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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이돌, 연하남, 그 녀석
33
“선생님!”
“어? 윤지야! 화영아!”
“거봐 선생님 맞잖아! 아까부터 제가 계속 선생님 맞다고 했는데 얘가 자꾸 아니라는 거에요-”
“너네들 여긴 어쩐 일이야?”
“여기 J6 오빠들 숙소잖아요!”
“응?”
“이 아파트에 J6 오빠들 살아요!”
“어? 뭐? 너네들 그럼...”
“헤헤, 저희 여기 가끔 오거든요-”
요새 음반 마무리 작업에 들어가기 시작하여 꽤나 바쁜지 통 볼 수 없는 녀석이 보고 싶어서 요리학원이 끝난 후 학원에서 만들었던 음식들을
바리바리 싸들고는 무작정 녀석의 숙소로 왔다. 아침에 전화했을 때 이제 집에 들어가 잘 거라는 녀석의 말대로라면 아직까지 자고 있거나
이제 막 일어나 밥을 먹을 시간이 되었을 것 같아 뭐라도 챙겨줘야 할 것 같았는데 마침 오늘 요리학원에서 만든 음식들이 죄다 녀석이
좋아하는 것뿐이라 잘 됐다 싶어서 연락도 않고 이 곳으로 왔다. 그런데 여기서 우리 반 녀석들을 만날 줄이야. 녀석에게 전화를 해야지만
들어갈 수 있는데, 혹시 자는 걸 깨우게 되는 건 아닌가 싶어서 아파트 입구만 기웃거리며 고민하는데 갑자기 뒤에서 날 부르는 목소리에
깜짝 놀라 뒤 돌아 보니 우리 반 아이들 중에 매일같이 나에게 J6 얘기를 하는 윤지와 화영이가 서있다. 말을 들어보니 지금 이 곳에서
J6를 기다리는 것 같은데... 가끔 온다는 소리를 듣고 나니 이 곳이 안전지대는 아닌 듯싶다. 하마터면 큰일 날 뻔 했다.
“아, 근데 선생님은 여기 어쩐 일이세요? 혹시 이 아파트에 오신 거에요?”
“응? 아, 아니야- 근처에 볼 일 있어서 왔다가 학생들이 아파트 앞에 많길래 뭔가 싶어서 궁금해서 보고 있었어, 하하.”
“아- 여기 J6 오빠들 사는 데라 원래 애들 이렇게 많아요-”
“아, 그렇구나. 아참. 너희들 점심은 먹고서 여기서 이러고 있는 거야?”
“아뇨- 배고파 죽겠어요. 오늘 오후에 스케줄 있다고 그래서 나오는 거 기다리고 있는 건데
스케줄이 취소 됐나 아무도 안 나오는 거 있죠.”
배가 고프다며 자신의 배를 감싸는 윤지를 보니 귀여워 웃음이 난다. 나는 이렇게 만난 김에 뭐라도 사줘야 될 듯싶어
주변에 점심을 먹을 만한 곳을 생각하다보니 정태웅과 자주 갔던 일식집이 생각이 나 아이들을 데리고는 그곳을 갔다.
“어? 여기 J6 오빠들이 자주 오는 데인데! 여기 와 보고 싶었는데 비싸서 못 와 봤거든요-”
“아아... 그래? 여기 맛있던데- 오늘은 선생님이 사주는 거니까 마음껏 먹어-”
“아, 진짜. 선생님 짱! 우리 담임선생님 밖에 없다니까- 감사합니다!”
내 말에 방긋 웃으면서 메뉴판을 보고는 자신들이 먹고 싶은 것을 하나씩 고르는 녀석들.
나는 녀석들에 말에 알겠다고 말하고는 내 것에 모둠튀김 세트까지 추가 시켜 주문을 하였다.
