련 정부의 이름으로 저는 쿠바의 공격 무기는 근거 없는 소리라고 밝힙니다. 당신이 제게 전달한 편지에 따르면 우리는 이 부분에 대해 동의하지 않으며 이러한 군사적 상황에 대해 다르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같은 종류의 무기가 다르게 해석될 수 있습니다.
당신은 군인이며 당신이 나를 이해하기를 바랍니다. 하나의 대포(大砲)를 예를 들어봅시다. 대포가 갖고 있는 의미는 무엇입니까? 공격용입니까 방어용입니까? 대포는 국경을 방어하기 위해 배치됐으면 방어용입니다. 하지만 여러 대의 대포와 군인들이 집중된다면 공격용으로 해석될 수 있습니다. 왜냐하면 대포가 보병부대가 공격할 수 있도록 길을 만들어주는 역할을 하기 때문입니다. 핵 무기도 같은 문제입니다.
우리가 쿠바에서 행한 행위가 공격용이라고 생각한다면 당신이 오판한 것입니다. 하지만 이제 이를 가지고 싸우지는 맙시다. 내가 당신을 설득시킬 수 없을 게 분명합니다. 하지만 당신에게 말하겠습니다. 대통령님 당신은 군인으로서 다음과 같은 말을 이해할 것으로 믿습니다. 한 국가가 자신의 영토 내에 사거리가 넓은 미사일을 엄청나게 갖고 있다고 해서 공격을 가할 수 있습니까. 미사일만 가지고는 공격을 시작할 수 없습니다. 100 메가톤 규모의 핵 무기를 가졌어도 불가능합니다. 왜냐하면 사람과 군인만이 공격을 할 수 있습니다. 사람이 없으면 어떠한 무기도 공격용이 될 정도로 강하지 않습니다.
누가 쿠바의 무기를 공격용이라고 생각하는 당신과 같은 판단을 할 수 있겠습니까. 쿠바에 있는 무기는 모두 방어용이라고 당신에게 확실하게 말합니다. 쿠바에 있는 무기들은 방어용이며 쿠바 정부의 요청에 따라 우리가 보낸 것입니다. 하지만 당신은 이를 공격용이라고 주장합니다.
하지만 대통령님, 당신은 진심으로 쿠바가 미국에 공격을 가하고 소련과 쿠바가 쿠바 영토에서 공격을 시작할 것이라고 생각합니까? 당신은 정말 그렇게 생각합니까? 어떻게 그게 가능합니까? 우리는 이를 이해할 수가 없습니다. 이런 공격을 가할 수 있다는 게 새로운 군사 전략이기라도 한가 봅니다. 나는 여기서 공격이라는 단어를 사용했지 파괴라는 단어를 사용하지 않았습니다. 파괴는 이성을 잃은 야만인이나 하는 행위입니다.
저는 당신이 이렇게 생각하는 것에는 아무런 근거가 없다고 믿습니다. 당신은 우리를 신뢰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당신이 알아야 하는 것은 우리가 당신을 공격하면 당신도 똑같이 반격할 것을 알고 있다는 점입니다. 그리고 당신이 (우리를 공격한다면) 우리에게 가한 만큼의 피해를 보게 될 것입니다. 이를 당신이 잘 이해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오스트리아 빈에서 만났을 때 저는 당신이 이렇게 생각한다는 것을 알게 됐습니다.
이러한 상황을 종합해 볼 때 우리는 現 사태를 제대로 이해하고 분석할 수 있는 정상적인 사람입니다. 어떻게 이 문제를 우리 탓으로 돌리는 당신의 부당한 행위를 용납할 수 있겠습니까? 자신의 죽음으로 전 세계를 파괴하고 소멸시키길 바라는 정신병자나 자살 충동자들이나 이런 일을 할 수 있습니다. 우리는 살기를 원하고 당신의 국가를 파괴할 생각이 전혀 없습니다. 우리는 다른 것을 원합니다. 당신의 국가와 평화적인 선에서 경쟁을 하는 겁니다. 우리는 당신과 싸우기도 하고 이념적으로 다른 생각을 갖고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이런 이념이나 경제적인 문제가 군사적으로 해결될 수 없다는 것을 믿습니다. 이러한 문제는 평화적 경쟁을 통해서만 해결돼야 합니다. 경쟁을 기본으로 하는 자본주의 사회에서 말하는 것처럼 말입니다. 우리는 안정적인 평화를 위해서 지금과 마찬가지로 두 개의 전혀 다른 사회∙정치 체계가 공존하는 것을 추구합니다. 이게 우리가 갖고 있는 원칙입니다.
당신은 중세시대에 국제 해역에서 선박을 공격하는 해적 행위를 하면서 쿠바에 대한 해상 봉쇄라고 주장합니다. 우리 선박이 곧 당신네 해군이 순찰하는 지역으로 진입할 겁니다. 이 선박에는 정말로 문제가 없는 평화적인 화물만이 실려있다고 장담합니다. 당신은 정말로 화물에 원자와 수소폭탄을 비롯한 공격 무기만을 실었을 것으로 생각합니까? 당신네 군인들이 이들 선박에 특별한 무기가 실려 있을 것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는데 저는 이들이 매우 평화적인 물품들이라는 것을 알립니다.
대통령님 우리 분별력을 보여줍시다. 쿠바로 향하는 선박에는 어떠한 무기도 없다는 점을 장담합니다. 쿠바를 방어하기 위한 무기들은 이미 쿠바에 있습니다. 무기를 옮긴 적이 없다고 말하기는 싫습니다. 맞아요, 그런 화물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제 쿠바는 방어하기에는 충분한 양을 전달받았습니다.
당신이 저를 이해하거나 믿을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저는 당신이 당신 자신을 믿고 자신을 통제하지 못하게 하는 분노와는 거리를 두기를 바랍니다. 분노를 제어할 수 있어야 합니다. 현 상황이 어떻게 전개될까요? 선박을 정지시킨다면 당신이 알다시피 그것은 해적 행위입니다. 만약 우리가 당신들 선박에 똑같은 조치를 가한다면 우리와 국제사회가 분개하는 것처럼 당신도 분노할 것입니다. 어떠한 국가도 이 같은 행위를 다르게 해석할 수 없습니다. 왜냐하면 무법을 적법화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만약 이러한 것이 허용된다면 평화도 없을 것이며 평화적 공존도 없을 것입니다. 국제법에 따라 우리의 권리를 지키기 위해 방어적인 조치를 내릴 수밖에 없어질 겁니다. 왜 이런 일이 일어나야 합니까? 이 모든 것의 결과가 무엇입니까?
