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각(馬脚)
말의 다리라는 뜻으로, 가장하여 숨긴 진상이나 본심을 말한다.
馬 : 말 마(馬/0)
脚 : 다리 각(肉/7)
말의 다리라는 본 뜻을 가진 이 말이 가식하여 숨긴 본성이나 진상을 비유하는 의미도 가졌다. 마각노출(馬脚露出)이라 하여 숨겼던 사실이 백일하에 드러나는 것을 나타내는 경우다.
말의 다리가 왜 진상을 말하게 되었는가는 중국 원(元)나라의 진주수미(陳州祟米)라는 작가 미상의 고전극에서 말을 연기한 배우로부터 나왔다고 한다.
우리나라의 탈춤 북청사자놀음과 같이 연극에서 말을 연기하는 사람이 가면으로 역할을 하다가 실수로 본 모습이 드러난 것을 가리켰다.
앞다리 역할을 하는 사람과 뒷다리 역할을 하는 두 사람의 연기자가 의상에 가려 잘못하면 말이 아님이 드러나는 것이다.
널리 알려진 것은 아니라도 불교에서 마을을 돌며 수행하는 행각(行脚)이 나쁜 목적을 갖고 여기저기 떠도는 것으로 뜻이 부정적인 것이 되자 마각도 여기서 시작됐다고 했다.
또 12간지(干支)에 의한 역학자의 해석도 있다. 낮 12시가 낀 오전 열한 시부터 오후 한 시까지를 오시(午時)라 하는데 태양이 중천에 올 때 말은 발바닥을 보인다고 한다.
말이 달리지 못하면 전쟁에 지게 되므로 말의 발바닥을 관리하는 것이 중요한 일이었는데 아침저녁에는 잘 보지 못하다 오시에 살핀다고 했다. 이 때의 마각은 요체(要諦)다.
정설이 아니라고 하면서 떠도는 재미있는 이야기가 있다. 명(明)나라의 태조 주원장(朱元璋)의 부인은 마황후(馬皇后)였는데 어렸을 때 전족(纏足)을 하지 않아 보기 흉할 정도로 발이 컸다고 한다.
정작 태조는 개의치 않았어도 본인은 황실의 위엄에 손상이 온다면서 귀족들을 접견할 때면 긴 치마로 꽁꽁 숨겼다.
마황후가 가마를 타고 금릉(金陵)지역을 유람할 때였다. 갑자기 돌풍이 불어 휘장과 치마를 날리자 왕후의 발이 드러나게 됐다.
우러러 보던 백성들이 못난 발을 보고 ‘마황후의 발이 드러났다(露馬脚/ 노마각)’고 말했고 소식은 전국으로 퍼져 나갔다. 바르지 못한 일은 숨기려고 할수록 드러난다.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라는 왕이려이(王耳驢耳) 이야기도 왕의 관을 만드는 사람이 죽을 때 대나무 숲에서 외치는 것에서 소문이 퍼졌다.
실력자가 부하 여직원들에게 알게 모르게 한 성추행이나 성폭행은 미투(Me Too)운동으로 번져나가 평생 이룬 업적도 한 순간에 날아갔다. 음모를 꾸미고 죄를 지은 사람은 언젠가는 벌을 받게 된다.
▶️ 馬(말 마)는 ❶상형문자로 말의 모양으로 머리와 갈기와 꼬리와 네 다리를 본떴다. 개는 무는 것을, 소는 뿔을 강조한 자형(字形)이지만 말의 경우에는 갈기를 강조하고 있다. 부수로 쓰일 때 말과 관계가 있음을 나타낸다. ❷상형문자로 馬자는 ‘말’을 그린 글자이다. 갑골문에 나온 馬자를 보면 말의 특징을 표현하기 위해 큰 눈과 갈기가 함께 그려져 있었다. 그러나 소전으로 넘어오면서 머리와 갈기는 간략화 되었고 해서에서는 다리가 점으로 표기되면서 지금의 馬자가 만들어지게 되었다. 말은 고대부터 사냥과 전쟁에 이용되었지만 주로 먼 거리를 달리는 용도로 쓰였다. 그래서 馬자가 부수로 쓰인 글자들은 주로 ‘(말을)타다’나 ‘가다’, 말의 행위, 동작과 관계된 의미를 전달하게 된다. 그래서 馬(마)는 (1)성(姓)의 하나 (2)말 등의 뜻으로 ①말(말과의 포유류) ②벼슬의 이름 ③산가지(수효를 셈하는 데에 쓰던 막대기) ④큰 것의 비유 ⑤아지랑이 ⑥나라의 이름, 마한(馬韓) ⑦크다 따위의 뜻이 있다. 용례로는 마구간을 마사(馬舍), 말의 똥을 마분(馬糞), 말을 타는 재주를 마술(馬術), 말이 끄는 수레를 마차(馬車), 말을 부리는 사람을 마부(馬夫), 말을 타고 떼를 지어 다니는 도둑을 마적(馬賊), 말의 몇 마리를 마필(馬匹), 말의 다리를 마각(馬脚), 말을 매어 두거나 놓아 기르는 곳을 마장(馬場), 경마할 때에 파는 투표권을 마권(馬券), 말을 타고 나감으로 선거에 입후보함을 출마(出馬), 수레와 말을 거마(車馬), 자기가 사랑하는 말을 애마(愛馬), 타는 말이나 말을 탐을 기마(騎馬), 걸음이 느린 말이나 둔한 말을 노마(駑馬), 걸음이 썩 빠른 말 한마를 준마(駿馬), 말에서 떨어짐을 낙마(落馬), 말이 빨리 달리는 것을 겨룸을 경마(競馬), 말을 탐으로 사람이 말을 타고 여러 가지 동작을 하는 경기를 승마(乘馬), 대나무를 가랑이 사이에 끼워서 말로 삼은 것을 죽마(竹馬), 기차를 말에 비유한 일컬음을 철마(鐵馬), 말의 귀에 동풍이라는 뜻으로 남의 비평이나 의견을 조금도 귀담아 듣지 아니하고 흘려 버림을 이르는 말을 마이동풍(馬耳東風), 말의 다리가 드러난다는 뜻으로 숨기려던 정체가 드러남을 이르는 말을 마각노출(馬脚露出), 말의 가죽으로 자기 시체를 싼다는 뜻으로 옛날에는 전사한 장수의 시체는 말가죽으로 쌌으므로 전쟁에 나가 살아 돌아오지 않겠다는 뜻의 마혁과시(馬革裹屍), 말이나 소에 의복을 입혔다는 뜻으로 학식이 없거나 예의를 모르는 사람을 조롱해 이르는 말을 마우금거(馬牛襟裾), 달리는 말은 말굽을 멈추지 않는다는 뜻으로 지난 성과에 안주하지 말고 더욱 발전하고 정진하자는 뜻의 마부정제(馬不停蹄), 말도 갈아타는 것이 좋다는 뜻으로 예전 것도 좋기는 하지만 새것으로 바꾸어 보는 것도 즐겁다는 말의 마호체승(馬好替乘) 등에 쓰인다.
