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는 것이 병이고 모르는 것이 약이다

우리나라 속담에 ‘아는 것이 병이고, 모르는 게 약이다.’라는 말이 있습니다. 며칠 전 우연한 곳에서 오래전 알고 지냈던 지인을 만나게 되었습니다. 삶을 살아가면서 정말 우연한 곳에서 몇 년간 만나보지 못했던 지인을 생각지도 않게 만나게 된다면 참으로 반갑고 즐거운 일이 아닐 수 없을 것입니다. 서로의 정해진 일로 인해 긴 시간을 함께하지 못하고 비록 짧은 시간이었지만, 오랜만에 만난 즐거움을 함께 나누기에는 충분한 시간을 가질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그분과 함께 알고 지내던 분이 화두에 올랐는데 공교롭게도 그분의 신상에 좋지 않은 일이 생겨 매우 힘든 생활을 하고 있다는 말을 들었습니다. 물론 사람의 앞날이라는 것이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일이기에 자신의 의지와 생각대로 되는 것은 아니지만, 잘 나가던 그분의 신상에 좋지 않은 일이 생겼다는 말에 오래도록 마음이 쓰여 일이 손에 잡히지 않을뿐더러 조금은 우울한 마음으로 며칠을 지내왔습니다. 차라리 그분에 대한 궁금증을 감추고 묻지 않았다면 늘 그곳에서 승승장구하면서 잘 지내고 있으리라는 생각으로 지내왔을 터인데, 궁금증을 참지 못하고 묻는 바람에 정말 우리나라 속담에 나오는 말처럼 아는 것이, 병이 되어버려 한동안 근심으로 인한 가슴앓이를 하면서 며칠을 지내고 말았습니다. 옛말에 벌레 먹은 복숭아도 모르고 먹으면 약이 된다고 하였듯이 우리 인생에서도 모르고 지내는 것이, 알고 지내는 것보다 훨씬 좋은 일이 될 수 있다는 것을 경험을 통해서 우리는 알고 있고, 많은 것을 알고 지낸다 해서 그 모든 것이 나에게 약이 되고 좋은 일이 될 수 있는 것은 아님을 잘 알고 있을 것입니다. 옛날 양반가에서 대감 나리께 올리는 진짓상을 들고 오다 엎어버린 몸종이 쏟아진 밥과 반찬을 다시 그릇에 담아 올리자 이를 멀리에서 지켜봤던 대감은 이 몸종에게 괘씸한 생각이 들어 대답을 잘못한다면 매우 혼내줄 생각으로 “깨끗한 것과 더러운 것은 무슨 차이가 있느냐?”고 묻자 “안 보이면 깨끗한 것입니다.”라는 몸종의 말에 대감은 크게 깨우치고 “너의 말이 옳다.”라면서 몸종을 혼내지 않았다고 합니다. 사실 엎어진 밥상을 다시 올린 상황을 몰랐다면 대감은 이 몸종이 올린 밥상을 맛있게 먹었을 것인데 그 상황을 다 보고 말았으니 아는 것이 정녕 병이 되었던 것이지요. 중국의 역사서인 삼국지(三國志)와 잘 알려진 소동파의 시에서도 '식자우환(識字憂患)'이라는 말이 나오는데, 이 말은 곧 ‘배움이 있는 것이, 도리어 근심을 사게 된다.’라는 말로 서투른 지식 때문에 도리어 일을 망치는 경우가 생기는데 이럴 때 우리는 흔히 식자우환(識字憂患)이라는 말을 쓰게 됩니다. 물론 모르는 것보다는 많은 것을 알고 지낸다면 세상을 사는 데 훨씬 도움이 되겠지만, 결국 많은 것을 알아 이를 내세우거나 과하게 아는 체를 하므로 해서 일을 도모하는데 오히려 역효과가 생김을 주의하라는 말과도 같은 뜻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이 세상에는 특정 분야에서 남다르게 특출난 지식과 남이 갖지 못한 기술을 가진 사람이 많습니다. 그래서 그분들은 어느 분야에 최고의 전문가라는 소리를 듣게 되는데 많은 사람이 자신의 엷은 지식과 기술을 과대 포장하여 내세우려 하거나 앞서려 한다면, 이로 인하여 돌아오는 효과가 역으로 나타날 수도 있음을 명심하면서 살아야 함을 깨닫게 해주는 말이 아닌가 합니다. 차라리 몰라도 될 일을 알게 되어 걱정이 앞서고 가슴앓이를 한다면 아무것도 모르는 편이 더 나은 게 아닐까요? 참으로 우리 삶에는 정답이 없다는 것을 다시 한번 느끼면서 많은 것을 안다고 자랑할 것이 아니라 모르는 것을 조금씩 알아가면서 자신의 지혜를 쌓아 가는 것도 삶의 한 방편이 아닌가 합니다. 폭탄처럼 내리는 비에 국토의 여기저기에서 비 피해가 많은 것 같은데 반면에 비가 내리지 않는 날에는 무더위가 연일 계속되면서 몸과 마음을 지치게 하는 날이지만, 심한 비도, 더위도 언젠가는 알게 모르게 지나갈 것으로 치부하면서 오늘도 한 걸음 한 걸음을 힘차게 내디딘다면 아는 것도 약이 되고 모르는 것도 약이 되는 지혜를 터득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sonpoleon) #아는것이병 #모르는게약 #보이지않으면깨끗한것이다 #삶에정답은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