“양쪽에서 매듭을 당기지 맙시다”
관계를 정상화합시다. 우리는 현직 유엔 사무총장 우 탄트로부터 제안을 받았습니다. 나는 벌써 대답을 했습니다. 그의 제안은 우리 측이 협상이 진행되는 일정 기간 쿠바로 무기를 운송하지 말라는 것이었습니다. 우리는 협상에 나설 준비가 돼 있고 상대 측도 국제 해역에서의 항해를 방해하는 해적 행위를 중단해야 한다는 겁니다. 저는 이러한 제안이 타당하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이 같은 제안이 현 상황의 출구가 될 수 있으며 모든 사람들이 편하게 숨을 쉴 수 있게 할 거라 믿습니다. 당신은 쿠바에 왜 무기를 배치했는지 그 의도를 궁금해 했습니다. 당신은 이를 우리 측 외무장관에게도 물었습니다. 대통령님, 제가 왜 이런 일이 발생했는지 알려드리겠습니다.
우리가 빈에서 만났을 때 말했듯 쿠바로의 침략이 이뤄졌고 많은 쿠바 국민들이 숨진 것을 애통하게 생각했습니다. 당신은 내게 이 모든 것은 실수였다고 말했습니다. 나는 당신의 해명을 존중했습니다. 당신은 내게 여러 차례에 걸쳐 이러한 실수를 나 같이 이해해줄 수 있는 지도자가 많지 않을 것이라 했습니다. 저는 당신의 솔직함을 높게 평가합니다. 당시에 저는 우리의 용기가 결코 부족하지 않으며 이러한 실수를 정확하게 판단하고 규탄한다고 밝혔습니다.
대통령으로서 당신이 진심으로 국민들의 평화와 안녕을 원하는 것처럼 나도 서기장으로서 내 국민들에게 같은 마음입니다. 나아가 세계 평화 유지를 위해선 우리 양국이 협력해야 합니다.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 전쟁이 발발한다면 이는 상호 간의 전쟁이 아니라 전세계로 번질 잔인하고 파괴적인 전쟁일 것이기 때문입니다.
왜 우리가 쿠바에게 군사∙경제적 지원을 하게 됐느냐고요? 우리는 오직 인도주의적 이유로 그렇게 했습니다. 러시아가 퇴보하는 국가였을 때 우리 국민들은 혁명을 일으킨 바 있습니다. 우리는 많은 국가들의 공격의 대상이기도 했습니다. 미국도 그러한 일에 가담하기도 했고요. 우리에게 위협을 가한 모든 국가들은 기록돼 있습니다. 당시 미국 원정대를 이끌었던 그레이브스 장군이 작성한 책이 있습니다. 그레이브스는 이를 ‘시베리아에서의 미국의 모험’이라고 부릅니다.
우리는 혁명을 성공시키는 것과 한 국가를 새로운 가치관에 따라 재건하는 게 얼마나 힘든지 잘 알고 있습니다. 우리는 쿠바와 쿠바 국민들을 진심으로 동정했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쿠바 국내적인 구조와 문제에 대해 직접적인 개입은 하지 않습니다. 소련은 쿠바 사람들이 원하는 삶을 추구할 수 있도록 하고 다른 국가들이 이를 방해하지 않게 돕고 싶을 뿐입니다.
당신은 한때 미국이 침략을 준비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당신은 쿠바의 反혁명 이주자들을 동정하고 현 쿠바 정권에 대한 그들의 계획을 실현시킬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고 했습니다. 그리고 쿠바에 대한 무력 침략의 위협 등이 항상 도사리고 있다는 것은 누구나 다 아는 사실입니다. 우리는 쿠바 정부가 방어 능력을 강화하고 싶다는 요청에 따라 조치한 것뿐입니다.
만약 미국의 대통령과 정부가 미국이 직간접적으로 쿠바를 공격하지 않겠다고 약속하면 모든 게 바뀔 수 있습니다. 저는 피델 카스트로를 대변해서 말하는 것이 아닙니다. 하지만 제 생각에는 그와 쿠바 정부 역시 모든 조치를 해제하고 다시 평화롭게 지내고 싶어 할 겁니다. 이렇게만 되면 군비확충도 문제가 되지 않을 겁니다. 위협이 없다면 군비확충은 불필요하고 군비확충은 모든 사람들에게 짐만 되기 때문입니다. 또한 당신이 공격용이라고 주장하는 군사물품들과 다른 모든 것들의 문제 역시 해결될 겁니다.
저는 유엔 소속의 소련 정부를 대변해 이렇게 말했으며 군비 파괴와 모든 군대의 해체안을 제안했습니다. 이런 데 제가 어떻게 계속 군비확충을 하려 하겠습니까?
군비확충은 재앙만을 가져옵니다. 군비를 늘리기만 하면 경제적으로 문제가 생기고 사용하려 하면 양쪽의 국민 모두를 파괴하게 됩니다. 정신이상자만이 군비확충을 사회의 필수요소라고 생각할 겁니다. 이는 인류 에너지의 낭비이며 인류 자체를 파괴할 뿐입니다. 현명하게 판단하지 않는다면 장님들과 마찬가지로 서로 충돌하는 결정을 내릴 것이며 양측의 말살이 시작할 겁니다.
그러니 우리는 정치가와 같은 지혜를 발휘합시다. 나는 다음과 같이 제안하겠습니다. 우리 측은 쿠바로 향하는 모든 선박에 어떠한 형태의 군사 물품도 싣지 않겠다고 선언하겠습니다. 당신 측은 미국이 쿠바에 침략하지 않을 것이며 쿠바에 침략하고 싶어하는 어떠한 군사 단체도 지원하지 않겠다고 밝히십시오. 이렇게 되면 쿠바에 있는 우리 군사 전문가들은 모두 철수할 겁니다.
대통령님, 당신이 국제 해역에서 시행하기로 한 위협적인 해적 행위가 어떠한 대가가 있을지 다시 한 번 말씀드립니다. 당신도 잘 알다시피 지각이 있는 누구도 당신의 행위에 동의할 수 없습니다.
만약 당신이 이 같은 행위를 전쟁을 시작하기 위한 첫 단계로 생각하고 시행했던 거라면 우리로서도 당신의 도전을 받아드리는 방법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당신이 제어 능력을 잃지 않았고 이 같은 행위가 어떠한 결과를 초래할지 이해하고 있다면 당신이 전쟁이라는 매듭을 묶어놓은 것을 우리가 양쪽에서 잡아당길 필요는 없습니다. 우리가 양쪽에서 잡아당기면 매듭은 더욱 단단해질 겁니다. 만약 이 매듭이 너무 단단해져서 묶었던 사람 누구도 풀 수 없게 된다면 매듭을 자를 수밖에 없게 됩니다. 이 같은 상황이 무엇을 의미하는지는 제가 설명을 하지 않아도 당신이 잘 알고 있을 거로 생각합니다.
