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에 3일(현지시간) 올라온 다큐멘터리 리미티드 시리즈 '그 남자에겐 1,000명의 자식이 있다'(The Man With 1000 Kids, 3편)는 네덜란드의 정자 기증자 조나단 제이컵 마이어(48) 사례를 다룬다. 그는 공개 전부터 뜨거운 관심을 불러 모은 이 다큐가 사람들을 '현혹시킨다'(misleading)고 반발했다고 영국 BBC가 이날 전했다.
이 다큐 시리즈 제작진은 마이어에게 인터뷰를 청했지만 거절당했다. 해서 이 다큐는 그의 정자를 이용해 자녀를 얻은 여성들에만 초점을 맞추고 있다. 한 여성은 얼마나 많은 다른 아이들이 마이어를 아버지로 해서 태어났는지 안 뒤 "배신당한 느낌에다 슬프고 화가 난다"고 털어놓았다. 하지만 마이어는 BBC 라디오4의 '우먼스 아워' 프로그램과 전화로 연결돼 많은 가족이 자신에게 감사를 표했는데도 문제의 다큐가 (기증받은) 이들이 불행해 한다는 선입견을 주고 있어 사기에 가깝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마이어는 인터뷰 도중 수백명 아이들의 아빠가 된 것에 "잘못된 점이 절대적으로 하나도 없다"고 강변했다. 그는 "가족들을 도운 정자 기증자가 550명의 자녀를 잉태시켰다고 해야 하는데 제작진은 (다큐 제목을) 고의적으로 'The Man With 1000 Kids'라고 붙였더라"고 말하면서 "이미 처음부터 사기에다 현혹하는 내용을 작정했더라"고 개탄했다. 이어 "넷플릭스는 내가 도운 225 가족 가운데 (불행해 하는) 다섯 가족을 골라내는 대단한 일을 해냈다고 생각한다"면서 "다른 가족들은 완전히 다른 얘기를 내게 들려줄 것"이라고 덧붙였다.
넷플릭스는 해당 프로그램에 어떤 코멘트도 하지 않았는데 전임 프로듀서 나탈리에 힐은 기증받은 가족 대다수가 행복해 한다는 주장은 "완전한 거짓"이라고 반박했다. 힐은 "지난 4년을 조너선의 거짓말에 영향을 받은 가족들과 얘기하는 데 바쳤다. 개인적으로 45~50 가족과 얘기했다"고 주장했다. 그녀는 "50 가족이 마이어의 거짓말에 대해 법원에 임팩트 있는 성명을 발표해 그를 멈춰달라고 판사에게 호소했다. 그래서 조나단이 플랫폼을 활용해 열 손가락에 꼽히지도 않는 여성들에 대해 얘기하는 일은 완벽하게 진실이 아니다"라고 못박았다.
마이어는 17년 동안 정자를 기증해 왔다. 많은 사례에서 그는 정자를 개인적으로 기증했는데 이렇게 되면 클리닉을 통하는 것보다 훨씬 직접적으로 정자를 바라는 가족과 얘기를 주고받게 된다. 그를 기증자로 선택한 여성 몇몇은 그가 얼마나 다른 아이들의 아버지인지 분명히 말해주지 않았다고 말한다. 엄마들 중 한 명인 내털리는 "그가 다섯 가정에 정자를 기증했다고 말한 순간 혼란스러웠다. 2021년에 그가 정자를 기증한 가정이 수백 곳에 이른다는 기사를 읽고서였다. 그가 그렇게 하도록 합의한 적이 없었다"고 털어놓았다.
그가 정자를 기증한 여성 몇몇은 그를 "나르시시스트"라고 표현한 반면, 다른 몇몇은 그가 공중보건 위험을 대변한다고 주장했다.
자신의 추정 550명도 너무 많다고 생각하지 않느냐고 BBC가 묻자 마이어는 "보통 남성이라면 그렇겠지만 정자 기증자에겐 그렇지 않다"고 답한 뒤 "정자 기증자에겐 매우 흔한 일이다. 그들(클리닉들)은 수백명의 아이들까지 늘려나간다. 그들은 여러 나라들에 정자 씨를 실어나른다"고 덧붙였다.
"시대에 뒤떨어진 견해"
영국 일간 이브닝 스탠더드는 별 넷 평점을 매겼는데 비키 제섭은 "현대 시대의 위험성에 대해 냉혈한 얘기이며 경고성 동화"라고 단언한 뒤 "아주 암담한 방식이긴 하지만 의심할 여지 없이 매혹적으로 관람할 수 있으며, 소름끼치는 정자 기증(과 마이어가 해내는 방식)을 폭로한다"고 말했다.
텔레그래프의 애니타 싱은 "감독은 여성의 분노를 이끌어내려는 '데이트 앱 사기; 당신을 노린다'(The Tinder Swindler) 식으로 바꾸기 위해 아주 열심이며, 뒤늦은 반전도 있다. 하지만 그것이 없어도 정자기증 산업에 대한 커다란 의문을 자아내는 점잖은 얘기가 있다"고 지적했다.
