넉넉한 마음을 가진 우리 막내동서
윤 수희
은행을 들러야 하기에 늦은 출근길이다
오늘따라 꾸물꾸물 하늘은 늘 회색 비구름
몰고 다니더니 얼마 햇살이 예쁜지
손을 가리고 하늘을 봤다
미용실이 늦을 것 같아 택시를 탈까,
버스를 탈까 잠시 고민하는데 다행이
저만치에서 내가 타는 버스가 오고 있다
얼마 고마운지 요즘은 경기가 경기이니만큼
택시타는 것도 생각을 하면서 탄다
오늘도 그랬다
미용실과 집과의 중간 사이에 내가 다니는 은행이
있으니 늘 버스에서 내려 잠깐 은행 일만 보면
시간 내에 환승이 되니 일거양득이다
다행이 뒤 쪽에 자리가 있어 앉았다
뒤 의자에 앉자 있는 젊은 30대가 좀 넘은 듯한
여자 둘이 얼마나 수다스런 말들이 장난 아니게 하는지
듣지 않으려 해도 내 귀에 그냥 들린다
" 자기야! 우리 시어머니가 이번에 우리집으로
오시려고 했는데 우리 아들이 할머니랑 같이 사는 거
싫다고 해서 난리 났다!"
" 왜?"
" 할머니 오신다고 남편이 아들에게 말하니까 애가 싫다 잔 아?"
" 어머! 자기는 아들이 구세주다!"
" 그래서 나는 아무 말도 할 필요가 없더라?"
" 남편이 아들 말을 듣고 어떻게 했는지 시누네 집으로 가셨어!"
" 잘 되었다! 그냥 평생 시누가 모시고 살면 자기는 좋겠다!"
" 그러게 말이야!"
" "
" "
두 여자가 수없이 오가는 이야기가 듣기가 민망했다
슬그머니 뒤돌아 한 여자를 봤다
예쁘장하고 곱기도 하고 천상여자 처 럼 생긴 여자,
앞으로 몇 년 후면 내가 시 어머니가 되고
그 젊은 여자도 15년 정도가 지나면 시어머니가 될 텐데,
아들이 할머니가 싫다 했다고 좋은 인성을 교육 시 키기는 커 녕
아들에게 아무 말을 안했다며 오히려 효자 인 듯이
행복해서 죽겠다며 표현 하며 좋아하는 여자를 보며
옆에 이야기하던 다른 여자는 시어머니가 오시지 않는 것에
축하를 하며 부럽다는 듯 말하는 친구란 여자를 보고
15년 후에 그와 똑 같은 행동을 할 지도 모르는
앞 날을 예측 할 수 없는 여자를 보면서
버스 햇빛 드는 창가에 앉아 많은 생각이 오갔다
나의 30대였을 때 무슨 생각을 하고 살았을까?
과연 우리 아들이 친 할머니가 싫다고 했다면
나와 남편은 아들에게 어떻게 했을까?
과연 나도 그냥 우리 아들이 구세주다 여기며 넘어 갔을까?
아마도 그런 짓은 하지 않았겠지만
나 역시도 확실한 답변은 할 수는 없다
내가 결혼 했을 당시에 우리 시어머니는 넷째 시누님
집에서 딸과 함께 살았기 때문이고,
현실적으로 익산 사위나 딸이 효성이 지극하다보니
우리 어머니 딸이 다섯명인지 라 아들들에게
당시에 별로 연연하지 않으셨다,
하지만 세월이 흘러 우리 넷째 시누님 집에
시누님 시아버지도 아닌 99세 되신 시 할아버지가 갈 곳이 없어
넷째 시누님 집에서 모시게 되었고
한 집에서 사돈끼리 방 하나는 시할아버지
방 하나는 친정 어머니에 모시고 사는
우리 시누님도 보통일이 아니었을 게고
날마다 장사 나가고 없는 딸 사위도 없는 집에서
당시 72세셨던 우리 어머니 얼마나 괴롭고 불편 했겠는가?
그 사실을 우리 부부는 몇 달 후에야 알았고
어머니께 우리남편이 우리 집에서 살자고 했지만
당시 우리 집은 체육관에 함께 안채가 있었기에 조용한 환경은 아니었다
날마다 쿵쾅거리는 아이들 뛰는 소리에 우리 집에서는
어머니 잠시만 있어도 머리가 아파 못 살겠다고 하고
조금만 참아 보자고 하셨다
그렇게 몇달이 지난 후에야 우리부부는
어머니를 우리 예쁜 막내 동서가 모셔갔다는 소식을 들었다
" 동서! 나야, 어머니 자네네 집에 계신다며?"
" 예! 형님! 어떻게 아셨어요?"
" 어머니 뵈러 갔더니 넷 째 고모가 그러더라!"
" 예! 지금 일주일 되었어요!"
" 서방님도 지방에 있는데 어떻게 모셔갔어?"
