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 토요일은 이곳 하찌오우지시의 하나비대회날이었습니다.
당일, 시댁보다는 저희집 2층 전망이 조금 더 낫다는 시부모님 말씀에 야키도리라도 사와서 조촐히 파티를 할까 하다가, 역시 집안에서 보는 하나비보다는 직접 하나비 대회장에 가서 축제 기분을 만끽하자는 신랑의 제안에 주먹밥을 잔뜩 만들고, 술 안주거리가 될 만한 각종 캔이며 과자, 맥주캔을 한가방 짊어지고 집을 나섰더랬습니다.
저희 부부의 즉흥적인 제안이었던지라 아주버님은 처음에 조금 귀찮으신 기색이셨지만, 넓은 운동장에 여러 사람과 둘러앉아 바로 눈앞에서 어마어마한 반경으로 피어나는 불꽃들에 금새 표정이 환해지셨지요.
일본에서의 첫 하나비이기도 하고, 오랜만에 온 가족이 함께 한 외출이기도 해서 비디오카메라를 챙겨갔는데 6시 30분쯤 처음 쏘아올린 불꽃을 촬영하는데 '톡'하고 물방울이 하나 손등에 내려앉지 않겠어요.
왠지 불안한 예감에 신랑에게 "앗, 비가 오는 거 같은데~" 라는 말을 하기가 무섭게 톡, 톡, 톡 조금씩 내리기 시작하는 이슬비~. 한국 친구들의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2주 전쯤 한강 세계불꽃축제 일본편 사진을 찍어놓은 것을 보고 가서인지 잔뜩 기대에 부푼 마음이 점점 불안~ 불안~해졌지만, 활짝 부풀어오른 국화꽃을 연상케 하는, 때로는 민들레, 해바라기, 흩날리는 꽃잎 등 이전에 보지 못한 각종 불꽃들의 매력에 점점 굵어지는 빗방울도 잊고 있었습니다.
결국, 하나비를 관망하기에는 쌀쌀한 날씨에 빗줄기가 점점 거세어져 저희 가족은 자리를 거두고 집으로 돌아왔지만, 우산을 쓰고, 그도 아니면 깔고 앉아있던 돗자리를 머리에 쓰고 열심히 하나비 구경을 하는 젊은이들을 보면서 친구들과 낭만을 즐기던 고교시절, 대학시절이 떠올리며 늙은이 흉내도 내보구요.
챙겨간 음식을 그대로 저희 2층으로 옮겨 창문을 활짝 열어놓고 남은 불꽃들을 챙겨보았습니다. 다음날, 비 때문에 몇 분 되지 않는 비디오 촬영분량을 시댁에 가서 틀어놓고 보는데 불꽃이 하나 터질 때마다 "와~ 와~"하는 촌스런 감탄사를 연발하는 제 목소리가 어찌나 크게 녹음이 되었던지^^.
한국에서도 흔히 하는 말이지만 큰 행사가 있을 때 지나치게 좋은 말을 해도 나쁜 결과가 나온다고 하듯이 일본에도 그런 사고 방식이 있는 모양입니다. "그러게, 시장이 오늘 오전부터 오늘은 날씨가 맑아 어느 때보다도 멋진 하나비 대회가 될 것입니다~ 어쩌구 그러더니~", "그러게 시장 탓이야" 하는 시댁 식구들의 뒷이야기가 있었습니다.
내년에는 옷도 든든히 챙겨입고, 만일을 대비해서 우비도 챙겨가서는 꼭 멋진 하나비들을 눈앞에서 챙겨보고야 말겠습니다. 멋진 사진도 찍어오구요.
첫댓글 하찌오우지 하나비는 가을에 보는 하나비가 되겠네요? 내년엔 아가하고 같이보는 하나비가 되시겠어요! 순산 하세여~ ^^
가을에 보는 하나비두 괜찮겠네요.일본와서 처음 볼때의 하나비가 가장 기억에 남지 않을까요? 울나라서 봐왔던 하나비완 너무 틀려서..울나라도 요즘은 그래도 불꽃축제로 멋있다 하긴 하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