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아이를 삭제할까요?"
도넛 문고 홍보용 가제본을 두 번 읽었다. 제목도 스크린 되어 있고 이야기의 결말도 제공되지 않았다. 독자의 시각으로 제목과 뒷이야기를 맞춰가야 하는 입장이다. 제대로 잘 읽었는지 모르겠지만 내가 짐작하는 작가의 의도는 이런 것 같다.
작가는 온실 속에 키우는 현재 부모의 양육 태도를 비판하고 있지 않나 싶다. 부모라면 누구나 내 자녀만큼은 잘 키우길 원한다. 여기서 잘 키운다는 말에는 부모의 양육관에 따라 다를 수 있겠다. 모험을 통해 스스로 자기의 문제를 해결할 줄 아는 아이로 키우길 원하는 부모라면 친구 간의 사소한 다툼 정도는 대수롭지 않게 넘길 것이지만 반면에 안전하고 좋은 친구들만 사귀기를 원하는 부모라면 분명히 내 자녀를 괴롭히는 친구를 그 공동체에서 '삭제' 하고 싶지 않을까 싶다.
작가는 내 자녀를 잘 키우길 원하는 부모들이 함께 모여사는 마을을 배경으로 이야기를 전개하고 있다. 마을의 이름은 '온새미로'이다. 하지만 이 마을의 아이들과 사람들이 부르는 마을 이름이 따로 있다. '파란 나라'.
모두가 자신이 원해서 이 마을에 들어왔고 마을의 규칙에 따라 생활한다. 아이들이 다니는 학교도 만들고 아이들이 꼭 읽어야 하는 책들만 구성되어 있는 도서관도 꾸민다. 순전히 어른의 시각에서 구성된 마을이다. 그러다 보니 하나둘씩 눈엣가시처럼 보이는 이웃들이 생긴다. 내 자녀에게 나쁜 영향력을 미칠 이웃들이라고 생각된 나머지 마을 밖으로 쫓아내기로 한다. 이 마을에서는 '삭제' 시킨다는 말을 사용한다.
하루아침에 친한 친구를 잃은 아이들은 불합리한 마을의 규칙과 어른들의 행동을 못마땅해한다. 결국 뜻있는 몇몇 친구들이 사라진 친구를 찾기 위해, 앞으로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비밀을 파헤치기 시작한다.
이야기의 결말은 확실하게 알 수 없지만 해피엔딩으로 끝나지 않을까. 어른들의 시각으로 꾸며진 마을이 아니라 아이들이 모험하며 즐겁게 자랄 수 있는 '파란 나라'를 자연스럽게 만들어가지 않을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