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시>
늙은이의 한 가지 유쾌한 일(2)
정약용
늙은이의 한 가지 유쾌한 일은
치아 없는 게 또한 그다음이라
절반만 빠지면 참으로 고통스럽고
완전히 없어야 마음이 편안하네
한창 움직여 흔들릴 적엔
가시로 찌른 듯 매우 시고 아파서
침놓고 뜸질해도 끝내 효험은 없고
쑤시다가는 때로 눈물이 났었는데
이제는 여러 근심거리 사라지고
밤새도록 잠을 편안히 잔다네
다만 가시와 뼈만 제거하면
어육도 꺼릴 것 없이 잘 먹네
잘게 썬 것만 삼킬 뿐 아니라
큰 고깃점도 능히 삼키거니와
위아래 잇몸 이미 굳은 지 오래라
자못 부드럽고 기름진 고기는 끊을 수 있네
그리하여 치아가 없는 것 때문에
먹고픈 걸 서글프게 그만두지 않는다네
다만 턱이 위아래로 크게 움직여
씹는 모양이 약간 부끄러울 뿐이네
이제부터는 사람의 질병 이름이
사백 네 가지 다 안 되리니
유쾌하도다. 의서 가운데서
치통이란 글자는 빼 버려야겠네
老人一快事(二) 노인일쾌사(이)
老人一快事(노인일퇘사) 齒豁抑其次(치활억기차)
半落誠可苦(반락성가고) 全空乃得意(전공내득의)
方其動搖時(방기동요시) 酸痛劇芒刺(산통극망자)
鍼灸意無靈(침구의무령) 鑽鑿時出淚(찬착시출루)
如今百不憂(여금백불우) 穩帖終宵睡(온첩종소수)
但去鯁與骨(단거경여골) 魚肉無攸忌(어육무유기)
不唯呑細聶(불유탄세섭) 兼能吸大胾(겸능흡대자)
兩齶久已堅(양약구이견) 頗能截柔膩(파능절유이)
不以無齒故(불이무치고) 悄然絶所嗜(초연절소기)
山雷乃兩動(산뇌내양동) 嗑嗑差可愧(합합차가괴)
自今人病名(자금인병명) 不滿四百四(불만사백사)
快哉醫書中(쾌재의서중) 句去齒痛字(구거치통자)
[어휘풀이]
-無攸忌(무유기) : 꺼릴 바 없다. 攸(유) : 바, 곳, 어조사.
-嗑嗑(합합) : 입을 오물거리며 씹는 모양. 嗑(합) : 입을 다문 모양. 입을 다물다.
[역사이야기]
이 시는 노인의 한 가지 즐거운 일에 관하여 시 6수를 백거이의 시체(詩體)를 본받아
그에 호응하여 지은 시이다. (백거이는 만년에 향산거사(香山居士)라는 또 다른 호를 썼다)
출처 : 한시와 함께하는 우리나라 역사 『노을빛 치마에 쓴 시』
지은이 : 고승주. 펴낸 곳 : 도서출판 책과 나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