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야의 묵상] 말구유 탄생과 십자가 죽음
예수의 자기 비움
말구유 탄생과 십자가 죽음은 모두 예수의 자기비움이 드러난 곳이다. / 셔터스톡
"베들레헴 에브라다야! 너는 유다 족속 중에 작을지라도, 이스라엘을 다스릴 자가 네게서 나에게로 나올 것이라."(미가 5:2)
예수님 탄생보다 약 700년 전에 메시아가 베들레헴에서 나실 것을 예고한 선지자 미가의 예언입니다.
다윗왕의 고향인 베들레헴은 에브라다라고도 불리는데, 유대 열두 지파 중 인구도 적고 세력도 약한 에브라임 지파가 살던 변변찮은 촌 동네입니다.
만왕의 왕으로 오신 예수님은 유대 나라 수도 예루살렘의 왕궁에서 태어나시지 않았습니다. 예루살렘에서 남서쪽으로 약 10Km 떨어진 작은 마을 베들레헴의 여관, 마구간의 말구유에서 탄생하셨습니다.
"그는 근본 하나님의 본체시나 하나님과 동등됨을 취할 것으로 여기지 아니하시고, 오히려 자기를 비워 종의 형체를 가지사 사람들과 같이 되셨고, 사람의 모양으로 나타나사 자기를 낮추시고 죽기까지 복종하셨으니 곧 십자가에 죽으심이라." (빌립보서 2:6~11)
사도바울의 그리스도 찬가(Christ Hymn)입니다.
근본 하나님의 본체이신 예수님은 시골여관의 마구간에서 첫 숨을 내쉼으로써, 스스로를 낮추시고 하나님 뜻에 온전히 순종하는 '자기 비움'의 첫발을 떼신 것입니다.
예수님의 이 자기 비움을 신학자들은 케노시스(κενοσις)라고 부릅니다. 그 케노시스가 최초로 나타난 것이 말구유의 탄생이고, 최후로 나타난 것이 십자가의 죽으심입니다.
예수님은 지극히 작은 이 한 사람에게 베푼 사랑이 무엇보다 큰 사랑임을 가르치셨고, 크고 늠름한 백마가 아니라 어리고 작은 나귀를 타셨으며, 스스로를 작은 제물 어린 양이라고 말씀했습니다.
작은 겨자씨 하나, 잃어버린 한 마리 어린 양, 우리 곁에 웅크리고 앉아있는 작은 이들, 그들의 작지만 가슴 저미는 사랑의 실천들, 잔잔한 감동으로 다가오는 숨은 봉사의 작은 손길들... 이 작은 것들이 우리네의 삶을 아름답고 풍성하게 만들어가고 있습니다.
나무 말구유에서 태어나 나무를 다루는 목수 일을 하던 예수님은 나무 십자가에 못 박히셨습니다. 십자가를 미리 보여주는 것이 베들레헴의 말구유였고, 그 말구유를 돌아보는 것이 골고다의 십자가였습니다.
십자가에서 예수님이 어머니 마리아에게 말씀하십니다. "여자여, 보소서. 아들이니이다."(요한복음 19:26)
베들레헴 말구유에 자기를 누인 어머니를 바라보신 것은 십자가 위에서 말구유를 회상한 것이나 다름없습니다.
십자가는 그렇게 말구유의 종착점이 된 것이었습니다.
글 | 이우근 ・변호사
출처 : 마음건강 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