양쪽에서 잡아당겨 매듭을 촘촘히 만들어 핵전쟁이라는 상황을 만들 의사가 없다면 우리 모두 잡아당기고 있는 힘을 완화합시다. 매듭을 풀기 위한 논의를 합시다. 우리는 준비가 돼 있습니다.
우리는 평화를 위한 모든 군대를 환영합니다. 저는 세계의 미래를 걱정하고 경종을 울린 버트런드 러셀(注 영국의 철학자)에게 경의를 표했으며 우 탄트 사무총장의 제안에 찬성하는 의견을 전달했습니다.
대통령님, 이게 제 의견들입니다. 당신이 제 의견에 동의한다면 우리는 모든 사람들을 힘들게 하는 지금과 같은 긴장 상황을 끝낼 수 있습니다.
제 이러한 생각은 현 상황을 해결하고 전쟁의 위협을 없애기 위한 진실한 마음에서 비롯됐습니다.
흐루시초프>
“먼저 쿠바의 공격적 미사일 기지를 해체하십시오”
케네디 대통령은 이날 밤 바로 흐루시초프 서기장에게 답장을 전달한다.
<친애하는 서기장께:
당신의 26일자 편지를 아주 꼼꼼히 읽었으며 당신이 현 상황을 해결하고자 하는 의지를 담은 내용을 매우 환영합니다. 하지만 가장 먼저 시행돼야 하는 것은 쿠바의 공격적 미사일 기지를 해체하고 작동중인 모든 공격 무기들을 유엔 감시하에 무력화시키는 겁니다.
이러한 조치가 정상적으로 이뤄진다는 가정하에 저는 뉴욕에 있는 대표부에게 이번 주말 유엔 사무총장과 당신의 대표부와 협조해 당신이 26일자 편지에서 제안한 것과 같이 쿠바 문제를 영구히 해결하도록 지시할 겁니다. 당신의 편지를 읽어보고 제안의 핵심을 정리한 결과 다음과 같습니다.
1)당신은 유엔 감시하에 쿠바 내 모든 무기 체계를 해체하고 재발 방지를 위한 조치를 취한다.
2)우리는 유엔을 통해 다음과 같은 사항에 동의하겠다고 밝힌다. (a) 현재 시행 중인 해상 봉쇄를 중단하고 (b) 쿠바를 침략하지 않겠다는 약속을 한다. 저는 서방세계의 다른 국가들 모두 비슷한 조치를 취할 준비가 됐다고 확신합니다.
당신이 당신 대표부에 비슷한 지시를 내린다면 이러한 협의를 진행하지 못할 이유가 없으며 전세계에 며칠 안에 이 같은 내용을 밝힐 수 있을 겁니다. 국제사회의 긴장을 이러한 합의를 통해 완화한다면 우리는 당신이 공개적으로 발표한 성명과 같이 다른 군사시설들에 대해서도 합의를 이뤄낼 수 있을 겁니다. 미국은 긴장을 완화하고 지금과 같은 군비 경쟁을 멈추고 싶다는 점을 다시 한 번 밝힙니다. 당신의 편지에서처럼 나토와 바르샤바 조약 간의 긴장을 완화하길 원한다면 우리도 동맹국들과 함께 필요한 조치를 취할 준비가 돼 있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것들에 앞서 국제사회의 감시하에 쿠바 미사일 기지의 해체가 가장 먼저 이뤄져야 한다는 점을 강조합니다. 이러한 위협이 계속된다면 쿠바뿐만 아니라 유럽과 세계 안보에 큰 문제가 될 수 있으며 쿠바 사태를 악화시키고 세계 평화에 중대한 위협이 될 것입니다. 이러한 이유로 저는 당신의 26일자 편지에 적힌 내용에 대한 양국의 빠른 합의가 이뤄지길 바랍니다.
케네디>
駐터키 미국대사, 터키 미사일 철수에 반대
이날 비상대책위는 오전 10시부터 회의를 열었다. 이날 참석자들은 사태가 악화됐을 시 쿠바 인근에 배치된 미국 잠수함 부대들의 安危(안위) 등을 논의했다. 스티븐슨 UN 대사는 이날 회의에서 소련이 쉽게 협상안에 동의하지 않을 것 같다는 의견을 밝혔다. 그는 협상이 장기화될 가능성이 있으며 소련이 미국의 터키 미사일 철수를 요구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맥콘 CIA 국장은 쿠바의 소련 미사일은 우리의 심장부를 겨냥하고 있고 미국이 전세계 자유 사회에서 맡은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게 하는 약점이 된다며 터키 미사일과 같은 문제가 아니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케네디 대통령은 쿠바 미사일 기지를 해체하기 위해서는 침략을 하거나 거래를 하는 방법뿐이라고 했다. 케네디는 해상 봉쇄가 미사일 철수로 이어질 가능성은 적다고 봤다. 그는 쿠바 미사일 철수가 주요 목적이라며 사실상 터키 미사일 철수 가능성에 무게를 뒀다.
26일 레이먼드 헤어 駐터키 미국대사는 국무부에 터키 미사일 철수에 반대하는 전보를 전송했다. 그는 터키에서 미사일을 빼면 미국 스스로 터키와 쿠바가 같은 맥락이라고 인정하는 꼴이며, 터키를 비롯한 동맹국들, 그리고 나토의 연대를 붕괴시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국무부에 주피터 미사일 관련 미국이 할 수 있는 몇 가지 방안을 내놨다. 그는 우선 터키 미사일을 언급하지 않는 것이 가장 좋은 방안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어쩔 수 없이 터키 미사일을 거래 조건으로 해야 할 경우 주피터를 제거하고 지금까지 없었던 새로운 무기를 배치한다거나 비밀리에 없애는 방안을 논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U-2기 쿠바에서 소련제 地對空 미사일에 격추
<10월27일(土) - 12일차>
흐루시초프 서기장은 이날 오전 터키에 배치된 주피터 미사일(注 사거리 2400km, 모스크바를 포함한 동구권 대부분 지역이 타격권인 미국의 미사일)을 철수하라고 요구했다.