“너희들 방학내내 엄청 잘 놀고 있구나? 아주 다들 얼굴에 살이 올랐어-”
“와, 선생님 진짜 예리하시다. 저 살쪘어요, 선생님- 어떡해요.”
“어떡하긴 뭘 어떡해- 운동 열심히 해야지.”
“선생님같이 타고난 마른 몸을 가진 사람은 몰라요. 운동해서 살 빼는 게 얼마나 힘든 건지-”
“선생님 타고난 거 아니야- 선생님도 너네 나이 때엔 꽤 나갔는걸!”
“정말요? 에이, 거짓말- 선생님은 딱 봐도 타고 나신 거에요-”
“진짜야- 선생님도 운동으로 다 뺀 거야. 믿어보라니까?”
“칫, 선생님 그런 거짓말은... 와!”
어느 새 우리 앞에 각자 주문한 음식들이 놓이고 잘 먹겠다고 말하고는 크게 말하고는 맛있게 먹는 녀석들. 내 눈엔 그저 귀엽고 예뻐 보이기만 한다.
그런 녀석들과 밥을 먹는 동안 이 얘기 저 얘기 수다를 떠는데 갑자기 말을 하다 말고 출입구 쪽을 보면서 와- 라는 감탄사를 내는 화영이
그러고 보니 윤지도 똑같은 곳을 바라보고 있다.
“너희들 왜 그래?”
왜 그러냐며 아이들이 바라보는 곳으로 나도 시선을 옮기니 막 음식점을 들어온 듯한 정태웅이 보인다.
앉을 곳을 찾다가 나를 본 것인지 깜짝 놀란 눈으로 우리 쪽을 바라보는 녀석.
“야야, 태웅이 오빠가 우리 보고 있어! 꺅!”
“나 어떡해. 엄청 떨려!”
내 앞에 앉은 윤지와 화영이는 정태웅이 이 곳을 바라보자 시끄러워진다. 나는 나에게는 관심도 없는 아이들의 눈을 피해 나 역시 덩달아 놀란 마음을
다스리고는 표정 관리를 하였다. 그리고는 나에게 다가오려는 녀석을 향해 고개를 살짝 저어보이며 찡그리는 표정을 지었다.
다시 말해 이 쪽으로 오지 말고 아는 척 하지 말라는 것이었다. 내 표정을 읽었는지 녀석은 나와 같은 테이블에 앉아있는, 자신을 빤히 쳐다보며
금방이라도 자신을 향해 뛰쳐나올 것 아이들을 보고는 상황이 이해가 되는지 우리의 테이블에서 시선을 돌린 채 다른 테이블에 자리를 잡고 앉는다.
“와, 진짜 대박이다. 야! 얼른 문자해. 태웅이 오빠 지금 여기 있다고!”
녀석이 자리를 잡고 앉자 이제야 벙찐 입을 닫고는 자신들끼리 마구 흥분하여 핸드폰을 만지작거리는 내 앞의 두 녀석.
그나저나 정태웅 저건 미쳤지 하필이면 앉아도 우리 바로 옆 테이블에 앉다니. 앉으려면 그냥 멀리 떨어진 곳에 앉지.
“태웅이 오빠! 멋있어요! 짱!!”
갑자기 뜬금없이 우리의 옆 테이블에 앉는 정태웅에게 멋있다며 말을 건네는 윤지. 정태웅 팬들한테 무뚝뚝하기로 엄청 유명한데...
아마 또 못마땅한 표정 지으면 윤지 괜히 기분 상하는 건 아닐까 싶어 눈치를 살피는데 고개를 돌리더니 웃으며 고맙다고 말하는 정태웅.
그 모습이 정말 어색해 보인다. 평소에 하지도 않던 짓을 하다니. 능글맞은 녀석.
“꺅! 오빠 진짜 짱!! 오빠 저... 사진 한 번 같이 찍으면 안 돼요?!”
저... 화영아 그런 무리한 부탁까지는 자제해주렴.