" 상의하고 모셔온 것은 아니고요 그냥 내가 모셔 왔어요!"
" 어떻게?"
" 어머니를 한 참을 뵙지 못해 고모네 집에 갔더니
노 할아버지랑 함께 계 시 더 라 구요!"
" 어머니께 불편하지 않느냐고 물었더니 아무 말씀은 없어도
어머니가 갑자기 얼마나 안쓰러운지 우리 집으로 가자고 했어요!"
" 처음에는 둘째 시숙님이 모시러 온다고 했다며
좀 기다려 보자고 하 시 더 라 구요!"
" 그런데 형님도 알다시피 둘째 시숙님은 이사 한지 1년이 넘었는데
모시러 오지도 않는데 아들 기다리는 어머니 보며 얼마나
마음이 아픈지 그럼 우리 집에서 일주일만 살아 보시고
좋으시면 함께 살자고 했더니 어머니가 그날 저를 따라서
우리 집으로 오셨는데 3 일 만에 어머니 짐 싸가지고 오라고 하셔서
지금 함께 살게 되었어요! "
" 아이고! 동서 미안해!"
" 정말 미안하다!"
" 내가 그래도 명색이 형님인데 자네에게 미안해서 어떻게 하냐!"
" 사실 내가 모셔야 하는데 어머니가 우리 환경 때문에 싫다고 했어!"
" 알아요! 제가 왜 모르겠어요?"
" 어머니 모실 수 있는 사람은 형님뿐인데
아무리 생각을 해도 형님 형편이 그 상황이
아니니 내가 그냥 모셔 왔어요!"
" 제가 어머니 잘 모시겠다고 장담은 못 하지만
형님이 저 도와 주시고 힘을 줘야 해 요!"
" 형님! 지금은 차라리 속이 편하고 좋아요!"
" 어머니 우리 집에 오시던 날 얼마나 불쌍한 생각이 들었는지 몰라요!"
" 서방님은 뭐라고 해!"
" 아이고! 형님! 엄청 좋 아라 하지요!"
" 그래 자네는 정말 복 많이 받을 거여!
" 그럼, 감사하고요!"
그렇게 우리 동서가 어머니 소천하실 때까지 7년을 모셨다
우리 막내동서가 어머니와 사이는 그럭저럭 좋았다
우리 막내동서 덕분에 어머니로 인해서 집안은 조용했고
세월이 흘러서 지금도 생각해보면 우리 동서도
우리 어머니가 아무리 좋은 분이라 해도
막내동서 나름에 많이 힘이 들었을 게다
여자들에게는 시금치도 싫다고 할 만큼
시집 쪽을 다 싫어하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우리 동서 늘 무던한 성격 탓에 그런대로 어머니와
화합을 잘 했고 늘 우리 남편은 그런 제수씨가
예쁘고 고마워서 최고의 대우를 해주고 싶어 했다
동서에게 힘이 들지 않게 하기 위해
어머니가 아프시면 동서 옆에 있는 병원이 아닌 뚝 떨어져 있는
우리 집 쪽에 있는 병원에 입원을 시키시고 전적으로
우리부부가 어머니를 보살펴 드렸고 다 회복이 되면
막내 동서 집으로 퇴원을 하고 우리는 그렇게 살았다
우리 어머니 위암으로 6개월 정도 병원에 입원을 했을 때
우리막내 동서가 3일 내가 3일,
일요일 하루는 시누들이 돌아가며 병간호를 했다
누가 밥을 해다 주고 할 것도 없이 동서도 나도 각자 알아서
3 일간의 먹 거리를 준비해서 병원 생활을 했고
별 불만도 없었다,
둘째 형님은 일주일에 한 번 낮에 한번 병간호를 했다
왜 둘째 형님에 대한 불만이 없겠는가,
하지만 동서나 나나 형님에 대하여 속을 끓이느니 이해 하기로 했다
그렇게 6개월이 흐르고 우리 어머니 갑자기 퇴원하고 싶다고 했다
당시 물 한모금도 넣지 못 하고 병원 측에서 수액도 그만 하자 했기에
마음에 준비를 하고 막내아들 집으로 퇴원을 했다
낮에는 동서가 어머니 간호하고
밤에는 남편과 내가 날마다 출근하 듯 하면서 간호를 했다
막내 동서에게 하루 종일 어머니 간호를 책임을 주기에는
나나 우리남편은 너무나 미안해서 싫었다,
2주 3주 후 우리 어머니 막내아들 집에서 찬송가 소리 들으며
하나님 곁으로 그렇게 편안히 가셨다
나는 지금도 우리 동서를 생각하면 예쁘고 뭐든지 주고 싶고
우리 동서가 바빠서 전화 한통이 없어도 섭섭하지 않다
궁금하면 내가 전화를 한다,
" 동서! 나야!"
" 어머! 형님 맨 날 제가 먼저 전화를 해야 하는데!"
" 내가 성질 급해서 먼저 하는 거야!"
