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요리 잘하는 남자 권재혁씨
“결혼하고 아내가 해준 밥 어찌나 맛없던지 …”
권재혁(36·O-CHECK 대표)씨 집에서는 주말마다 맛있는 풍경이 펼쳐진다. 아내 조수정(37·디자이너)씨가 청소를 하는 동안 앞치마를 두른 권씨는 주방에서 파스타를 만든다. 면이 다 삶아질 때쯤 아빠가 아들 율(9)을 부른다.
“율아, 바질 좀 따와.” 그러면 율은 마당으로 달려나가 장독대 위에 놓인 화분에서 능숙하게 바질을 딴다. 서울 효자동 한옥인 권씨의 집 작은 마당과 장독대엔 작은 화분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다. 바질·타임·로즈메리 등 5~6종의 허브와 상추·토마토 등 채소 화분이다. 아빠와 아들과 함께 키우는 이 허브와 채소들은 모두 이들 가족의 주말 밥상 재료로 쓰인다.
까다로운 입맛 … 차라리 직접하기로
“결혼하고 아내가 해준 밥이 어찌나 맛이 없던지….” '요리하는 아빠'가 된 계기를 묻자 권씨의 대답은 “아내가 한 맛없는 음식을 먹느니 차라리 직접 하자며 해먹기 시작한 게 그렇게 됐다”고 말했다. 권씨의 어머니는 장어구이·매운탕 식당을 했다는 것. 이 때문에 식당을 오가며 자연스레 맛과 요리법을 익혔다고 한다. 덕분에 입맛이 남들보다 민감하다. 그래서 맛없는 것은 절대 못 먹는단다. 옆에 있던 아내 조씨도 동감했다. “요리는 관심도 경험도 없었으니까요.” 그의 아내는 시금치나물을 만들 때 데친다는 것이 아예 삶아버리기 일쑤였다는 것. 권씨는 밥과 국은 물론 장조림·깻잎장아찌 같은 밑반찬도 직접 만든다. 생협과 인터넷으로 장을 보는 것도 권씨가 한다. 물론 결혼 초기에는 작은 말다툼도 있었다. 권씨가 요리를 하면서 주방을 너무 어질러놓기 때문이다. 청소는 치우는 걸 좋아하는 아내의 몫이 됐다. 조씨는 “맛이 없더라도 차라리 내가 하고 말지”라며 성을 내기도 했다고 한다. 그렇지만 이젠 서로를 배려하게 됐다고 했다.
궁중요리 배우고 이탈리아 요리 도전
권씨는 틈틈이 요리학원도 다닌다. 기본적인 궁중요리는 이미 배웠고, 3년 전부터는 이탈리아 요리에 빠져 있다. 요즘도 매주 금요일 저녁이면 학원에서 네 시간씩 이탈리아 코스 요리를 배운다. 밀가루 반죽 속에 치즈를 넣고 튀겨낸 전채 요리, 찬 파스타, 채 썬 감자 튀김으로 장식한 대구 요리 등 권씨의 휴대전화에는 그동안 만들었던 요리 사진들이 저장돼 있다. 제일 자신 있는 요리는 파스타. 만들기 간단하고 빠르고 무엇보다 면 요리를 좋아하는 율이에게 인기가 좋다.
부부가 함께 친환경 문구회사를 운영하는 맞벌이인지라 주중 아침은 시리얼·요구르트·빵으로 때운다. 저녁엔 일찍 들어 온 엄마가 밥과 국을 간단하게 차려 율이와 둘만 먹을 때가 많다. 그러다 보니 주말에라도 가족이 세 끼를 다 함께 먹는 시간을 갖자고 생각해 아빠가 나섰다는 것이다.
2년 전 한옥으로 이사한 뒤엔 주말이 더 풍성해졌다고 했다. 마당 있는 집에서 아이가 뛰놀 수 있고, 여름에는 마당에 식탁을 꾸밀 수 있어서다. 조씨는 “겨울이면 조금 추운 게 흠이지만 이것도 계절을 느끼는 과정이라고 아이에게 설명했다”고 말했다.
가족이 좋아하는 음식부터 파악해야
권씨는 '요리하는 아빠'가 되려는 초보자에게 “요리를 배우기보다 주방 어디에 뭐가 있는지부터 관심을 갖는 게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뭘 좀 하려다가도 찾는 게 없으면 금방 짜증이 나고 하기 싫어지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다음은 우리 집 식구들이 어떤 음식을 좋아하는지 파악하는 것이고, 요리를 배우는 건 그다음 일이라는 것. 그는 “또 아들이 요리를 아빠와 함께하는 놀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며 “자기도 참여하고 싶어 하고, 커서 아빠처럼 음식이랑 와인을 배우고 싶다고도 한다”고 말했다. 이에 율은 곧바로 말을 받는다.
|
머리 쓰며 하는 살림, 얼마나 재미있는데요
살림살이만큼 노하우가 필요한 일도 없다. 주먹구구로 하는 듯하지만 실은 과학적 사고를 요하는 일이기도 하다. 청소·쇼핑·수납부터 아이와 놀아주기까지 각 분야에서 거의 '달인'으로 소문이 자자한
'살림 잘하는 남자들'에게서 살림 노하우를 들었다. 이들의 공통점은 집안일에 대해 애정과 관심이 크고, 한 가지 일을 하더라도 항상 효율적인 방법을 궁리해 낸다는 것. “살림도 해 보면 재미있다”고 이들은 이구동성으로 말한다.