이라고 말하고 싶었지만 차마 나설 수 없었던 나는 가만히 입을 꿰맨 사람 마냥 아이들의 행동과 정태웅의 반응을 보고만 있을 수밖에 없었다.
그런 나를 바라보고는 피식- 웃는 녀석. 내 눈엔 너가 더 웃기다.
화영이의 말에 괜찮다며 같이 찍자고 자신의 테이블로 오라고 손짓하는 정태웅. 정말 팬들한테 친절한 너의 모습 어색하기 그지없다.
윤지와 화영이는 생각과는 다른 정태웅의 반응에 깜짝 놀란 듯 좋아 죽겠는 표정을 어찌하지 못하고는 정태웅의 옆에 가 앉는다.
“저기 그 쪽은 같이 안 찍으실 거에요?”
“에? 네?”
아이들이 저 쪽 테이블로 떠나버린 후 들고 있던 젓가락을 내려놓고는 멀뚱히 앉아있던 나를 향해 말을 건네는 정태웅.
녀석의 말에 ‘응?’이라고 대답할 뻔 했던 나이지만 그런 건 별로 관심도 없는 듯 정태웅의 옆에 앉아 귀에까지 걸린 입을 달고는
둘이서 마구 얘기하는 화영이와 윤지.
“아, 전...”
“아이들 어머님 되시는 거 같은데, 그럼 사진 찍어주시겠어요?”
“네? 어, 어머님이요?”
“꺄- 하하하. 오빠 저희 엄마 아니에요! 저희 담임선생님이세요! 하하하, 오빠 진짜 웃기시다.”
“아, 그래? 아, 죄송합니다. 제가 실수를 했네요.”
라고는 예의상 사과하는 척 하지만 뭐가 그리 재밌는지 웃음을 감추지 못하는 정태웅 녀석. 뭐? 어머님? 내가? 진짜 어이가 없다.
그렇게 장난을 치고 싶었을까 싶어서 나는 입술을 꾹 깨물고는 괜찮다고 어색하게 미소를 지어보이며 윤지가 내게 내민 디카를 받아들었다.
“아, 가까이서 보니까 선생님 같으시네요. 젊어보이세요.”
“하하하하, 태웅이 오빠 진짜 재밌으세요! 젊어보이시는 게 아니라 젊으세요 저희 선생님!”
윤지가 내게 내민 디카를 받으려 반대 테이블에 가까이 다가가자 다시 한 번 날 갖고 장난치는 정태웅. 그런 녀석의 말에 재밌다며
웃어대는 우리 반 두 녀석. 아무튼 사진 찍고 나중에 셋 다 두고 보자, 라고 생각하고는 어색하게 웃으면서 나는 셔터를 두 번 눌렀다.
저 자식은 이렇게 대충 찍어도 사진빨 잘 받고. 진짜 타고난 연예인인가 싶다.
“근데 태웅이 오빠 혼자 밥 먹으러 여기 왔나? 여기 좋아한다더니 무지 좋아하나봐 혼자서 먹으러 올 만큼-”
그 후에 몇 장의 사진을 더 찍자고 보채 결국 몇 장을 더 찍고는 우리의 테이블로 돌아온 화영이와 윤지. 돌아오자마자 고개를 기우뚱거리며
말하는 윤지. 그러고 보니 다른 멤버들은 보이지 않고 혼자 왔다. 하긴 저 녀석 정도면 혼자 밥 먹으러 다닐 수도 있긴 하지만 이 시간에
혼자 밥 먹자고 저렇게 나올 녀석은 아닌데 뭔가 이상하다 싶다. 그리고 그 뭔가 이상하다는 생각이 맞아 떨어진 것 같다.
“어? 유하늘이네. 아, 뭐야. 그럼 저 기집애랑 만나러 여기 온 거였어? 갑자기 기분 급 우울해지는데.”
