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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광중, 정규수업으로 독서토론 | ||||||||||||
학력신장 큰 도움 "틈틈이 도서관 달려가는 이유는"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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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은 다양한 표현이 가능한 언어입니다. 왜냐하면 한글은 표음문자이므로 소리에 의해 다양한 조합이 가능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우리말은 색채어가 발달돼 있습니다. 이것은 우리나라의 정서의 문제이지 언어의 다양성과는 상관이 없습니다. 책에서도 우리나라 말에는 우리의 정서가 담겨있다고 했습니다" 진만이가 우리말의 다양성을 주장하자 경수가 반론을 제기한다. 진광중학교(교장: 전춘식) 학생들은 정규수업으로 독서토론을 펼친다. 지난 9월 교실 2칸을 내어 만든 참빛도서관 개관 이후 도서관활용교육을 위해 본격적으로 실시된 수업이다. 임영규 지도교사는 "중등의 경우 학력향상을 위한 교육에 전념하다보니 도서관이 있어도 사용을 등한시하는 경우가 많다"며 "독서토론수업을 시작하고 도서관은 학생들로 늘 북적이게 됐고, 학력향상은 덤으로 얻었다"고 설명했다. 진광중은 도서관 조성 시초부터 도서관을 어떻게 하면 제대로 활용할 수 있을지에 대한 방안을 고민하기 시작했다. 내부시설을 줄이더라도 소프트웨어를 알차게 구성하는 편이 교육적 측면에서 훨씬 효율적이라는 판단에서다. 그래서 참빛도서관에는 책만 있는 것이 아니라 정규수업을 위한 교실공간이 마련돼 있다. 독서교육에 대한 학교장의 의지도 불을 지폈다. 전춘식 교장은 사비 100만원을 기탁해 도서구입비로 활용토록 했다. 학교는 학생들의 독서습관을 길러주기 위해 대중화돼 있으면서도 흥미를 일으킬 수 있는 책을 골랐다. 바로 2009 한 도시 한 책 읽기 선정도서인 이어령 작가의 '너 정말 우리말 아니'. 한 개 반 학생이 읽을 수 있는 분량으로 선정도서를 구입하고 언제든 도서관에서 책을 읽을 수 있게 하고 있다. 독서토론의 큰 장점은, 단순히 책을 읽는데 그치지 않고 토론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책 내용을 뛰어넘는 다양한 사고를 하고 이를 통해 스스로 지식을 쌓는다는 데 있다. '너 정말 우리말 아니'를 통해 우리말의 기능이나 한국어의 어휘체계에서부터 다른 나라 언어에 이르기까지 끝도 없는 영역을 넘나들며 스스로 공부하게 되는 것이다. 수업의 처음은 발표력이 부족한 아이들의 말문을 트여주기 위해 이야기식 독서토론으로 진행됐다. 어휘력 향상을 위한 끝말잇기놀이에서부터 하나의 책을 읽고 커다란 범주에서 자유롭게 자신의 생각을 말로 표현하는 방식 등이 그것. 이어 말할 수 있는 용기를 얻은 학생들에게 다음 단계로 교차질의식 독서토론이 적용됐다. 이때부터는 전쟁이다. 학생들은 반론에 완벽히 대처하기 위해 사전에 준비한 자료들을 수북하게 쌓아놓고 논리적으로 자신의 주장을 펼친다. 준비를 제대로 하지 않은 학생은 입도 뻥긋하지 못하고 백기를 들 수밖에 없다. 여기서는 편법도 기술도 필요 없다. 열심히 노력한 자가 승자가 되는 것이다. 임 교사는 "열띤 토론에 얼굴이 붉어지는 것은 다반사고, 토론 후 분에 차 우는 학생들도 있다"고 말했다. 도서관을 활용한 독서토론교육의 위력은 대단했다. 학생들은 자극을 받아 다음 토론을 위해 밤새도록 토론지를 작성하고 관련 정보를 확보한다. 날카롭게 맞받아치기 위해 정보를 내 것으로 만드는 작업쯤은 기본이다. 덕분에 수고하지 않고도 도서관은 학생들로 가득 차게 됐다. 학생들은 틈날 때마다 도서관으로 달려가 책을 읽고, 작전에 성공하기 위해 같은 조로 편성된 친구들과 정보를 공유한다. 임 교사는 어느 날 학생들 성장을 가시적으로 확인하기 위한 아이디어를 떠올렸다. 자신이 3년 전부터 운영하고 있는 원주독서영재아카데미 학생들과 맞붙여놓은 것. 원주독서영재아카데미는 관내 고등학생들로 구성된 독서논술 동아리다. 각 학교에서 공부 좀 한다하는 학생들인데 결과는 진광중의 압도적인 승리로 돌아갔다. 충격을 받은 고등학생들은 사교육을 마다하고 임 교사의 독서논술교육에 열을 올리게 됐고, 진광중 학생들과 아카데미 고등학생들과의 토론은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다. 임 교사는 "중학생들은 고등학생들과의 토론을 통해 자기발전을 꾀할 수 있어 좋고, 고등학생들은 논술첨삭지도를 무료로 받을 수 있어 일요일마다 3시간씩 자발적으로 참여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 결과, 얼마 전엔 강유비 학생이 과학고, 이경수 학생이 강원외고로부터 합격통지를 받는 기쁨을 맛보기도 했다. 소초면지역 학생 우선지원제 시행으로 전교생의 70~80%가 면지역 학생들로 구성된 진광중의 특성상 도심권 학교에 비해 학업수준이 낮은 데다 특목고로의 진학은 흔치 않은 일이기에 기쁨은 배가 됐다. 임 교사는 다른 학교에서도 충분히 독서토론수업을 적용할 수 있다고 말한다. "학업에 지장을 초래할 것이라는 생각을 과감히 버린다면 수업적용은 시간문제"라며 "독서토론수업이나 도서관활용수업은 아무리 유능한 지도자라 하더라도 교사가 만드는 게 아니라 학생들 스스로가 만드는 것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김상희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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