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식세계화도 지원 대우조선 누더기 만든 남상태 전 대우조선 사장,
2010년 검찰수사 때도 남상태 사장 소환 한 번 없이 수사 마무리
김윤옥, 남사장 연임 성공 후
청와대에서 1천불짜리 AMEX 트래블러 체크 다발로 받았다
이명박 정권을 향한 박근혜 정부의 네 번 째 ‘사정(司正)’은 성공할 수 있을 것인가. 4·13총선이 끝난 사흘 뒤인 4월 16일 <선데이저널>은 박근혜 정부가 검찰을 동원해 사정 정국을 조성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당시 본지는 “일단 현 정권은 전 정권 관련 기업인 대우조선해양, 효성, 부영 등을 타깃으로 수사를 시작한 후 정치권으로 그 보폭을 넓힐 것으로 보인다”며 “대우조선해양에 대한 수사는 이미 MB 정권에서도 진행됐으나 부실수사로 마무리되면서 ‘꼬리자르기’ 의혹이 불거진 바 있다”고 지적했다.
본지 보도 후 불과 두 달도 지나지 않아 검찰이 대우조선해양에 대한 본격 수사에 착수했다. 그것도 2011년 저축은행 비리 수사 이후 폐지된 대검찰청 중앙수사부의 역할을 이어받은 반부패범죄특별수사부(이하 반부패부)에서 수사를 맡았다.
그동안 반부패부 창설 후 첫 수사가 어디가 될 것인지에 대해 본국의 많은 언론들이 관심을 보였으나, 결국 첫 번째 타깃은 대우조선해양이 됐다. 관건은 이번 수사의 최종 목적지가 어디냐는 점이다. MB 일가가 직간접적으로 깊숙이 개입된 대우조선해양과의 특별한 관계를 특별히 짚어 보았다. 리차드 윤(취재부기자)
검찰 내부에서는 1차적으로는 대우조선 부실의 원인인 분식회계와 방만 경영을 들여다보겠지만, 종착점은 이명박 정권 실세들이 될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에 힘이 실리고 있다. 특히 부실의 시작점이었던 남상태 전 사장이 수사선상에 오르면 MB 일가도 검찰 소환을 피하기 힘들 것이라는 전망이다. 특히 남 전 사장은 김윤옥 여사의 친동생 고 김재정과 둘도 없는 절친으로 알려졌으며, 친동생이 사망한 이후에는 ‘누나’라고 부르며 따랐다고 한다. 검찰의 부패범죄특별수사단이 본국시간으로 지난 6월 8일 수사를 개시했다. 지난 1월27일 서울고등검찰청에 사무실을 꾸린 뒤 현판식을 갖고 공식출범한 지 133일 만이다.
부패수사단 첫 수사 대상
반부패단은 지난 2013년 폐지된 대검찰청 중앙수사부를 대체하는 조직인 만큼 검찰의 존재감을 가장 확실히 드러낼 수 있는 사건을 찾는데 공을 들였다. 박근혜 정부의 검찰은 그동안 포스코, 자원외교 비리, 농협 수사 등 전 정권 ‘사정 수사’를 몇 차례 해왔지만 대부분 실패로 마무리됐다.
따라서 부패수사단은 첫 수사 대상을 선정하기 위해 고심했다. 정치권과 재계는 물론이고 검찰 내부에서도 부패수사단 활동 개시를 주목해 왔다. 롯데를 비롯한 굵직한 회사와 고위공직자 및 정치권 인사들이 다수 연루된 사건이 첫 수사 대상이 될 것이라는 관측도 많았다. 대우조선해양이 그 중 하나였으나 상대적으로 우선순위에서 밀리는 것으로 평가됐다. 이번 수사가 가져올 사회적 파장을 고려해 부패수사단이 대우조선해양을 아예 수사 대상에서 제외했다는 관측도 있었다.
하지만 몇 달 전부터 본지가 검찰 관계자들을 취재한 결과 반부패부는 이미 몇 개월 전부터 대우조선해양 수사에 공을 들이고 있었다. 실제로 지난 8일 대우조선해양 압수수색은 상당 기간 내사를 거쳐 전격적으로 이뤄졌다. 일찌감치 범죄 단서를 포착해 사실상 혐의 입증 수준의 사전 조사를 마쳤다는 관측이다.
대우조선해양은 지난해에만 6조원대의 손실을 기록했다. 단일 기업이 이런 규모의 적자를 낸 것은 우리나라가 산업화한 이래 처음으로 파악된다. 이 탓에 대우조선해양 회생을 위해선 천문학적 규모의 재정이 투입될 것이란 전망이 많았다. 특히 이런 엄중한 상황임에도 대우조선해양은 임직원들에게 거액의 보너스를 지급하는 등 도덕적 해이를 보였다. 대우조선해양 스스로가 검찰 수사의 명분을 제공해 왔다.
