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마을금고 거래 고객 2262만명… 행안부내 담당 공무원은 10명뿐
[새마을금고 사태]
‘잘살아 보자’ 취지 조합으로 출발
자산 284조에도 금감원 감독 안받아
전문가 “상시적 전문 모니터링 필요”
새마을금고 연체율이 사상 최고 수준으로 치솟아 부실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새마을금고에 대한 감독 체계를 원점부터 재정비해야 한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고 있다. 전문가들은 행정안전부가 아닌 금융당국이 새마을금고의 감독 권한을 가져야 최소한의 관리 감독이 가능하다고 지적한다.
새마을금고는 농협, 신협, 수협 등과 함께 상호금융기관으로 분류되지만 다른 기관처럼 금융감독원의 관리 감독을 받지 않는다. 현행법상 금융당국이 아닌 행안부에 새마을금고에 대한 감독 권한이 있기 때문이다. 이렇다 보니 금융당국은 행안부의 요구가 있을 때만 한시적으로 새마을금고를 들여다보는 상황이다. 행안부 관계자는 “새마을금고의 시초는 일반 금융기관처럼 금융 이득을 위한 목적이 아닌, ‘잘살아 보자’는 취지에서 만들어진 상호조합”이라며 “지역 연계성이 강한 상호금융의 성격이므로 행안부가 관리 감독한다”고 했다.
문제는 행안부의 감독 수준이 금융당국처럼 고도화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지난해 말 기준 새마을금고의 금융자산 규모는 284조 원, 거래 고객은 2262만 명에 달한다. 하지만 행안부에서 새마을금고 업무를 맡고 있는 인력은 불과 10명뿐이다. 그마저도 금융 비전문가인 일반 공무원들로 순환보직을 한다. 이 때문에 행안부는 새마을금고의 정기·특별검사를 진행할 때마다 금융당국, 예금보험공사 등에 인력 파견을 요청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런 문제에도 부처 간 이해관계 때문에 새마을금고의 관리 감독 업무를 금융당국으로 당장 이관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행안부는 지방 행정을 총괄하는 입장에서 새마을금고에 대한 감독 권한을 계속 손에 쥐고 싶어 한다. 반면 금융당국은 새마을금고가 정식 금융회사가 아니라는 점을 들며 또 하나의 ‘부실 폭탄’을 떠안기를 주저하는 모양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금융당국으로 감독 권한을 일원화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김대종 세종대 경영학부 교수는 “행안부는 인사, 총무에 전문성이 있지 금융에 능통한 정부 부처가 아니다”라며 “검사와 관리 감독에 특화된 금융당국으로 관리 체계를 일원화하는 것이 근본적인 해결책”이라고 강조했다.
강성진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는 “일단 새마을금고에 대한 감독 주체를 금감원으로 바꾼 뒤, 금고가 그동안 펼쳐온 대출 관행을 바꾸도록 유도해야 한다”며 “2금융권에 준하는 자체 관리 기준을 만들어 상시적으로 모니터링을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새마을금고의 기형적인 조직 구조도 문제로 지적된다. ‘새마을금고 통계’에 따르면 새마을금고 임직원 2만8891명 가운데 임원만 1만3689명(2021년 기준)이다.
강우석 기자, 전혜진 기자
직원 1.5만에 임원 1.3만 명, 비효율 덩어리 새마을금고
6일 오전 서울 종로구 교남동 새마을금고 경희궁지점에서 관계자들이 ‘새마을금고에 맡기신 예적금 안전하게 보호하겠습니다‘라고 적힌 안내문을 붙히고 있다. 사진=김동주 기자
한국 금융시장의 ‘약한 고리’로 꼽혀온 새마을금고의 일부 지점에서 뱅크런(대규모 예금 인출) 조짐이 나타났다. 부동산 대출 부실로 경영이 어려워진 새마을금고가 다른 금고에 합병된다는 소식에 예금주들이 돈을 찾으려고 몰려들었다. 정부가 “합병 후에도 예금자보호한도 5000만 원을 초과하는 원금과 이자를 모두 지급한다”며 진화에 나섰지만 불안감은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전국 1294개 금고의 임직원 2만8891명 중 임원만 1만3689명인 기형적 조직 구조도 도마에 올랐다.
새마을금고가 다른 금고와 합병하는 일은 이전에도 있었다. 이번에 문제가 커진 건 고객들이 이를 대출 부실이 심각하다는 신호로 해석했기 때문이다. 사업성이 낮은 건설·부동산 개발사업에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을 해줬다가 원리금을 떼인 금고가 적지 않다. 작년 말 3%대였던 새마을금고 연체율은 최근 6%를 넘겼고, 일부 금고는 20∼30%로 치솟았다고 한다.
당장 정부의 느슨한 대처가 문제를 키웠다는 비판이 나온다. 감독부처인 행정안전부는 연체율이 급증하자 이달 4일 특별검사·점검 강화, 부동산·건설 대출 비중 50%로 제한 등의 대책을 내놨다. 하지만 다음 날 일부 금고에 예금을 찾으려는 고객이 몰리면서 이틀 만에 금융위원회 한국은행 등을 총동원한 대응단을 꾸려야 했다. 선제·압도적 조치로 위기의 싹을 조기에 도려내야 한다는 금융위기 기본 대처법에 맞지 않는 굼뜬 대응이었다.
총 자산 규모 284조 원, 거래 고객 2260만 명으로 5대 시중은행과 동급인 새마을금고 감독을 새마을금고중앙회에 대부분 맡겨둔 것도 문제다. 작년 10월 레고랜드 사태가 벌어진 뒤 PF 대출발(發) 위기 가능성이 끊임없이 제기됐는데도 새마을금고는 연체율 등 기본적인 정보마저 제대로 공개하지 않았다. 담당 행안부 인력이 10여 명에 불과하고, 그마저도 금융 전문성이 높지 않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과거 금융협동조합에서 출발해 지역경제의 근간이 됐던 새마을금고가 불투명한 지배구조, 건전성 감독 실패로 인해 금융위기의 뇌관이 돼 가고 있다. 임직원의 47%가 임원인 조직에 기민하고 효율적인 위기 대처를 기대하긴 어렵다. 정부는 이 위기가 다른 금융부문으로 번질 위험을 차단하는 한편 새마을금고의 전체 시스템을 밑바닥부터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
2023. 07. 07 동아일보 사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