윤지의 말에 다시 한 번 고개를 돌려보니 출입구를 통과해 고개를 돌려가며 정태웅을 찾는 유하늘의 모습이 보인다.
그리곤 녀석을 발견했는지 환히 웃으며 녀석이 앉아있는 테이블을 향해 발을 떼는 유하늘.
“어?”
정태웅을 향해 다가오다가 날 발견했는지 그 큰 눈을 더 크게 뜨는 유하늘. 유하늘이 나를 보며 입을 떼려고 하는데
정태웅이 먼저 유하늘의 손목을 잡고는 끌어 앉힌다.
“뭐야, 진짜 사귀나 보네.”
“그러니까 그래도 소문이 진짜라고 믿었는데.”
“소문?”
유하늘이 앉자마자 정태웅에게 뭐라 말하는 듯싶었고 정태웅은 나를 쓱 한 번 쳐다보더니 유하늘에게 가까이 다가가 귓가에 대고 뭐라 뭐라 말한다.
그런 두 사람의 모습을 바라보고는 흥-하고 소리 내며 고개를 돌리고는 아까 신났던 표정과는 달리 인상을 마구 쓰며 심각하게 말하는 윤지와 화영이. 정말 귀엽다.
“태웅이 오빠랑 유하늘 그냥 사귀는 게 아니라는 소문 있거든요.
그냥 기획사에서 유하늘 띄워줄려고 가짜 스캔들 낸 거라고.”
“아, 그래...”
“아, 근데 유하늘 진짜 예쁘다. 사진빨, 화면빨이라는 소리 다 헛소문이었네. 실물이 훨씬 나.”
“진짜. 안 넘어가는 남자가 더 이상하겠다.
완전 매력 있어 보이네. 얼굴하며 스타일하며 몸매하며 빠지는게 하나도 없잖아.”
그게 사실이란다. 라고 차마 말을 못하기 때문에 나는 그냥 그러냐고 말하고는 아이들에게 어서 밥이나 먹자고 말했다. 밥을 먹는 내내
옆 테이블을 힐끗거리는 녀석들. 정태웅이 뭐라 말했는지 더 이상 이곳을 신경 안 쓰는 듯한 유하늘은 내내 싱글벙글 이다. 뭐가 그리 좋은지
정말 저러고 있는 거 보면 유하늘이 진짜 여자친구인 것 같이 느껴진다. 저런 유하늘을 말없이 바라보는 정태웅은 진짜 남자친구... 같고...
오늘따라 유하늘은 왜 이렇게 더 예뻐 보일까. 아이들 말 때문인가. 그러고 보면 오늘 난 어떤가. 요리학원만 갈 생각으로 나온 차림이긴 하지만
너무나 따분해보이고 지루해 보이는 옷차림에, 긴 머리는 머리끈으로 댕강 묶어서 촌스러워 보이고, 화장도 제대로 안 하고 나와
초췌해 보이는 얼굴일 것이고... 녀석을 만나러 올 생각을 했으면 미리 꾸미고라도 나올껄...
“선생님, 어디 아프세요? 체하신 거 아니에요?”
“응? 아, 아냐-”
“아까부터 얼굴 색 안 좋으세요. 이거 혹시 음식이...”
“아니야, 괜찮아. 내가 얼굴색이 뭐가 안 좋다고 그래. 너희들 다 먹었음 이제 가자.”
아이들이 접시를 다 비운 듯 해 보여 나는 가방과 도시락이 담긴 쇼핑백을 들고 일어섰다. 그런 나를 동시에 고개를 돌리며
바라보는 정태웅과 유하늘. 나는 그런 둘의 모습을 애써 모른 척 하며 계산을 하기 위해 카운터 앞으로 갔다.
괜찮지, 이은호? 괜찮아. 두 사람 원래 친하니까 만나서 밥 먹을 수도 있는 거잖아. 그러니까 괜찮아...
-
“어떻게 해드릴까요?”
“...확 짧게 잘라주세요, 어울릴까요?”