쓰러져가는 한국경제의 상징
본지가 4월 보도했던 대로 대우조선해양은 이명박 정권에서 권력에 휘둘리며 회사가 누더기가 됐다. 이 과정에 이명박 정부에서 사장으로 연임에 성공한 남상태 전 사장이 자리 잡고 있다. 대우중공업 시절부터 일해 온 남 전 사장은 2006년 노무현 정부 말기에 사장에 임명됐다. 2008년 정권이 바뀐 후 그는 연임에 성공하면서 무려 6년 간 사장으로 재직했다. 특히 연임 과정에서 이명박 정권 실세들의 입김이 대거 작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남 전 사장은 김윤옥 여사와 어렸을 때부터 가깝게 지내왔다. 김 여사의 친동생 김재정과 둘도 없는 사이로 알려졌으며, 김 여사를 누나라 부르며 따르기도 했다. 뿐만 아니라 MB정부에서 국회의원을 지냈던 국정원 차장 출신 김회선 전 의원과 친인척으로도 알려졌다. 이 때문에 이명박 정부에서 대우조선해양의 추문은 끊이지 않았다. 남 전 사장은 재임 시절 대학 동창인 지인 소유 회사에 ‘일감 몰아주기’를 했다는 의혹이 제기되기도 했으며, 본지가 보도한 것처럼 김 여사의 한식세계화 사업에도 많은 돈을 지원한 것으로 알려졌다.
남 전 사장이 ‘보은’에 신경 쓰는 동안 회사는 엉망이 됐다. 결국 조선업 불황과 맞물려 대우조선해양은 무너져 가는 한국 경제를 상징하는 회사가 되어버렸다. 이것도 모자라 경영진이 회사의 경영실적을 축소·은폐해 왔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대우조선해양 감사위원회는 지난해 7월부터 배임 의혹에 대해 내부 감사를 벌였고, 지난달 9일 서울중앙지검에 수사를 요청하는 진정서를 냈다. 진정서에 따르면 대우조선해양은 2010년 9월 추진했다가 2013년 중단한 오만 선상호텔 사업에서 400억여원의 손실을 입는 등 방만하게 사업을 추진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MB정부 꼬리 자르기 수사
사실 대우조선해양의 부실은 이미 몇 년 전 바로 잡을 기회가 있었다. 이미 이명박 정부에서 한 차례 검찰 수사를 받았던 것이다. 하지만 수사는 환부를 도려내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상처를 더 곪게 만드는 방향으로 흘러갔다. 불거진 여러 의혹을 밝혀내기는 고사하고 꼬리 자르기 식 수사로 면죄부를 줬다.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는 2009년 7월 대우조선해양의 납품비리 의혹을 수사해 이 회사와 자회사인 대우조선해양건설의 임원 5명을 기소했다. 이들 중에는 남 전 사장에 의해 대우조선해양건설 전무로 영입된 건축가 이창하(59)씨도 포함됐는데, 검찰은 그를 남 전 사장의 ‘비자금 조성책’으로 의심했다. 그러나 이 씨가 제대로 입을 열지 않아 수사가 더 이상 진전되지 못했다는 게 검찰의 설명이다. 이 씨가 납품업체에서 받은 돈은 모두 이 씨 개인이 챙긴 것으로 결론 났다.
대우조선해양에 대한 ‘2차 수사’는 1년 후 재개됐다. 남 전 사장이 2009년 2월 연임을 위해 MB정부 실세였던 천신일 세중나모 회장을 상대로 로비를 했고, 그 대가로 천 회장 측에 대우조선해양 협력사인 임천공업과 계열사의 주식(26억여원 상당) 등을 건넸다는 첩보가 바탕이 됐다. 대우조선해양이 2004~2008년 임천공업에 지급한 선급금 570억원 중 일부를 돌려받아 비자금을 조성했다는 첩보도 있었다. 한마디로 ‘이모 대표(임천공업)→남 전 사장→천 회장’의 비리구도가 나타나면서, 검찰은 2010년 7월 임천공업 압수수색과 함께 이 사건 수사에 본격 착수했다.
그러나 막상 뚜껑이 열린 수사는 전혀 다른 결과로 진행됐다. 이 대표와 천 회장은 원래부터 친분이 있었고, 이들의 주식거래는 임천공업에 대한 금융기관 ‘대출 성사 로비’ 명목으로 조사됐다. ‘선급금 의혹’에 대해 이 대표는 “당시는 조선업 호황시절이라 공급물량이 딸려 오히려 임천공업이 대우조선해양에 ‘갑’이었다. 남 전 사장에 비자금을 상납할 이유가 전혀 없었다”고 주장했다.
