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거노인(獨居老人)이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65세 이상 독거노인은 2010년 105만6000명에서 2018년 140만5000명으로 33% 증가했다. 2022년에는 171만4000명, 2025년 199만 명, 2035년 300만3000명으로 급증할 것으로 전망한다. 노년의 외로움은 심신건강을 위협하는 적이다.
독거노인이란 가족 없이 혼자 살아가는 노인이다. 1990년대 초반에도 우리나라에는 대가족 형태가 남아있었고 독거노인 문제를 주목하지 않았다. 하지만 핵가족화, 배우자 사망, 가족의 해체 혹은 분가 등으로 독거노인이 증가하자 어느덧 고독사(孤獨死) 노인의 소식도 흔하게 접하고 있다.
독거노인은 외로움을 호소한다. 통계청 ‘2016 사회조사보고서’에 따르면, 60세 이상 5.3%가 자살을 생각했다고 답했다. 경제적 어려움 35.7%, 건강문제 32.8%, 외로움 14.3%, 가정불화 10.3% 등이 주된 이유이다. 독거노인은 질병이나 급환이 생기면 돌볼 이가 없어 고독사로 이어진다. 고독사 대부분 사망 후 시간이 지나서 발견되는 게 문제다. 이 중의 일부는 가족이 있지만 동거하지 않고 무관심에 방치돼 생기기도 한다
독거노인의 실상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2009년부터 5년간 우울증 확진자를 연령대로 분류하니 70대 이상이 가장 많았다(22.2%). 다음은 50대(21%)와 60대(17.4%)였다. 즉, 국민의 우울증 환자 10명 가운데 6명(60.7%)이 50대 이상 노년층이었다. 우울증은 수면장애나 불안, 성욕 및 집중력 저하 등의 증상을 동반하며, 심해지면 흔히 자살충동으로 이어진다는 점에서 가볍지 않다.
통계청의 사망원인 통계를 보면, 한해 자살로 생을 마감한 사람이 약 1만5천명이다. 하루에 40명인 셈이다. 보건복지부의 '2019년 자살예방백서'에 따르면, 노인 자살률(2016년 기준)도 OECD 국가 평균(18.8명)보다 3배 정도 높은 58.6명으로, OECD 회원국 25개국 중 우리나라가 1위였다. 더구나 60세 이상 노년층의 자살률은 심각한데, 60대가 40.7명, 70대는 66.9명, 80살 이상 구간이 94.7명으로 10대(4.9명)~20대(18명)의 자살률과 비교할 때 큰 차이를 보였다.
여성의 평균수명이 남성보다 높으므로 노인 자살 건수는 여성 비율이 압도적으로 높다. 배우자의 사망과 자녀의 독립 등 동거하던 식구가 떠나가면 본인 혼자만 남아 필연적으로 고립되고 말년을 외롭게 살다 떠나는 여성노인이 해마다 증가세이다(그림1).
고독한 노인들
노인이 고독과 소외감을 느끼는 비율이 높은 현상은, 우리 사회가 현재 노인~젊은 세대간 가치가 혼재된 과도기를 지나기 때문이다. 부모세대가 전통적 가치로써 기대하는 반면, 자식의 대우가 불일치하면 좌절감과 소외감이 심각해지며, 자식과 노인의 상호의식이 불균형을 이룰 때, 노인은 허탈감에 빠지고 심리적 갈등으로 자살까지 생각한다.
그림 1. 65세 이상 독거노인의 수와 미래 전망치(출처: 통계청, 2019)
노인의 고독감은 정신병리학적 고독감이 아닌, 주로 사회적 역할상실에 따른 사회심리적 고독감이다. 인간은 상호관계를 유지하지 못할 때 무료함, 무의미함, 소외감, 고독감을 느낀다. 노인의 고독은 선진국에서도 여전히 심각한 사회문제다. 영국, 덴마크, 스웨덴 등 소위 ‘노인천국’에서도 노인 자살률이 높고, 증가세인 이유는 그들도 상대적 빈곤감으로 고독해 하며, 더 나은 삶의 보람을 찾지 못해 행복감을 느끼지 못하기 때문이다.
노인인구 중에서 취약집단은 독거노인이다. 2018년도 보건복지부 자료에 의하면, 독거노인은 2014년 115만2673명에서 2018년 140만5085명으로 매년 21.9%(6만2천5백명)씩 증가하고 도시보다 농촌지역 비율이 더 높다. 또한, 2017년 노인사망자 21만7703명 중 무연고 고독사는 835명으로 2013년 458명에서 2배 증가했다.
독거노인 문제에 대한 예방과 대응
보건복지부와 지자체는 노인돌봄과 독거노인 고독사 예방을 위해 다양한 대책을 시행 중이다.
