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3월 9일 (자) 사순 제1주일
제1독서 <선택받은 백성의 신앙 고백> ▥ 신명기의 말씀입니다.26,4-10 모세가 백성에게 말하였다. 4 “사제가 너희 손에서 광주리를 받아 그것을 주 너희 하느님의 제단 앞에 놓으면, 5 너희는 주 너희 하느님 앞에서 이렇게 말해야 한다. ‘저희 조상은 떠돌아다니는 아람인이었습니다. 그는 몇 안 되는 사람들과 이집트로 내려가 이방인으로 살다가, 거기에서 크고 강하고 수가 많은 민족이 되었습니다. 6 그러자 이집트인들이 저희를 학대하고 괴롭히며 저희에게 심한 노역을 시켰습니다. 7 그래서 저희가 주 저희 조상들의 하느님께 부르짖자, 주님께서는 저희의 소리를 들으시고, 저희의 고통과 불행, 그리고 저희가 억압당하는 것을 보셨습니다. 8 주님께서는 강한 손과 뻗은 팔로, 큰 공포와 표징과 기적으로 저희를 이집트에서 이끌어 내셨습니다. 9 그리고 저희를 이곳으로 데리고 오시어 저희에게 이 땅, 곧 젖과 꿀이 흐르는 땅을 주셨습니다. 10 주님, 그래서 이제 저희가 주님께서 저희에게 주신 땅에서 거둔 수확의 맏물을 가져왔습니다.’ 그런 다음에 너희는 그것을 주 너희 하느님 앞에 놓고, 주 너희 하느님께 경배드려야 한다.” 주님의 말씀입니다. ◎ 하느님, 감사합니다.
제2독서 <그리스도 신자의 신앙 고백> ▥ 사도 바오로의 로마서 말씀입니다.10,8-13 형제 여러분, 성경에서 8 의로움은 무엇이라고 말합니까? “그 말씀은 너희에게 가까이 있다. 너희 입과 너희 마음에 있다.” 이것이 우리가 선포하는 믿음의 말씀입니다. 9 그대가 예수님은 주님이시라고 입으로 고백하고 하느님께서 예수님을 죽은 이들 가운데에서 일으키셨다고 마음으로 믿으면 구원을 받을 것입니다. 10 곧 마음으로 믿어 의로움을 얻고, 입으로 고백하여 구원을 얻습니다. 11 성경도 “그를 믿는 이는 누구나 부끄러운 일을 당하지 않으리라.” 하고 말합니다. 12 유다인과 그리스인 사이에 차별이 없습니다. 같은 주님께서 모든 사람의 주님으로서, 당신을 받들어 부르는 모든 이에게 풍성한 은혜를 베푸십니다. 13 과연 “주님의 이름을 받들어 부르는 이는 모두 구원을 받을 것입니다.” 주님의 말씀입니다. ◎ 하느님, 감사합니다.
