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비달마불교
권오민 저
원문 출처 http://www.sejon.or.kr/
1장 아비달마란 무엇인가
2. 아비달마 논서의 성립
(1) 발전의 세 단계
앞에서 아비달마의 의미가 일차적으로 '불타 교법에 관한 연구'라고 하였지만 이 같은 이해는 시간이 지남에 따라 점차 변화하여 각 부파가 추구하였던 '세계존재[法]에 관한 연구'를 의미하게 되었다. 그리고 그 같은 변화는, 불타 교법에 대한 해석에서 출발한 각 부파의 논의가 점차 하나의 완성된 사상체계로 발전한데 따른 필연적인 것이었다.
일반적으로 아비달마 논서는 세 단계의 발전과정을 거친다.
단계의 첫 번째는 어쨌든 아비달마적 경향을 띠는 경장(經藏)이라 할 수 있다. 이는 경전의 형식과 내용에 따른 분류법인 12분교 중의 논의(論議) 즉 우파데사(upadesa)라고 할 수 있는데, 이는 간략한 경문에 대해 널리 해설한 주석적인 법문을 말한다. ≪유가사지론≫에서는 이를 마트리카(matrka) 혹은 아비달마라고 하여, 경전에 설해지고 있은 세계존재의 본질과 작용은 이러한 논의에 근거해야 비로소 그 뜻이 명료해지기 때문에 요의경과 같은 것이라고 하였다.
또한 ≪증일아함경≫이나 ≪증지부경전≫, ≪중집경(衆集經)≫이나 ≪십상경(十上經)≫과 같은 단경(單經)에서는 불타 교법을 법수에 따라 1법에서 10법 혹은 11법으로 분류하고 있으며, ≪잡아함경≫이나 ≪상응부경전≫은 주제나 내용의 유형에 따라 정리되어 있는데, 이 역시 일종의 아비달마라고 할 수 있다. 사실상 이 같은 경전들은 오로지 출가자를 위한 법문의 집성으로, 아함경전 자체가 출가승단의 교과서로서 편찬된 것이라고도 할 수 있다.
이러한 경장이 다음 단계에 이르게 되면 마침내 독립된 논서로 형성되는데, 이 때 논서는 아비달마적 성향을 강하게 띠는 경장과 질적인 면에서 그렇게나 큰 차이가 없다. 이를테면 유부의 ≪집이문족론(集異門足論)≫이나 ≪법온족론(法蘊足論0≫의 경우, 전자는 앞의 ≪중집경≫의 내용을 부연 해석한 것이며, 후자는 아함경전 중에서 21가지 중요한 교설을 선정하여 각각의 장에서 그 교설을 담은 경문을 먼저 제시한 다음 이에 대해 상세히 해석하는 형태의 논서이다.
따라서 이 단계의 논서는 아직 경으로부터 완전히 독립한 것이 아니며, 말 그대로 단지 불타 교법에 대한 정리 해석에 지나지 않기 때문에 다른 부파와 공통된 요소도 많이 포함하고 있다 예컨대 팔리 상좌부의 ≪법집론, 法集論, Dhammasangani≫과 ≪분별론, 分別論, Vibhanga≫은 앞의 두 논서와 유사한 성격의 논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이렇게 종합 해설된 교설들은 점차 각 부파에 따라 매우 복잡한 체계로 조직되고, 술어 사이의 상호관계에 대해서도 극단적일 정도로 자세한 분석이 이루어지게 된다. 예컨대 ≪발지론(發智論)≫에서는 유부학설 전반을 이전의 개별적인 논의에 근거하여 8장의 조직으로 논설하고 있으며, 이것에 대한 해설서로 ≪대비바사론(大毘婆沙論)≫과 같은 방대한 불량의 백과사전식의 논서가 작성되기도 하는 것이다.
그런데 세 번째 단계에 이르게 되면, 이제 아비달마는 더 이상 불타 교법의 해석이나 조직에 머물지 않고 이전 시대의 여러 아비달마를 기초로 하여 웅장한 구성을 지닌 독자적인 교의체계를 구축하게 되는데. 그 대표적이 것이 ≪구사론(俱舍論)≫과 ≪청정도론, 淸淨道論, Visuddhimagga≫이다. 전자는 북전불교에서 가장 유명한 논사 중의 한 사람인 설일체유부 계통의 세친(世親, Vasubandhu)이 지은 것이며, 후자는 남방 상좌부의 대주석가 붓다고샤(Buddhagosha)의 저술이다. 이 두 가지 논서가 세상에 출현한 것은 5세기 굽타왕조 중엽 무렵으로, 이 시기에 비로소 진정한 의미의 아비달마 논서가 완성되었다고 볼 수 있다.
오늘날 현존하는 아비달마 논서는 대개 상좌부와 설일체유부 두 부파에 한정되어 있으며, 그 밖의 논서는 사실상 얼마 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