‘노인 안부확인 사업’(노인돌봄 기본서비스)은 정부가 고용한 노인돌보미(생활관리사)가 독거노인의 안부를 정기적으로 확인하며, 돌봄과정에서 노인이 기초생활수급제 등 복지서비스 대상자로 파악되면, 해당 서비스를 받도록 안내하는 일을 겸한다. 2015년 기준으로 131만여명의 독거노인 중 20만명이 서비스를 이용했다. 보통은 노인복지관에 속한 생활관리사 1명이 평균 25명 노인을 보호 및 관리하는데, 주 1회 직접방문 혹은 주 2~3회 전화로 안부를 묻는데, 대략 전국 200여개 시·군·구에서 8,000명의 생활관리사가 활동 중이다.
‘독거노인 안전확인 사업’(응급안전돌봄서비스)은 독거노인 처소에 가스누출이나 화재감지, 활동감지센서, 응급호출기를 설치하고 위기상황이 발생하면 원격으로 감지, 즉시 생활관리사나 관할 소방서로 연계되는 자동경보시스템을 구축하는게 주요 내용이다.
‘독거노인 친구만들기 사업’은 고독사를 방지하도록 외로운 노인끼리 정부가 친구맺기를 주선하는 것인데, 전국 56개 도시지역 60개 노인종합사회복지관에서 그룹별 심리치료나 건강·여가 프로그램, 자원봉사활동 기회를 제공했고, 서비스 제공기관을 80처로 확대하였다.
외국의 사례를 보면, 독일 베를린 시는 대화를 원하는 노인 누구나 24시간 무료로 통화할 수 있는 ‘실버네츠-그냥 한번 대화합시다’ 라는 서비스를 개발했는데, 2018년 연말에 시범운영 결과, 응답자 78%가 독거노인이었고 참여자의 65%가 긍정적 반응을 보여 2019년부터 본격적으로 서비스를 시작했다. 독일은 크리스마스~새해 첫날 기간은 가족이 모이는 연휴이자 축제인데, 독거노인일수록 외로움을 호소했기 때문이다. 발신자의 평균연령은 65세로 2/3가 여성이었으며, 78%는 독거노인이었다. 대부분의 발신자(88%)는 단순 대화를 목적으로 시도했지만, 재정적 우려(25%), 정신적 두려움(11%), 자살 충동(8%), 폭력 문제(5%) 때문에 통화한 사례도 있었다.
노인에게 적절한 일자리 제공이 ‘최고의 복지’라고 알려진다. 한국보건사회연구소의 노인실태조사에 따르면, 일을 하는 노인은 그렇지 않은 경우에 비해 의료비 지출이 낮았고, 가구 빈곤도 14.7% 감소하는 효과가 있으며, 사회참여를 통한 삶의 만족도(소외감이나 고독감 해소 등)에 긍정적 영향을 미쳤다(그림2).
그림 2. 노인 사회활동 지원사업(출처: 대한민국 정책브리핑, 2017)
그러나 노년층의 우울증과 자살 방지를 위한 정부 주도의 예방사업은 한계를 가진다. 근본적으로 이웃의 따뜻한 관심과 배려가 필요하다. 중앙정부 혹은 지자체가 크고 작은 사업을 전개하여 노인돌봄체계를 강화하면 일정한 효과는 얻지만 지역마다 특성이 다르고 불가피하게 소외되는 경우도 발생하므로 이웃끼리 인사하고 안부를 묻는 등 민간주도의 공동체를 복원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대안이다.
더불어 노인의 소외나 고독감 해소에 국가, 지자체, 봉사단체, 종교단체의 지원 외에도 이른바 ‘외골수’ 성격이나 ‘대인기피’성향 ‘할 일도 이웃도 없다’라는 무위(無爲)의 입장을 가진 노인에게는 이 같은 시스템은 근본적 해결책이 될 수 없다. 그러므로 노인 스스로 자립하려는 역량을 갖추지 않으면 결국 상태는 더 악화될 뿐이다.
노인의 외로움을 달래는 기술
보건복지부 노인실태조사에 따르면, 2대 이상 동거가구가 1994년에 55%였지만, 2017년은 24%로 줄었다. 부부 또는 독거 노인가구가 노인 전체 거주형태의 72%를 차지하는 가운데, 노년층의 고립을 줄이기 위한 사회적 관심과 노력 및 어떤 기술이 필요한지 언급하였다.
사회적 고립(social isolation)과 외로움(loneliness)은 긴밀히 연관되지만 실은 다른 개념이다. “사회적 고립”이 연락하고 지내는 사람, 연락하는 빈도 등을 객관적이고 수량적인 지표로 나타낸 것이라면, “외로움”은 본인이 얼마나 고립되어 있다고 생각하는지, 주변 사람과 관계에 얼마나 만족하는지 등의 주관적 감정을 다룬다.
