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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족·종교·언어 달라-러·우크라 악연의 역사
800년전 갈라져나왔지만… 우크라 ‘300년 러 영향권’ 아픈 역사
입력 2022.03.01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지난 21일 대국민 연설에서 “우크라이나는 항상 러시아의 일부였다”고 했다. 1100년 전 ‘키예프루스’라는 뿌리가 같아서 자국의 일부였다는 것일까. 강인욱 경희대 사학과 교수는 “소비에트 연방적 사관에서 나온 표현”이라고 했다. 우크라이나인들은 같은 키예프루스에서 나왔지만 러시아와는 구성 민족도 달랐고, 우크라이나는 독자적 종교도 가지고 있는 독립된 민족이라고 주장한다. 올레나 쉐겔 한국외대 교수(우크라이나어과)는 “푸틴의 주장은 한국이 중국 일부라고 하는 것처럼 터무니없다”며 “지금 우크라이나인들은 법치와 민주주의를 위해 러시아와 싸우고 있다”고 했다.
우크라이나 독립 영웅 보흐단 흐멜니츠키가 폴란드군을 물리치고 1649년 키예프로 입성하는 모습을 표현한 그림.
흐멜니츠키는 17세기 우크라이나 민족의 독립국가를 수립하기 직전까지 갔다.
그러나 외교적 오판으로 러시아가‘우크라이나는 우리 땅’이라고 주장하는 빌미를 주고 말았다. /위키피디아
◇하나의 뿌리 ‘키예프루스’
우크라이나·러시아·벨라루스는 9세기경 지금 우크라이나 지역에 출현한 첫 국가 ‘키예프루스’를 모체로 삼는다. 지금 우크라이나 수도 키예프(우크라이나어로는 키이우)가 수도라 우크라이나는 자신들이 종가(宗家)라고 여긴다. 쉐겔 교수는 “범슬라브민족 국가였지만 지금 우크라이나를 구성한 부족과 러시아를 구성한 부족이 달랐고, 당시부터 키릴 문자를 읽는 방식이 달랐다. 스페인어와 포르투갈어가 다른 것처럼 러시아어와 우크라이나어도 다르다”고 했다. 한·중·일이 한자 문화권이지만 고유의 민족 정체성을 가지고 있는 것처럼 러시아와는 차별된다는 것이다.
키예프루스가 국교로 삼았던 정교회를 믿는 우크라이나인이 많지만, 고유 종교도 있다. 정교와 가톨릭을 접목한 ‘통합교회’(우니아트)다. 소련 지배 시절 탄압받던 통합교회인들이 여전히 우크라이나에 400만명가량 된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가 ‘일부’라고 주장하지만 민족·언어·종교에서 독자성이 있다는 것이다.
◇흐멜니츠키 봉기와 페레야슬라프 협정
키예프루스가 몽골 침략으로 멸망한 뒤 우크라이나 지역은 폴란드 지배를 받는다. 이 시기 군사 자치체인 ‘코사크’가 등장하면서 독립 우크라이나의 모체가 나타난다. 지금도 우크라이나에서 독립 영웅으로 꼽히는 보흐단 흐멜니츠키(1596~1657)는 그 주역이다.
17세기 중반 우크라이나 코사크 부대는 폴란드에 맞서 무장봉기를 일으켰다. 당시 코사크 지도자였던 흐멜니츠키는 한때 폴란드 수도 바르샤바 턱밑까지 진군하며 승리한다. 광범위한 자치권을 보장받고 그는 개선장군이 돼 1649년 키예프로 귀환한다. 사실상 우크라이나 민족 국가를 수립한 것이다. 구자정 대전대 교수는 이 시기를 “러시아와 민족적 차별성을 주장하게 되는 우크라이나 정체성의 첫 출발”이라고 논문에서 평했다.
