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시>
늙은 소를 탄식함
이광사
진창에 빠져 다만 큰 소리로 울고
높은 평지 무거운 짐 끌고 갈 힘 어림없네
아침에는 푸른 언덕에 누워 해 그림자 의지하다
밤엔 배곯으며 외양간에서 날 밝기 기다리네
갈까마귀 등을 쪼다 수척한 것 슬퍼하고
망가진 쟁기 허리에 걸치고 밭 갈던 일 생각하네
쓰고 나서 버려짐은 예부터 그러하니
다만 하비에서 명성 있음이 불쌍하구나
老牛歎(노우탄)
陷泥蹶塊但雷鳴(함니궐괴단뇌명) 無望高平引重行(무망고평인중행)
朝臥綠坡依日晷(조와녹파의일귀) 夜饑空囤待天明(야기공돈대천명)
寒鵝啄背悲全瘠(한아탁배비전척) 敗耒橫腰憶舊耕(패뢰횡요억구경)
用盡身損終古事(용진신존종고사) 憐渠秖有下邳名(연거지유하비명)
[어휘풀이]
-日晷(일귀) : 해 그림자
-下邳名(하비명) : 중국 당나라 시인 한유(韓愈)가 『하비후혁화전(下秠候革華傳)』을 쓴 것이
있는데 소를 의인화 해서 쓴 풍자의 뜻을 담은 작품으로, 여기서는 공연히 실속도 없이
이름만 남았다는 뜻을 자조한 것이라 한다.
[역사이야기]
이광사(李匡師:1705~1777)는 조선 후기의 문인, 서화가로 호는 원교(圓嶠)이다. 영조의 등극과 더불어 소론이 실각함에 따라 벼슬길에 나가지 못했으며 50세 되던 해 1755년(영조 31년) 소론 일파의 역모 사건에 연좌되어 신지도(薪智島)에 귀양 가서 그곳에서 일생을 마쳤다. 시, 서, 화에 모두 능하였으며 특히 글씨에서 그의 독특한 서체인 원교체를 이룩하여 후대에 영향을 끼쳤다. 저서로 서예의 이론을 체계화시킨 『원교서결(圓嶠書訣)』과 『원교집선(圓嶠集選)』이 있다.
출처 : 한시와 함께하는 우리나라 역사 『노을빛 치마에 쓴 시』
지은이 : 고승주. 펴낸 곳 : 도서출판 책과 나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