실적 부풀리기 위해 분식회계까지
수사가 이들의 진술을 벗어나지 못하면서 검찰은 세 사람 가운데 남 전 사장만 쏙 빠진 수사결과를 발표했다. 천 회장은 이 대표로부터 47억원 상당의 금품을 ‘직거래’로 받은 혐의(알선수재)로 구속 기소됐다. 청와대 고위 인사와의 친분설 등 루머가 끊이지 않았지만 남 전 사장의 ‘연임 로비’ 의혹은 실체가 없다는 게 검찰이 선택한 결론이었다. 남 전 사장은 이렇게 번번이 수사망을 피해갔지만, 그렇다고 검찰에 수사 단서가 전혀 없었던 건 아니다. 1차 수사 당시 검찰은 이창하씨로부터 “2004년 두 차례에 걸쳐 남 사장 부인에게 8,000만원, 2007년엔 남 사장의 유럽 출장 직전 2만유로(한화 2,496만원)를 직접 건넸다”는 진술을 확보했다.
그러나 검찰은 남 전 사장에 대한 소환조사 한 번 없이 “구체적 청탁은 없었다”는 이씨의 말과, “돈을 받은 적 없다”는 남 전 사장 부인의 진술만 듣는 조사 끝에 사건을 내사종결 처리했다. 결국 당시 검찰의 수사 의지가 미진했다는 지적에 대해 수사팀 관계자는 “필요한 조사는 다 했지만, 혐의가 명확히 입증되지 않아 별다른 도리가 없었다”고 해명했다. 일각에서는 당시 검찰이 남 전 사장의 비위 의혹에 대해 수사를 보다 더 강도 높게 진행했다면 막대한 공적 자금이 투입될 지금의 대우조선해양 부실 사태를 미연에 방지했거나 부실 규모를 줄였을 것이란 비판이 제기된다. 따라서 당시 이명박 전 대통령을 비롯한 정권 실세들에 대한 연루 여부 때문에 축소됐던 수사가 이번에 다시 진행될 경우 상당한 파장이 예상된다.
이미 남상태 전 사장과 남 전 사장의 입김에 힘입어 후임 사장이 된 고재호 전 사장은 출국금지돼 있다. 두 사람은 2006년부터 지난해까지 재직하면서 미청구공사대금 등을 손실로 제때 반영하지 않는 등 실적을 부풀리기 위해 분식을 저질렀다는 의혹을 받는다. 또 오만 선상호텔 사업 등 여러 사업에서 회사가 손실을 입은 데 책임이 있다는 배임 의혹도 있다. 검찰 관계자도 두 사람을 겨냥해 “두 전직 사장의 재임 기간을 합치면 9년”이라며 “(그 기간의 비리가) 수사 대상”이라고 말했다.
연임로비 의혹 밝히는 것이 핵심
뿐만 아니라 이 당시 민주당 측에서는 김윤옥 여사와 남 전 사장과의 관계에 대해 의혹을 제기하는 목소리도 있었다. 당시 민주당 강기정 전 의원은 검찰의 천신일 세중나모 회장 수사와 관련, “천 회장에 대한 수사를 급하게 서두르는 것은 표적 사정을 앞두고 더 큰 정치 비리를 감추기 위해 ‘몸통 자르기’를 하는 것이라는 이야기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대우조선해양 남 사장이 연임 로비를 할 때 천 회장을 통해 김윤옥 여사를 만나 청탁을 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강 의원은 “김 여사가 당시 정동기 청와대 민정수석을 만나 남 사장의 연임을 이야기했고, 정 수석이 민유성 산업은행장에게 이 뜻을 전달했다”고 주장했다.
또 “대통령의 동서이자 ‘이명박 후원회’의 사무국장도 역임한 황태섭씨의 주선으로 남 사장의 처가 청와대에서 김 여사를 만났고 여기서 연임로비 청탁이 들어갔고, 거액의 (연임) 사례금이 1000달러짜리 AMEX(American Express Bank) 수표 다발로 김 여사와 황태섭 동서에게 전달됐다”고 말했다. 이런 의혹에 대해 당시 이명박이 크게 화를 내며 법적 대응까지 예고했으나 실제 법적 대응을 하지는 않았다. 다만 대우조선해양이 강 의원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으나 법원이 이를 기각했다.
선데이 저널 U,S,A 리차드 윤 기자 http://www.sundayjournalus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