복음 <예수님께서는 성령에 이끌려 광야로 가시어, 유혹을 받으셨다.> ✠ 루카가 전한 거룩한 복음입니다.4,1-13 그때에 1 예수님께서는 성령으로 가득 차 요르단 강에서 돌아오셨다. 그리고 성령에 이끌려 광야로 가시어, 2 사십 일 동안 악마에게 유혹을 받으셨다. 그동안 아무것도 잡수시지 않아 그 기간이 끝났을 때에 시장하셨다. 3 그런데 악마가 그분께, “당신이 하느님의 아들이라면 이 돌더러 빵이 되라고 해 보시오.” 하고 말하였다. 4 예수님께서 그에게 대답하셨다. “‘사람은 빵만으로 살지 않는다.’라고 성경에 기록되어 있다.” 5 그러자 악마는 예수님을 높은 곳으로 데리고 가서 한순간에 세계의 모든 나라를 보여 주며, 6 그분께 말하였다. “내가 저 나라들의 모든 권세와 영광을 당신에게 주겠소. 내가 받은 것이니 내가 원하는 이에게 주는 것이오. 7 당신이 내 앞에 경배하면 모두 당신 차지가 될 것이오.” 8 예수님께서 그에게 대답하셨다. “성경에 기록되어 있다. ‘주 너의 하느님께 경배하고 그분만을 섬겨라.’” 9 그러자 악마는 예수님을 예루살렘으로 데리고 가서 성전 꼭대기에 세운 다음, 그분께 말하였다. “당신이 하느님의 아들이라면 여기에서 밑으로 몸을 던져 보시오. 10 성경에 이렇게 기록되어 있지 않소? ‘그분께서는 너를 위해 당신 천사들에게 너를 보호하라고 명령하시리라.’ 11 ‘행여 네 발이 돌에 차일세라 그들이 손으로 너를 받쳐 주리라.’” 12 예수님께서는 그에게, “‘주 너의 하느님을 시험하지 마라.’ 하신 말씀이 성경에 있다.” 하고 대답하셨다. 13 악마는 모든 유혹을 끝내고 다음 기회를 노리며 그분에게서 물러갔다. 주님의 말씀입니다. ◎ 그리스도님, 찬미합니다.
조재형 가브리엘 신부의 매일 묵상 체험 :
재의 수요일에 많은 분이 재의 예식에 참례하였습니다. 이마에 바른 십자 표시의 재를 보면서 두 가지 생각이 들었습니다. 하나는 ‘백신’ 같다는 생각입니다. 이마에 표시가 돼 있기에 악의 세력이 가까이 하지 못할 거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구약에 이런 비슷한 표시가 있었습니다. 그렇습니다. 이스라엘 백성의 집 앞에는 양의 피를 발랐습니다.
하느님께서는 양의 피가 있는 집은 건너가셨습니다. 이마에 재가 있는 분들은 하느님께서 지켜 주시리라 믿습니다. 다른 하나는 전투에서 공을 많이 세운 사람들이 받는 ‘훈장’ 같다는 생각입니다. 이마에 재가 있는 사람들은 하느님의 나라에서 인정받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내년에는 더 많은 분이 재의 수요일에 이마에 재를 받아서 악의 유혹을 이겨낼 수 있기를 바랍니다. 이마에 재를 받아서 하느님 나라에서 인정받는 신앙인이 되기를 바랍니다. ‘그러자’라는 말을 주로 하는 사람과 ‘왜’라는 말을 주로 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이번 주일에 ‘인왕산에 갈까?’라고 물으면 ‘그러자’라고 대답하는 친구가 있습니다. 그 친구가 이번에는 ‘내려와서 칼국수 먹으러 갈까?’라고 물으면 ‘그러자’라고 대답하는 친구가 있습니다.
서로에 대한 신뢰가 있기에 상대방이 하는 말에 ‘그러자’라고 대답합니다. 이번 주일에 ‘미술관에 갈까?’라고 물으면 ‘왜’라고 대답하는 친구도 있습니다. ‘저녁에 중국집 갈까?’라고 물으면 ‘왜’라고 대답하는 친구도 있습니다. 이유를 설명해야 하는 친구입니다. ‘왜?’라는 말이 필요한 때도 있습니다. 과학, 문학, 예술은 ‘왜?’라는 질문이 필요합니다.