윤지와 화영이에게 이만 가 봐야겠다고 말하고는 헤어진 후 어딜 가야하나 한참 고민하며 서있던 나는 쇼윈도에 비춰지는 내 모습에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되었다. 아까 집에서 막 나온 듯해 보였지만, 별로 꾸민 것 같아보이진 않았지만 화려해보이던 유하늘의 모습과
지금 내 모습이 너무나 대조돼 보여서 내 자신이 너무나 초라하게 느껴진다. 그래서 문득 이건 아니다 싶어서 은아에게 전화를 걸어
근처에 잘하는 미용실을 알려달라고 말했다. 무슨 일이냐고 묻는 은아에게 다짜고짜 얼른 가르쳐달라고 하여 알아낸 미용실로 갔다.
그리고는 자리에 앉아 어떻게 해드릴까요? 라고 묻는 직원에게 잠시 고민 끝에 그냥 확 잘라달라고 했다. 소심한 마음에 어울릴까요? 라는 물음과 함께.
“음... 손님은 어려보이시는 얼굴이시니까 커트머리도 잘 어울리실 거에요.
근데 제 생각엔 커트하시고 컬 넣어주시면 더 예쁠 거 같아요. 화사해보이고-”
“아... 그래요? 그럼 그렇게 해주세요.”
“야, 너 갑자기 웬 머리야? 너 머리하는 거 싫어하잖아.”
“박 실장님 오셨어요? 아, 박실장님 아시는 분이세요?”
미용실 문을 열고 들어오는 은아. 갑자기 전화해 미용실을 알려달라고 말했던 내가 이상했는지 한창 바쁠 텐데 이 곳까지 왔다.
“아, 네- 제 친구에요. 야, 너 머리 어쩌려고 갑자기?”
“자르려고. 머리 긴 거 지저분해보이잖아.”
“그래도 너 여태까지 짧은 머리 한 적 없잖아. 갑자기 왜... 야, 너 설마...”
“왜?”
곧 머리를 자르려는 듯 나에게 가운을 덮여주는 직원의 옆에 서서 나를 바라보며 말하던 은아가 갑자기 설마라는 말과 함께 놀란 눈으로 날 바라본다.
“설마 너 그 자식이랑 헤어...”
“야!”
“아니야? 근데 왜 갑자기 머리를 자르고 그래?
너 같은 사람이 머리스타일 바꾸는 건 사람이 큰 심경의 변화가 있을 때나 할 수 있는 건데.”
“그런 거 없어. 그냥 바꿔보고 싶어서 그런 거야.”
“뭐 너 그 긴 머리 지루해보이고 나이 들어 보여서 머리를 바꾼다니까 좋긴 한데
너 갑자기 그러니까 불안하잖아. 옛날에 내가 맨날 자르라고 해도 한 번도 자른 적 없더니.”
“나이 먹어서 철 들었나보다, 왜- 근데 너 지금 나와있어도 돼? 바쁘지 않아?”
“며칠 야근해서 오늘은 일찍 퇴근해도 괜찮아.”
신혼여행에서 돌아온 지 얼마 되지 않아 밀린 일이 많아 꽤 바쁠 텐데 나 때문에 괜히 바쁜 시간 빼서 나온 건 아닌가 싶어 걱정되어 물었지만
괜찮다며 뒤에 놓인 쇼파에 앉는 은아. 그럼 그 동안 계속 야근했단 말이야? 새색시, 그것도 예비 엄마가? 정말 대단하다.
“너 그렇게 야근하면 민준씨가 싫어하지 않아?”
“뭐, 자기도 야근할 텐데 뭐. 괜찮아.”
“너네 부부 진짜 대단하다. 일이 그렇게 좋은데 어떻게 결혼은 했어?”
“결혼과 일은 별개란다. 아가야- 너가 아직 결혼을 못 해봐서 잘 모르는 구나.”