이날 오후 미국의 정찰기 U-2기가 쿠바에서 소련제 地對空 미사일에 의해 격추당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이 공격으로 루돌프 앤더슨 소령이 현장에서 즉사했다. 이날 기록에 따르면 케네디 대통령은 친필로 앤더슨 소령의 부인에게 위로의 뜻을 전하는 편지를 작성했다. 이후 국가안전보장회의 비상대책위에서는 전투기를 보내 지대공 미사일 기지를 폭파하는 방안이 논의됐다. 하지만 케네디 대통령은 미 공군 전투기들에 출동명령만을 내려놓고 출격 지시는 내리지 않았다. 케네디는 비상대책위 회의에서 터키의 미사일을 철수시키는 방안을 추진할 수밖에 없다는 의견을 내놨다.
같은 날 미 군함인 빌(USS Beale)은 쿠바 연안에서 잠항 중인 소련의 핵잠수함 B-59를 발견, 잠수함 부근에 기뢰를 투하했다. 당시 미군은 이 잠수함에 핵무기가 탑재돼 있다는 사실은 몰랐으며 기뢰는 잠수함 동체 바로 옆에서 폭발했다. 추후 밝혀진 문서에 따르면 군함과 잠수함은 500야드를 거리에 두고 대치하고 있었다.
소련 본국과의 교신이 오랜 기간 끊긴 잠수함 승무원들은 전쟁이 발발한 것으로 판단, 자체적으로 15킬로톤짜리 핵무기를 발사하는 방안을 논의했다. 당시 B-59에는 3명의 장교가 탑승해 있었으며 3명이 전원 찬성하면 상부 지시 없이도 핵어뢰를 발사할 수 있는 권한이 있었다. 당시 잠수함에는 발렌타인 사비트스키 함장과 이반 마스레니코프 정훈장교, 바실리 아르키포프 지휘관이 타고 있었다. 2000년 초 공개된 자료에 따르면 이 중 아르키포프가 유일하게 반대 의견을 내 핵무기 발사는 이뤄지지 않았다. 맥나마라 국방부장관은 “당시 미국 함정에 핵 공격이 가해졌다면 美蘇(미소) 양국 간의 전면적인 핵전쟁이 발발했을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그는 퇴임 후 진행된 인터뷰에서 핵전쟁 위협을 벗어난 이유를 묻는 질문에 “우리가 運(운)이 좋았다”고 말했다.
케네디와 도브리닌의 ‘口頭 密約’
이날 밤 로버트 케네디 법무장관은 애나톨리 도브리닌 소련 대사와 회동했다. 이들은 소련이 유엔 감시하에 쿠바의 미사일을 철수시키고 미국은 쿠바를 침략하지 않겠다는 합의를 했다. 이에 추가로 미국은 비공개적으로 터키의 주피터 미사일 역시 철수하겠다고 합의했다. 이 같은 내용은 쿠바 사태 발발 20여 년이 지난 1980년 후반에 들어서야 공개됐다.
케네디 법무장관은 30일 도브리닌 대사와의 회담 내용을 러스크 국무장관에게 보고한다. 다음은 보고서의 일부 내용이다.
<도브리닌 대사에게 전화를 걸어 법무부에서 만나자고 했다. 우리는 내 사무실에서 만났다.
나는 그에게 몇 시간 전 쿠바 영공을 정찰하던 미국 정찰기가 격추돼 조종사가 숨진 것에 대해 항의했다. 도브리는은 쿠바의 입장을 인용, “미 정찰기가 쿠바 영공에 무단 침범했기 때문에 격추했다”고 말했다. 나는 “우리가 만약 이러한 정찰을 하지 않았으면 흐루시초프 말만 믿고 쿠바에 미사일이 배치된 것도 모르고 있었을 것”이라고 반박했다.
쿠바 사태와 관련해 그는 내게 무엇을 제안할 수 있느냐고 물었다. 나는 기존 편지 등에서 논의된 것처럼 쿠바의 미사일 기지가 철수되면 미국도 침략하지 않겠다는 약속을 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흐루시초프가 터키 미사일과 관련된 다른 제안을 한 것으로 안다며 이 부분은 어떻게 되는지 물었다. 나는 지시 받은 대로 “터키 미사일은 거래 조건으로 철수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이 문제는 나토가 결정해야 할 부분이며 지금 같이 소련이 위협을 가하는 상황에서 나토가 이를 인정할 가능성은 없다”고 말했다. 이어 당신이 지시한 것처럼 “4~5개월 정도 후라면 이 문제가 만족스럽게 해결될 것”이라고 말했다.>
도브리닌 대사도 비슷한 내용을 본국에 보고했다.
<이어 케네디는 “하지만 대통령도 철수하기로 마음을 굳혔습니다. 우리에게는 4~5개월 정도의 시간이 필요합니다. 나토 내부적으로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는 데 걸리는 시간입니다”라며 “하지만 대통령이 철수 계획을 공개적으로 밝히는 데는 문제가 있습니다”라고 했습니다. 케네디는 또 그의 터키에 대한 발언이 極秘(극비)이며 대통령과 그를 제외하고 워싱턴에서 이를 아는 사람은 2~3명 정도뿐이라고 말했습니다.>
美 역사학자들이 소련 기밀 문서들을 확인한 결과 케네디 법무장관은 도브리닌에게 터키 발언을 하며 “이게 밝혀지면 내 정치 생명이 끝날 수 있다”며 비밀을 지켜달라고 부탁했다.
다음은 이날 흐루시초프 서기장이 케네디 대통령과 우 탄트 유엔 사무총장에게 보낸 편지 전문이다.
破局에서 起死回生한 美∙蘇 협상
<친애하는 대통령께:
저는 당신이 탄트 사무총장에게 전달한 편지를 통해 우리 측 선박과의 충돌을 피해 되돌릴 수 없는 치명적 상황을 피하겠다는 당신의 입장을 환영합니다. 이러한 당신의 행동을 통해 당신이 평화를 유지하기 위한 마음이 있다는 것을 알게 돼 기쁘게 생각합니다.
이미 말했다시피 우리 국민과 정부, 그리고 서기장인 저 자신은 국제사회의 경제적 경쟁과 문화와 예술 발전, 사람들의 삶의 가치를 증진하는 것에 앞장서겠다는 입장입니다. 이는 가장 고귀하고 중요한 경쟁이며 승자와 패자 모두 이익을 볼 것입니다. 왜냐하면 이 같은 경쟁은 평화적이고 기쁨의 가치와 삶의 이유를 알게 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당신은 주요 목적이 단순히 협의를 하는 것이 아니라 선박과의 충돌을 막아 상황을 악화시키는 것을 피하는 것이라는 점을 밝힌 바 있습니다. 이러한 충돌이 발생하면 협상은 필요 없게 되며 전쟁이라는 새로운 문제가 적용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첫 단추를 끼우는 것이라는 당신의 의견에 동의합니다. 중요한 것은 국가와 국민들 간의 평화를 찾고 정상화를 하는 것입니다.
