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수도 워싱턴 D.C는 매년 전 세계에서 2500여만 명이 찾는 글로벌 관광도시다. 그중에서도 도시 한복판에 자리하고 있는 내셔널 몰(National Mall)은 관광객이라면 빠지지 않고 들리는 제1명소다. 내셔널 몰이 각광을 받는 이유는 세계의 정치 수도인 워싱턴의 심장부에 위치한 지리적 상징성 때문이기도 하지만 미국의 역사를 한눈에 볼 수 있는 ‘현장’들이 밀집돼 있기 때문이다.
내셔널 몰은 국회의사당과 링컨 기념관을 양대 축으로 그 사이에 공공기관들을 배치하는 독특한 구조로 설계됐다. 여기에는 링컨기념관, 워싱턴모뉴먼트(조지 워싱턴 대통령 추모 기념탑), 백악관, 제퍼슨 기념관, 홀로코스트 추모박물관, 워싱턴 국립미술관, 스미스 소니언 인스티튜션 등이 들어서 있다.
특히 워싱턴 모뉴먼트, 링컨 기념관, 제퍼슨 기념관, 루스벨트 기념관은 가장 ‘목 좋은’곳에서 관광객들을 맞는다. 이들 대통령기념관(Presidential Memorials)은 시민들은 물론 외국 관광객들에게 미국의 역사와 대통령들의 업적을 알리는 교육의 메카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사실 미국처럼 역대 대통령들의 공적을 기리는 추모공간이 많은 나라도 없다. 주로 자신의 고향에 ‘센터’나 도서관(Presidential Library), 사적지(Birthplace National Histioric Site)라는 이름으로 세워져 있으며 연중 관광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미국 정부가 역대 대통령의 기념시설에 ‘공을 들이는’ 가장 큰 이유는 후세들을 위한 역사교육의 장으로 활용하기 위해서다. 최고통치자의 철학과 업적을 고스란히 담은 기념시설은 그 자체가 박물관이자 값진 문화유산이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링컨 기념관처럼 칭송 일색의 추모공간만 있는 것은 아니다. 워터게이트 사건으로 중도하차한 리처드 닉슨 대통령의 기념관처럼 공과(功過)를 함께 전시해 놓은 곳도 있다. 고향인 아칸소 주 리틀록에 위치한 빌 클린턴 대통령 도서관에는 르윈스키와의 스캔들 자료 등 ‘감추고 싶은 과거’도 과감히 드러낸다.
이뿐만이 아니다. 미국 정부는 매년 2월 셋째 주 월요일을 ‘프레지던트 데이’(대통령의 날)로 정해 역대 대통령들을 추모한다. 프레지던트 데이는 미국의 초대 대통령인 조지 워싱턴 탄생일 2월18일과 에이브러햄 링컨 대통령의 탄생일 2월12일을 기념하기 위해 마련된 국경일이다.
하지만, 무엇보다 미국의 대통령 기념관이 자랑하는 미덕은 ‘관광’과 ‘교육’을 아우른 복합문화공간이라는 점이다. 대통령의 유품과 재임시절의 기념품, 기록물 등을 단순히 연대기별로 나열한 박제화된 전시관이 아니다. 지도자로서의 사상과 인간적인 면모들을 ‘체험’할 수 있는 차별화된 콘텐츠와 프로그램으로 꾸며 문화와 향유, 그리고 교육이 접목된 ‘뮤지엄’으로 진화하고 있는 것이다.
이에 반해 우리나라는 역대 대통령의 ‘빛과 그늘’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는 기념관이 없다. 기념시설로는 지난 2003년 11월 개관한 연세대의 김대중 도서관(서울 동교동 소재)이 유일하다. 그나마 DJ와 연고가 있는 목포, 신안과 지리적으로 거리가 있어 찾는 사람들이 그리 많지 않다.
하지만 최근 목포시가 오는 2012년 12월 완공을 목표로 ‘노벨평화상 기념관’을 추진하고 있어 머지 않아 우리나라에서도 ‘번듯한’ 대통령 기념관을 만날 수 있게 됐다. 총 사업비 190억 원을 들여 목포 삼학도 일대 1만5600㎡에 연면적 5000㎡, 지상 2층 규모로 건립되는 노벨평화상 기념관은 김 전 대통령의 업적과 민주주의와 세계평화에 큰 공헌을 한 일대기를 보여주는 전시관(1∼3실), 영상실, 자료실, 수장고, 회의실 등으로 꾸며질 예정이다. 노벨평화상 기념관이 건립되면 역시 내년 완공을 목표로 현재 신안군이 고 김 전 대통령의 하의도 생가 인근에 조성중인 노벨평화공원과 연계, DJ의 업적과 정신을 느낄 수 있는 기념공간으로 자리매김할 잠재력이 크다.
특히 남북정상회담을 성사시켜 한국인 최초로 노벨평화상을 수상한 그의 ‘브랜드 파워’는 글로벌 명소로도 성공할 충분조건을 갖추고 있다. 노벨평화상 기념관과 하의도 노벨 평화공원이 차별화된 콘텐츠를 확보해야 하는 이유다.
이에 광주일보는 창사 59주년을 맞아 다양한 볼거리와 교육, 체험 프로그램 등을 통해 글로벌 관광명소로 각광받고 있는 미국의 대통령기념관과 도서관, 생가 등을 둘러보는 특별기획시리즈를 연재한다. ‘제대로 된’ 노벨평화상 기념관과 노벨 평화공원은 목포시의 삼학도 복원화 공원조성프로젝트와 신안군의 예술의 섬(Art Island·안좌도 김환기 미술관·증도 소금 박물관·조각공원), 전남도청의 김대중 동상(남악 신도시 중앙공원 앞), 광주시의 김대중 컨벤션센터를 하나로 묶을 경우 글로벌 관광벨트로 키울 수 있기 때문이다.
나아가 이 시리즈가 서거 2주기(8월18일)를 앞두고 그 어떤 지도자 보다도 성공적인 정치행로를 걸어온 고 김대중 전 대통령의 ‘진가’를 확인하는 소중한 기회가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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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완공을 목표로 추진중인 목포시의 ‘노벨평화상 기념관‘과 신안군의 ‘노벨평화공원’이 글로벌 메모리얼로 자리매김 하기위에서는 차별화된 콘텐츠와 프로그램 확보가 필수적이다. 서울 동교동에 위치한 김대중 도서관 내부모습. |
워싱턴=박진현 문화예술선임기자 |
첫댓글 좋은 아젠다에 감사드립니다. 저도 김대중 대통령님의 친필 휘호 액자 2 개를 갖고 있습니다. 언제 어디에 기증할까? 생각중입니다. 광주의 김대중 콘벤션 센타, 노벨 기념관, 노벨 공원, 그리고 대통령 도서관등의 위상을 좀 더 엎그레이드할 필요를 절실히 느낍니다. 기꺼히 응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