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순간에 한 장의 달력이 달랑...12월의 문턱에 들어섰고 그를 증빙하듯 오늘 아침엔 기온이 뚝 떨어졌다.
기온이 떨어지면 별별 걱정이 많아지고 그중에서도 주부들에게는 김장이 문제렸다.
헌데 주부로서 김장을 마치고 나니 하강하는 기온에도 별로 신경이 쓰이지는 않는다.
단 고즈넉한 산속에 자리한 집인지라 기온이 영하권에 계속 머물다 보면
절로 몸이 움츠러 들고 온몸에 기본적인 냉기가 흐르는 것은 당연할 터.
그런 까닭에 난방에 신경써야 함은 당연지사라 매일 벽난로를 달구는 것도 일상이 되겠다.
어쨋거나
스페인, 포르투칼 여행 이후에 쌓인 여독이 풀리지 않은 채로 밀린 일들을 해내자니
자연스럽게 몸과 마음이 힘들었던지 어느 순간에 감기란 놈에게 침범당하고 말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짜여진 일상은 거부할 수 없는 터라...더구나 송년회 일정이 미리 짜여진 까닭에
몸이 고되다고 선약을 어기는 무례함을 저지르지 못하는 성격이니 나름 열심을 다해 사람들을 만나긴 했다.
그러다 보니 차일피일 미뤄진 김장 때문에 명치끝이 아려오듯 자꾸 그놈의 김장이 신경줄에 걸리는 거다.
물론 사먹어도 되고 안해도 무방할 김장이지만 개인적으로 이미 이곳 안성으로 이사오면서
가장 먼저 한 일이 전라남도 영광 염전에서 만들어진 소금 푸대를 열 무더기를 사서 간수를 빼놓은 일이어서
그 간수 빠진 굵은 소금, 보슬보슬하고 달달한 우리네 소금을 포기하기 싫어서라도 김장을 해야만 했다.
게다가 해마다 열심을 다해 만들어 놓은 젓갈류를 생각하면 아까워서라도 김장은 해야 하는 법.
할 수 없이 송년회 쫓아다니느라 어느 틈엔가 쳐들어온 감기와 싸우면서 김장 준비를 시작했다.
3일에 걸쳐 배추와 양념을 마련하고 정리하여 김장 할 준비를 완료하고 엊그제 드디어 오매불망의 김장을 하게 되었다.
하지만 이번엔 김장이랄 것도 없는 열포기 남짓만 하고 나니 그동안 수 십 포기씩 하여
김장만 하면 여기저기 퍼주던 김장 나눔이는 언감생심이라 다른 집들은 모르쇠로 건너가고
겨우 아끼는 후배 한 친구에게만 김장김치를 나눠주는 것으로 끝을 냈다.
와중에 감기는 끝을 보자고 하는지 더욱 거세게 몰아부쳐 몸을 닦달하지만 그래도 할 일은 해야 하는 법.
간신히 김장을 마치고 어제는 한의원을 찾아가 몸을 재점검을 하였더니만
이미 감기 기운에 사그라진 몸은 밑바닥을 헤엄치는 중이라 맥이 잡히질 아니한단다.
더군다나 무우 씻어놓은 소쿠리를 들다가 오른쪽 팔꿈치가 뚝 소리를 내며 아파오더니
테니스 엘보라는 쪽을 거쳐 심장으로 이어진다는 팔꿈치 부분이 말을 듣지 않으면서 갑자기 팔을 쓰지 못하게 되어
간신히 오른손을 무리하지 않으려 애쓰며 살살 오른팔을 사용한지라 더더욱 난감했던 김장의 끝은
이런 저런 연유로 완전히 몸의 망가짐을 선사하기만 했다.
그러니 결과는 불을 보듯 뻔할 터...
이러니 어쩌겠는가?
그동안 마음 놓고 무리한 몸의 쥔장인 나의 불찰이니 말해 무엇 하랴 싶어 그냥 웃고 말았더니만
한의사 왈, 심각하게 한 마디 더해주신다.
"그러다 죽어요...심장에 무리가 가고 있다구요. 맥이 세번 뛰다가 안 뛰고 한참 있다 다시 뛰는 이런 맥은
겨울에 더욱 힘이 드니 당분간 사람들을 만나지 마세요" 라며 생전 화를 내지 않는 원장이 짜증을 내는 것이 아닌가?
에고고고...심각하긴 한가보다 싶어 집으로 돌아와 온 몸을 따스하게 하고 자리보전하고 누워 있자니
김치를 가져갈 후배가 연락을 해와 저녁을 사주겠단다....애쓰셨다며.
그렇게 쉬라는 원장의 말을 거부하며 저녁에 외출을 감행하여 얻어먹은 저녁은 어찌나 맛있던지.
두말하면 잔소리일 내가 하지 않은 밥은 일단 맛있다 요 간만에 먹게 된 감자탕은 입맛 까다롭기로 소문난 쥔장에게도 일미였다는 것.
그리하여 즐거웠던 입과 후배를 동행하여 집으로 돌아와 보이차로 몸을 마감하니
그 시간의 천국은 그 어디에 비할 바가 없더란 말이렸다?
어쨋거나 숙제 같았던 김장을 끝내고 나니 여전히 쥔장에게는 필수였던 김장...그 김치맛은
누구에게 자랑해도 될 만큼의 자부심이니 어찌 그냥 건너 뛸 요령을 부리겠는가?
이제부터는
마음 편하게 몸을 추스리는 일만 남. 았. 다
추위가 오거나 말거나 눈이 지난 번처럼 이십여 센티가 쌓이거나 말거나
별 상관 없이 살아내기만 하면 될 일 이겠다....이 동토의 계절을.
첫댓글 김장이 필수였던 시절이 있었지요.
포기가 아닌 몇 접!
그건 배추김치고 깍두기,총각김치에 파김치와 동치미,짠무까지...
올핸 고추가격 폭등으로 아예 배추,무를 심지 않았습니다.
사먹는게 편하고 싸기에 말입니다.
월 10kg의 쌀 소비도 못하는데 김장은 어울릴것 같지도 않구요.
어쨌거나 이젠 몸관리가 우선입니다.
무리하지 마소서!
그러게요.
저희도 친정어마가 여의도 샛강에 잇던 김장시장에 가서 이백포기씩 사오셨던 기억과 동네분들과
김장하고나서먹던 동태국과 그들에게 바리바리 싸주시던 김장김치가 기억납니다.
저도 그래서 매번 수십 포기씩 김장하여 나눠주곤 했는데 이젠 힘에 부치더라구요.
무설재 텃밭은 이미 멧더ㅙ지. 고라니, 토끼들에게 점령당해서
배추랑 양념거리들을 심지 않은지 몇해 되었네요.
이제는 몸관리나 하면서 푹 쉬어야죠...숙제 했으니
우리도 50여 포기를 했는데 다행히 맛이 내가 원하는 대로 시원한 맛이 나서 지난 주말 왔던 아들애가 아주 좋아하더이다. 올해는 벼르던대로 백김치도 하고. 갈치김치도 하고 ~! 숙제를 마무리 하고 나니 걱정을 반은 접어 두었네요~!
오호라....다양한 김치 종류를 했구만요.
애쓰셨다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