▶️ 脚(다리 각)은 ❶형성문자로 腳(각)과 동자(同字)이다. 뜻을 나타내는 육달월(月=肉; 살, 몸)部와 음(音)을 나타내는 却(각; 굽어 구부러지다)으로 이루어졌다. 다리는 무릎에서 굽으므로 脚(각)이라 하였다. ❷형성문자로 脚자는 ‘다리’나 ‘(물건의)하부’라는 뜻을 가진 글자이다. 脚자는 ⺼(육달 월)자와 却(물리칠 각)자가 결합한 모습이다. 그러나 소전에서는 ⺼자와 卻(물리칠 각)자가 결합한 腳(다리 각)자가 쓰였었다. 卻자는 발음역할을 하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계곡을 지나가려는 모습을 그린 것이니 발과 관련된 의미를 조금은 전달하는 것으로 보인다. 腳자는 본래 사람의 ‘종아리’를 뜻하기 위해 만든 글자였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허벅지와 종아리를 포함하는 개념으로 쓰이게 되었다. 또 해석에서는 腳자가 脚자로 바뀌었다. 그래서 脚(각)은 (1)종아리. 다리 (2)짐승을 잡아 그 고기를 나눌 때, 전체를 몇 등분(等分)한 그 부분, 등의 뜻으로 ①다리 ②물건의 하부(下部) ③토대가 되는 것 ④다리로 걷는 것같이 보이는 것 ⑤몸둘 곳 ⑥지위(地位) ⑦밟다, 따위의 뜻이 있다. 반대 뜻을 가진 한자는 팔 비(臂)이다. 용례로는 발꿈치를 각근(脚跟), 다리뼈를 각골(脚骨), 다리에 난 털을 각모(脚毛), 다리에 속하는 부분을 각부(脚部), 다리의 테두리 선을 각선(脚線), 다릿심으로 걷는 힘을 각력(脚力), 다리에 동여매는 띠를 각대(脚帶), 사람이나 사물의 어떤 방면에서 있어서의 등장이 눈부실 만큼 찬란히 빛남을 각광(脚光), 연극의 꾸밈새로 무대 모양이나 배우의 대사 따위를 적은 글을 각본(脚本), 본문 밑에 붙인 풀이를 각주(脚註), 걸음으로 품팔이하는 사람 또는 먼길을 다니면서 심부름하는 사람을 각부(脚夫), 발로 밟고 참을 각답(脚踏), 다리가 아픈 병을 각질(脚疾), 다리 아픈 증세를 각통(脚痛), 다리가 저림으로 다리 감각이 없어짐을 각마(脚痲), 발끝으로 발의 앞 끝을 각첨(脚尖), 어떤 목적으로 여기저기 돌아다님을 행각(行脚), 어떤 사물이나 견해나 조건 등에 근거를 두어 그 입장에 섬을 입각(立脚), 튼튼한 다리 또는 잘 걷는 다리를 건각(健脚), 다리의 몸체를 받치는 기둥을 교각(橋脚), 외짝 다리로 하나 뿐인 다리를 독각(獨脚), 처지나 지위를 잃음을 실각(失脚), 잎자루나 잎줄기에서 가까운 잎의 부분을 엽각(葉脚), 산기슭으로 산의 비탈이 끝나는 아랫부분을 산각(山脚), 위로부터 아래로 내려오는 불길을 화각(火脚), 말의 다리로 마각이 드러남을 마각(馬脚), 무쇠처럼 억센 다리를 철각(鐵脚), 벌겋게 드러낸 다리를 적각(赤脚), 비스듬히 걸어가는 일 또는 비스듬히 걷는 걸음걸이를 사각(斜脚), 두 다리를 쌍각(雙脚), 자기의 발 밑을 잘 비추어 돌이켜본다는 뜻으로 가깝고 친할수록 더욱 조심해야 함을 이르는 말을 각하조고(脚下照顧), 발이 실제로 땅에 붙었다는 뜻으로 일 처리 솜씨가 착실함을 각답실지(脚踏實地), 말의 다리가 드러난다는 뜻으로 숨기려던 정체가 드러남을 이르는 말을 마각노출(馬脚露出), 다리가 있는 서재라는 뜻으로 박식한 사람을 이르는 말을 유각서주(有脚書廚), 다리가 있는 양춘이라는 뜻으로 널리 은혜를 베푸는 사람을 이르는 말을 유각양춘(有脚陽春) 등에 쓰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