“너 결혼한 지 한달도 안 지났어- 나한테 좀 있는 척 하려면 반년은 살아보고 그런 소리 하시지.”
은아가 내 말에 피식 웃고는 쇼파에 옆에 놓인 잡지책을 하나 들어 무릎 위에 놓고는 펼쳐 읽기 시작하자 곧 직원이 나에게로 다가와
머리를 자르겠다고 말한다. 그래서 나는 알겠다고 말하고는 거울에 담기는 긴 머리의 내 모습을 마지막으로 보고는 눈을 감았다.
“와, 이은호 진짜 예쁘다. 훨씬 나아-”
“나아? 어색한데... 나 괜히 잘랐나봐...”
“아냐, 진짜 괜찮아. 안 선생님, 선생님 실력은 아무튼 알아준다니까요.”
거울에 비춰 보이는 정말 어색하고 이상해 보이는 내 모습에 나는 계속 이상하다고 말하지만 은아는 바뀐 내 모습에 만족을 하는지
연신 예쁘다고 말해준다. 그러면서 내 머리를 해준 분에게 가서 실력이 끝내준다고 말하는 은아. 은아의 칭찬에 나도 내 머리를 해주신
선생님도 둘 다 기분이 좋아졌다.
“자, 가자.”
“응? 가긴 어딜 가?”
기분 좋은 마음에 미용실에서 나와 이제 집에나 갈까 하는 생각이었지만 은아는 나를 자신의 차로 밀어넣으며 가자고 말한다.
“너 머리 그렇게 잘랐으니까 이제 입을 만한 옷 없을껄? 쇼핑하러 가자. 나도 이것저것 살 것도 있고.”
안전벨트를 매고 시동을 걸며 말하는 은아의 말을 따라 오랜만에 쇼핑 좀 하고 기분 전환을 해야겠다 싶어 그러자고 했다.
-
“이거 진짜 예쁘다. 너 얼른 입어봐.”
“야, 그만 좀 입혀. 벌써 몇 번째야.”
“잔말 말고 얼른 입어 봐.”
또 다시 드레스 룸으로 옷과 함께 밀어 넣는 은아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다시 옷을 갈아입고 있다. 아까부터 몇 벌의 원피스를 꺼내며
계속 입고 나오라는 은아 때문에 백화점 직원의 눈치가 보이지만 은아는 그런 건 아랑곳 않고 계속 강요한다. 결국 이번에도 은아의 뜻에 따라
은아가 골라준 옷을 입고 나왔다.
“역시 내 눈은 정확해. 언니, 이 옷이랑요. 아까 골랐던 거 같이 계산해 주세요.”
자신의 가방에서 지갑을 꺼내며 말하는 은아. 내 옷을 사는데 왜 자기 지갑을 여는지 모르겠다.
깜짝 놀란 내가 옷을 입은 채로 은아에게 다가가자 은아는 왜 그러냐며 도리어 묻는다.
“내 옷 사는데 니 지갑이 왜 열려.”
“내가 사주고 싶어서 그래. 너 우리 결혼식 때도 제일 고생했잖아.
안 그래도 민준씨가 뭐 선물해야 하는 거 아니냐고 그랬었어.”
“그런 게 어딨어. 내가 무슨 고생했다고 그래- 너랑 나 사이에.
민준씨한텐 그냥 마음만 받겠다고 전해줘. 저기요, 제가 계산할게요.”
“너 이 옷 입고 갈꺼야? 그래, 잘 생각했어. 머리도 확 바꾼 김에 옷도 이거 입고 가.
가는 길에 코트도 한 벌 사자. 아, 신발이 안 어울리네? 신발은 음... 아, 언니 저것도 같이 계산해주세요.”
내 말은 귀에 담지도 않는지 자기 멋대로 다 결정하고는 끝내 마지막에 고른 구두까지 자기가 계산하고는 해 맑게 웃는 은아.