‘그러자’라는 말이 필요한 때도 있습니다. 지금 슬픔에 겨워하는 사람에게, 지금 고통 중에 있는 사람에게, 헤어짐의 아픔을 참고 있는 사람에게는 ‘왜?’라는 말보다는 ‘그러자’라는 위로가 필요합니다. ‘그러자’라는 ‘공감’이 필요합니다. 주님의 수난을 기억하고, 주님의 수난에 동참하는 사순시기입니다. ‘왜?’라는 질문 대신 ‘그러자’라는 응답으로 주님의 수난에 함께하면 좋겠습니다. 오늘 복음 말씀에서 예수님께서는 광야에서 40일 동안 단식하시며 악마의 유혹을 받으십니다. 그리고 마지막에 복음서는 이렇게 말합니다. “악마는 모든 유혹을 끝내고 다음 기회를 노리며 떠나갔다.” 이 말씀은 우리에게 아주 중요한 깨달음을 줍니다. 유혹은 한 번으로 끝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오히려 언제든 다시 찾아올 기회를 노리고 있습니다. 오늘 우리는 이 유혹의 본질이 무엇인지, 그리고 어떻게 이겨낼 수 있을지 함께 생각해 보려고 합니다. 우리는 때때로 유혹을 극복하면 모든 것이 끝난 것처럼 생각합니다. 하지만 유혹은 마치 숨어 있다가 기회를 엿보는 포식자처럼, 우리가 약해질 때 다시 다가옵니다. 우리는 돈, 권력, 명예, 쾌락 같은 다양한 유혹 앞에서 계속해서 시험을 받습니다.
예수님께서도 광야에서 악마의 세 가지 유혹을 물리치셨지만, 그 유혹이 완전히 사라진 것이 아닙니다. 악마는 결국 예수님께서 십자가를 앞두고 가장 힘드실 때 다시 다가옵니다. 겟세마니 동산에서, 그리고 십자가 위에서 “네가 하느님의 아들이라면 내려와 보라”는 조롱을 받으셨습니다. 유혹은 언제나 우리의 가장 약한 순간을 노립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떻게 유혹을 이겨낼 수 있을까요? 첫째, 유혹을 피하는 것이 아니라 직면해야 합니다. 예수님께서는 유혹을 피하려 하지 않으셨습니다. 오히려 악마와 맞서서 말씀으로 대응하셨습니다. 우리도 유혹을 외면하기보다, 그것이 무엇인지 깨닫고 주님의 말씀으로 답해야 합니다. 둘째, 자기 자신을 성찰해야 합니다. 유혹은 우리 약점을 파고듭니다.
어떤 순간에 내가 가장 흔들리는지, 어떤 상황에서 쉽게 넘어지는지를 아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리고 그때마다 하느님께 도움을 청해야 합니다. 영적인 훈련이 필요합니다. 유혹은 우리의 의지력이 약할 때 더 쉽게 다가옵니다. 기도와 묵상을 통해 우리의 내면을 단단하게 만들면, 악마가 다음 기회를 노려도 쉽게 넘어지지 않습니다. 우리가 유혹받을 때마다 "예수님이라면 어떻게 하셨을까?"라고 생각한다면, 그분의 길을 따라간다면 악마가 우리를 흔들기는 쉽지 않을 것입니다. 유혹은 한 번 이겼다고 끝나는 것이 아닙니다. 악마는 우리가 지쳐 있을 때, 외로울 때, 방심할 때 다시 찾아옵니다. 그러나 유혹이 반복된다고 두려워할 필요는 없습니다. 오히려 그 순간은 우리가 더욱 강해질 기회입니다. 우리가 매 순간 주님의 말씀을 붙잡고, 기도를 통해 내면을 단단하게 다져 나간다면, 유혹은 우리를 무너뜨리는 것이 아니라 더욱 단단한 믿음으로 나아가게 하는 디딤돌이 될 것입니다.
오늘 바오로 사도는 ‘마음으로 믿어 의로움을 얻고, 입으로 고백하면’ 구원을 얻는다고 이야기합니다. 저는 ‘마음으로 믿어 의로움을 얻고, 입으로 고백하여 구원을 얻는 우리의 신앙은 우리들의 삶을 통해서 완성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올해도 어김없이 사순시기가 시작되었습니다. 주님께 의지하면서 하느님의 말씀을 따라, 우리 삶의 유혹을 이겨내고 주님의 충실한 자녀가 되도록 노력해야 하겠습니다.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