그러나 이는 짧았다. 약속과 달리 폴란드는 역공에 나섰다. 흐멜니츠키는 모스크바 공국(지금의 러시아)에 도움을 요청했다. 당시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인이 맺은 ‘페레야슬라프 협정’(1654년)은 두고두고 문제가 된다. 원본이 분실됐기 때문이다. 소련과 러시아는 군사 원조의 대가로 ‘코사크와 우크라이나인은 차르(러시아어로 황제)에게 충성을 맹세할 것’이라는 내용이 있었다고 주장한다. 이 시기 우크라이나가 복속했다는 얘기다. 우크라이나 학계에서는 이를 부정한다. 단기적 군사 동맹이었을 뿐이라는 것이며, 원문도 남아있지 않은 협정 내용을 러시아가 ‘당시 통일됐다’며 날조하고 있다는 것이다. 러시아 주장이 힘을 얻은 결과 ‘유럽 최후의 대국, 우크라이나의 역사’(글항아리)를 쓴 구로카와 유지는 이 조약을 이렇게 평가했다. “사후적 맥락에서 이 조약이 우크라이나사의 전환점이 돼 러시아에 병합되는 과정의 첫걸음이 됐다.” 러시아는 이 협정 이후 차르의 칭호를 ‘전(全) 러시아의 차르’에서 ‘모든 대러시아(러시아) 및 소러시아(우크라이나)의 차르’로 바꾼다.
그러나 러시아는 협정 2년 만에 폴란드와 평화 협정을 맺고 우크라이나를 분점했다. 흐멜니츠키는 차르에게 협정 위반을 비난했지만 아무 효과도 없었다. 수도 키예프를 따라서 흐르는 드네프르강을 기준으로 좌안은 폴란드가, 우안은 러시아가 지배하게 됐다. 이후 독립선언을 이어갔지만 실질적인 독립은 1991년 소련 해체 이후 가능했다. 1930년대 스탈린의 집단농장 정책 실패가 유발한 대기근의 와중에 무수한 목숨이 사라졌다. 300만명으로 추산하지만 우크라이나인들은 최대 1000만명이 숨졌다고 본다. 소련의 수탈로 대기근이 벌어졌다고 생각한 서부 지역의 반(反)러시아 정서는 강화됐다.
쉐겔 교수는 “우리는 유럽식 국가를 세우고 싶기 때문”이라며 “러시아가 상징하는 부패·전체주의와 결별하고 싶다”고 했다. “목숨 걸고 싸우는 것은 이번에 무너지면 다시 일어설 기회가 없을 수도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국민들이 끝까지 버티는 것이다.”
☞페레야슬라프 협정
우크라이나 민족 지도자 흐멜니츠키가 1654년 페레야슬라프에서 폴란드와 싸우기 위해 러시아(모스크바 공국)와 동맹을 맺은 조약. 원본은 전해지지 않는다. 우크라이나는 단기적 군사 동맹에 대한 내용이 담겼다고 주장한다. 러시아는 이 조약에 ‘우크라이나인은 차르에게 충성을 맹세한다’는 내용이 있다며 이를 빌미로 우크라이나사를 자국사에 편입시키고자 한다.
사회부, 국제부, 문화부, 사회정책부를 거쳐 다시 문화부에 왔습니다. 출판, 방송, 미디어를 담당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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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자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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찬성순반대순관심순최신순
2022.03.01 06:53:05
精讀했습니다. 그리고 잘 熟知했습니다...歷史를 잊은 민족은 결코 존재할 수 없다는 사실을 이번 우크라이나 국민들의 抗戰에서 인지했습니다...우크라이나 萬歲....