당신이 미국의 안보에 있어 우려하는 점을 잘 이해합니다. 왜냐하면 그게 대통령의 의무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우리도 같은 문제로 고민하고 있으며 서기장으로서 저도 같은 책임감을 느끼고 있습니다. 당신은 우리가 쿠바에 무기를 지원한 사실을 알게 됐습니다. 우리는 쿠바의 방어 능력을 강화시키기 위해 무기를 지원했습니다. 이는 방어에 국한된 것들입니다. 쿠바가 얼마나 많은 미사일을 갖게 되건 쿠바가 미국과 동급이 될 수는 없습니다. 현대전에서 쿠바와 미국과의 전력 차이는 너무 많이 나기 때문입니다. 우리의 목표는 과거나 현재나 쿠바를 돕는 것입니다. 그리고 누구도 우리의 이러한 동기에 대해 문제를 제기할 수 없습니다. 우리는 쿠바 국민들이 원하는 삶을 살고 평화롭게 살게끔 도울 뿐입니다.
당신이 당신 국가의 안보를 지키려고 하는 것은 충분히 이해가 가능합니다. 하지만 쿠바도 역시 같은 것을 원합니다. 모든 국가가 자신들을 지키길 원합니다. 우리 소련은 어떻습니까. 당신은 소련과 동맹국들을 미사일 기지로 포위시켰습니다. 당신은 말 그대로 미사일 기지를 통해 소련을 포위하고 있습니다. 이는 비밀이 아닙니다. 믿을 수 있는 미국인이 이러한 사실을 인정한 바 있습니다. 당신의 미사일은 영국과 이탈리아에 배치돼 있으며 우리를 겨냥하고 있습니다. 당신 미사일은 터키에도 있습니다.
당신은 쿠바로 인해 불안해합니다. 당신은 미국 해안에서 90마일 떨어진 곳에 이 같은 미사일이 있어 문제라고 설명합니다. 하지만 터키는 우리와 인접해 있으며 우리 군인들이 순찰을 돌며 서로 계속 마주칩니다. 그렇다면 당신은 공격용이라 주장하며 무기를 철수시킬 것을 요구하면서 우리에게는 같은 권리가 없다고 생각합니까? 당신은 공격용이라고 불릴 대량살상무기를 우리 바로 옆인 터키에 배치했습니다. 이렇게 불공평한 상황을 어떻게 인정할 수 있겠습니까? 이는 兩立(양립)할 수 없는 문제입니다.
대통령님, 당신이 우 탄트 사무총장의 제안에 따라 우리 측 대표부와 협상에 나서기로 한 것은 매우 긍정적인 일입니다. 탄트 사무총장도 중개자로서의 책임감을 느끼고 있으며 양국이 좋은 결과를 낼 수 있도록 노력할 것입니다.
저는 현 상황을 진정시키고 문제를 빠르게 해결해 사람들이 편하게 숨 쉬고 살게 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군사적인 생각은 하지 말고 정치인으로서 정상적인 생각과 책임감을 갖고 문제를 해결하게 된다면 말입니다.
저는 그렇게 때문에 다음과 같은 제안을 합니다. 우리는 당신이 공격용이라고 주장하는 쿠바의 시설들을 철수시킬 의향이 있습니다. 우리는 이를 유엔 절차에 따라 진행할 것입니다. 당신 정부는 소련과의 긴장상태를 완화하기 위해 터키의 유사한 시설을 철수하겠다고 밝힐 것입니다. 충분히 논의한 뒤 이 같은 합의를 내립시다. 이후 유엔 안보리에서 지정한 사람들이 이 같은 약속이 이행됐는지 확인하도록 합시다. 물론 쿠바와 터키 정부가 이들이 自國(자국) 내에서 조사를 할 수 있도록 허락해야 할 것입니다. 이들 조사단은 안보리는 물론이고 미국과 소련 모두가 인정할 수 있는 사람들로 구성돼야 할 것입니다. 물론 쿠바와 터키도 동의해야 하고요. 저는 이러한 조사단을 구성하는 것이 문제가 될 것으로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이러한 약속을 한 뒤 저는 쿠바와 터키 국민들이 자신들의 안보를 불안해하지 않도록 성명을 발표하겠습니다. 소련 정부는 터키의 국경과 자주권을 존중하며 침략하지 않고 내정 간섭을 하지 않겠다고 맹세하겠습니다. 이는 소련 내부나 터키 이웃 국가에서 터키에 대한 침략을 시도하는 사람들을 저지할 겁니다.
미국도 유엔 안보리를 통해 쿠바에 대한 비슷한 내용의 성명을 발표할 겁니다. 쿠바의 국경과 자주권을 존중하며 내정간섭과 침략을 하지 않겠다는 약속입니다. 이는 미국 내부에서나 쿠바 이웃 국가에서 쿠바에 대한 침략을 시도하는 사람들을 저지할 겁니다.
물론 시한을 비롯한 세부 사항은 당신과 추가로 협의해야 할 것입니다. 시기를 결정합시다. 쓸데없이 연기하지 말고 2~3주 이내에, 한 달이 넘지 않는 한에서 시행합시다.
당신이 말한 것처럼 당신을 괴롭히는 쿠바의 상황은 소련 당국자들 손에 달려 있습니다. 미국은 우발적으로라도 이를 없애려고 시도해서는 안됩니다. 쿠바의 무기들은 쿠바 정부의 요청에 따라 배치됐으며 방어적 수단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쿠바에 대한 침략이나 소련 혹은 우리 동맹국들에 대한 어떠한 공격이 없다면 이들은 누구에게도 위협이 되지 않을 겁니다. 이는 공격용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대통령님, 당신이 저의 제안에 동의한다면 우리는 뉴욕 유엔 본부로 대표부를 보내 이른 시일 안에 협상을 마무리하도록 하겠습니다. 당신도 당신의 대표단을 선정해 같은 지시를 내리면 문제는 빠르게 해결될 겁니다.
제가 왜 이러한 일을 하고 싶으냐고요? 전세계가 우리 둘이 올바른 선택을 하기를 기대하기 때문입니다. 사람들이 우리의 합의와 분쟁이 끝났다는 것을 알게 되면 크게 기뻐할 겁니다. 저는 이번 합의에 큰 의미를 두며 앞으로 핵 실험 등을 중단하는 방안을 논의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으로 생각합니다. 핵 실험 문제는 별개의 문제이기 때문에 따로 논의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 두 개의 문제 모두 합의가 이뤄지는 게 인류의 큰 선물이 되기 때문에 매우 중요합니다. 우리와 당신의 입장은 매우 비슷합니다.