진짜 사람 미안하게 왜 이러는지 모르겠다.
“미안해 할 거 없어. 나랑 민준씨랑 이 정도 해주는 것도 한참 모자라니까.”
“뭐가 모자라. 진짜 받는 사람 민망하게-”
“예쁘게 입고 다녀라, 아가야. 응?”
“야, 박은아!”
결국 미안한 마음을 접고 은아의 호의를 받아들이기로 했다. 오늘 입고 나왔던 차림 때문에 원피스에 파카를 입고 다닐 수 없어
결국 코트 한 벌을 내 돈으로 사고는 슬슬 가자며 백화점 1층으로 내려왔다.
“어? 박 실장님! 은호 언니!”
1층 쥬얼리 매장 앞을 지나가면서 은아와 예쁘다며 중얼중얼 거렸는데 갑자기 우리를 부르는 목소리. 아까 만났던 유하늘의 목소리다.
“어? 하늘씨- 쇼핑 나온 거야?”
“네- 아, 은호언니 아까 만났는데 인사 못 해서 죄송했어요. 태웅이 오빠가...”
“아, 아니야. 괜찮아- 어쩔 수 없는 상황이었는데, 뭘.”
나와 유하늘 사이에서 오가는 대화 내용이 제대로 파악되지 않은 건지 이상하단 눈빛으로 날 보는 은아를 애써 피하고 나는 괜찮다고 말하였다.
“어? 근데 언니 그 사이에 갑자기 스타일이 확 바뀌셨네요? 와, 진짜 예뻐요!”
“응? 으응, 고마워-”
유하늘과 대화를 나누는 덕분에 백화점 주변 사람들의 시선이 죄다 이곳에 꽂힌다.
그 시선들이 부담스러웠던 지라 나는 이만 가봐야 할 것 같다며 은아의 팔을 잡아당기고 뒤를 돌아서려 했는데...
“이은호?”
유하늘을 향해 가는 길인지 우리가 서 있는 쪽을 향해 걸어오다 잠시 걸음을 멈춘 정태웅이 시야에 들어온다.
함께 밥을 먹는 것으로도 모자라 일이 아닌데도 쇼핑까지 함께 나오는 저 녀석의 심정을 도저히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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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오랜만이죠???^^ 설마 그동안 절 잊어버리신 건 아니겠죠~??^^:;
길고 길었던 시험이 드디어 끝났습니다!! 공백이 너무 길었죠?? 본의아니게 죄송합니다^^;;
혹시라도 다들 절 까먹으실까봐 전 그동안 얼마나 노심초사했는지 몰라요~~
시험도 끝나고 당분간은 자주자주 올리려고 노력할 생각이니까 공백이 길었던 거 이해해주시길 바래요~
이제 슬슬 은호에게도 변화가 필요한 시점인 것 같습니다. 당분간은 변하는 은호의 모습 기대해주셔도 좋을 거 같아요~~
앞으로도 지속적인 관심을 가져주실 것을 부탁드리면서 오늘 하루만 32편 땡스투는 건너 뛸게요ㅠ
대신 다음 땡스투를 스페셜로 써드릴 것을 약속드립니다~~!! 제가 땡스투는 건네 뛰지만 댓글달아주신 모든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리는 마음은 늘 가지고 있답니다! 그리고 쪽지 보내주셨던 분들도 정말정말 감사드리구요~!!
그럼 재밌게 읽어주시고, 34편에서 만나요~!!