답글4
371
6
2022.03.01 08:04:08
우크라이나 민족이 독립국으로 일어서기 위해 수많은 고난을 이기고 목숨바쳐 나라를 지키려는 모습에 전세계가 감동했다. 우리도 분발하여 남북통일 이루고 만주를 수복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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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9
7
2022.03.01 08:30:17
선동과 모략은 ... 북극곰들의 특징이다... 나라에 힘이 있으면 큰 문제가 없는데... 경제력 ... 군사력이 허약하면 침략을 당하고 식민지가 된다... 새계 역사에 수없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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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5
8
2022.03.01 08:45:36
우크라이나의 최근 현대사도 전혀 모르는 사기꾼 찢 리죄명이 우크라이나 대통령을 조롱하는거 보면 소시오패스도 이런 소시오패스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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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5
2
2022.03.01 09:02:59
중국가서 혼밥하며 대국과 소국을 지칭한 삶은 소대가리의 헛소리가 두고두고 빌미가 될까 걱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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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8
1
2022.03.01 08:59:45
중국 공산당이 주변 아시아 국가들에게 우겨대는 논리하고 똑같네. 누가 공산당 아니랄까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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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
0
2022.03.01 09:01:13
강대국과 국경을 마주하는 나라는 늘 긴장하고 준비되어야 한다. 국민 모두가 감시자가 되어 거짓 평화를 외치는 거짓말쟁이 정치인들을 차단할 능력이 우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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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5
0
2022.03.01 09:12:05
푸틴이 우크라이나는 소련이 해체되면서 처음 나라가 된거지 이전에 한번도 나라였던 적이 없었다는 푸틴의 발언을 듣고 깜작 놀랐다.어떻게 러시아 대통령이라는 자가 자기 나라 역사도 제대로 모르는가. 슬라브족이 최초로 국가를 만든게 서기 9세기 지금의 우크라이나 수도인 키에프에 세워진 키에프루스라고 불려진 키에프대공국 아닌가.그 때부터 키에프 대공국은 모든 슬라브족의 중심 역할을 하며 400년동안 번영을 누리며 찬란한 문화를 꽃피웠다.그 당시에 비잔틴제국으로부터 비잔틴정교를 받아들여 국교로 삼았고 이게 뿌리가 되어 지금의 러시아정교가 된거 아닌가.이런 역사를 돌이켜봐도 지금의 러시아의 뿌리는 우크라이나라고 할수있다.13세기 키에프대공국이 몽골의 침략에 무너지고 난 후에 킵차크칸국의 지배를 받다 15세기에 생긴 모스크바대공국이 발전하여 러시아 제국이 된거 아닌가.슬라브족 최초의 나라인 키에프대공국 시절 키에프의 우크라이나가 문화를 꽃피우고 번영을 누릴때 모스크바는 조공을 바치던 변방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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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5
0
2022.03.01 09:30:22
문재인은 우리가 역사적으로 중국의 일부였다고 생각하는지 한심한 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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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4
2
2022.03.01 09:12:19
그 어떤 이유라도 평화롭게 사는 하나의 독립국가를 침략할 수 없습니다. 이는 중대 법죄행위요 반드시 그 댓가를 받게 된다는 사실을 우리는 역사를 통하여 교훈받고 있습니다. 푸쉬킨은 중대범죄자요 세계가 합쳐 응징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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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7
0
2022.03.01 09:26:50
음.. 종놈(푸틴)이 주인(우크라이나)에게 집과 전답을 다 갖겠다고 횡포를 부리는 강도군. 푸틴놈의 말대로라면 오히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 예속되어야 하는것이다. 어디 종놈이 주인집에와서 주권을 달라고 하나. 김일성일가들과 똑같은 놈이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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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6
0
2022.03.01 09:32:39
중국이 우리 역사를 뺏으려는 것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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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
0
2022.03.01 09:41:45
러시아판 동북공정이구만...주변에 만만한 땅은 죄다 지들 영토라고 주장하는건 중국늠들이나 러시아늠들이나 다를게없구나..한가지 중요한것은,스스로를 지킬 힘이 없는 나라는 노예처럼 살수밖에 없다는 사실입니다 동서고금이 우리에게 보여주는 진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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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
0
2022.03.01 09:25:50
평화로운 독립국 침약 할 수 없다는 것은 어느 룰인가 그런 률은 없다 힘이 스스로 갖춘 나라만이 침략 당할 수 없는 것이다 그것이 없다면 경제적으로 문화적으로 군사적으로 침략 당할 수 밖에 없다 우크라이나 는 핵이 빼앗 겼다 그래서 침략 당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한국도 핵에 의한 자주 국방이 되지 않는 다면 제2의 우크라이나 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나의 사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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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
0
2022.03.01 09:35:42
양지호 기자님 수고하셨습니다, 세계사 공부안한 사람은 알수없는 내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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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
0
2022.03.01 11:15:37
굳이 몇 천년, 몇 백년 전의 역사를 소환할 필요는 없다. 1991년 이래 우크라이나는 분명 독립국이고 2014년 유로마이단 투쟁에서 보듯이 다수 우크라이나인들의 독립의지는 너무나 강력하다. "순결한 러시아" 같은 푸틴의 선전은 허구일 뿐이다. 우크라이나인들의 투쟁을 성원한다. 우리가 우크라이나다. Stand with Ukrai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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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0
2022.03.01 11:14:07
대한민국의 고구려 역사를 중국의 역사로 편입시킨 것과 똑같이 푸우크라이나 역사를 러시아 역사로 날조하여 편입시킨 푸틴과 시진핑 두 넘은 천벌을 받아야 할 넘들이다. 이런 공산주의 독재국가를 좋다고 상전으로 받드는 문재인도 천벌을 면치 못할 것이다.
