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용(부산국제영화제 프로그래머) 미국의 인디영화에서 활약하던 키아누 리브스가 <스피드>에 출연했을 때 미국 언론에서는 마이너배우가 메이저영화에 출연한 이유를 비판적으로 묻는 경우가 많았다. 키아누 리브스의 생각은 명쾌했다. 그는 <스피드>가 순수한 엔터테인먼트의 영화에 가깝다고 말했다. 과거의 무성영화들처럼, 오래된 서부극처럼 연쇄적인 반응으로 지켜보게 만드는 힘이 <스피드>에는 존재한다는 것이다. <스피드>는 시한폭탄 장치가 되어있는 제한된 상황을 통해 일정한 속도감을 유지한다. 그것은 연쇄적인 상황들을 통해 눈을 떼지 못하도록 만드는 즐거운 오락영화의 고전적인 품격이다. <스페어>또한 근래에 보기 드문 순수한 엔터테인먼트의 영화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장기밀매를 둘러싸고 벌이지는 친구 사이의 배신과 우정, 조직 간의 갈등은 꽤나 전형적인 요소이다. 하지만 장기밀매를 둘러싸고 벌어지는 연쇄적인 반응들은 눈을 떼지 못하도록 만든다. 총을 대신하여 서로 결투를 벌이는 액션장면들은 매 장면마다 다른 색깔로 다가온다. 무엇보다 연쇄반응을 돕는 영화적 시도들이 특별하다. 경쾌한 사물놀이의 장단과 호쾌한 액션은 숨가쁜 주인공들의 질주를 돕는다. 장편 데뷔작을 선보이는 이성한감독은 액션촬영의 일가를 이루고 있는 김영철 촬영감독과 함께 독특한 리듬을 만들어낸다. 근래에 보기 드문 액션키드로서 이성한감독은 드라마의 상승 리듬과 액션의 가속도를 독특하게 조화시켜낸다. 영화 중간중간에 나레이션을 통해 해설을 붙이는 것도 기존의 한국영화에서는 보기 드문 시도이다. <스페어>는 젊은 영화로서 여러 야심과 실험이 어루러진 작품이다. 전형적인 장르의 감각에 충실하지만, 장르에 몰입되지 않는 파격이 독특한 리듬을 만들어낸다. 무엇보다 젊은 배우들의 호연이 더해진 젊은 영화다. 무엇보다 <스페어>의 낯설음은 선입견 없이 한 편의 영화를 대하기에 좋은 조건이다. 이러한 바탕위에 <스페어>가 시도하는 장르의 변주와 호흡은 영화라는 매체의 매력을 새삼스럽게 돌아보도록 만들어 줄 것이다. |
출처: 영화 스페어 공식블로그 원문보기 글쓴이: spare20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