정리·수납 잘하는 남자 조민욱씨
남편이 정리한 옷방, 백화점 매장 같아
조민욱(31·월간 레몬트리 광고팀 직원)씨와 아내 김수진(29·뮤지컬 배우)씨는 결혼한 지 채 3개월이 안 된 신혼부부다. 이 집의 집 정리는 조씨의 몫이다. 김씨는 “남편이 정리한 옷방을 보고, 백화점 매장에라도 온 줄 알았다”고 말했다. 부부의 옷을 구별한 다음, 아이템별로 색깔과 길이까지 구분해 가지런히 걸어 놓은 모습이 고급 의류매장보다 더 깔끔하고 보기 좋았기 때문이다.
“아내는 옷이 많은데 자기 옷이 뭐가 있는지 모를 때가 많아요. 뒤죽박죽 섞여 있으니 바쁜 출근 시간에 금방 찾아내기 어려운 건 당연하죠.” 조씨는 자칫 결벽증으로 보이는 정리습관에 대해 “경영학 전공자답게 시간 대비 효율성을 극대화한 것뿐”이라며 웃는다. 그가 말하는 수납 요령의 기초는 '사용한 물건을 항상 제자리에 놓을 것'이다.
조민욱씨의 노하우
● 행거에 옷을 걸 때는 그룹을 만든다. 아이템별로 구분하고, 색상이 비슷한 것끼리 나란히 두고, 민소매·반소매·긴소매 등으로 소매 길이까지 구분해 걸어두면 스타일·날씨에 따라 옷 맞춰 입기가 편리하다.
● 크고 작은 상자를 활용해 스카프·벨트·모자·장갑 등을 보관한다.
하나의 상자에 한 가지 아이템만 넣어두는 게 요령이다.
● 신발은 안에 종이를 단단히 뭉쳐 넣은 뒤 굽과 코가 서로 마주
보도록 엇갈려 놓는다. 신발의 윗면끼리 마주 보도록 위아래로 포개
놓는 것도 공간 활용에 도움이 된다.
|
● 칼라가 있는 셔츠는 각을 잡아 접은 후 차곡차곡 포개 놓는다.
칼라가 없는 티셔츠는 반으로 접어 돌돌 만 다음 빈 병을 뉘여 보관할 때처럼 수납대에 쌓아 놓는다.
● 드라이 클리닝이나 다림질을 너무 자주 하면 옷이 상할 수 있다. 때문에 웬만한 구김은 스팀다리미로 가볍게 처리한다.
아이 잘 보는 남자 황철규씨
아빠표 영어교육 위해 모은 책 1500권
홈페이지 '우리아빠 www.mydad.co.kr'의 주인장 황철규(39·소프트웨어 판매업체 근무)씨는 소위 '바짓바람'이 센 아빠다. 성민(6), 성재(9) 두 아들을 위해 매일 밤 책을 읽어주고, 주말이면 함께 여행을 떠난다. “누구나 내 아이가 공부를 잘하고 창의성도 뛰어나길 원하죠. 저도 그것을 궁리하다가 독서와 여행이 큰 도움이 되겠다는 결론을 내렸어요.” 인터넷으로 아동도서 베스트셀러를 검색하고, 서점에 가서 추천 도서를 찾아보면서 하나 둘 모은 책이 이미 수천 권. 1년 전부터 '아빠 표 영어교육'을 위해 모은 영어책만도 1500권이 넘는다.
3월 중순 폭설 때는 대관령 양떼 목장에 다녀왔다. “도로가 험해 처음에는 괜히 나섰구나 싶었는데, 목장에 가서 아이들 키만큼 쌓인 눈을 보니 잘 왔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이런 신기한 경험을 언제 또 해보겠어요.”
황철규씨의 노하우
● 매달 한 번은 반드시 아이들과 여행을 간다. 약속 날짜를 어기지
않는 것도 아이들과 소통하는 방법 중 하나다.
● 당일 여행지를 선호한다. '멀리 가야 한다'는 부담감이 가족여행을
가로막는 주범이다. 찾아보면 하루 거리 여행지는 많다.
● 아이들은 쉽게 지루해 하기 때문에 여행 일정표는 체험 종류를 골고루 섞어서 짠다. 박물관을 구경하고 주변 들판에서 뛰놀다가 맛집까지 들러 오는 코스가 좋다.
● 아이가 좋아한다면 같은 곳을 여러 번 가기도 한다. 갈 때마다 아이의 집중력과 이해력이 성장하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 여행지에서 찍은 사진을 보며 대화의 시간을 갖는다. 짧더라도 그때의 기분을 글로 기록해 두면 아이들이 더 좋아한다.
|
● 매일 1시간씩 영어책을 읽는다. 아이들이 글을 이해하지 못하면 그림을 보면서 우리끼리 아는 단어들을 연결해 이야기를 만든다.