답글작성
12
0
2022.03.01 11:01:42
흐멜리츠키가 폴란드의 바르샤바까지 진격했을때 힘이 들더라도 폴란드 왕족과 귀족을 모두 처단하고 돌아와야 했었는데 코샤크 답지않게 살려두고 온 게 결국 화근이다. 우리도 이번에 정권교체를 한 후 화해같은 개소리는 하지 말고 좌빠리들을 발본색원해서 모조리 단죄해야만 다음 세대에 번영된 나라를 물려줄 수 가 있다고 본다.
답글작성
12
0
2022.03.01 09:54:13
전쟁과 정복이 반복되고 강간에 의한 혼혈이 반복된 동유럽에 민족이란 개념은 없다. 그냥 피플이라고 하지.. 러시아의 주장도 맞고 우크라이나의 주장도 맞다. 서로 대화로 풀 수 있었는데 이렇게 까지 온게 너무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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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2022.03.01 09:36:27
그러고보니 러시아의 모체(母體)는 우크라이나였네
답글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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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2022.03.01 10:37:00
우크라이나가 힘을내서 승리하시길 기원
답글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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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3.01 11:14:57
종주국 우크라이나가 변방국 러시아에 잡아먹히고, 승자가 된 러시아는 역사를 만들며 우크라이나는 러시아 영토의 일부라 억지부리는 모습이 어찌그리 한중 간의 모습과 유사한지..지금은 중국의 패권을 장악한 중화족들이 역사를 왜곡하여 한국을 중국의 속국이라 주장하지만 중국의 역사를 보면 대부분의 기간 한국의 뿌리인 동이족이 중국의 패권을 장악하고 지배하였다. 오히려 한국이 중국의 패권국이고 종주국이었던 셈이다. 중국은 나라 이름이 아니라 지역 명칭임..
답글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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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3.01 11:05:38
ㅎㅎ 지금 우크라이나 는 법치와 민주주의를 위해 러시아와 싸우고 있다는 말이 인상적이군.. ㅎㅎ 지금 미개한민국은 지난 70여년간 쌓아왔던 법치와 자유민주주의 에서 탈출해서 북조선 인민민주=공산 공화사칭 혈족세습폭압노예화통치 체제로 들어가고 싶어하는 종북간첩 공산반역 분자들 정권이 게 가재 소라 고동 붕어 개구리들의 불변 40% 의 지지를 받으면서, 자유세계를 이탈하기 위해서 싸우고 있는 것 같은데.. 어쩌겠나 미개한 짓을 하면, 제 1 미개법칙, 미개한 것들은 장기적으로 미개한 처분과 대우를 받을수 밖에 없는 법, 피할수 없는 인간 사회의 법칙, 자연의 법칙 이기도 한 법칙에 따라 미개한 처분을 받아야지.. 개한 짓을 하면 개한 처분을 받게 되어 자유를 누리는 것이고.. ㅎㅎ 미개한민국과 우크라이나 중에 누가 개한 처분을 받고 누가 미개한 처분을 받게 될지.. 지켜보는 재미가 쏠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