첫댓글 셤끝나셔서 좋으시겠어여..기다리고 있었는데..담편도 기다리고 있을께여..ㅋㅋ은호의 변신이 어떤 변화를 가져올지 궁금해여..^^
시험이 잘 끝나셨으니 좋으시겠어요~^^ 그동안 기다렸는데,, 다음 편도 부탁드립니다~^^
자주 업뎃 해주세요!! 진짜 기다렸어요 ㅠㅠ 근데... 진짜 연예인들 보면 불쌍한거 같애요. 정말 실제로 종종 거짓스캔들 내잖아요. 뛰어줄려고 -_-;;
아니요 잊지 않았어요! 저도 시험이 일찍 끝나고 작가님만 기다렸쪄용! 아이그 태웅이도 장난꾸러깅 ㅋㅋ 귀여워 즉게쩌 그렇죠? 근데 은호 이미지가 쉽게 떠오르지 않아요.; 왠지 유하늘은 음,, 박한별씨? 그런이미지일꺼 같은데 그렇죠? ㅋㅋ 작가님 진짜 재미쪄용 시험성적 잘 나오셨죠? 저는 진짜 죽쒔쪄요 ㅜㅜ 설마-- 제 애교 질리신건가요? 아니겠죠? 저는 양파같아서 까면깔수록 매력을 보이는 그런 아이니까요. 헐, 어쨌든 유하늘 사근사근하고 예쁘고 성격도 좋은거 같아서(서도훈씨 역시 그랬지만 ) 미워하고 싶어도 서도훈 씨 처럼 그렇ㄱ 미워 할수는 없어요 작가님 화이팅화이팅 이제 여름이에요; 그래도 쌀쌀하니까 겉옷챙
겨 다니셔야돼용아셨죠?ㅋㅋ 항상 재밌는 소설 감사하고 또 감사해요
왕~~~ !! 기다리던 33편 잘 보고 가요^^* 작가님/ 다음편도 기대할께요^^ㅎ
♡
ㅠ.ㅠ꺄!!!!!!!!!!!!!!!!!담편기대되요 왠지은호가삐졋을것같은느낌이랄까요~! 근데은호가이뻐졋다니왠지제가다뿌듯한마음이드네요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지금시험기간인데두님소설보구잇어요!인강들을라고켯는데..인터넷의유혹은뿌리칠수가없는가봐용..ㅋㅋㅋㅋㅋㅋㅋㅋ헤헤
기다렸어요^^ 계속 쭉~~~부탁드려요^^
이제 은호의 반란~^^ 태웅이도 긴장좀 해야해요~ 너무 은호가 맘이 너그러웠어요~
오호~ 드디어 스타일 바꿨군요!!!!!!!!!><캬캬 그것봐요 스타일을 바꿔야한다니까요~ 태웅아-0-! 근데 언제까지 유하늘이랑 붙어다닐꺼니~응?-_-+
은호가 바뀌다니!!!!!!!!꺅!!!!!!!!!
헉.. 유하늘..얄밉다=ㅅ=
은호의 변화에 태웅이의 반응은?? ㅋ 무지 궁금해요~ㅋㅋㅋ 담편두 기대할게요^^ㅋㅋㅌ
오호호 은호가 변화를 주었준요..ㅋㅋㅋㅋㅋ
은호의 변화!! 우왕!!! 태웅이 하늘이랑 다니는거 맘에안들어요!ㅠㅠ 어서 빨리 은호랑 잘되게해주세요!! 다음편도기대할께요!
흑흑 ㅠ^ㅠ 드디어 길고길었던 공백기간이 끝났나요 ㅠㅠ 완전 보고싶었어요^^몇달 못 본거 가태 ㅋㅋ 엄훠 ㅋㅋㅋㅋㅋㅋ-ㅋ- 우리 태웅이 은호 오해까지 하게 만드는 센스쟁이네 ??*^^*-_-*^^*
은호가 머리까지 자르면서 이뻐졌으니 태웅이도 좀 잘해줬으면 좋겠네요ㅋㅋ
안그래도 기다렸답니당, 이렇게 봐서 넘넘 좋아요, 은호의 달라질 모습 완전 기대중이에요! 담편도 기다릴께요~(아, 저 짱구액션가면이에염~)
이제야봣네요~ 은호의 변화에 태웅이 반응이 궁금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