일상적인 대화와 안부를 묻는다,
우리는 9남매다
우리 남편은 여덟 번째
우리 시동생은 아홉 번째 막내다
그리고 그렇게 세월과 더불어 한살씩
우리 동서도 나도 나이를 먹지 않겠는가,
2013년 6월 20일
첫댓글
매우 공감가는 내용입니다.
저도 도시에 안 가시겠다는 어머님 말씀에 8남매 막내로 홀로 어머님 모셨기에...
무던한 좋은 동서 두신 보기 좋은 모습,윤수희님의 예쁜 마음에 흐뭇합니다.
수건도 탈탈 털어 널고ㅎㅎㅎ
고르지 못한 날씨,건강 잘 챙기시고 가정 행복 충만하시기를 바랍니다.
예 우리 동서와는 좋은 사이입니다
윗동서 두분과는 대소사 때만 만나는
어려운 관계이지요....
그래도 맺혔던 마음 다 잊었습니다
우리 형님들도 늙어 며느리 사위 다 봤습니다....
우리 둘째 형님은 저도다 1살 위인데
시집을 저보다 10년 일찍 왔으니 아주 큰어른이지요....ㅎㅎ
정말 고맙습니다...
늘 건강하시고 행복하세여~~~
참으로 기특한 막내로세
아주 아주 많이 많이 기특하지요....
늘 고마움 마음으로 삽니다..제가요...동서에게요~~~
참으로 느끼는게 많은글입니다,,,
감사합니다...
속직히 요즘 젊은이들 간간히
이야기소리 들으면 깜짝 놀랄 일이 넘 많이 있습니다
좋은 마음이면 참 좋은데.....
9남매나 되는데 어머님 한분을 모시지 못하고
막내가 모셨군요.
큰아들과 작은 아들은 뭐하고...
자식이 많은 집에는 서로가 미룬다고 하더니만 그런가 보네요.
하기사 꽃향기도 둘째지만 시어버님 병수발 다 하고 지금은 제사도 제가 모시지만요.
막내 동서 복 많이 받으라고 빌어 드리고 싶네요.
예 맞아요
부모 한분을 못 모시는게 자식들이라 하더니...
우리집이 그랬습니다
그래도 우리 동서가 있어 어머니가 편안 했습니다
다행이지요.....
흐뭇한 마음,,,
따스한 사랑이 가득이요^^
감사합니다
울 어머니는 그래도 참 편히 소천을 하셨지요...
사연은 많았지만....
맑은 물이 위에서 아래로 흐른다는데,,,아래서 위로 흐르는 모양이네요,,,,그레도 착한 동서 두셔서 좋으시겠어요,,,,형제가 많으면 시끄럽기 마련인데...부모님 모시는 사람이 어질면 조용한 집이 되더라고요,,,
아이고 말도 말아요,,,,
사연 구구절절 입니다...ㅎㅎ
그래도 어머니 소천하시니 엄청 조용하더라구요....
지금은 많이 편안해 졌습니다...ㅎ
마음이 따뜻해지는 글 잘 읽었습니다.
보기 좋네요..
그래요 그렇게 서로 배려하는 마음이 중요하죠..
저희집도 막내가 부모님 곁에 살아서 막내가 항상
더 수고를 하지요...고맙죠..
역시 가까이서 자주 찾아뵙는 자식이
제일 효자죠...
예 그래요
아무리 타지 자식이 잘해도 곁에 계시는 자식이
마땅히 대우을 받아야 합니다...
지금도 울 동서만 보면 기분이 좋아요,,,,
넉넉한 마음때문에요.....
두 분 가정에 만복이 함께 할 것입니다.
참으로~~
대단한 손아래 동서 이네요.
많이 배우고 갑니다.
예 대단한 마음입니다...
저는 따라가지 못 할 정도로요~~~
동서참이뿌시네요 우리동서도 참이뿐데 맘도얼굴도ㅋㅋ 늘행복하세요
예 참 예뻐요...
많이 많이 예뻐요,,,ㅎ
마음 따뜻한 막내동서를 두셨네요.
두분 가정에 늘 행복이 가득하시길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햇살이 참 곱네요..
잼 난 하루 되세요~~
님께서는 제대로 문학을 배우셨더라면 아마도 우리 시대상을 대표하는 훌륭한 작가로 영명을 날리셨을 분이십니다^^
언제나 대할 때 마다 학창시절 대했을범한 깔끔한 수필 한 자락을 대하는 착각이 일 정도이니...
늘 진솔함이 묻어나오는 글 잘 읽고 있답니다.
행복한 휴일 되십시요^^
아이고 감사합니다...
제가 칭찬에 엄청 약하답니다....
행복한 하루 되세요~~~
넘 멋진 동서지간이네요...
한사람만 잘한다고 되는게 아니라 두분이 너무 훌륭하세요..
어머님께서 복이 많으셨네요.
멋지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