일부 여성은 아이들이 어쩌면 진실을 알지 못한 채 만나 형제자매와 다를 것 없는 사이로까지 발전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나탈리에는 "가장 걱정되는 것은 이 아이들이 서로 우연히 만나 사랑에 빠질지 모른다는 사실"이라면서 "그 아이들은 같은 기증자 아빠에게서 나왔다는 사실을 알지 못한 채 서로에게서 뭔가를(닮은점을) 알아볼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마이어는 공개되고 알려진 기증자라고 얘기하는데 그는 전 세계 수많은 클리닉에 정자를 기증했으며, 모든 클리닉이 아이들을 향해 열려 있으며 정직한 가치관을 공유하고 있지 않기 때문에 우려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마이어는 '우먼스 아워'를 진행하는 누알라 맥가번에게 그런 우려는 익명 기증자에게 국한된 것이라고 반박하면서 자신의 신원은 쉽게 알아볼 수 있게 돼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당신에게 장담할 수 있는데 이제는 DNA 검사가 값이 싸졌다. 나는 DNA 데이터베이스에 올라 있고, 그래서 아이들이 쉽게 나를 찾을 수 있다"고 말했다. 나아가 "부모들도 기증을 받아 낳았다고 자녀들에게 얘기할 것이다. 그러면 아이들은 내 신원을 알게 되고, 설사 그들끼리 만나는 일이 생겨도, 간단히 '너 기증받아 태어난 아이야?' 물어볼 수 있다. 두 번째로 '기증한 아빠가 조나단이니?' 물을 수 있다. 모두 시대에 뒤떨어진 견해다. 아이들에게 자신의 생각을 투영하는 일은 그만 둬야 한다. 그들은 자신이 기증 자녀란 사실을 너무 잘 안다. 그들은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 아주 잘 안다"고 단언했다.
법원 판결
마이어는 11곳의 네덜란드 클리닉에 정자를 기증, 102명 자녀의 아버지란 사실이 알려진 2017년 네덜란드 법원으로부터 더 이상 정자 기증을 못하도록 금지 조치를 당했다. 하지만 지난해까지 그는 다른 나라에서 정자 기증을 계속할 수 있었다. 한 여성과 그녀를 지원하는 재단은 마이어를 상대로 민사소송을 제기했다. 마이어는 법정 진술을 통해 550~600명 자녀의 아버지란 사실을 인정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여러 대륙에 걸쳐 그의 자녀 수가 1000명에 이를 수 있다고 추정하며, 새로운 부모에 기증하는 행위를 중단해야 하며, 이를 어기면 회당 10만 유로까지 벌금을 물리겠다고 판결했다.
마이어는 "이미 2019년에 새 수증자에게 기증하는 행위를 중단했다. 형제자매들에게만 기증했다. 법원 판결은 이미 중단했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소용없는 일이었다. 또 법원 판결은 내가 기존 가정들을 돕는 일을 금지하지도 못한다"고 항변했다.
자신의 행동에 어떤 문제가 있는지 보지 못했느나는 질문에 마이어는 "잘못된 행동이 절대 없었다. 아주 잘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아이들이 친구도 많이 사귀고 서로 만나더라"고 답했다. 시즌 1 마지막 3편을 보면 마이어에 대한 대책을 강구하느라 여러 여성이 만나고, 그 과정에 아이들이 어울리는 장면이 나오는데 마이어도 그것을 본 모양이다. 엄마들은 "대가족이 되긴 했다"고 씁쓸하게 말했다.
그는 왜 정자 기증을 결심했을까? 마이어는 "내가 일종의 계획 같은 것을 갖고 있었다고 오해하더라. 기본적으로 난 대학 재학 중이었고 불임인 친구가 있었다. 나에겐 큰 영향을 미쳤다. 그의 삶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지켜봤기 때문이다. 해서 난 관심을 갖기 시작했고 내가 기증자가 될 수 있을까 생각하기 시작했다.
맥가번이 여성들이 느끼는 것을 이해할 수 있느냐고 묻자 그는 "왜 그들이 불편해져야 하는가? 그들이 선택한 일이다. 독점적이고 싶으면 클리닉에 가서 1만 유로를 내면 당신의 기증자를 독점할 수 있다. 엄마로서 공유하고 싶지 않다면 왜 이 경로를 택한 것인가?"라고 되물었다.
시즌 1의 마지막 3편 엔딩 크레딧이 올라갈 때 자막으로 '지난해 4월 마이어는 전 세계 클리닉에 정자를 기증하는 일을 금지당했다. 마찬가지로 이를 어기면 10만 유로씩 부과받는다. 아울러 법원은 그가 정자를 기증한 11개 클리닉에 자신의 정자를 폐기할 것을 요구해야 한다'는 내용이 나온다. 이 다큐는 그가 세계를 여행하며 기증한 빈도를 감안하면 그의 정자를 받아 태어난 아이들이 3000명에 이를 수 있다고도 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