샌안토니오 vs 오클라호마
마이애미 vs 보스턴
두 컨퍼런스 파이널 모두 홈 팀이 승리하며 2-0을 만들어 나갔습니다.
이번 두 시리즈를 보면 공통점이 있습니다. 현재 두 시리즈의 흐름에 영향을 미치는 가장 큰 요인이라면 픽앤롤이라고 볼 수 있는데 그 픽앤롤을 더 성공적으로 구사한 팀이 승리를 따냈다는 점입니다. 샌안토니오와 마이애미 모두 2대2 픽앤롤이 주요 공격 전술이며 그 픽앤롤 덕에 첫 2경기를 따낼 수 있었습니다. 샌안토니오의 픽앤롤은 이제 농익음을 넘어 숙성된 수준에 이르렀고 마이애미도 2대2의 완성도가 해가 다르게 늘고 있습니다. 특히 마이애미는 르브론까지 스크리너를 맡음으로써 공격 전술과 스페이싱에서 더 많은 선택권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한편 0승 2패로 뒤져 있는 오클라호마와 보스턴의 경우 두 팀 간에는 차이가 있습니다. 바로 픽앤롤에서의 차이입니다. 무슨 말이냐면 픽앤롤의 구사, 그리고 픽앤롤 디펜스에서 양 팀은 차이를 보여주고 있다는 것이죠. 보스턴은 케빈 가넷이라는 리그 최고의 스크리너가 있고 그 스크린을 가장 영악하게 활용하는 라존 론도가 존재함으로써 스페이싱에서 상당한 이득을 보고 있지만 오클라호마는 2대2를 통한 파생효과를 그다지 보고 있지 못합니다. 얼핏 보면 작아보이지만 자세히 보면 이 차이가 시리즈의 성패를 가르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결코 작은 차이라고 보기 힘듭니다.
보스턴은 비록 0-2로 끌려가고 있지만 경기 내용을 보면 크게 뒤쳐지고 있지는 않습니다. 끌려가다가도 무섭게 추격해오는 보스턴의 저력의 근원에는 2대2 전략이 존재합니다. 가넷의 스크린 한 번으로도 와이드 오픈 찬스가 나는 데다가 그 스크린을 타고 페인트존으로 들어가는 피어스나 론도를 제어하려면 파울을 각오하고 수비해야 합니다. 현재 동부 컨퍼런스 파이널에서 가장 hot한 선수인 론도의 경우 스크린 활용을 통한 페인트존 파괴로 상당한 재미를 보고 있습니다. 론도에게 붙자니 스크린을 타고 하이포스트로 빠져나가 캐치 앤 샷을 기다리는 가넷과 45도에서 3점 찬스를 기다리는 레이가 신경쓰이고 그렇다고 헬프 디펜스를 안 들어가면 그대로 론도가 피니쉬를 해버리니 마이애미 입장에서는 수비하기 여간 까다로운 게 아닙니다.
마이애미가 이러한 보스턴에게 승리를 거둘 수 있었던 건 이 2대2에 대한 대처능력 때문입니다. 마이애미는 스위칭으로 보스턴에게 맞받아쳤습니다. 론도에게 르브론이 붙고 가넷에게 하슬렘이 붙는 상태에서 스위칭을 해 버리죠. 이렇게 되면 하슬렘이 발이 느려서 뚫릴 것 같지만 하슬렘은 여기서 스텝을 뒤로 밟으면서 론도의 돌파를 제어합니다. 그 사이에 반대 사이드에서 헬핑을 옴으로써 보스턴의 2대2를 막죠. 오늘 2차전에서 이러한 수비가 상당히 효과를 봤습니다. 이러한 수비가 받쳐주지 못했다면 마이애미는 론도에게 대학살을 당했을 겁니다.
마이애미의 2대2 능력은 수비뿐만이 아니라 공격에서도 빛을 발했습니다. 마이애미는 이번 시즌 웨이드와 르브론의 2대2를 적극 활용하고 있습니다. 사실 스윙맨 간의 2대2는 스위치해서 막기 가장 좋기 때문에 빅맨-가드의 2대2보다 성공률이 떨어지기 마련인데 마이애미는 이걸로 상당히 효과를 보고 있습니다. 르브론이 스크린을 서주고 웨이드가 돌파해서 보스턴 수비를 안쪽으로 모아준 뒤에 킥아웃을 통해 챌머스와 배티에의 3점을 노리거나 하슬렘의 미드레인지 슛을 노리는 거죠. 아니면 원래대로 하슬렘이 스크린을 서고 르브론이나 웨이드 중 한 명이 반대 사이드에서 잘라 들어가기도 합니다. 이렇듯 마이애미는 공수 모두에서 2대2 수행능력이 향상되고 있고 이 점이 보스턴과의 시리즈에서 우위를 점하게 만듭니다.
서부의 경우 스코어를 보면 접전의 양상이지만 막상 경기를 보면 마이애미-보스턴 간의 격차보다 더 크다는 느낌을 받습니다. 전력 차는 그리 크지 않은데 이번 플레이오프에서는 마치 오클라호마가 억지로 따라가는 느낌이죠. 이 또한 픽앤롤 때문입니다. 로스터와 정규시즌 성적으로 볼 때 양 팀 간에는 큰 차이가 있어보이지 않지만 단 한 가지 영역에서 두 팀이 결정적 차이를 보여주는데 이게 다름아닌 픽앤롤입니다.