장 잘 보는 남자 최우석씨
물건 사는 법, 아이폰 앱에도 올렸죠
쇼핑 노하우에 관한 한 최우석(35·프로그래머)씨는 자기가 최고라고 생각한다. 아이팟 애플리케이션 중 'what's new'라는 쇼핑 프로그램을 개발한 당사자이기도 하다.
“오늘은 도미찜을 할 거예요.” 그는 재래시장으로 장을 보러 가며 말했다. “도미·무·파·버섯·미나리를 사고, 당근은 어제 사둔 게 조금 남았으니까….” 시장을 요리조리 훑고 지나가는 그의 폼이 날래다. 채소를 고르기 위해 좌판 앞에 쪼그려 앉는 모습도 자연스럽다.
'필요한 양만큼 질 좋은 상품을 고른다.' 이게 그의 쇼핑 원칙이다. 그는 생필품은 사이트를 뒤지며 가격을 비교한 뒤 온라인으로 사고, 음식 재료는 백화점·대형마트·재래시장에서 직접 장을 본다. 또 가격이 싸다고 충동구매를 하는 건 금물이다.
최우석씨의 노하우
● 퇴근 후 7~8시쯤 시장을 본다. 대형마트나 백화점의 폐장 세일 시간이어서 보다 싸게 물건을 살 수 있다.
● 쇼핑 가기 전, 살 물건과 개수를 꼼꼼히 적어 간다. 메모해 간 것 이외의 것은 절대 사지 않는다.
● 장 보기 전에 메뉴를 정한다. 요리재료의 종류와 적당한 양을 계산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하면 어디에 가서 사야 할지도 자연스레 결정된다.
● 손님을 초대할 때는 소수이면 백화점에서, 집들이처럼 많은 사람이 오면 재래시장에서 장을 보는 게 좋다.
● 물은 인터넷으로 사는 게 대형마트보다 50% 가까이 싸다. 배송도 직접 해주니 무겁게 들고 오는 수고도 줄일 수 있다.
● 와인은 세일이나 창고를 개방하는 기회를 노린다. 와인 회사 홈페이지 또는 와인 동호회를 이용하면 이런 정보를 쉽게 얻을 수 있다.
● 품질이 맘에 든 공산품을 정해 두고 리필용품을 산다. 가격도 싸지만 분리수거의 번거로움도 덜 수 있다.
청소 잘하는 남자 한민규씨
|
“부모님과 함께 살고 있는데 서른 살이 넘으니 어머니께서 '하숙비'를 운운하며 자질구레한 가사일을 시키시더라고요. 자연스레 살림을 하게 됐어요.”
한민규(32·홍보대행사 근무)씨는 '청소기 100배 활용하기'의 달인이다. 집 에 있는 청소기는 3대. 손잡이형 작은 청소기와 진공청소기, 스팀청소기다. 청소기 헤드에 교체해 사용하는 액세서리는 여러 개를 갖고 있다. 길이가 짧고 뾰족한 칼날 형태, 길이가 길고 휘어지는 형태, 동그랗고 솔이 짧은 형태, 세모난 모양에 솔이 긴 형태, 페인트 붓처럼 끝이 납작한 형태 등등. “청소기로 먼지를 빨아들인다고 청소가 다 끝나는 건 아니다”라는 게 한씨의 주장이다. 소파 구석, 침대 모서리, 창문 홈, 문 위까지 꼼꼼하게 청소를 하려면 용도에 맞게 청소기 액세서리를 사용하는 게 좋다는 것. 물론 욕실에도 칫솔을 비롯한 길이가 다른 솔과 욕실 세정제, 베이킹 소다가 나란히 갖춰져 있다.
한민규씨의 노하우
● 소파와 카펫, 레이스 소재의 침대보 등은 먼저 짧은 솔로 먼지를 비벼 쓸어낸 후 청소기로 빨아들여야 한다. 말총으로 만든 천연 소재의 솔 제품도 나와 있다.
● 물과 먼지가 엉겨 있는 싱크대 주변도 진공청소기의 솔 액세서리를 이용해 문질러 가며 청소하는 게 좋다.
● 가구나 전자제품은 물걸레질을 하고 나면 물 얼룩이 남는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극세사 소재의 걸레를 이용하는 게 좋다. 극세사 걸레는 완전히 비틀어 짤 수 있어 습기 조절을 할 수 있고, 작고 얇게 접기도 좋아 얇은 홈의 먼지, 피규어 등 작은 제품을 닦을 때도 좋다.
● 두루마리 휴지를 적당히 잘라 물을 살짝 묻힌 다음, 수시로 집 안 구석구석을 닦아두면 주말 대청소 시간을 줄일 수 있다.
● 스팀청소기를 사용할 때면 바닥 재질과 마찰이 생겨 밀기 뻑뻑하다 싶을 때가 있다. 이때는 두께가 얇은 걸레로 교체한다. 요즘은 청소기에 딸려 나오는 것 외에 교체용 제품들이 따로 판매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