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는 14일자 사설 "생화학 공포의 확산"이란 글에서 미국에서 발생한 탄저균감염이 "테러에 의한 것이란 증거는 아직 없지만 그렇지 않다는 증거 역시 없기는 마찬가지"라는 기상천외한 논리를 내세우며, 그것을 생화학테러와 연관시키려 안간힘을 썼다.
나아가 "탄저균 10g이면 10일 이내에 서울인구 절반을, 천연두균 10g이면 2~3일 이내에 500만명 이상을 병들게 할 수 있다"고 서울을 예로 들어 실감나게 설명한 후, 북한과 대치하고 있는 "우리도 생화학전의 위험에 노출돼 있다"고 주장했다.
조선일보는 특히 "오사마 빈 라덴이 북한으로부터 탄저균을 구입했다는 보도도 있다"는 확인되지 않은 설까지 마구 유포하는 대담함을 보이기도 했다.
조선일보는 지난 11일에도 "생화학테러"란 제하의 <만물상> 칼럼을 통해 "(탄저균은) 공기를 통해 쉽게 퍼뜨릴 수 있고, 단 10g 분량으로 10일 안에 500만명을 쓰러뜨릴 수 있다"고 생화학테러에 대한 공포를 극대화시키고, 이어 "「생화학 테러」의 위험은 우리에게도 있다... '생화학 테러는 과연 일어날 것인가의 문제이기보다는 언제 일어날 것인가의 문제'"라고 써 물의를 일으킨 적이 있다.
북한을 어떻게든 테러와 연계시켜 보려는 조선일보의 발상에 대해서는 이미 여러 차례 지적했으니 오늘은 탄저균발생을 생화학테러라 거의 단정짓다시피하여 보도하는 조선일보의 태도에 대해 말해 보기로 하자.
우선, 미국에서 발생한 탄저균감염이 "테러에 의한 것이란 증거는 아직 없지만 그렇지 않다는 증거 역시 없기는 마찬가지"라는 대목. 조선일보식 억지논리의 극치를 보여주는 장면이 아닐 수 없다.
조선일보가 이전에 <만물상> 코너에서 노스트라다무스적 예언술까지 선보이더니 이젠 논리학이 금지하는 "침묵으로부터의 논증"까지 자유자재로 구사하며 학문의 새로운 영역을 개척하려는가? 그 탐구열은 좋지만 그럴 바엔 먼저 언론이라는 거추장스런 이름부터 떼어내는 것이 급선무겠다. 언론은 "사실(fact)보도"를 기본으로 해야 하기 때문이다.
조선일보는 앞글에서 탄저균의 무서움에 대해 말하면서 "공기를 통해 쉽게 퍼뜨릴 수 있고, 단 10g 분량으로 10일 안에 500만명을 쓰러뜨릴 수 있다", "누군가 바람에 세균을 날리고 상수도에 독소를 풀어 넣으면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오사마 빈 라덴을 위시한 아랍테러리스트들이 탄저균을 이용해 생화학테러를 자행하고자 했다면, 조선일보의 말처럼 바람에, 세균을 날리거나 상수도에 풀어넣으면 그만일 것이다. 그렇게만 해도 미국 국민에게 엄청난 위해를 가할 수 있는데, 무엇 때문에 현재 미국에서 벌어지고 있는 것처럼 "우편물을 통해" 일일이 탄저균을 보낸단 말인가.
오사마 빈 라덴은 아프간에 대한 미국의 보복공격이 있기 전에도 비행기를 이용해 세계무역센터를 파괴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그러한 그가 미국에 다시 보복테러를 가하려고 한다면, 아마 그보다 더한 방법을 계획하고도 남음이 있을 것이다. 어찌 개별적으로 탄저균을 공수해 몇몇 사람에게만 해를 입히는 미련한 방법을 쓰겠는가.
우둔해서 그런지 모르겠지만, 나는 아직까지도 탄저균을 바람에 날렸다거나 상수도에 풀었다는 말을 들은 적이 없다. 그리고 탄저균으로 인한 사망자도 현재까지 밝혀진 바로는 1명 밖에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 조선일보가 그토록 호들갑을 떤 것과는 사뭇 대조적인 행태 혹은 수치가 아닌가.
하여 생각컨대, 이런 사설을 쓴 조선일보 논설위원은 필경 '후천성지능결핍증'에 걸린 바보거나 '사대망상증 환자'임이 틀림 없다. 그렇다는 증거는 아직 없지만, 그렇지 않다는 증거 역시 없기는 마찬가지다.
조선일보는 사설 말미에서 생화학테러에 대비하라며 정부에 "화생방 방호장비 보급"과 "생화학전 대비 전시행동요령에 대한 실효성 있는 계몽"등을 촉구했다. 참으로 한심스럽기 그지 없는 발상이다. 북한으로부터의 전쟁과 생화학테러가 그렇게 겁이 난다면 북한과의 교류 협력을 증진시키는 방안이나 더 연구할 일이다.
한반도에 평화가 항구적으로 정착된다면 그런 걱정은 할 필요도 없을 터. 그런데도 조선일보는 사사건건 햇볕정책을 발목잡고 북한을 대적하면서 생화학테러의 공포만 확산시키려 하고 있으니 도대체 무엇하자는 것인가.
생화학테러의 위협으로부터 남한 민중을 지키는 것은 방독면에 있지 않고 평화를 향한 우리의 의지에 달려 있다. 조선일보가 진정 한반도의 평화를 원한다면, 지금이라도 공포를 증폭시키는 이런 류의 저급한 글을 중단하고 대신 남북화해를 증진시키려는 대북 햇볕정책에 동참하고 참여할 것이다. 그것이야말로 민족의 행복에 기여하는 유일무이한 길이 될 것인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