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시 : 2022년 12월 10일. 오전 12시 30분 출발
코스 : 월정리 - 강천산 - 산성산 - 광덕산 - 강천사 - 주차장
날씨 : 차가운 날씨, 오전 맑음, 오후 흐림, 간간히 찬바람 과 가는비
참석인원 : 모닥불, 비비안, 대간거사, 신가이버대장, 오모, 도~~자, 다올, 무불
가장 적은 인원으로 이렇게 먼 곳을 다녀온 적이 있었던가?
추운 동서울터미널에 버스도착 하니 참석 인원들이 하나 둘 모인다. 조촐하다 6명. 강남 2인을 데리러 경부선 만남광장 휴게소로 고고씽~~~. 졸린눈으로 조금씩 머리가 졸음으로 무거질 즈음, 도자님과 오모님이 승차를 한다. 허리아픈 도자님을 뒷자리에 누이고, 나는 뒷좌석 아래에 매트깔고 눕는다. 바람들어 오는 등 쪽은 시리고, 가열찬 히터가 있는 방향으로는 덥다 못해 통구이가 될것 같다. 영원한 뒷 자리의 딜레마. 언젠가 현대차 남양연구소 갈 일을 만들어 엔지니어들에게 카운티 25인승 뒷자리 히터에 자동으로 온도 조절할 수 있는 기능을 추가하라고 꼭 건의 해야지.
서울에서 전라남북도 경계선인 구림면까지는 참으로 멀다. 대략 4시간 반 이상은 걸릴 것이라 짐작하며, 잠든다. 추위에 더위에 뒤척이고, 흔들림에 깼다 잠들었다 반복한다. 대간거사님께서는 뒤에 2마리가 코골며 깊이 잔다고 하셨는데, "아니에요. 저희도 자다 깨다 한답니다."
불이 켜 지고, 기상!. 오모님 4시 30분에 출발 건의에?. 대간거사님 단호히 출~~발. 생각보다 일찍 도착하도록 만드신 두메님이 야속하고, 30분 더 뒤척일 수 있는 기회를 묵살하신 대간거사님도 서운하고.
오지 버스에서 나오니 한기가 후~욱 몰려온다. 장갑끼고 모자위에 다시 등산복 모자 뒤집어 쓴다. 들머리는 평이하다. 오히려 평상시 오지 초입 보다는 장애물이 없어 훨씬 편하다. 하지만 급한 오르막에서, 서리 내린 낙옆에 주욱 주욱 미끄러진다. 잔가지도 없고 남쪽에 많은 가시나무나 미역나무가 없어서, 허리 한번 굽히지 않고 쭈~~욱 오른다. 뒤에서 휘영청 밝은 달을 힐끗거리며, 달과 나란히 위치한 붉은 별은 금성일 거라 자신하며 계속 오른다. 오르면서 뒤에서 설렁 설렁 따르는 도자님도 챙겨 보고, UFO 도 생각해 보면서.
600미터 능성 정상에 오르니, 거칠 것이 없다. 산성길이 너무 좋아, 거침없이 직진한다. 잡목도 앞을 가리는 가지도 없이, 그냥 뻥 뚫린 사방을, 머리 꼿꼿이 들고 달리 듯 걷는다. 오지에서 이런 산행은 참 드물다. 이렇게 허리펴고 목펴고 산행할 줄이야.
앞서거니 뒷서거니 하면서 조망을 즐긴다. 금성산성 망루에 도착했다. 대간거사님 말로는 이전에도 좋은 길이였지만, 지금은 더 편해졌다고. 그리고 없던 망루도 생겼다고 하신다. 진짜 망루를 만든 자재들이 새거다.
금성산성 망루에 도착하자 사방이 뻥 뚫려 조망이 시원하다. 건너편 추월산에 암자도 보일 정도로 시야가 깨끗하다. 오랜만에 시원한 절경을 보니 다들 신이 났다. 저마다 사진찍고, 황홀한 절경에 눈을 호강시킨다. 대간거사님의 설명으로 여기 저기 흩어진 남쪽의 산들의 이름을 듣는다. 특히 저 멀리 보니는 지리산 주능선이 너무나 아름답게 다가온다. 모두에게 희망과 용기를 기원하고 또 기도해 보는 시간을 잠시 가진다.