이 모든 것들이 당신과 나와 논의한 여러 대립적인 문제를 해결하는 데 촉진제 역할을 할 것입니다. 이 모든 것들은 해결되지 않았지만 빠른 해결안을 필요로 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이를 위한 준비가 돼 있습니다.
이게 제 제안입니다 대통령님.
흐루시초프>
케네디, “소련이 한 발 뒤로 물러났다”
<10월28일(日) - 13일차>
13일 간 진행된 쿠바 미사일 사태는 이날로 종료됐다. 약속대로 미국은 쿠바를 침략할 계획이 없다고 밝혔고 소련을 미사일을 철수하기로 했다. 물론 비공개적으로 미국은 터키의 미사일을 없애기로 했다. 모스크바 라디오는 소련이 협상안을 수용하기로 결정했으며 흐루시초프 서기장이 쿠바의 미사일을 철수시키겠다는 내용이 담긴 편지를 공개했다.
이날 케네디 대통령은 후버∙트루먼∙아이젠하워 전직 대통령에게 유선으로 쿠바 사태 종료를 보고했다. 케네디는 이들에게 소련이 터키 미사일 철수 제안을 했지만 받아들이지 않았으며 쿠바를 침공하지 않겠다는 약속을 통해 협상을 이뤄냈다고 거짓말을 했다. 트루먼과 아이젠하워 대통령은 모두 사태가 원만히 해결돼 다행이라며 케네디를 격려했다. 그는 현 상황을 계속 주시하겠다고 밝히며 쿠바 협상은 끝났지만 독일의 베를린 등에서 갈등이 고조될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다음은 아이젠하워 대통령과의 통화 내용 전문이다.
<케네디: 여보세요?
교환원: 네.
케네디: 혹시 장군님…
교환원: 네 바꾸겠습니다. 준비되셨나요?
케네디: 여보세요?
아이젠하워: 아이젠하워 장군입니다. 대통령님.
케네디:여보세요, 장군님 잘 지내셨습니까? 이번 사건에 대해 궁금해하셨을 것 같아 추가 사항을 보고드리겠습니다. 금요일 저녁에 흐루시초프로부터 우리가 쿠바를 공격하지 않겠다고 밝히면 쿠바의 소련 미사일과 기술자들을 철수시키겠다는 메시지를 받았습니다. 다음날 오전에 그는 우리가 터키에 있는 미사일을 철수하면 쿠바 미사일을 제거하겠다는 내용을 전해왔습니다. 당신이 알다시피 우리는 그렇게 할 수 없다는 성명을 보냈습니다. 그러고 나서 오늘 아침 또 메시지를 받았는데 어떻게 해결될지 조금 검토해 봐야 합니다. 그들이 기술자와 미사일을 제거하는지 지켜봐야 할 것 같습니다.
아이젠하워:그럼요. 대통령님 그런데 그가 다른 조건을 제시하지는 않았나요?
케네디:아닙니다. 우리가 쿠바를 공격하지 않겠다고 한 것이 유일합니다. 우리가 지금 상황에서 쿠바를 침략할 계획이 있는 것도 아니고요. 미사일만 없어진다면 우리가 훨씬 성공적입니다.
아이젠하워:잘됐군요. 저도 동의합니다. 저는 그냥 그가 그의 약속을 지킬지 궁금했습니다. 혹시 약속을 해놓고 우리를 망신시키지는 않을지.
케네디:맞습니다.
아이젠하워:내가 볼 때는 그가 매우 회유적으로…
케네디:네 맞습니다. 제 생각에 우리가 할 일은 계속…그렇기 때문에 저는 아직 쿠바 문제가 끝났다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우리는 우리의 이권을 챙길…
아이젠하워: 그게 내가 원한 전부요.
케네디:그들이 또다시 위협적인 행동을 한다면 상황이 악화될 수도 있습니다. 추가로 제 생각에는 다음 달 말 즈음에는 우리가 베를린 문제와 관련해 정면으로 부딪칠 수밖에 없을 겁니다. 흐루시초프가 한 발 뒤로 물러나기도 했고 매우 중요한 시점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들이 약속을 지킬지 계속 지켜봐야 할 것 같습니다.
아이젠하워:대통령님, 제 경험상 이들을 우리와 똑같이 생각할 수 없습니다. (注 사람이나 각종 문제를) 동일시하는 것은 실수일 수도 있습니다. 베를린이나 쿠바나 어떤 것이든 말입니다. 그들은 세계 어디든 마음대로 하려고…
케네디: 맞습니다. 계속 상황을 주시하겠습니다. 계속 연락드리겠습니다. 장군님.
아이젠하워:고맙네. >
아이젠하워의 “그런데 그가 다른 조건을 제시하지는 않았나요?”와 “혹시 약속을 해놓고 우리를 망신시키지는 않을지…” 등의 발언은 공산주의에 대한 그의 깊은 이해도를 보여준다.
다음은 케네디 대통령이 트루먼 대통령과 나눈 대화의 내용이다.
<케네디:여보세요
트루먼:네 여보세요, 해리 트루먼입니다.
케네디:안녕하세요 대통령님 어떻게 지내십니까?
트루먼:나는 아주 잘 지내고, 이번 결과에 매우 만족…
케네디:네 우리는 지금 계속 노력을 하고 있습니다. 몇 가지 진행 상황을 알려드리려 연락드렸습니다. 금요일 저녁 그에게 편지를 받았습니다. 매우 긍정적이었는데 12시간쯤 지난 토요일에는 터키의 미사일을 언급하는 전혀 다른 내용의 편지가 도착했습니다. 우리는 그 제안을 거절했고, 그들은 자신들이 기존에 제안한 것을 따르기로 했습니다. 아직 문제가 남아있지만 그곳의 미사일을 제거하는 데는 성공했습니다. 흐루시초프가 그의 지위를 유지하는 데 힘들 것으로 생각합니다. 지금 문제가 베를린 문제를 악화시킬 수도 있습니다. 그가 쿠바에서 한 발 물러났기 때문에 베를린에서 더욱 강경하게 나올 수 있습니다. 하지만 며칠 전 상황보다는 지금이 낫습니다.
트루먼: 제대로 하고 있군요. 계속 그렇게 하기를..(통신 불량) 그리고 혹시 조언이 필요하다면 제게 연락해주십시오. 미국의 대통령만이 할 수 있는 조언이 아니라 누구나 할 수 있는 조언이라면…
케네디:(웃음) 네. 연락드리겠습니다.
트루먼:연락해줘 감사합니다.
케네디:감사합니다.>
트루먼 대통령은 이러한 상황 속에서도 그 특유의 유머러스함을 잃지 않은 모습이 인상적이다. 다음은 케네디 대통령과 후버 전 대통령과의 전화 통화 내용이다.
