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까지 우리는 하느님께서 주신 열 가지 계명에 대해 말해 왔다. 1계에서 10계까지의 전부를 통틀어서 말한다 하더라도 그것은 선과 의 이외는 아무 것도 없다. 사람이 착하고 정의롭게 살면 그 이상 더 바랄 것이 없다. 우리는 흔히 이런 말을 한다.「법 없이 살 수 있는 사람」이런 말을 듣는 사람은 전부가 착하지 않는 사람이 없고 법과 계명 이전에 벌써 인간으로서의 도리를 다하는 사람이다. 법이나 계명은 인간이 인간답게 살기 위해서는 적어도 이 정도의 것은 지켜야 한다는 것을 말하는 것뿐이다. 그러므로 법 없이 살 수 있는 사람은 최저선에서 사는 것이 아니라 보다 차원 높은 인생을 사는 것이다. 그러므로 적어도 이 테두리 밖에는 나가지 말라는 윤리생활의 울타리가 곧 10계명인 것이다. 울타리를 벗어났을 때 죄가 된다면 울타리 가깝게 가는 것도 좋지 않다. 그는 위험하기 때문이다. 모든 사물은 그 사물이 가지는 독특한 위치가 있고 그 위치를 지킴으로써 그 사물의 가치를 보존하는 것이다. 그런데 인간 역시 자연계의 그 많은 존재 중에 인간만이 가지는 독특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그 위치를 벗어났을 때 인간으로서의 가치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10계명은 인간을 인간답게 하는 가장 원칙적이고 근본적인 계명이며 인간이 인간답게 하는 최저선을 제시한 것이다. 흔히들 말하기를 가톨릭 윤리는 금하는 것이 많다지만 그것은 관점 차이다. 최저선을 제시하고 그 선을 못 넘게 하는 방법도 있을 것이고 한없는 최상선을 향하라고 할 수도 있다. 10계명은 우선 최저선의 테두리를 말한 것이지 그 정도만 지키면 모든 것이 가장 좋다는 뜻은 아닐 것이다. 앞으로도 이 지면을 통해 말하겠지만 은총을 얻는 방법이라든가 성사로서 받은 은혜에 대해서는 가톨릭 교리만큼 인간을 차원 높은 지위까지 끌어올리는 교리도 없을 것이다. 자연적인 인간의 위치를 초자연적인 위치에까지 즉 하느님과 일치할 수 있는 선까지 우리는 도달해야 하고 도달하도록 교회에서는 가르치고 권고하고 지도하고 있어 선과 의의 총체인 사랑으로 완성될 때 우리는 하느님과 일치하는 것이다.
/ 김영환 신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