산성산을 지나 중간에 자리펴고 점심먹는다. 오늘은 참석인원은 적으나, 만두에 오뎅에 가래떡에, 먹는다고 고생했다. 작게 만들고 남기면 되는 것을, 우리 오지는 가져온 것 다 배로 집어 넣어야 직성이 풀린다. 한가득 음식 집어 넣고, 커피도 집어 넣고, 광덕산으로 향한다. 여전히 뻥 뜷린 하늘길로 허리펴고, 머리들고, 이리 저리 남쪽 풍경을 놓치지 않으려 열심히 돌아 본다. 맑은 하늘이 서서히 회색으로 물들어 간다. 맑은 공기가 서서히 방구냄새로 물들어 간다. 오지 방구대장 대간거사님을 비롯하여, 꾸준히 접신을 시도하는 도자, 그리고 무불까지 살짝 가세해서, 마구 마구 더럽힌다. 방구 이야기로 올라 온 흥이 이제는 다른 주제로 마구 퍼진다. 사계님 목욕탕 퍼포먼스 그리고 수담님의 카사노바 화법등등.... 웃고 너무 웃어 울고 하다보니, 이내 오늘 마지막 봉우리인 광덕산에 이르렀다.
오늘 거리가 약 16km 이나 길이 너무 좋아 예상 보다 훨씬 빨리 마지막 봉우리에 도착하였다. 오늘은 더덕에 대한 갈망이 전혀 없어, 오로지 등산에만 집중했던 영향도 클 것이고 또, 새벽 대간거사님의 일찍 출발 독려도 한 몫을 했을 것이다. 광덕산 도착이 12시 10분. 여기서 내려가 건너 편 산을 하나 더 오를지, 아니면 임실 방향으로 가다, 적당한 산을 골라 더 오늘지. 대간거사님과 신가이버대장님이 의견을 나누신다. 나는 안다. 오늘 오지팀 중에서 동참할 사람은 아~~~ 무~~~ 도 없다. 유일하게 모닥불님이라면 가능성은 있지만, 오늘따라 컨디션이 안좋아 보인다. 오모님은 본인이 줄을 그었기에, 남은 시간은 한가한 목욕과 여유로운 저녁을 생각 할 것이고, 도자님이야 접신(화장실에서)도 해야 하거니와 UFO가 안나온 다음에야 산을 하나 더 오를 이유가 전혀 없고. 비비안님은 오늘 너무 웃다 지쳐서 산 하나 더 오를 에너지가 없을 것이고, 다올님은 점심 후 부터 오랜만의 오지산행이라 종라리에 약 바른다고 정신없다.
역시나 오지 최고 선배와 대장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우리는 팀이기에, 다수 팀원들의 바램으로 빨리 하산하여 느긋한 오후와 여유로운 귀경을 즐기기로 한다. 하산길이 마냥 즐겁다.
강천산군립공원 주차장에서 오늘의 산행을 마친다. 방구로 공기를 더럽힌 도자와 무불은 화장실로 떠났으나 도자는 웃으며 돌아오고 무불은 그늘진 얼굴로 돌아와 오지버스에 오른다.
순창에서 목욕하고 임실로 매운탕 먹으러 간다. 가는 길이 멀어 오지버스에서 잠깐 자고 일어났더니, 임실에는 비가 내린다. 촉촉하고 부드러운 겨울비다.
에피소드 I : 감전된 오모님
유해조수 방지 전기방벽을 넘다 감전된 오모님. 대간거사님은 긴 다리로 잘 넘어 가셨으나, 오모님은 그만 전립선 부근에 감전되어 그자리에서 고꾸러짐. 양 다리를 하늘로 뻗쳐 조금 떨었음. 충격으로 휴대폰을 잃어버렸으나, 언제나 그랬듯이 돌아오는 휴대폰. 전립선 전기 마사지로 전립선 치료에 효과를 기대했으나, 코피 쏟고 하루종일 헛소리함. 여러분 전기 조심하세요.
에피소드 II : 열방구 한 똥 안부럽다.
이날은 3명이서 방구로 다른 팀원들을 무지 괴롭혔다. 결국 각자의 방법으로 적당한 위치 (야생, 화장실, 등등)에서 해결을 하셨겠지만, 이거 진짜 방법을 찾아야 한다. 앞으로 3명 계란 금지.
첫댓글 재미난 산행이었네요.
예전보다 조망이 더 좋아졌나보군요.
오모 님은 센 약발(?)로 모든 능력이 한 단계 업그레이드 되지 않을까 합니다.
아무튼 수고많으셨습니다.^^
괄약근 약해져 방구대장이 많으신건지? 방구가 잦으믄 안되는데 ㅋㅋ
즐겁고 행복한 산행이었습니다.
멋진조망을 보며 하루종일 웃으면서
시간가는줄 모르고 산행했네요.
역시 오지는 몸과마음을 건강하게 해주는
최고의 산행팀 입니다,
오지를~ ~ ~위하여 .^^.
덕칠이는 없었지만 대신 훌륭한 조망으로 눈이 시원해지는 하루였습니다. 소중한 동지들과 함께하니 더더욱 행복한 산행이었습니다.
ㅎㅎ 함께한다는것
너~~무 좋습니다.
재미난 산행기 잘 읽었습니다...순창의 양탄자같은 구름이 아주 멋집니다..조망 또한 훌륭하구요^^
네 너무 좋았습니다. 다음 산행이나 송년회때 뵙겠습니다.