<케네디:금요일 밤에 메시지를 받았고 토요일에는 터키 문제에 대해 언급한 편지를 받았습니다. 그리고 오늘은 또 그들이 좀 더 타당했던 기존의 제안을 하는 편지를 받았습니다. 이제 상황을 지켜볼 건데 추가 사항을 말씀드리려고 연락드렸습니다. 아직 해결해야 할 문제가 많지만 약간의 진전은 있습니다.
후버:(통신 불량)
케네디:제 생각에는 지금 리듬을 이어가면서 어떻게 될지 지켜봐야 할 것 같습니다. 무슨 일이 생기거나 하면 계속 연락드리겠습니다.
후버:…
케네디:감사합니다 대통령님. 안녕히 계세요. >
녹음 상태가 좋지 않지만 통화 내용으로만 보면 당시 88세로 晩年(만년)을 보내던 후버 대통령은 쿠바 사태와 관련해 별다른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흐루시초프, “정찰기로 도발하면 戰爭 불가피”
28일 흐루시초프는 케네디 대통령에게 쿠바 사태 관련 마지막 성명을 전달한다. 다음은 이 성명의 전문이다.
< 친애하는 대통령님:
당신이 27일 보낸 편지를 잘 받았습니다. 세계 평화를 지키기 위한 당신의 책임감과 현실을 직시하는 모습에 대해 감사를 표합니다.
당신과 미국 국민들이 공격용이라고 주장한 무기들에 대한 우려를 잘 이해합니다. 실제로 이 무기들은 어마어마한 무기들입니다. 저와 당신 모두 이 무기들이 어떤 무기들인지 잘 알고 있습니다.
평화를 위협하는 분쟁을 빨리 해결하고 미국인들과 평화를 원하는 저와 소련 국민들이 모두 평화를 찾을 수 있도록 공격용이라고 주장하는 무기들을 철수하라는 명령을 내렸습니다. 이들은 소련으로 다시 운송될 겁니다.
대통령님, 제가 전에 편지를 통해 전했던 내용을 다시 반복하려고 합니다. 소련은 군사물품을 비롯해 쿠바에 대해 경제적인 지원을 했습니다. 왜냐하면 쿠바 정부와 국민들이 침략의 위협에 처해있었기 때문입니다.
해적선들이 아바나에 공격을 가했습니다. 이 같은 공격은 무책임한 쿠바 망명자들이 저지른 것이라고 주장합니다. 그럴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문제는 이들이 어디서 공격을 가했는가입니다. 이 쿠바인들은 자신들만의 영토도 없으며 그들 국가로부터 도망을 다니는 사람이고, 군사 작전을 펼칠 능력이 되지 않는다는 것은 명확한 사실입니다.
즉, 이는 누군가가 이들에게 아바나를 공격할 무기를 쥐여줬고 쿠바 영해에서 해적 활동을 하게 했다는 겁니다. 우리 세대에서 해적 활동을 하는 선박을 발견하지 못할 수는 없습니다. 카리브해의 미국 선박들이 집중된 것이 모두 확인되는 것처럼요.
이러한 상황에서 해적선들이 쿠바를 공격하고 평화로운 화물선에 해적 행위를 했습니다. 그들이 영국 화물선을 공격했다는 것도 알려졌습니다. 즉, 쿠바는 쿠바를 침략하려는 의도를 숨기지 않는 단체로부터의 공격 위협을 받았습니다.
쿠바 국민들은 외부 개입 없이 그들만의 삶을 추구하고 싶어합니다. 이는 그들의 권리입니다. 그들이 자국에서 일을 해 얻은 과일들을 마음대로 먹고 싶어하는 것을 누구도 욕할 수 없습니다.
쿠바로의 침략 위협과 쿠바 주변에서 발생한 긴장 상태는 쿠바 국민들로 하여금 안보 불안감을 갖게 하고 새로이 평화로운 삶을 꾸려가려는 그들의 계획을 방해했습니다.
대통령님, 다시 한 번 말하지만 우리는 이 문제에 있어서 다른 의견이 있을 수 없습니다. 소련 정부는 침략 행위를 막기 위해 방어적인 지원을 하기로 했습니다. 방어적인 목적으로 말입니다. 우리는 당신은 공격용이라고 주장하지만 방어용인 물품들을 보냈습니다. 쿠바가 침략을 막을 수 있도록 이를 지원한 겁니다.
당신이 1962년 10월 27일 당신은 물론이고 서방세계 어느 곳도 쿠바로의 어떠한 공격이나 침략을 가하지 않을 것이란 메시지를 존중합니다. 그렇다면 우리가 쿠바를 지원해야 할 이유가 사라집니다.
저는 당신에게 모든 상황은 소련 관계자들에 달려 있다고 말한 적이 있습니다. 우리는 우리 군인들에게 앞서 언급된 곳의 추가 공사를 멈추고 소련으로 철수하도록 명령했습니다. 27일 편지에서 말했듯 유엔 관계자들이 미사일 기지가 확인하게 할 준비가 됐습니다.
당신이 제가 약속한 것과 우리가 미사일 기지 해체 명령을 내린 것을 통해 현재 분쟁을 해결할 모든 조건이 충족됐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당신이 위험한 현재 상황을 대처하기 위해 노력한 것을 매우 만족스럽게 생각합니다. 핵무기와 로켓 등을 비롯한 위험한 무기들이 넘치는 지금과 같은 시대에 말입니다. 모든 사람들은 평화를 지키고 싶어 합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다시 상황을 악화시키지 않기 위해 책임감을 갖고 서로 신뢰해야 합니다. 좋은 의도를 가진 사람들을 포함해 당신과 제가 서로 협력한다면 이러한 긴장 상태를 해소할 수 있을 겁니다. 우리는 또 핵전쟁으로 이어질 수 있는 분쟁이 일어나지 않도록 해야 합니다.
마지막으로 저는 나토와 바르샤바 조약 국가 간의 데탕트에 대해 몇 가지 말하겠습니다. 우리는 오랫동안 이에 대한 의견을 나눠왔고 합리적인 결과를 이뤄내기 위해 계속 논의할 준비가 됐습니다.
우리는 원자와 핵폭탄 등의 추가 생산을 하지 않는 방안과 국제사회의 긴장을 완화할 방법을 계속 논의하고 싶습니다.
대통령님, 제가 당신 말을 믿기는 믿지만 아직도 세상에는 쿠바를 침략하고 싶어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가 쿠바의 미사일을 철수시키는 작업을 진행하더라도 쿠바 국민들에 대한 지원과 책임감마저 없어지는 것은 아니라는 확신을 주려고 합니다.
