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로 부활한 순직 조종사 “엄마, 보고 싶었어요”
16년전 추락사고 故박인철 소령
딥페이크 기술로 목소리-표정 복원
“4살때 순직, 아버지도 만났어요”
엄마 “이렇게라도 만나다니…”
인공지능(AI) 딥페이크 기술로 복원된 고 박인철 소령의 모습을 본 박 소령의 어머니 이준신 씨가 눈물을 닦고 있다. 국방홍보원 제공
“엄마! 인철이. 보고 싶었어요, 엄마.”
TV 스피커에서 그리워하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화면에 얼굴 가득 미소를 머금은 박인철 소령(1980∼2007)이 등장했다. 박 소령은 어머니 이준신 씨(68)에게 다정하게 인사를 건넸다. 16년 만이었다. 박 소령은 2007년 7월 KF-16 전투기를 타고 야간 비행 훈련을 하던 중 추락 사고로 순직했다. 27세였다. 엄마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는 듯이 말을 거는 아들 모습에 말을 잇지 못했다. 엄마는 어느덧 일흔을 바라보는데 아들은 20대 청년 모습 그대로였다. 이 씨는 한동안 눈물만 흘리다 말했다. “보고 싶었어. 인철이는 잘 지내니?”
국방홍보원 국방TV가 ‘그날, 군대이야기’ 특별편 ‘고 박인철 소령을 만나다’를 5일 공개했다. 인공지능(AI) 딥페이크 기술을 통해 가상 인간으로 복원된 박 소령이 엄마와 공군사관학교 생도 시절 삼총사로 불린 김상훈, 이두원 중령을 만나는 장면을 담았다. ‘그날, 군대이야기’는 장병 정신전력 영상 교재로 활용되는 콘텐츠로 국방홍보원과 국방부 정신전력문화정책과가 제작한다. 제2연평해전 전사자 등 전사하거나 순직한 이들의 활약상을 담아 만든다.
박 소령 영상은 박 소령이 생전 출연한 다큐멘터리 등을 토대로 6개월간 목소리와 표정 등을 복원하는 과정을 거쳐 제작됐다. 조종복을 입은 박 소령은 “아버지도 만났어요”라며 아버지 박명렬 공군 소령(공사 26기) 이야기도 꺼냈다. 아버지는 1984년 F-4 전투기를 몰고 훈련에 참가했다가 사고로 순직했다. 아들이 4세 되던 해였다. 부자는 국립서울현충원에 나란히 안장돼 있다.
모자는 여동생이 아기를 가진 이야기 등을 주고받으며 10여 분간 대화를 주고받았다. 아들은 “저는 원하는 일 하다 왔으니까 여한이 없어요. 엄마가 계속 속상해하지 않으셨으면 해요”라며 엄마를 위로했다.
보훈휴양원 원장이기도 한 이 씨는 “예전에 한 남자가 가상 공간에서 죽은 아내와 만나는 모습을 다룬 TV 프로그램을 보면서 ‘나도 인철이를 저렇게라도 한번 볼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고 했다.
국방부 정신전력문화정책과 이선미 중령은 “임무 중 전사하거나 순직한 장병의 유가족을 위로하고 호국영웅의 숭고한 희생에 예우를 표할 방법을 고민하다 이 프로젝트를 기획하게 됐다”며 “‘그날, 군대이야기’ 콘텐츠를 통해 호국영웅들의 헌신에 감사하는 마음을 가질 수 있게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손효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