호주 퀸즈랜드대 연구진은 2000년~2015년 기간에 노년층의 사회적 고립과 외로움을 감소시킬 34개의 기술을 컴퓨터나 인터넷 등의 일반적 정보통신기술(ICT), 로봇, 소셜네트워킹(SNS), 원격돌봄(Tele-Care), 비디오 게임(Wii), 3D 가상환경 등 8개 영역으로 분류, 3점 만점으로 분석하였다. 그 결과, 비디오 게임과 PRISM이라는 자체개발 소프트웨어가 매우 효과적이었고, 일반적 정보통신기술, 원격돌봄, 로봇도 평균 2점 이상이었다. 흥미로운 점은 SNS가 평균 1.6점으로써 로봇보다도 낮았다.
홍콩침례대 연구진도 노인 대상 컴퓨터와 인터넷(ICT)의 효과성에 관한 25개 연구를 분석한 결과, ICT가 사회적 지지와 사회적 연결성을 높이고, “사회적 고립도”를 낮추는데 대체로 긍정적 영향을 보였으나, “외로움”에는 대부분 긍정적 영향을 미쳤지만 효과 없는 경우나 오히려 부정적 영향을 끼친 경우도 있었다. 또한, ICT가 초래한 사회적 연결과 지지의 긍정적 효과는 6개월 이상 장기 지속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나라는 급속히 발전하는 ICT를 활용한 노인케어서비스가 주목받고 있다. 실례로 독거노인의 말벗이 되는 인공지능(AI) 스피커 및 반려로봇이다. 서울의 독거노인 김**(78·여)씨는 최근 지자체와 통신사, 사회복지재단이 '인공지능 돌봄서비스'로 제공한 AI 스피커(호칭명 '아리아')를 사용 중이다. 외출할 때는 '길 조심해라' '선크림 발라라' '비 오니까 우산 가지고 나가라' 등 매번 다르게 말해준다. 잘 때는 '꿀 잠 자라'고도 말한다. 김씨는 아리아를 사용한 후로 평소보다 말이 많이 늘었다.
AI 스피커 제작사가 1,200여 명의 사용패턴을 분석한 결과, 독거노인은 AI 스피커를 자식이나 친구와 같은 소통대상으로 인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음악서비스(63.6%) 다음으로 감성대화서비스(13.4%) 이용률이 높았는데, 독거노인의 감성대화 비중이 일반 이용자보다 3배 이상 많았다. 그리고 독거노인은 AI 스피커를 의인화해서 대화한다는 사실도 밝혀졌다.
AI 스피커는 위급상황에 처한 노인을 구하는 기능도 있다. 독거노인이 "아리아! 살려줘"라고 외치면 케어 센터와 담당 매니저, ADT캡스(야간)에 자동으로 연결하고, 케어센터지령실이 판단하여 119에 연락하여 구조한다.
반려로봇으로 스마트 토이로봇 '부모사랑 효돌이’도 있다. 봉제인형 안에 센서가 내장되어 머리를 쓰다듬거나 앞발을 잡으면 로봇이 반응한다. 일정시간 노인의 동작이 감지되지 않으면 전용 앱으로 즉시 보호자에게 알림메시지를 전송하고, 약물복용시점 알림 알람, 치매예방퀴즈 제공 기능도 있다.
노인의 외로움을 당연시하거나 외면하는 것은 매우 위험한 행동이다. 더구나 정부나 지자체, 민간영역이 개발한 새로운 케어서비스나 신기술에만 의존하는 것도 고령화 시대의 올바른 대응 태도는 아니다. 예로든 AI 스피커도 좋지만 (독거)노인이 주변의 사람과 어울리도록 커뮤니티를 조성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것이 근래 관심을 모으는 Community Care (지역사회 통합돌봄사업)의 본질이다. 일례로, 자폐아동에게 책 읽어주기, 초고령자에게 도시락 배달하기 등 보람을 느낄 수 있는 일을 직접 수행하면 자존감도 높아져 자살예방효과가 커진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노인 자신도 일자리든 사회활동이든 세상과 교류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언급했던 다양한 예시와 같이, 사회 속으로 들어와 적극적으로 교류하는 것이 아직 부담스럽다면 정부가 운영하는 ‘노-노(老老)케어’도 이용해볼만하다. 비교적 건강한 노인이 거동이 불편한 다른 노인을 방문해 말벗이 되어주고, 식사 보조, 병원 동행 등 일상생활을 도와주는 제도다. 건강한 노인에게는 일자리가 제공되고, 거동이 불편한 노인에게는 친구를 만들어주는 일거양득의 제도이다.
서유럽과 일본 등 이른바 노인복지선진국은 노인이 어린이를 돌보는 노-유(老幼)케어 제도와 시설이 보편화되어 있다. 수혜자의 만족도가 높은 부분은 결국은 ‘정서 지원’이다. 외로움과 고독감이 해소되기 때문이다. 최근 우리나라에도 소개되는 바 독거노인들이 함께 살면서 서로 챙겨주는 일명 ‘그룹 홈’도 지원하는 지자체가 있으니 이런 분야에도 깊은 관심을 가져야 할 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