대통령님 당신을 비롯한 모든 국가의 사람들이 저희의 이러한 입장을 이해할 것으로 생각합니다. 우리는 평화 이외에는 원하는 것이 없습니다. 소련은 지금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우리 국민들은 평화로운 노동의 과일을 즐기고 있습니다. 이들은 10월 혁명 이후 놀라울 정도의 성장과 물질∙정신∙문화적 가치를 이뤄냈습니다. 우리 국민들은 이러한 가치를 즐기고 있으며 꾸준한 노동을 통해 평화와 사회적 성장을 이어가길 원합니다.
대통령님, 軍 정찰기가 소련 영공을 침범했다는 사실을 다시 한 번 말하겠습니다. 이와 관련해 우리 사이에는 여러 의견이 오고 갔습니다. 1960년 우리는 영공을 침범한 미국의 U2기를 격추했습니다. 이와 관련 당신은 과거 정부의 위법 행위였다고 밝히는 올바른 입장을 지켰습니다.
하지만 당신의 임기가 시작된 이후도 미국 U2기가 사할린 지역을 침범하는 행위가 발생했습니다. 우리는 이러한 행위에 항의하는 의견을 8월 30일에 전달한 적이 있습니다. 당신은 이러한 위법 행위가 날씨가 좋지 않아서 발생했으며 재발 방지 약속을 했습니다. 우리는 당신의 약속을 믿었습니다. 당시 그 지역의 날씨가 실제로 좋지 않았기도 하고요.
하지만 당신이 우리 영공에서 비행하지 말라고 명령을 내렸더라면 날씨가 안 좋아도 우리 영공을 침범할 이유가 없었을 겁니다. 즉, 이는 펜타곤에서도 다른 나라 영토를 침범하는 위법 행위에 대해 사전에 알고 있었다는 결론으로 이어집니다.
더 심각한 사건은 10월 28일 발생했습니다. 당신의 정찰기 한 대가 추코트카 반도쪽의 우리 영공을 침범했습니다. 대통령님, 우리가 이를 어떻게 받아드려야 할까요. 이게 뭡니까? 도발입니까? 당신의 정찰기는 우리 모두 전투준비태세를 갖춘 긴장 상태에서 이 같은 행위를 범했습니다. 침범한 이 비행기를 핵 폭격기로 오인할 수도 있던 것 아닙니까? 미국 정부와 펜타곤은 꾸준히 핵 폭격기 순찰 활동을 하고 있다고 밝히기도 했으니까 말입니다.
당신은 이를 통해 지금과 같은 긴장 상황에서 당신이 얼마나 중요한 위치에 있는지 알 수 있을 겁니다.
쿠바 국민들과 관련해 다음과 같은 희망 사항을 전달하겠습니다. 당신은 외교 관계를 맺지 않고 있습니다. 하지만 쿠바에 있는 저희 측 사람들 보고에 따르면 미국 비행기가 쿠바 상공에서 비행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세계에 전쟁이 없고 쿠바 국민들이 평화롭게 살게 하고 싶습니다. 대통령님, 우리 사람들이 쿠바에 있는 것은 비밀이 아닙니다. 협정을 통해 우리는 쿠바 정부에 장교들과 교관들을 비롯해 기술자∙농학자∙동물원 관리자∙트랙터 운전사 등의 민간인 등을 파견했습니다. 우리는 그들이 걱정됩니다.
대통령님, 미국 비행기가 쿠바 영공을 침범하는 행위는 위험한 상황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을 다시 한 번 말씀드립니다. 당신이 이를 원하지 않는다면, 원인을 제공하지 않는 게 좋을 겁니다.
우리는 양국이 분쟁에 다시 휘말리지 않게끔 서로 조심할 필요가 있습니다. 분쟁은 매우 짜증 나고 심각한 상황으로 이어질 것이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분별력을 갖고 이러한 상황이 발생하지 않도록 해야 합니다.
아마 우리는 어떠한 나라 국민보다 평화를 중요시할 겁니다. 우리는 히틀러와 참혹한 전쟁을 치렀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우리 국민들은 어떠한 도발에도 흔들리지 않을 겁니다. 우리 국민은 정부를 믿으며 정부는 국민과 국제사회에 소련이 도발을 당하지 않을 것이란 확신을 줍니다. 이런데도 만약 누군가가 우리를 도발한다면 그들은 이에 대한 책임을 피할 수 없을 것이며 죽음에 이르는 전쟁이라는 대가를 치러야 할 겁니다. 하지만 우리는 理性(이성)이 결국은 승리해 전쟁은 발생하지 않을 것이며 국민들의 안전이 보장될 것을 확신합니다.
우 탄트 유엔 사무총장과 소련∙미국∙쿠바 대표부 간 진행되는 현재 협상과 관련해 소련은 쿠즈네초프 외무차관을 뉴욕으로 파견해 현 상황을 해결하려는 우 탄트 총장의 노력을 돕기로 했습니다.
흐루시초프>
극명히 갈리는 케네디의 對蘇∙大國民 성명
케네디 대통령은 이 같은 내용을 전달받은 뒤 흐루시초프에게 電報(전보)를 보냈다. 다음은 전보의 일부다.
<추코트카 반도쪽 영공을 침해했다는 미 항공기에 대해 저도 알고 있습니다. 이 비행기에는 어떠한 무기도 장착되지 않았으며 사진 촬영 장비만 있었습니다. 이 비행기는 알래스카 지역에서 북극 등을 정찰하고 복귀하는 과정에서 실수로 소련 상공을 날게 됐습니다. (중략)
이 사건에 대해 유감을 표하며 재발 방지를 위해 모든 예방 조치를 하도록 하겠습니다. >
이후 케네디 대통령은 쿠바 사태 해결을 알리는 對국민 성명을 발표했다.
<흐루시초프 서기장이 쿠바에 미사일 기지 설치 계획을 중지하고 유엔 감시하에 공격용 미사일을 철수하기로 한 결정을 환영합니다. 이는 평화를 위한 매우 중요하고 건설적인 행동입니다.
우리는 카리브해의 평화를 지키기 위한 추가 사항을 유엔 사무총장과 논의할 계획입니다. 저는 국제사회가 쿠바 사태의 교훈을 통해 군비 경쟁을 멈추고 국제사회의 긴장을 완화하는 쪽으로 움직이길 바랍니다. 이는 바르샤바 조약과 나토 국가 간의 군사적 대치 상황뿐만 아니라 중요한 자원들을 무기로 만드는 데 낭비해 긴장을 심화시키는 모든 국가들에 통용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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