샌안토니오의 픽앤롤 수행능력은 더 말하면 입 아픈 수준입니다. 10년을 넘게 다져온 2대2가 안 먹히는 게 이상한 거죠. 수년 째 같은 슬래셔와 같은 스크리너입니다. 이쯤 되면 어느 시점에 어느 지점에서 어느 자세로 스크린을 걸어야 되는지 다 아는 수준입니다. 실제로 샌안토니오는 그렇게 하고 있습니다. 파커는 상대보다 한 박자 빠르게 페인트존으로 들어가기 때문에 상대 빅맨이 아무리 쫓아간다고 해도 무용지물입니다. 스텝이 늦었기 때문에 블락을 노리려고 뜨면 바로 파울이 불리니까요. 아니면 지노빌리가 슬쩍 스크린을 탄 뒤 유로스텝으로 상대 수비수들의 봉산탈춤을 유도한 뒤 유유히 마무리를 해버립니다. 상대가 붙고 싶어도 붙기 힘든게 90도와 45도에 게리 닐이나 대니 그린, 맷 보너같은 3점 슈터들이 기다리고 있으니 헬프도 마음대로 못 들어갑니다. 아니면 상대 수비가 한눈 판 사이에 레너드가 잘라 들어와 애니멀스럽게 마무리하겠죠.
반면 오클라호마는 가장 큰 약점이 2대2 능력입니다. 공격에서도 수비에서도 2대2 수행 및 대처능력이 떨어지는 축에 속합니다. 특히 픽앤롤 디펜스에서 오클라호마는 계속 흔들리는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왜 그럴까요? 일단 주전 빅맨들의 발이 느립니다. 특히 이바카의 문제를 거론해야 할 것이 이바카는 세로 수비는 리그 최강이지만 가로 수비는 생각보다 약해서 따라가는 수비는 느립니다. 그렇기 때문에 상대 가드가 픽을 타고 한 박자 빠르게 들어가면 이바카가 할 게 없습니다.
제가 이 점에 대한 우려가 확실해진 게 정규시즌에 있었던 골든스테이트와의 원정경기 때였습니다. 당시 오클라호마가 이기긴 했지만 팀 입장에서는 결코 좋아할 승리는 아니었습니다. 골든스테이트의 뻔한 하이포스트 픽앤롤에 계속 당했기 때문입니다. 데이비드 리에게 경기 내내 끌려다니던 이바카의 모습이 아직도 잊혀지지가 않군요. '지금 이 자리에 커리와 이대리 대신 파커와 던컨이 있으면 크게 휘둘릴 것이다'라는 생각이 들었는데 이 우려가 컨파에서 그대로 드러나고 있습니다.
두번째는 스몰라인업입니다. 오클라호마는 승부처에서 듀란트를 4번으로 쓰는 스몰볼을 씁니다. 근데 이 전략이 공격에서는 폭발력을 극대화시킬 수 있어도 수비에서는 그리 적합한지 모르겠습니다. 왜냐면 사이즈 때문에 스위칭을 하기도 애매할 뿐만 아니라 스위칭을 한다고 해도 어느 한 쪽에서 미스매치로 공략당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입니다. 오클라호마는 스위칭에 적합한 포워드가 없어서 스몰볼을 쓸 경우 수비에서의 약점이 더 노출될 가능성이 큽니다. 포지션 간의 경계를 넘나들며 상대를 체크할 수 있는 수비수가 없다는 건 확실히 오클라호마에게는 고민거리입니다.(세폴로샤는 뛰어난 퍼리머터 디펜더이지만 그가 골밑까지 체크할 수는 없습니다)
어찌보면 이 점에서 샌안토니오와 마이애미는 확실한 무기가 있죠. 샌안토니오에는 카와이 레너드, 마이애미에는 셰인 배티에가 있습니다. 둘은 2,3,4번을 막을 수 있기 때문에 스위칭을 해도 별다른 디스어드밴티지를 가지지 않으며 스몰라인업을 구사할 때 상당히 유용합니다. 이들 자체가 신장이 엄청 좋은 건 아니지만 이들이 있음으로서 외곽과 골밑 간의 사이즈 차이를 상쇄시킬 수 있기 때문에 수비에서도 그만큼 이득을 가져갈 수 있게 됩니다. 반면 보스턴은 이러한 역할을 해줘야 할 제프 그린이 시즌아웃 되어버린 데다가 그 자리를 대체해야 할 피에트러스가 제몫을 못하고 있죠. 오클라호마는 아예 그러한 역할을 담당할 윙맨이 부재한 상황이고요.
여러 모로 이번 시리즈는 픽앤롤에서 크게 갈릴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번 양대 컨퍼런스 파이널의 키워드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것 같네요.
첫댓글 공감합니다. 이번 PO는 현재 리그의 대세가 픽앤롤임을 증명하고 있다고 봅니다.
스페이싱 스페이싱 그리고 이지샷
좋은 글 잘봤습니다 ^^
공감 합니다. 이대이능력으로 승부가 갈리는거 같습니다.
읽기 쉽고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 쉬운듯 어려운 픽앤롤..
피 켄 롤 ~ 2 : 2
각 팀의 전술적인 완성도가 보이는 시즌이네요.
봉산탈춤을 유도하는 지노빌리. 탈춤메이커군요 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